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예정된 승관이 글은 마이크 테스트가 끝이었는데
예상외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번외로 한편 더 업로드합니다!
늘 감사해요ㅠㅠ
[세븐틴/부승관] 스탠바이, 큐!
w. 뿌존뿌존
[정신없지ㅠㅠ 난 지금 메이크업 받는 중♥ - 뿌야]
주머니에 넣어져있는 휴대전화가 웅웅거린다. 뿌야, 제 귀여움을 가득 담은 듯한 애칭이 휴대전화 액정에 가득 비친다. 미안, 바빠서 답장 못했다. 짧게 답장을 보내고 또 이리저리 뛴다. 막내야! 블루스크린 스탠바이해야된다고 전해줘! 커다란 뉴스 스튜디오 안. 지금은 새벽 5시. 한 시간뒤면 승관이의 첫 뉴스 데뷔다. 물론, 내가 조연출로 데뷔한지는 좀 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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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지금 시간 5시 26분, 저 멀리 다소 상기된 표정의 승관이 머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숙이며 걸어들어온다. 괜히 승관이 앉을 자리를 바라본다. 의자는 편할지, 스크린은 잘 보일지. 붐 마이크는 어느정도 위치에 있는지, 오늘 메이크업은 어떤지. 꼬치꼬치 다 물어보고 싶지만, 꾹 참는다. 막내야, 승관씨 마이크 좀! 음향감독님의 목소리에, 마이크를 받아들고 총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승관에게로 다가간다. 오, 회색 정장. 오늘 부턴 매일매일 정장을 입은 승관을 볼 수 있을거다. 그것도 매일 아침 5시에.
"오, 막내 왔구나- "
마이크를 들고 두 사람 곁으로 슬금슬금 걸어가자, 총감독님이 환히 웃으며 날 반긴다. 그에 약간 찡그려지는 승관의 표정. 티 내지마. 입모양으로 승관에게 주의를 준다. 승관씨, 여긴 우리 막내. 앞으로 막내가 승관씨 마이크 채워줄거야. 그리고 뭐 불편한거 있으면 막내한테 말해. 감독님의 말씀에 승관이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움찔움찔한다. 안돼. 입모양으로 다시 한번 주의를 주자, 승관의 표정이 시무룩해진다. 인사 나누세요, 총감독님의 말씀에 시무룩해졌던 승관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진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6시 뉴스 앵커를 맡게 된 부승관이라고 합니다"
이거하려고 그렇게 실실 웃었구만. 자신만만하게 내 앞으로 뻗어진 승관의 손을 조심스레 잡아본다. 매일 잡았는데도 오늘은 사뭇 느낌이 다르네. 이상하게도 연출된 어색한 광경에 총감독님은 마이크 최대한 빨리 채워주고 조명감독님께 가보라며 자리를 뜨셨고, 승관의 손엔 힘이 들어간다. 총감독님이랑 친한가봐? 어? 아까와는 다른 아이같은 말투에 승관을 흘겨보자 뭐가 그리도 좋은지 실실 웃는다. 오 제발, 이런 애가 내 첫 뉴스 두번째 앵커라니. 자 부승관씨 뒤 좀 도세요. 스태프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스튜디오 안,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사무적으로 말을 걸자, 승관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진다. (여기서 어두워졌다는건 입을 댓발 내밀었다는 뜻이다) 왠일인지 가만히 있는 승관에게 마이크를 채워주고 감독님께로 등을 떠밀자, 승관이 휴대전화를 흔든다. 또 무슨 짓을 한거야.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조명 감독님에게로 향했다.
"뉴스 시작 1분 전!"
어느새 얼마남지 않은 시간에 마음이 촉박해졌다. 막내야, 나 커피 좀 타다 줄래? 총감독님의 말씀에 또 부리나케 뛴다. 여긴 5층 제일 끝 스튜디오. 정수기는 이 건물 반대편. 정수기가 있는 위치를 생각하자 머리가 핑 돈다. 바깥으로 부리나케 뛰자, 뛰어가는 날 앵커석에 앉은 승관이 응시하는 게 느껴진다. 미안 승관아, 첫 데뷔 무대 처음 부터 못 봐줘서.
여섯시를 알리는 종이 방송국 안에 울려퍼진다. 우리 승관이 카메라 보고 인사는 잘 했으려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커피를 젓는다. 6시가 된지 50초가 흐르고, 커피 4잔을 들고 스튜디오로 조심조심 들어간다. 앵커석에 앉은 승관이 오늘 소식을 명랑하게 전한다. 저런 표정 처음이야 부승관, 완전 프로다. 총감독님, 카메라 감독님, 오디오 감독님, 조명감독님께 차례로 커피를 드리고 맨 뒤에 앉아 승관을 바라본다. 승관의 차례가 끝나고, 자료화면으로 넘어가자 승관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많이 긴장했구나 우리 승관이. 습관적으로 입술을 깨문다. 야속하게도 끝을 향해가는 자료화면에 승관이 눈을 꼭 감는다. 자료화면 끝나기 30초 전, 막내야! 이거 종이컵 좀! 총감독님의 목소리에 승관이 눈을 뜬다. 그리고 이내 밝아지는 표정, 자료화면 끝나기 10초 전. 종이컵을 손에 쥐고 화이팅, 입모양으로 말해주자 승관이 고개를 끄덕인다. 자료화면이 끝나고 카메라가 다시 승관을 비춘다. 다음 소식입니다, 제주도 서귀포 시 한 극장에서-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길, 뒤에서 들리는 또랑또랑한 승관의 목소리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저 사람이 내 애인입니다 방송국 사람들! 자랑스레 외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내 위치가 너무 작네.
"이상으로 여섯시 뉴스 마칩니다. 즐거운 출근, 등굣길 되시기바랍니다"
좋아, 엔딩멘트까지 완벽했어! 뉴스 종료를 알리는 음악이 울려퍼지고, 승관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제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고 대본을 정리한다. (이건 승관이 학생때부터 꿈 꾸던 엔딩이다) 아직도 우리 고등학생때 했던 말들을 잊지 않고 있는 승관을 보니 괜히 뿌듯해진다. 그러고 보니 반은 지켜졌네. 네가 아홉시 뉴스 앵커가 아니고, 내가 총감독이 아닌게 에러이긴 하지만. 승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스태프들을 향해 허리를 구부린다. 잘했어요 승관씨! 선배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승관의 눈이 이리저리 움직이다, 이내 내게 멈춘다. 잘 했어, 입모양으로 말해주자, 승관이 미소짓는다. 잘 했어, 내 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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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앉아, 기자님들이 보내준 원고를 정리하는 중, 누군가 내 자리를 통통, 두드린다. 바빠죽겠는데 뭐 하는거야. 의구심 가득한 표정으로 올려다보자, 바보같이 웃고 있는 승관이 있다. 뭐하는거야 미쳤어? 당황해 승관의 넥타이를 잡아 끌어내리자, 승관의 얼굴이 바로 내 앞에 자리해버렸다. 달아오르는 얼굴이 느껴져 차가운 손등으로 얼굴을 식혀본다. 뭐야, 왜 빨개져? 뭔 상상응 했길래? 응? 승관이 작게 속삭인다. 이런거로는 한번을 안 지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괜히 컴퓨터를 응시한다. 무슨 일이시죠 부승관씨? 사무적으로 묻자, 승관이 주머니에서 누런 봉투를 하나 꺼낸다. 이게 뭐야? 조용히 묻자, 승관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보이곤 아나운서 사무실로 떠난다. 휴대전화를 흔드는 것을 잊지 않으며. 빠 죽겠는데 왜 자꾸 휴대전화를 확인하라는거야, 또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휴대전화의 홀드키를 짧게 눌렀다. 문자가 세통이나 왔네, 애써 확인하지 않아도 누군지 알것 같은 발신인에 터지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문자메세지를 확인한다.
[나 진행하는거 꼭 봐줘야 돼 알겠지?] [완전 떨려ㅠㅠ 네가 안아주면 괜찮아질 것 같은데..] [알겠어 안아주지마 답장이나 해줘]
그래서 휴대전화를 그렇게 흔들어댔구만? 이제서야 앞뒤가 맞는 승관의 행동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누런 봉투는 뭐지? 막내야! 원고 정리 다 됐어? 멀리서 들리는 총감독님의 목소리에 대충 대답을 하고 봉투를 연다.
To. 세봉 감독님 |
세봉아 안녕! 이걸 읽으며 놀라고 있을 네 표정을 상상하니 정말 신난다. 이건 고등학교 졸업식 전날 밤 2시에 쓴 편지야. 널 생각하면서. 이제 내일이 지나면 우린 진짜 어른이네. 그럼 넌 PD가 되기위해 부던히 노력할테고, 난 아나운서가 되기위해 노력하겠지. 아쉽다, 이제 자주 못 보잖아. 미래의 세봉아. 우리 자주 만나고 있어? 만약에 우리가, 서로의 꿈을 이루기 전에 헤어졌으면 어쩌지,, 그럼 이 편지는 전해지지 못할텐데. 난 내 첫 뉴스 데뷔날, 이 편지를 네게 줄거야. 이 편지를 읽고있을 미래의 세봉아, 넌 꿈을 이뤘지? 부디 나도 그랬길 바래. 부 아나와 김 피디! 멋지잖아. 지금으로부터 몇년이 흘렀을지 잘 모르겠다. 오랜시간이 흘렀겠지만, 그때도 넌 예쁠거야. 아마 앵커석에 앉으면 너만 보일걸? 내일 졸업식때 볼 너도, 앵커석에서 바라볼 너도 많이많이 좋아해. 늘 고마워, 그럼, 꿈을 이룬 그때 보자. 그때까지 나랑 행복해야해! 약속!
From. 김 피디 프로그램의 주연 부승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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