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친이랑 로맨스 연기하기
by. 워커홀릭
얼마전에 매니저 오빠가 드라마 제의가 들어왔다며 대본을 하나 들고왔다.
드라마는 한번도 해본 적 없는데 신기하네.. 하는 마음으로 대본을 읽어봤는데 장르는 로맨스였고.. 재밌어 보이기는 하지만 내가 하기엔 부담스러워보여 거절했다.
연애도 몇 번 안해봤는데 로맨스 연기는.. 못하지...... 절대 못한다. 낯도 많이 가리고.. 연극에서도 로맨스 연기는 해본적이 없는 걸..
[톱배우 '이준혁', 김정은 작가표 로코 '사랑해도 될까요?' 캐스팅 확정]
엥?
근데 상대배우가 이준혁이면 말이 달라지지!!!
엄마 친구 아들인 준혁이랑은 어렸을때부터 엄청 붙어다녔다.
둘 다 외동인데 누가보면 거의 쌍둥인 줄 알 정도로 같이 다녔다.
유치원은 물론이고 초,중,고를 모두 같이 다녔으니까. 그리고 사이 좋게 재수도 같이 함..^^
둘 다 연기를 하고 싶어했지만 가고 싶어했던 대학은 달라서 재수를 끝낸 21살에나 떨어질 수 있었다.
대학은 달라도 학교 생활 외에는 언제나 함께였지만 말이다. 보고싶은 공연이 생기면 우린 늘 서로를 먼저 찾았다.
만나면 맨날 투닥거리고 싸워도 이만큼 잘 맞는 친구도 없었어서..
둘 다 연기를 하다보니 이런 기회가 다 오는구나.
일찍이 데뷔 한 준혁이는 이미 대한민국 톱배우였고, 난 데뷔한지 얼마 안됐지만 공연계에서는 나름 이름 날리는 배우가 되었다.
우스갯소리로 나중에 내가 더 잘나가면 너랑 꼭 작품 할 거라고 했었는데, 생각보다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로맨스고 뭐고, 이준혁이랑 같이 작품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바로 매니저 오빠한테 전화해서 이 드라마 꼭 하겠다고 했다.
매니저 오빠한테 곧 다시 전화가 와서는 방송국 쪽에서도 바로 캐스팅 하겠다고 했다며 확정이라고 말해줬다.
작가님이 공연을 자주 보러 다니시는데 내 공연은 꼭 챙겨보셨다며 같이 작품하고 싶어하셨다나 뭐라나..
드라마 배역들의 캐스팅이 전부 완료되고 나서는 상견례라고 다같이 모여 인사하는 자리가 있다.
오늘이 그날이다.
방송국에 들어오는 것도 처음이고.. 같이 캐스팅 된 배우들을 보니 너무 유명한 분들이라 괜히 기가 죽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잘보여야한다는 마음에 일찌감치 도착해 자리에 앉아있으면 곧 준혁이가 들어온다.
다행히도 둘이 주연배우라고 자리가 붙어있었고, 무슨 구세주라도 만난 마냥..
옆에 앉은 준혁이한테 내가 긴장이 되서 어제부터 잠도 못자고 오늘 아침에 밥도 못먹었구, 어쩌구 저쩌구..
한참을 떠들고 있으면 익숙하다는 듯 '엉~ 그랬구나~'하고 간간히 반응을 해주며 자기 할 일을 한다.
옆에서 쫑알쫑알 떠들다보니 작가님, pd님, 감독님도 다 오셔서 각자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어.. 이지안 역을 맡은 김다은 입니다.. ^^ ㅎㅎ.. 잘부탁드립니다.. ㅎㅎ..."
어색하게 내 소개를 하고 자리에 앉으면 먼저 소개를 한 준혁이가 옆에서 날 놀린다.
"ㅋㅋㅋㅋ누가 잡아가?"
"ㅋㅋ..ㅠㅠㅠㅠ 떨려ㅠㅠㅠ"
계속 떨린다고 울상을 짓고 있자 준혁이가 손을 들어 내 머리를 만져주며 '잘 할거야~' 하고 달래준다.
상견례가 끝나고 나서는 잘나가는 방송사 덕인지, 작가 덕인지.. 홍보자료가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는 상견례 자리에서 찍은 배우들 사진들이 많았는데, 그 중 80%는 나랑 준혁이가 같이 찍힌 사진이었다.
둘 다 웃으면서 얘기하고 장난치고 하는 사진 이었는데.. 음 사실은 다 투닥 거리는거였는데 사진으로 보니 진짜 사이 좋아보인다.
기자들은 물론이고 드라마를 기다리는 팬들도 다 둘이 사이 너무 좋은거 아니냐며 벌써 기대치를 만땅으로 찍어버렸고..
그 속에서 나만 고통받는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이준혁이랑 달달한 로맨스를 어떻게 찍냐 이겁니다... 벌써 오글거리네;;
-
상견례 이후로, 리딩을 하러 한번 더 방송국에 모였다.
시작전에 밖에는 준혁이 팬들이 보내 준 커피차가 와있었다. 와.. 나도 도시락은 몇 번 받아봤는데 커피차는 처음 본다.
신기해서 쳐다보고 있으면 인증샷을 찍던 준혁이가 같이 찍자며 손짓을 한다.
"내 팬들이 너 엄청 궁금해 해"
"헉.. 왜...?"
"우리 오빠랑 로맨스 찍는 여자는 대체 누군가. 하고"
"아;;;"
"ㅋㅋㅋ진짠데? 근데 다 기대하고 있던데. 김다은 연기 잘한다고 소문나서"
"놀리지말아라.."
리딩이 시작되고, 다른 배우분들이 다들 너무 잘하셔서 너무 긴장이 된 나머지 물을 계속 마셨더니 어느새 내 앞에 놓인 물을 다 마셔버렸다.
하쒸.. 물 더 없나.... 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데 옆에 앉아있던 준혁이가 자기 물을 건내준다.
중반쯤 됐을까 앞부분은 건너뛰고 가자는 작가님 말에 내용이 후루룩 넘어갔고 나랑 준혁이 씬 차례가 됐다.
왜 하필 넘어간 장면이 고백씬인지는 모르겠지만..^^
오글거리는 걸 꾹 참고 리딩을 했는데 작가님도, 감독님도 둘이 너무 잘 어울린다며 좋아하셨다.
ㅎㅎ... 리딩만 해도 오글거리는데 연기는 또 어떻게 한담..^^
나만 오글거리는건지 준혁이는 아무렇지도 않아보이는게 괜히 자존심이 상해 나도 괜찮은 척 했다.
리딩이 끝나고는 준혁이랑 오랜만에 같이 밥이나 먹자며 어디갈까.. 했는데
도착한 곳은 우리집이었다.
사실 둘 다 집순이,집돌이라 어렸을때부터 같이 공연보러 가는 거 아니면 집에만 붙어있었다.
서로의 집도 한두번 가본게 아니라, 우리 집에 온것도 딱히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집에 들어 와 자연스럽게 쇼파에 앉아 옆에 있는 큰 곰 인형을 끌어안더니 '형아 왔다~'하고는 그대로 누워버린다.
누가보면 자기 집인줄 알겠네;
대충 편한옷으로 갈아입고 나오면 때마침 배달 시킨 음식도 도착했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계산은 준혁이가 했고 거실 테이블에 상을 차리는 동안 난 밥먹으면서 볼 영화를 고른다.
로맨스... 로맨스 연기 해야되니까 괜히 영화도 로맨스 영화로 골라본다.
얘랑 이런 건 본적이 없는데;
영화를 한참 보고있는데 어느덧 클라이막스에 다다른 영화에서는 키스신이 나온다.
남녀 단둘이 집에서.. 키스신을 보고 있으면 괜히 분위기가 이상해질 법도 하지만.
"내가 더 잘함."
"응 너랑 키스신 안찍음"
"에이, 로맨스 드라만데 키스신이 없을까?"
"있어도 안찍음"
"야 나도 싫거든?"
"얘 ㄴㅒ도 싫걔든~~~"
"김다은 또 까분다"
ㄹㅇ 찐친이잖아요...^^
-
그나저나 저번 리딩때 커피 차 앞에서 찍은 사진을 준혁이가 자기 인스타에 올렸다.
지 팬들한테 보여주는 인증샷이면 자기 사진만 올릴 것이지.. 왜 나랑 같이 찍은 사진을 올렸는지..?
나랑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린탓에 댓글에는 내 얘기도 많이 있었다.
뭐.. 그래도 욕은 없어서 다행이다.
ㄴ 둘이 잘 어울려요, 드라마 안봐도 재밌어요, 얼굴 합 좋아요...
... 좋아해주셔서 다행이고 감사하긴 한데... 잘 어울리는건 좀 아니지 않나요?
이주녁 나이 대애충 30대 초반으로 생각합시다 (?)
딱히 나이를 언급 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너무 많으면.. 그럴 것 같아서.. 헣ㅎ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