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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다음편과의 연결고리이기 때문에 분량이 다소 짧습니다,
이해해 주실 거져? (뿌잉)
[세븐틴/이석민] Write Either Dicerct 08
w. 뿌존뿌존
우리 집 방향으로 천천히 걸었다. 여전히, 꽉 잡힌 손목은 풀리지 않은 채였다. 이석민의 손에 땀이 나서 그런지, 손목 부근이 축축해졌는데 이석민에게 손목을 풀어달라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아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정면을 본채로 천천히, 굳은 표정으로 걷는 이석민 때문이었을 거다. 추운 겨울 밤, 아직은 완전히 낫지 않은 몸 탓에 켈룩 거리자, 이석민이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춰섰다. 괜찮아? 무릎을 접고 물어오는 이석민의 따스한 눈빛에 으응,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간질거리네, 계속 날 응시하는 이석민의 눈빛을 애써 무시하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어느새 손목이 아니라 손으로 바뀌었다. 갑자기 붙잡힌 손에 이석민을 올려다보면, 귀가 빨개진 채 앞만 보고 걷는 이석민이 있었다.
"여기로 가는거 맞아?"
응, 이석민의 물음에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사실은 30분째 이 주위를 뱅뱅 돌고 있었다. 저 골목으로 들어가면 되는데, 괜히 반대편 골목으로 이석민을 이끌었고, 저 신호등을 건너면 되는데, 괜히 지하도로 들어갔다. 왠지는 모르겠다. 그냥, 이석민과 손을 붙잡고 있는 이 시간이 좋았다. 평소에 이렇게 오래걸려서 통학하는거야? 그러니까 감기에 걸리지. 애정 섞인 이석민의 잔소리에 맞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차마 이석민을 볼 용기가 없었다. 너와 눈이 마주치면 힘없이 잡혀있는 손에 힘이 들어갈까봐, 그럼, 네가 내 마음을 알아 챌까봐.
"우리 잠시 쉬었다 갈까?"
어느 새 집에 다와버렸다. 아직은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은데, 그러고 싶은데 여기서 더 뱅뱅 돌면 이석민과 조금 있다 집에 도착했을때 알아버릴까봐, 괜히 집 근처의 조그만 카페로 이석민을 이끌었다. 아메리카노? 늦은 시간 탓에 잠시 자리를 비운 명호- 명호는 집 앞 카페에서 알바하는 중국인 유학생이다- 를 기다리며 메뉴를 골랐다. 미안, 나 커피 못 마셔. 커피를 못 마신다는 이석민의 말에 고개를 박고 끅끅거리자, 뭐- 못 마실 수도 있지. 놀리지 마 하며 이석민이 입을 비죽였다. 사실, 귀여워서 그런건데.
"오, 오랜만이네? 옆에는 누구야?"
막 설거지를 끝내고 앞치마에 물기를 닦으며 걸어나온 명호가 내 얼굴과, 이석민의 얼굴, 그리고 이석민과 붙잡고 있는 내 손을 보고 제 커다란 눈을 가만히 끔뻑였다. 얘, 아- 널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생각하며 눈만 도륵도륵 굴리고 있자 이석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음, 얘는..! 입을 열자 이석민이 제 커다란 반댓손으로 내 입을 급히 막으며 말을 이었다. 핫초코 하나랑 아메리카노 하나요, 그 쪽은요? 얘 남자친구예요? 명호가 너털웃음을 흘리며 손을 내젓자 이석민이 계산대에 몸을 기대곤 날 응시한다. 오빠 잘했지? 하는 듯한 이석민의 표정이 뒷통수를 갈기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젠 반댓손 마저 이석민에게 붙잡혀 버렸기에.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카페에는 아무도 없었다. 명호는 계산대 앞에 앉아 제 휴대전화를 만지작 거렸고, (물론 나 혼자 왔다면 내게 말을 걸었을 테지만, 이석민 탓에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석민은 한 손으론 핫초코를 마시고, 한 손으론 내 손을 붙잡고 만지작거렸다. 주머니는 날 찾는 오빠의 전화로 계속 웅웅거렸지만,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