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태형은 잠에서 깸. 자신의 앞에 정국이 앉아있었고, 이게 꿈인가 싶었겠지. 태형은 기지개를 펴며 테이블위에 팔을 올려놓고는 턱을 괴어. 정국은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나지막히 말해. 정국의 그 특유한 무뚝뚝한 말투로. ‘ 나가자 ’ 라며. 태형은 어디로 가는 것인 지 모르고는 일단 정국을 따라나서. 영국의 시내 거리를 걷다 호수같은 곳 옆 산책로를 계속 걷는 것. 태형은 바람도 좋겠다, 기분도 좋겠다. 노래를 트는 것. 그렇게 분위기가 나는 둘의 공간이겠지. 잔디밭에 둘은 앉아서는 맥주 한 캔을 쥐어들어. 취기가 살짝 올라오니 서로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
“ 한국을 떠나 있으니까 그립기도 하더라구요. 다시 한국오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는 데, 오면 그동안 지켜왔던 게 다 무너질 것 같기도 해서 참았어요. 그런데 팀장님을 여기서 만나니까 쫌 다행인거 있죠. 한국이 아니라 영국이여서 얼마나 다행이에요. 나혼자 만들었던 약속을 어기지도 않고. 보고싶은 사람도 만날 수 있고. ”
“ 뭐가 무너질 것 같았는 데. ”
“ 형사님을 보는 거 ? ”
“ 그게 왜 무너지는 데. 그게 왜 약속인데. ”
“ 물론 형사님이 저랑 같은 마음일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저 혼자 만들어놓은 판이니까. ”
“ 만약 같은 마음이면. ”
“ 사실 그것도 두려웠어요. 혹시 같은 마음이면, 형사님을 더 곤란하게 하는 거니까. 다른 마음이면 형사님을 지켜보는 제가 힘들고, 같은 마음이면 웃긴 이 상황에 주인공이 된 그 쪽과 저 모두가 힘드니까 ? ”
“ 보고싶었어… ”
“ 이게 취해서 하는 말인지,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모르겠네.
그래서 좋아해야 할 지, 거짓말 하지말라며 가볍게 여겨야 할 지도 모르겠고. ”
정국은 태형의 머리에 손을 올려, 태형은 그런 정국에게 눈을 맞춰, 정국은 이내 태형의 머리를 몇 번 쓰담고는 평소와 다른 나긋한 말투로 말을 해. 그동안 잘 웃지않던 그의 얼굴에는 조금이나마 미소가 돌기도 하고.
“ 보고싶었어. 진심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