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싸움은 칼로 물베기 라던데요 _ 01
[나 오늘 회식 있어. 늦을 거 같으니까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 [회식 끝나면 연락해. 데리러 갈게.]
"데리러 간다고 했는데. 연락 못 봤어?"
"택시 타고 오는 길에 봤어. 늦으니까 먼저 자라고 했잖아."
"일부러 안 본 건 아니고?"
"⋯⋯뭐?"
"하, 아니다. 내가 또 말실수 했다. 씻고 나와, 피곤할 텐데."
어이없는 마음에 말을 덧붙이려 하다가도 쓸데없이 길어지는 말싸움에 더 지치는 유빈이 먼저 화장실로 자리를 피해버린다.
거실 쇼파에 혼자 남은 지훈이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마른 세수를 한다.
금방 씻고 나온 유빈이 여전히 쇼파에 앉아 눈을 감고 있는 지훈을 보더니 작게 한숨을 쉬고는 다가간다.
"왜 아직도 안 자고 이러고 있어. 내일은 촬영 없어?"
"있어."
"⋯들어가자. 오빠도 피곤하잖아."
"누구 때문에 더 피곤하네."
⋯⋯본인을 지칭하는 듯한 말에 차마 대답은 못하고 지훈의 손을 잡고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나란히 누웠지만 어색한 마음에
꾸물거리다 등을 돌려 옆으로 눕는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방 안에 두 사람의 숨소리만 가득할 때 먼저 정적을 깬 건 지훈의 목소리였다.
"이번 주 촬영까지만 끝내면 당분간 한가할 거야. 우리 여행이라도 갈까?"
"⋯사진 찍히면 어떡하려고."
"해외로 가면 되지."
"해외가도 다 찍히잖아. 괜히 사진 찍혀서 말 나오는 거 오빠도 싫어하면서."
"찍으라고 하지, 뭐."
"⋯허세는."
말도 안 되는 허세에 유빈이 조용히 치.. 하고 헛웃음을 짓자 '드디어 웃어주네.' 라며 뒤에서 끌어안는 지훈이다.
"오빠가 미안해. 잘 못 챙겨줘서. 여행 가서 서운한 거 다 풀고 오자. 응?"
"생각해볼게."
"좋은 생각 부탁드립니다아-"
"아, 빨리 자⋯ 내일 촬영 있다면서."
"자기가 등 돌리고 있어서 잠이 안 와."
못 이기는 척 몸을 돌려 지훈의 품 안으로 파고든 유빈이 '이제 됐지.'라며 새침하게 말하면 마주 안으며 둘 다 금새 잠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