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
written SOW.
자그마한 새가 소리쳤다. 그가 돌아왔노라고. 숲 전체에 울려퍼지고 나서야 새들은 바삐 움직였다. 잡히면, 죽는다.
잡히지 않아도, 죽을껄.
나뭇잎 한 장 마저도 불태워버린 악마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숲에서 아이를 발견했다. 수많은 희생을 낳고서야 낳아진 아이.
드디어, 내게로 와주었구나.
나의 아이야.
35. 악마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인간의 음식을 즐겨하지 않던 태형이 여주의 방에 놓여져 있던 음료수를 천천히 들어 제 눈높이에 맞추었다. 찰랑 거리며 무게를 실감케 하던
음료수는 곧 태형이 손을 핌과 동시에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 음료수가 담겨져 있던 페트병에 금이 가고 그 틈새로 음료수가 흘렀다.
그리고 그 음료수가 바닥에 닿자마자 하얀 연기로 증발했다. 평범한 음료가 아니었다. 어떠한 화학 약품을 들이부은 그런 음료였다.
"김석진하고, 박지민 불러. 지금 당장."
그 연기를 바라보던 태형이 제 뒤를 지키던 정국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정국은 비정상적으로 크게 연기가 피어오르는 음료수를 바라 보다 가도
곧 고개를 끄덕이며 석진과 지민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 거실로 달려갔다. 씨발. 축제에 나가고 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여주에게 위협이 찾아왔다.
자객 같은 조무래기들이 숨어 든다 던가, 또는 드레스와 같은 여주의 흥밋 거리로 해를 끼치려 들기도 했다. 실제로 여주는 일주일 전 구두에 있는 독에
중독되어 한동안 걸어 다니지도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 일터.
"석진님은 지금 천상계에 무슨 볼 일이 있다고 하셨고, 지민님은 바로 오시겠답니다."
정국에게 부탁했지만 정국이 여주의 부재에 많이 놀란 것 같았다. 정국 대신 집사가 와 태형에게 급히 고했다. 태형은 알겠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젓곤
여주의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내가 너를 창조한 것이, 그렇게 잘못 된거니. 그 누구도 듣지 못할 쓸쓸한 독백이 가득 찼다. 태형은 언제나 여주의 부재에
힘들어했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태형이 여주에게 의지하는 것은 꽤나 많았다. 거의 삶의 일부라고 할 수 있었다.
하던 일을 다 접곤 마법진을 순식간에 그려낸 지민은 여주의 방에서 뚝뚝 눈물을 흘리고 있는 태형에 입을 틀어 막았다. 악마가 ‥ 눈물을 흘린다고?
지민이 태형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예전과 다른 태형의 분위기에 입을 틀어 막은 손을 내려 다시 태형을 바라보았다. 날개도, 몸도. 모두 선명하지 않았다.
반투명한 몸.
"야, 너 대체 뭐야."
"‥."
"뭐냐고!"
악마. 그것도 대악마인 태형에게 저런 증후가 보인다는 것은 최후의 순간이 다가온다는 것을 뜻했다. 아직 석진 만큼 살지도 않은 태형에게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딱 하나의 이유 때문일 것이 분명했다.
"네 심장, 어디 있어."
"‥."
"설마 너, 不死 불사를 포기한다는 게 ‥."
"여주 좀 찾아줘."
"네 심장으로 여주를 만든 거였어?"
반투명한 태형의 몸에서 유난히 태형의 심장 부근만 텅 비어있었다.
36. 숨을 잃은 마왕, 그리고 그의 숨을 찾아주게 된 아이.
딱딱한 바닥을 짚고 일어 나려던 여주는 제 발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짧은 신음을 내뱉으며 다시 주저앉았다. 지금의 상황을 태형의 언어를 빌려 표현해보자면,
좆같았다. 인간계의 음료라며 그 음료를 소개해주던 아이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벌컥 마셔 버리는 게 아니었는데.
무슨 약을 넣은 건지 속이 다 뒤집힌 것 같았다. 장기 내부라기 보단 심장 부근을 누군가 칼로 후비는 듯한 통증에 여주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눈물을 흘려 댔다.
지금 이 상황에 자신이 부를 수 있는 이름은 오직 태형이었는데, 아무리 태형이라도 마왕의 성까지 뒤집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아, 정신 차렸나 보네."
"누구 ‥."
"김남준 사촌이야."
"네?"
"마왕이라고 소개하는 게 더 빠르려나."
여주의 등 뒤로 소름이 끼쳤다. 삼촌의 사촌이라니. 그런 사람이 대체 왜 ‥ 나를? 여주가 통증이 심해져 오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힘겹게 마왕을 바라보았다.
그는 현인 이라기 보단 정말 惡악에 가까웠다. 그의 속에 얼마나 짙은 악이 뭉쳐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원한이 보통이 아님은 짐작할 수 있었다.
여주가 자신을 눈물 고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자 마왕은 한 쪽 입꼬리를 올려 씨익 웃었다. 김태형이 그렇게 싸고 돌던 너도, 곧 죽겠구나. 그리고 네가 죽으면,
김태형도 죽겠지.
"왜, 왜 이러는 거에요."
여주의 발 끝부터 공포가 차올랐다. 서서히, 조금씩 차오르던 공포가 곧 목에서 찰랑 였다. 자신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한다는 건, 태형에게도 어느 정도 해를
끼치려 한다는 것이 분명했다. 여주는 감옥 문을 여는 마왕에 뒤로 서서히 물러났으나 좁은 감옥 벽에 부딪히곤 곧 고여있던 눈물을 한 방울 떨어뜨렸다.
내가 죽으면, 태형이 많이 힘들어 할 텐데.
서서히 눈을 감은 여주가 곧 제 숨이 끊기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음에 다시 눈을 떴다. 죽인다고 하지 않았어요?
"내가? 널?"
"‥."
"내가 너에게서 얻고자 하는 건 단 하나야. 너의 피."
"‥네?"
"네 피가 있으면, 민윤기를 소환 할 수 있거든."
"민윤기?"
"아, 넌 박지민이 기억을 지워서 기억을 못하겠구나."
마왕의 말에 심장에서 느껴지는 고통마저 잊은 채 여주가 멍하니 한 곳을 응시하며 민윤기라는 이름을 되새겼다. 제 기억에 민윤기라는 이름은 존재하지 않는데.
이 사람은 대체 나한테서 뭘 얻으려 하는 거야.
"지금 무슨 말 하시는지 모르겠거든요?"
"너 어떤 꼬마가 준 거 먹고 지금 이렇게 아프다고 생각하나 본 데, 그거 큰 오해다."
"‥."
"네가 심장이 아픈 건, 그게 네 심장이 아니 여서 그런 거야. 그 음료는 평범한 음료거든. 자신의 신체에서 다른 신체가 들어왔을 때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그런 약을 좀 넣은 것 뿐이야."
"내 심장이 아니라는 게, 무슨 말 ‥!"
"일단, 난 네 피 좀 가져갈게. 좀 아플 거야. 평범한 방식으론 신선도가 유지 되질 않아서."
마왕은 작은 단도를 꺼내들더니 병을 깨부수곤 그 병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단도에 흡수 시켰다. 그리곤 여주의 살을 살짝 베어냈다.
고통이야 태형의 곁에 있으면서 겪을 만큼 겪어서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아렸다. 여주는 아파오는 심장 부근을 움켜쥐며 그대로 쓰러졌다.
37. 날개, 권태, 그리고 암살 (1)
윤기는 분명 하교하는 중이었다.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제게 치대오는 호석에게 억지 웃음을 짓고, 집에 들어가면 여주가 있던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방금도 곧장 여주의 방으로 향하려던 참이었다. 갑자기 밑에 큰 구멍이 생기면서 그곳으로 빠지기 전까진.
지독한 냄새가 윤기의 코로 스며들었고 윤기는 숨을 쉬지 못해 컥컥 댔다. 벽을 짚곤 숨을 들이 마시려던 찰라 윤기의 눈에 포착된 것은
자신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 여주였다.
"너!"
"그 쪽이 민윤기?"
윤기의 입이 다물렸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는 듯한 태도에 아까보다 더 숨이 턱 막혀오는 느낌이었다. 김여주가, 나를 … 잊었다.
사실 태형이 언질을 조금 주긴 했었다. 아무래도 네 기억을 지우는 것보단 여주 기억을 지우는 것이 낫겠다고 말이다.
지웠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직접 마주하니 당황스러운 건 아마 김여주가 다시 날 만나면 기뻐해 줄거라고 기대 해서 인가.
"그 쪽이 대체 뭔데 날 이렇게 만들어요?"
"어?"
"아, 죄송해요. 좀 말이 날카롭게 나갔네요. 그러니까, 그 쪽이 마왕한테 대체 무슨 존재냐고 묻는 거에요."
마왕? 그게 뭔데 갑자기 나한테 이러는 거야. 여주의 말에 경직된 윤기가 입을 다물고만 있자 여주는 고개를 돌리곤 다시 잠을 청했다.
죽느냐 사느냐. 어차피 자신이 여기서 애써봤자 헛수고 일 것이 뻔하니 졸리면 잔다는 마인드 였다. 여주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자 윤기는
그제야 긴장을 풀곤 새근새근 잠에 든 여주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예전보다 달라진 거라곤 조금 야위었다는 것과, 더 성숙해졌다는 것?
"네가 민윤기?"
"요즘 나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네. 나 민윤기 맞는데, 왜요."
"만나서 반가워.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네?"
갑자기 다짜고짜 와선 반갑느니, 뭘 말한다느니. 당황한 윤기가 제 앞에 철창을 사이에 두고 여유롭게 말을 잇는 남자를 보곤 다시 입을 다물었다.
알 수 없는 위압감이 윤기의 혀를 잡아 끄는 듯 했다. 태형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한 느낌이었다.
"곧, 네 엄마가 올 거야."
"엄마? 그게 무슨 개소리에요."
"인간계에 있는 널 입양한 엄마 말고, 널 낳은 친엄마 말이야."
태형이 제게 잡종이라고 말한 그 순간부터. 아니, 자신의 머리가 처음부터 금발이었다는 것부터 자산이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다만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을 뿐. 하지만 그 진실을, 잔인하디 잔인한 현실을 처음 보는 남자의 입을 통해 듣는 취미 따윈 없었다.
윤기가 언짢은 기색을 그대로 내비치며 마왕을 쏘아보았다. 그런 윤기의 모습을 보며 가소롭다는 듯이 웃은 마왕은 고고히 말했다.
"아들이 왔다는 데, 엄마가 오는 게 당연하지."
"씨발."
"저기 있는 아가씨 말이야. 너에 대해 잊었어. 이미 알고는 있겠지만."
"어쩌라는 ㄱ ‥."
"너에겐 좋은 찬스 아니야?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거잖아. 너 저 소녀 좋아 하는 거 아니었어?"
"그걸 그 쪽이 어떻게,"
"이래 봬도, 내가 마왕이거든."
마왕의 말에 윤기는 눈을 두어번 깜빡였다. 순식간에 공기가 건조해진 기분이었다. 감옥에서 편히 자는 여주를 보면 자신이 아는 여주는 맞는 것 같은데,
아마 여주는 처음 보는 자신의 얼굴에 혼란스러워 할 수 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어찌보면 윤기에겐 기회였다.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마왕이라 함은 마계의 왕. 아무리 태형이라한들 쉽게 여주를 데려갈 수 없으리라.
그리고 윤기는, 철저한 기회 주의자 였다.
.
.
.
.
.
.
아이고 이것도 정말 오랜만이구만유. 원래 저의 일정대로라면 당연히 디마보 막편을 가져왔어야 했는데 다 날아갔....심지어.....거의 다 썼....(눈물)
그래서 완결까지 다 구성을 끝내놓은 악마와 아이의 일상을 데려왔으여! 그리고 여러분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2차 암호닉을 받을까 합니다!
마지막 암호닉이구여! 암호닉분들ㅇㅔ게는 번외텍파만 나갈예정입니다! 그리고 번외를 여러분이 투표해주시면 제가 그걸...! 열심히!!!!!!!!!
어쨌든 ㅎ항상 감사합니다... 2차 암호닉은 투표가 끝나는 2.11일까지만 받도록 하겠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