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본부장이 날 좋아한다면
워커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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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는 본부장님이 단호하게 말하고 전화를 끊어서 괜찮았는데 오늘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대리님은 본부장님 곁에서 떨어질 생각을 안한다.
아침부터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이건 어떻게 할까요, 저건 어떻게 할까요. 이거 모르겠어요, 저거모르겠어요.
후... 대리님 알아서 다 선택하고 결정해도 될 일인데 오늘따라 본부장님한테 물어보는 것 같은건 기분탓인가;;
본부장님은 또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지 화도 안내고 하나하나 다 받아주고 알려주고 있다.
서류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본부장님을 몰래 힐끗힐끗 쳐다보는데 새삼 잘생겨서 흐뭇해지려는 찰나 은근슬쩍 본부장님한테 기대는 대리님도 보였다.
아씨 저걸 진짜... 속으로 욕하고 있는데 본부장님도 느꼈는지 표정을 찡그리고 옆으로 떨어진다.
[본부장님]
[네.]
[점심 언제 먹어요?]
[미팅 가야되서 못먹을 것 같은데.]
[힝]
[ㅋㅋㅋㅋ]
[언제 와요?ㅠㅠㅠ]
[글쎄요. 퇴근전?]
[영화보기로 한거 까먹으면 안돼요]
[ㅋㅋ안까먹어요.]
.
음. 하필이면 그 미팅을 또 대리님이랑 가는구나..^^
본부장님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둘이 나란히 미팅가서 밥도 같이 먹겠지.. 하...
괜히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서 질투에 눈이 멀었는데 이걸 본부장님한테 말할수도 없고... 점심도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대충 먹고 들어와서 자리에 앉아있는데 본부장님한테 카톡이 왔다.
[밥 먹었어용? 난 지금 먹는중 ㅎㅎ]
역시 쓸데없는 질투였지 ㅎ.. 알아서 철벽도 잘 치고 신경도 안 쓸 사람인데 괜히 혼자 신경썼나보다.
본부장님 문자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참느라 혼났다.
[먹었지요~ 뭐 먹어요?]
[백반집 왔어요. 내 생각 그만하고 일 열심히해요.]
[본부장님 생각 안했는데...]
[ㅇ]
[ㅋㅋㅋㅋㅋㅋㅋ 본부장님도 미팅 열심히 하고 오세용>_<]
[네.]
[삐졌어요?]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미팅갔다가 다시 회사에 도착한 본부장님이 잠깐 비상계단 쪽으로 와보래서 나가보면 커피를 들고 서있다.
"그래서 내 생각은 하나도 안하고 일 잘했어요?"
"ㅋㅋㅋㅋ아... 장난이었는데..."
"그래요? 나도 지온씨 생각 안해가지고~ 같이 안한줄 알았네~"
"ㅡㅡ"
주먹으로 본부장님 배를 살짝 치면서 째려보자, 억-하고 아픈 척을 한다.
"어떻게든 이겨먹으려구, 진짜."
"ㅋㅋㅋㅋ 지온씨 놀리는게 제일 재밌거든"
"갈래요.."
몸을 돌려서 가려고 하자 그제서야 본부장님도 아- 안놀릴게요, 하며 나를 붙잡는다.
"커피는 가져가지?"
흥.. 하면서도 본부장님 손에서 커피를 뺏어가자 '공짜로?' 하기에 빤히 쳐다보면,
"양아치에요?"
"아!!!! 진짜.."
"ㅋㅋㅋㅋㅋ."
"돈이라도 드려요!?"
"아뇨, 뽀뽀."
"...."
못들은척 자연스럽게 가려는데,
본부장님이 순식간에 뽀뽀를 하고는 먼저 나가버린다.
괜히 얼굴이 붉어진 것 같아 조금 이따가 사무실로 들어오면, 본부장님이 괜히 '근무시간에 어디 갔다와요~'하고는 본부장실로 들어가버린다.
[ㅡㅡ]
[왜요?]
[어디갔다오긴 ㅡㅡ]
[어디 갔다왔는데요? ㅎㅎ]
[몰라요]
[어디가서 뽀뽀라도 하고 왔나]
더 말해봤자 나만 손해보는 것 같아 그냥 씹어버린다.
.
본부장님이랑 처음 손잡고 영화본날 이후로 영화관에 간 적이 없어서 오늘 저녁에 영화관 가기로 한 약속을 며칠전부터 기대하고 있었는데.
"조대리가 보고서 좀 도와달라 그래서-"
"..."
"괜찮죠?"
또 대리님이네. 또.
갑자기 본부장님한테 티나게 들이대는 대리님도 마음에 안들고, 평소엔 그렇게 철벽치고 짜증내더니 오늘따라 다 받아주는 본부장님도 마음에 안들고.
보고서를 도와주기는 무슨. 누가봐도 꼬시려고 도와달라는건데 혼자만 모르는 본부장님이 너무 밉다. 내가 오늘 약속을 얼마나 기대했는지 자기도 알면서.
"..그냥 가면 안돼요?"
진짜 회사일이 급하고 도와줘야 하는거면 이해하겠는데 진짜 누가봐도 쓸데없이 도와달라는 대리님인걸 알아서.. 그래서 화가난다.
"일이잖아요. 영화관은 내일 가도 되잖아-"
"오늘 가기로 했잖아요."
"오늘가나 내일가나 똑같잖아요."
"오늘 가고 싶어요."
"..그러면 일 끝내고 밤에 갈까요?"
"싫어요. 지금 가요."
"일이 더 중요한거 알면서 왜그래요."
"..."
일이 더 중요한 거 당연히 알고.. 본부장님 말대로 영화관은 내일 가도 되는데...
일이 아니라 대리님이 일부러 본부장님 꼬시는거니까 마음에 안드는건데ㅠㅠㅠㅠ 이걸 본부장님한테 대놓고 말 할 수도 없고 진짜.
대리님이 본부장님 꼬시는 거잖아요! 하고 말하자니 쪽팔리고 어이없기도 하고 ㅋㅋㅋ..
본부장님이 날 뭐라고 생각할까 싶기도 하고.. 그냥 할말도 없고 혼자 기분만 상해서 '알아서 하세요.'하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뱉었다.
"왜 애처럼 굴어요. 일하는 것도 이해 못해요?"
내가 애처럼 군다고? 제대로 모르는 건 본부장님이면서.. 한번도 싸운적 없는 우린데, 고작 대리님때문에 이렇게 말싸움을 하고 있다니.
정색하고 왜 애처럼 구냐는 말에 울컥해서 '아니에요, 일 열심히 하세요.'하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혼자 씩씩거리고 집에 왔는데 내가 그렇게 왔는데도 본부장님은 연락 한 통 없다.
대리님이랑 둘이 사무실에서 보고서나 보고 있겠지. 아니, 보고서만 보고 있으면 다행이지.
혼자 침대에 누워 자려고 해도 잠도 안오고..
아니 근데 내가 애같다고?? 정 떨어졌으려나...
하긴.. 12살 차이면....
본부장님이 알아서 선 잘 지킬텐데 너무 애처럼 징징거렸나.. ㅠㅠㅠㅠ
혼자 자책하다가도 씨.. 그래도 애같다는건 너무했지. 하면서 오락가락 한다.
퇴근하고 연락 한 통 없더니 9시가 넘어서야 본부장님한테 전화가 온다.
흥.. 아까 그렇게 정색하더니 이제서야 전화하는게 미워 안받았다.
[뭐해요?]
전화가 끊기자마자 카톡이 왔지만 답장도 하기가 싫어 안읽고 sns를 하고 있는데 카톡이 또 온다.
아쒸.. 안보려했는데 잘못눌러서 카톡을 확인 해버렸다. 그냥 씹어야지..
[지온씨]
내가 읽은 걸 확인했는지 다시 연락이 오는 본부장님에 그냥 [왜요]하고 답을 보내자 바로 전화가 온다.
전화를 받아 아무말도 안하자 본부장님이 화났냐고 물어온다.
"아뇨."
-근데 왜 연락 안해요.
"본부장님도 안했잖아요."
-... 아까 기분 나빴어요?
"아뇨."
-하..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본부장님 한숨소리에 순간 쫄린건.. 비밀....이다....
-놀러간것도 아니고 일한건데. 그게 그렇게 기분 나빠요?
"...그러게요."
-진짜 왜그래요, 오늘. 왜 자꾸 애처럼 굴어.
"어려서 그런가 보죠."
-그런말이 아니잖아요.
"그럼 뭔데요."
-...
"애처럼 군다면서요. 어리다는거 아니에요?"
-.. 집이에요? 지금 갈게요-
"싫어요."
-왜.
"그냥 싫어요."
-김지온.
"잘래요."
-...그래
나보다 먼저 전화를 끊어버린 본부장님이다.
너무했나, 싶긴 한데 그래도 어쩔거야. 내가 기분 나빴던 건 사실인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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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님이랑 만나고부터는 회사가는게 즐거웠는데.
이렇게 가기싫을수가 있나. 아침에도 겨우 일어나서 꾸역꾸역 준비하고 출근해서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데, 앞에 대리님이 서계셨다.
'안녕하세요-'하고 꾸벅 인사하자 같이 인사해주던 대리님이 갑자기 머리를 정리하더니 '안녕하세요~^^'하고 밝게 인사하기에 뒤돌아서 쳐다보면,
"네."
본부장님을 쳐다보다 나도 그냥 고개만 꾸벅-하자, 날 빤히 쳐다보는데 먼저 눈을 피해버렸다.
"본부장님 어제 잘 들어가셨어요~?"
엘리베이터에 같이 타서 올라가는데 내 뒤에서 대리님이 또 본부장님한테 말을 건다.
"아, 네."
"어제 너무 감사했어요~ㅎㅎ. 제가 다음에 술 살게요! 아, 다음이 아니라~ 오늘은 어떠세요? ㅎㅎ"
"괜찮습니다."
"왜용~ 제가 너무 감사해서 그러는거에요!! 부담 안가지셔두 되는데"
내 뒤에서 둘이 얘기하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더 화가 나는 것 같은 순간에, 문이 열려 빨리 내리는데.
"지온씨 잠깐 나 좀 보죠."
"아직도 화났어요?"
"..."
"이따 영화보러 갈까요?"
"싫어요."
"...내가 어떻게 하면 화 풀려요?"
"화 안났는데요"
"...그래. 들어가요."
본부장님은 사무실로 바로 안가고 잠깐 나갔다 왔는데, 지나가는데 담배냄새가 나는 걸 보면 나가서 담배피고 왔나보다.
"서류 확인 해주세요."
싸인이 필요한 서류를 들고가서 내밀자 별 말 없이 싸인만 해주는 본부장님이다.
싸인받을게 좀 많아서 계속 아무말없이 옆에 서있는데 또 대리님이 들어온다.
"본부장님 커피 좀 드세요~^^ 제꺼 사는김에 사왔습니다 ㅎㅎ"
나는 신경도 안쓰고 본부장님 책상에 라떼를 두고 나가는 대리님이다.
본부장님 라떼 안마시는데. 알지도 못하면서..
커피까지 사다주는거 보면 백퍼 마음 있는건데 모르는건지 모르는척 하는건지 가만히 있는 본부장님이다.
서류 싸인을 다 받고 나가려는데 본부장님이 아까 받은 커피를 건네준다.
"?"
"마셔요."
"..대리님이 본부장님 드린거잖아요."
"안마실거면 버리던가."
"본부장님이 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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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계속 짜증내서 그런가, 본부장님도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내가 너무했나.. 싶기는한데 괜한 자존심때문에 연락을 안하고 있었는데 마침 본부장님한테 전화가 걸려온다.
"어디에요?"
"집이요."
"나 가도 돼요?"
"왜요?"
"나랑 말하기도 싫어요?"
"..."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사실 생각해보면 처음엔 그냥 질투였는데.. 자존심 때문에 시간만 흐르다보니 서로 감정이 격해진 것 같다.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 나랑 말도 하기 싫어요?"
"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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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잘못했는지 말해주면 안돼요?"
결국 본부장님이 집 앞에 찾아왔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알아야 사과를 하죠. 뭐때문에 그렇게 기분이 나빠요.."
괜히 자존심 부리다가 쓸데없이 서로 기분 상하고 본부장님도 신경쓰이게 만든 것 같고..
또 먼저 손 내밀어주는 본부장님에 울컥해서 눈물이 날 것 같길래 입술을 앙 다물고 참아본다.
[암호닉]
〈
감쟈 / 하저씨골쥐 / 지그미 / 츄얼 / 존설 / 마카롱 / 자몽 / 꿀떡 / 밍밍 / 둠칫 / 고구려망고 / 곤지지 / 맹고링고 / 삐빅 / 샬뀨 / 썬 / 꼬모 / 복슝 / 스완 / 밍꾸 / 김밥 / 숲 / 뚜뉴 / 힝구 / 하늘 / 까악 / 쭈브 / 오즈으 / 밤바다 / 빼슈 / 태태태 / 우롱차 / 스누피 / 쌤 / 슝슝 / 와사비 / 불닭마요 / 헬로키티 / 두부 / 라넷 / 써누 / 비비 /데자와 / 연노랑 / 떡보끼 / 시카고걸 / 묘링 / 리링 / 몽글 / 바두리 / 몰바 / 밀바엔 / 동댕 / 크헿 / 라넷 / 라미 / 동동이 / 잉스 / 올리브 / 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