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지주의
*인물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아래 링크 참조
http://www.instiz.net/name_enter?no=41499898&page=1&category=17&k=
*꼭 링크를 타고 들어가 BGM을 들으면서 봐 주세요! BGM에 따라 글의 분위기도 달라지니까요~
BGM. 초콜릿 - 볼빨간 사춘기
( https://www.youtube.com/watch?v=HFB-HeRaTio )
"야, 일어나봐."
누가 그러던데.
"그 새끼들 정보 가져왔으니까 밤을 새든 뭘하든 다 머릿속에 집어넣어."
경찰, 그보다 더 멋진 직업이 어디있냐고.
대한민국 남자가 경찰쯤 되면 신분증 내밀 맛 제대로 나겠다고.
"앞으로 세 달이다. 세 달 안에 못잡으면 너 경찰 인생이고 뭐고 순경에서 그냥 끝나는거야 임마."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게 왜 이 팀에 지원은 왜 한거냐 빽도 좋은 놈이."
청년 사기 전담 특수팀.
이 팀만 피한다면.
사기단 VS 특수팀
w. 별밤
01
"형, 기사 봤어요? 청년 사기 전담 특수팀 만들어진거. 와 진짜 솔직히 말이 청년 사기 전담 특수팀이지 이거 완전 대놓고 우리한테 선전포고 하는거 아니에요?"
"그렇지. 이제 그럴 자격도 갖췄겠다, 마음 놓고 추격하겠다 이거지."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된건지 태연하게 대답하는 남준과 아예 들은 체도 안하는 윤기를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내려다보다가 지민과 눈이 마주치자 뭘 봐, 하는 입모양새가 초딩스럽기 짝이 없다.
김석진이 선전 포고를 했다고, 감히. 노트북 자판만 의미없이 두드리고 앉았나 했더니 윤기의 눈빛도 꽤나 예사롭지 않은 듯 하다. 곧 뚫겠다.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그 특수팀 경찰들 모든 신상 정보.
"김석진, 정호석, 전정국. 겨우 세 명, 그것도 한 놈은 순경? 누굴 물로 보나."
빙고. 찾았다.
김석진이야 원래 모르던 사이도 아니고,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놈이니 패스하고 보는데 나머지 두 놈도 얼굴이 꽤나 반반하다. 요즘 경찰 얼굴 보고 뽑나. 이 정도 말끔하게 생겼으면 사기꾼에 딱인데. 아쉽다, 특히 순경이라는 저 어린 놈.
지금 하던 일 끝나면 경찰이나 한 번 털어볼까. 그들 사이에 농담이란 없었다. 어차피 지민에 의해 의도가 다 들킬 것이 뻔했기에. 그러니까, 진담이다. 무책임하게 내던져진 리더의 우스갯소리도, 웃으며 끄덕이는 그들도. 도전장을 내민 이들을 굳이 무시할 이유야 없었다. 갓 자라나기 시작한 중소기업부터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까지 안 털어본 곳이 없는 그들이 경찰이라고 무서워 숨을 리가 없었다. 경찰 쪽에서도 이들이 미끼를 물고 뭍 위로 올라와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고, 그것이 미끼인지 맛있는 먹이인지는 겪어봐야 아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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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글쎄 약속을 미리 하셨어도 이사님 오시기 전에는 못들어가세요."
태형이 예쁘게 웃자 지민이 툭친다. 이미 반쯤 넘어왔다. 나이스 타이밍.
"알겠어요 그럼 기다릴게요. 근데 누나."
누가 봐도 거의 이모뻘 같은데도 누나라는 말에 좋은 티를 못숨기고 네? 하고 대답하는 꼴이 웃겨 피식, 하고 웃고는 어깨를 잡고 눈을 마주한다. 운이 좋다. 주위를 따뜻하게 하고 시선을 집중시켜줄 라이터도 필요 없는 상대. 최면에 걸기 최고로 쉬운 단계의 사람이다.
혹시 제 눈 한 번만 봐주실래요? 뭐가 들어간 것 같아서. 누나 피곤하죠 지금? 눈커풀이 무거운거 같은데. 어? 눈 감기는거 아니에요? 좀 쉬어요. 나 왔어요, 지연씨. 손님들은 내가 불렀어.
동공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낮은 목소리로 몇 번 속삭이자 뭐에 홀린 듯 저가 모시는 이사인줄 알고 자리로 돌아가 앉는 여자에게 끝까지 시선을 떼지 않고는 사장실에 발을 들인다. 들어서자 마자 노트북을 열고는 CCTV를 전원 차단시키고, 기록을 지우는 윤기를 힐끗 본 남준이 의자에 앉더니 책상 위에서 보내둔 서류를 찾아 미리 똑같이 파 둔 인장을 찍고, 태형은 그 새 이사가 회사 자금에서 빼돌린 돈을 모아놓은 통장을 챙긴다. 남준을 제외한 세 사람이 이사실과 연결되어있는 비서실로 들어가 몸을 숨기자마자 거래처 사람들이 들어온다. 불법 계약인만큼 많아봤자 두 사람이었다. 남준이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며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계약서와 함께 계좌가 적힌 명함을 내밀자 상대편도 빠른 거래가 마음에 들었는지 확인해보고 바로 돈을 넣어주겠단다. 아무리 불법에 비밀 계약 이라지만 억대가 오가는 판에 이렇게 쉬울 수가 있나 싶어 생글생글 웃으며 지켜보던 지민이 금세 윤기에게 다가가 툭툭 친다. 전방 100M 안이야. 들려 지금.
"그럼 다음에 또 뵙죠. 오늘은 제가 다음 스케줄이 있어서."
그들이 나가자마자 남준과 지민이 물건을 챙겨 나가고 태형이 그 뒤로 따라나가면서 직원의 최면을 풀자 비상 계단을 통해 미리 나와있던 윤기가 CCTV를 작동시킨다. 네 사람을 태운 차가 빠져나가자마자 주차를 하는 이사놈의 차에 태형이 신난듯 입꼬리가 내려갈 줄을 모른다. 은근 싸이코라니까. 나쁜 새끼긴 하지만 남의 등쳐먹고 저렇게 신나하다니. 그렇게 씹는 지민도 꽤나 하이텐션 이었다.
헐, 순경이다. 이름 뭐더라. 전정국인가?
조금 멍청한 목소리로 말하는 태형에 놀라 차가 급정지를 한다. 물론 태형의 멍청함에 놀란게 아니라 전정국이라는 이름에. 아, 왜! 억울하게 앞좌석에 머리를 박은 태형이 이마를 만지며 울상을 짓는데 정국의 시선은 이미 이 쪽으로 와있는 것 같다. 최면 걸어서 뭐라도 좀 알아내볼까? 어차피 초짠데.
윤기가 대답이 없다는 것은 무언의 허락임을 잘 아는 태형이 신나 차에서 내려 정국에게 곧바로 달려간다. 주머니 속의 라이터를 매만지며 다가오는 태형에 석진이 참고하라며 보여줬던 사진을 떠올리며 어? 하는 정국의 눈 앞에는 어느새 불이 붙은 라이터가 있었다.
경찰 아저씨. 제 말 좀 들어주세요. 제 목소리 들어봐요. 제가 방금 사기를 치고 왔거든요. 보다시피 너무 잘생기게 태어나는 바람에, 잘생긴 것도 죄에요? 아, 잠깐만 여기 앉아봐요. 물어볼게 좀 있어서요.
라이터 불에 시선을 집중 시키고 목소리를 낮게 까는데 어째 뭔가 이상하다. 이 놈, 눈을 보잖아. 불이 아니라. 덕분에 당황한 태형이 눈을 피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자 오히려 홀린 쪽은 태형같았다. 뭔가 싶어 둘을 지켜보던 지민이 정국의 마음을 읽고 얼른 태형을 끌고 돌아오지 않았으면 잡혀갔을거다. 전쟁이고 뭐고 시작도 하기 전에. 급하게 차에 태우고 태형을 다그치려 얼굴을 보는데 어라? 울고있잖아 얘. 여전히 정신을 못차린건지 초점도 없이 울기나 하는 태형을 보고있자니 기가 차다. 어, 이 사람 최면건다던 그 사기꾼 아닌가. 얼굴을 보자마자 그런 생각을 하던 정국을 다시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한데. 울긴 왜 울어. 겁나 예쁘게 생겼네. 남자인건 둘째치고 지가 잡아야하는 범인을 상대로 저딴 생각이나 하고있는 그 순경놈도 딱히 제정신은 아니다만.
"이 앞에 내려줘. 바람 좀 쐬게. 늦을거야."
그 말 많던 김태형이 조용하자 이상하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어색해질려는 찰나에 드디어 입을 여나 싶더니 내려달란다. 이 타이밍에, 저 말투로 늦을거라는 말은 곧 나 고독하게 한 잔 걸치겠다 그런 말인게 뻔하다. 하루도 빠짐없이 투닥거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친구라고 고독한 모습은 못보겠는지 따라 내리려는 지민을 막은 건 윤기였다. 내버려둬. 쟤 원래 가끔 저러잖아. 혼자 두는게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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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 안춥냐?"
"아, 잠시 뭐 생각 좀 한다고."
"너무 생각하지마. 그 놈들 생각대로 잡히는 놈들 아니야."
"전부터 궁금했는데 대체 왜 사기꾼 놈들을 특수팀까지 만들어서 잡고 있는겁니까? 살인범이나 강간범 잡기도 바쁜데."
"워낙 스케일이 크니까. 곧 지들도 털릴까 싶어 겁나나보지."
""
"왜, 겁나냐. 너네 집도 털릴까봐?"
"아뇨 그게 아니라, 그 최면술 쓴다는 김태형 말입니다. 사진빨 안받는 편입니까?"
"뭔소리야, 또."
태형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갈 생각을 안했다. 어차피 익혀야 할 얼굴, 계속 생각나면 좋은건가. 사기꾼으로 살기에는 아까운 얼굴이었다. 예쁘다고 할 정도로 지나치게 미적인 얼굴은 한눈에 봐도 잘생김이 가득했다. 잘생긴 사람 한 둘 보나. 당장 경위님만 봐도 한 얼굴 하는데. 근데 이상한 점은 자꾸 뭔가 밟힌다는 것이었다. 굉장히 찝찝한 기분. 뭔가 굉장한게 생각나려다 만 듯한 기분 나쁜 찝찝함 같은거.
한 대 필래? 내밀어진 담배에 정국은 고개를 저었다. 사회 생활을 위한 술을 제외하고 몸에 안좋은 것은 왠만하면 피하고 보는 성격이었다. 호석은 생긴거와 달리 꼴초로 유명했다. 대부분의 형사가 담배를 입에 달고 살지만 순하게 생겨서 그런가 어쩐지 호석과 담배는 아이러니한 조합이었다.
"얼굴로든 실력으로든 사기로 사람 등쳐먹고 살기 아깝긴 하지."
"네?"
"네 명이 전부 아까운 인재야. 대한민국이 그 대단한 천재들을 사기나 치고 있도록 두고 있는게 미친거라고."
"그 사람들이 그렇게 대단합니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오는 정국이 귀여워 피식 웃자 담배 연기가 뿌옇게 시야를 흐린다.
민윤기는 미국에서 살다 온 천재 해컨데, 화이트 해커로 교육시켜서 제대로 써먹었으면 아마 그 놈 이길 놈이 없었을걸. 김남준은 김석진 경위님이랑 같은 경찰대 출신에 김태형은 최면술로 날고 기는 놈이야. 김태형은 얼굴이 제일 아깝지. 독심술로는 박지민만한 능력자가 없고. 독심술이 아니라 거의 초능력 수준. 박지민 빼고는 다들 경제력이 아쉽긴 한데, 실력이 커버쳐주니까 한 때는 다들 데려가려고 애를 썼어. 왜 사기꾼이 된건지 모르겠네.
멍하니 호석의 말을 듣고있다보니 어느새 끝을 맺는 생각은 김태형 이름 달랑 하나였다. 그의 생각을 떨치려 고개를 두어번 젓자, 정신이 조금 맑아지는 것도 같다. 적당히 피다 들어오십시오. 날이 춥습니다. 호석에게 걱정섞인 말을 건네고는 안으로 들어오자 석진이 의자에 기대 한창 잠들어있는 참이다. 소파 위에서 담요를 가져와 덮어주고는 의자 소리가 나지 않게 조용히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연다.
4인조 청년 사기단. 처음 켜보는 회사 노트북으로 기껏 검색한다는게 또 그들에 관한거라니. 괜히 형사인 것이 실감나는 기분에 혼자 베시시 웃다가 뒤척이는 석진에 흠칫 놀라 정색을 하고 화면을 본다. 아무래도 공식화 되기 힘든 비리들만 골라서 터는 탓인지 인터넷에는 별로 시덥잖은 정보뿐이었다. 하긴, 이름도 비공개인 상태에서 국민들이 알긴 뭘 알까. 그러고보면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기도 여간 답답한게 아니겠다 싶었다. 찔리는게 많은 윗대가리들이 죽어라 막고 안놓아주는 정보들이 수천개는 될거다. 당장 겨우 사기꾼 네 명이 터는 정보들부터 숨기기 급급해서 공개 수배도 못하는 판국에 수천개가 왠 말인가, 수억개는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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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가 넘어서도 열리지 않는 대문을 내려다보다가 창문을 닫았다. 제가 언제부터 이렇게 누군가를 기다려주는 사람이었다고 이러나 싶어 헛웃음을 짓다가 침대에 벌러덩 눕는다. 하여간, 손 많이 가는 놈. 윤기고 남준이고 다들 태형을 처음 소개할 때 가끔 짐처럼 느껴져도 나름 에이스라고 한 이유는 일주일도 안되서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벌써 2년 전인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나름 살가웠던 것 같은데.
박지민? 내 마음도 읽고 있나? 나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맞춰봐.
웃으며 내밀어진 손을 잡지 않았던 것은 그의 마음이 읽어지지 않는 것에 놀라서였다. 꽤나 자존심이 쎈 편인지 그거 하나 가지고 그 때부터 삐져서는 저만 보면 으르렁대는 탓에 덩달아 으르렁 대기는 했지만 미운 구석은 딱히 없는 애였다. 워낙 활기찬 성격이기도 했고, 생글생글 잘 웃어 어딜가도 예쁨을 많이 받는 쪽이었지만 사람의 모난 부분을 먼저 보는 지민의 안좋은 버릇에도 불구하고 유독 밉지가 않았다. 애초에 사랑받을 운명을 가득 안고 태어난 주제에 왜 사랑 못받을 일을 시작한건지 이해가 안갔는데, 지내다보니 사랑이 너무 넘쳐서 이런 일을 택했나 싶더라.
아는지 모르겠지만 지민은 유독 태형에게 유한 모습을 보였다. 넌 돈도 많으면서 왜 사서 고생해. 순진하게 물어온 날에는 숨김없이 말한 적도 있었다. 모든 걸 듣고도 태형은 그저 평소와 같았고, 윤기에게조차 무엇 하나 말하지 않음에 신기했었는데, 그만큼 태형도 숨기고 있는게 많은 건 아닐까.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 새벽은 한없이 길었다. 아침이 다 되서야 몸도 제대로 못가누는건지 큰 소리를 내며 전부를 깨운 덕에 지민 혼자 태형을 기다리다가 밤을 꼴딱 샌 생색도 못내게 했다.
"아, 미안요. 너무 시끄러웠죠."
헤헤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이는게 왠일로 술취한 김태형이 멀쩡해보이나 싶더니 얼마 가지 못해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워 잔다. 당연히 눈길도 주지 않고 도로 방에 들어가는 윤기덕에 남준과 지민이 세상에 있는 욕은 다 하며 침대로 옮겨놓고는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술 퍼마시도록 내버려두라고 한 건 민윤긴데 왜 고생은 우리가 해야되는건데. 소파에 몸을 기대며 투덜대는 지민에 남준이 한 번 흘깃 보고는 말 할 기운도 없다는 듯 지민의 다리를 베개삼아 드러눕는다.
"30분만."
이젠 너무 편해서 탈이지. 차라리 지민을 어렵게 볼 때가 나았다. 적어도 이렇게 부려먹지는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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