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황제 즉위식 축하 검무연은 다행이 성공리에 끝났다. 다음은 어린 공주님 성과 란의 악기 재롱 차례, 그 사이 황자들은 서둘러 내려가 의복으로 갈아 입었다. 시간이 촉박하여 따로 의상실을 두지 않고 같은 방에서 갈아 입었는데, 환이 제법 시간이 걸렸다. 그에 옆에 있던 혁이 환을 도와주며 중얼거렸다.
"그러게 입는 법 배울때 졸더니..."
"우씨! 시끄러!"
"자자. 싸우는건 나중에 하고 올라가자. 빨리 안올라가면 보쌈해간다(?)"
연이 웃으면서 한 경고에, 혁과 환은 거의 동시에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홍은 그런 그들의 모습에 한숨을 쉬여, 여전히 속을 알수 없는 연의 모습을 뚱하게 바라보았다. 본인은 우리들을 꾀뚫어 보면서, 우리는 저 속을 전혀 모르니, 참으로 얄미웠다고. 홍은 중얼거리듯 작게 흉을 봤다.
"흑돼지."
"누구야? 돼지 우리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한 사람. 손발 다 잘라서 쳐 넣어 줄테니까."
"저 능력을 가지고 저런 말을 하니 농담으로 안들리네. 하여튼, 귀도 더럽게 밝아요."
정말 연이의 진심이 섞인 농담에, 홍은 식은땀을 흘리며 제빨리 연회장으로 도망갔다. 그러다 먼저 가고 있던 운과 마주쳤다. 잠시 몇분간의 정적이 흘렀고, 운이 먼저 어색하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홍은 운을 가볍게 무시하고 앞질러 나갔다고. 그때, 뒤따라 걸어오고 있던 환이 운의 어깨를 가볍게 치면서 말했다.
"홍이는 이해해줘요. 저 녀석 마음 열기가 보통 쉽지 않아요."
"..."
운은 환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환이 고개를 갸웃하며 "왜요?"라고 되물었다.
"홍이 너랑 동복이라는 게 조금 신기해서."
"그런가..."
"에이, 환님 옛날 싸가지 보면 그런말 안나올 걸요?"
그때, 원이 장난스레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운이 그게 무슨 말이냐 되물을려고 했지만, 환이 원의 입을 꽉 막고 재빨리 도망가버렸다고.
"쿡쿡."
그때, 연이 마지막으로 웃으며 그에게 다가왔다. 혁이는 운을 지나쳐 환과 원에게 달려간 상태였다.
"원이랑 환이는 좀 말을 튼거 같은데, 홍이랑 혁이는 아직 냉냉하구만."
"..."
"오, 예전이라면 바로 닥치라고 했을거 같은데 오늘은 조용하네."
운은 연의 능글능글한 말에 몸읗 연쪽으로 돌려 그에게 걸어왔다. 그리고 말 대신 그의 머리를 쓰다듬곤 말했다.
"고생한다."
"어?"
운은 그렇게 말하고 뒤돌아 연회장으로 돌아갔다. 그에 도리어 당황스러운 얼굴이 된것은 연이었다.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운이 쓰다듬었던 자신의 머리를 몇번 만지작 거린 연. 그는 곧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 하며 운을 뒤따랐다. 별의 바로 아래 자리에 연이 앉았고, 그뒤로 황자들이 앉았다. 딱 마쳐 공주님들의 공연이 끝났을 때 였다. 다음은 계승식. 원래의 선위 방식이라면 선대 임금이 그녀에게 자신의 왕관을 씌워주고 옥쇄를 물려주는 것이 순서 이지만, 이건 선대 임금을 물러 내고 차지한 것을 축하하는 자리. 별의 앞에는 선대 임금이 아닌 주인을 잃은 왕관과 옥쇄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왕관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왕관의 앞에 서서 말했다.
"저는 저희의 백성을 지배할려고 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들을 행복하게 살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저는 한 쪽이 피해 보는 게 당연한 나라를 원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 당연한 것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제 의견은 당돌하고, 겁없는 것이며, 선조들의 뜻을 어기는 일이 될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 한명이 아무 이유 없이 희생되는게 당연하고, 누구 한명이 열심히 일했는데도 배고픈 것이 당연한
선조들의 뜻은 없는 게 낫습니다.
저는 먼 훗날 제가 선조가 되었을 때, 우리의 후손이 창피하게 여기지 않고, 고통 받지 않을 뜻을 세우고 싶습니다.
제가 부디 자신의 위치에 합당한 결과를 가지고 살아 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돌리고 돌려, 특별한 지칭없이 하는 위험한 선전포고. 오래전 부터 생겼던 신분제에 대한 반기를 품고 있다. 양반이라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배고픈 일이 없으며, 전생이 나면 우선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수 있다. 천민이라는 이유로 열심히 일했는데도 굼주리는 것이 당연하고, 전생이 나면 강제로 징용되어 맨앞의 화살 받이가 되어 죽어야 한다. 별은 지금 위험한 선포를 하고 있었다. 선조를 들먹이는 양반들, 고위 관직자들에게도 예외없다. 아니, 오히려 자신의 자리에 맞지 않는 결과를 가져 온다면 더욱 철저하게 처벌하겠다는 말을 최대한 부드럽게 말한 것이라고.
"무섭네. 우리 황제님."
연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사이 별은 왕관을 집어 들었다. 그때, 무언가 깜박한 것이 있다는 듯 다시 왕관을 내리고 말했다.
"아, 그리고 한마디 더 하자면 여자가 정치해서 망한다는 개소리 하지마시오. 남자가 정치해서 망하면 욕하고 끝내면서 여자는 왜 성별까지 거론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남녀 차이없이 정치 못하는 사람이 문제인 겁니다. 제가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했으면, 저라는 사람이 부족했던 겁니다. 저의 부족을, 여성이라는 성별 전체의 부족으로 보지 말아 주십시오. 그냥 제가 닭같이 정치를 못한 겁니다. 여성이 못한 것이 아니라."
앞 말은 조금 부드러웠는데, 뒷말은 대놓고 경고가 들어가 있다. 연은 눈을 굴려 별의 눈빛에 재압 당한 관료들을 천천히 둘러 보았다. 다들 별이 어째서 저런 말을 저렇게 무섭게 경고하는지 이해를 못한다는 얼굴이었다. 그렇지. 그렇게 평생 강자의 입장에 있었던 너희들은 죽어도 이해 못할 것들이겠지. 아니다. 딸이나 누이를 가진 사람들이면 조금 이해할려나...
"적어도 성과 란과 같은 여자 아이들이 우리 나이가 되었을때, 조금 더 행복하길 바란다는 말을 제대로 이해했으면 좋겠네."
그 말을 끝으로 별이 왕관을 썼다. 그리고 옥쇄를 들고 자신의 왕위 계승문에 도장을 찍었다. 그렇게 별에게 왕권이 계승되었고, 함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만세소리, 박수 소리, 다양한 방식으로 별을 축하했다. 연은 박수를 보냈고, 혁이와 원은 만세를 외쳤고, 홍 역시 조용히 박수를 쳤고, 환은 휫바람을 불었다. 운은 연의 박수 소리에 한번 놀라고, 옆에 환의 소리에 두번 놀라며 뒤늦게 어색하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고.
여황제 원성경 (1401~1472). 이름 한 별. 성호국 제 4대 왕.
성호국을 전성기로 이끈 황제.
과거제도 시행, 연자죄 폐지, 학교 설립, 양성평등에 대한 다양한 제도 마련.
그녀가 시행한 다양한 계혁 정치는 이 시대의 문화와 교육, 과학 및 기술등의
수준을 높이고, 불평등을 옳지 않게 여기는 사상의 표본이 되었다.
그녀는 항상 제도 시행에 앞서 동생 연과 대립을 하였는데
그들의 토론 내용은 아직도 후대의 귀감이 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혈육들에겐 한없이 냉정했던 그녀는 반역으로 자리에 올랐고, 동생 연과 대립했으며,
자신의 동생들이 어떤 직위에 오르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또한 후에 민기양(民棄良)이라 불리는 사건으로 인해 모두가 반대했던 법제도를 실행하여
양면성을 가진 왕으로 아직도 다양하게 평가되어 지고 있다.
-먼 미래, 어느 역사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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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닭으로 바뀌었을 뿐, 전부터 적고 싶었던 내용이니 오해(?)는 말아주세요?
황자들 이야기만 다루는게 아닌 게....제목을 바꿔야 할까봐요..
민기양의 한자를 해석하면 '백성이 버린 양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