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丹
어둠이 내려앉은 밤이면 높은 건물과 건물 사이, 좁은 틈을 막고 있던 큰 철장 문이 열린다. 어두컴컴한 골목은 을씨년스러웠다. 그 사이를 밝히는 자그마한 등불조차도 없는 곳이었다. 좁은 길이 트이는 순간, 어둠이라고는 찾을 수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이상한 향들이 한데 섞인 공기를 들이마시면 아마, 출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장담한다. 넓게 트인 길목부터는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주로 바깥에다가는 붉은 등불을 달아놓기 때문에, 붉은 태양과 가까워진 것만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든다. 홍등가가 펼쳐진 것이었다. 등불 아래 달린 종은 바람이 불어오면 흔들리며 소리를 냈다. 그것은 누군가의 아우성 같기도 했다. 나는 그곳에서 태어났고, 그곳에서 자랐다.
태어나서 두 번, 나는 철창을 본 적이 있다. 처음 보았을 때의 기억은 꽤나 희미했다. 나는 내 나이를 정확히 알지 못했으니, 대략 의사소통이 가능하던 때였다고 하는 것이 알맞을 것이었다. 나는 철장 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나를 뒤따라온 언니가 나를 안고는 철창 문으로부터 도망쳤다. 친언니는 아니었으나, 내가 그녀를 따랐다는 것은 그 거리에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때 코끝에 스친 그녀의 향을 아직도 기억한다. 내가 있는 가게에서 꾸준히 피우던 향초의 향이었다. 그녀는 누가 볼 새라 부리나케 달렸고, 나는 영문도 모른 채로 그녀에게 안겨 있어야만 했다. 그녀의 붉은 치맛자락이 달리면서 내 발을 간질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는 맨발이었던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나는 그녀에게 문의 존재를 물었고 그녀는 그에 대한 대답을 회피한 채로 문과 가까워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나는 누구보다도 그녀를 가장 신뢰했으니, 의심할 여지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후로 문을 보게 된 기억은 흐릿하지 않으니 아마 최근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내게 철창 가까이 가지 말라던 그녀의 말은 잊은 지 오래였다. 그녀는 이미 죽었고, 나는 이제 그 사실마저도 까마득했기 때문이었다. 맨발은 아니었다. 신발을 신고 있었고, 나는 제대로 된 복장을 갖추고 있었다.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다. 거의 헐벗고 있는 그녀들보다 나을 것이 그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빌어먹을 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또다시 철창을 향해 스스로 걸음을 뗐다. 뒤늦게 알아차린 사실이었지만, 철창은 하나가 아닌 듯했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어도 이곳을 오가는 낯선 이들의 모습은커녕, 담배냄새나 술 냄새조차도 풍겨오지도 않았다. 그리고 들린 것은 큰 총소리였다. 그와 동시에 거리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어쩌면 내 청력에 문제가 생긴 것일 수도 있다는 착각이 들만큼이나 조용했다. 총소리는 내가 우두커니 서서 바라만 보고 있던 철창 너머에서 들려온 것이었다. 틈 사이로 보이는 것은 좁은 골목이었다. 그리곤 알아차렸다. 이곳은 출구도, 입구도 아닌 우리가 그렇게 입이 닳도록 말하던 ‘금단金丹’이라는 사실을.
금단金丹은 아편 종류의 독물이었다. 마약과 독약, 설명은 그걸로 족했다. 나는 그 너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다. 아직도 귓가에서는 총소리가 멍멍하게 울리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상기시켜냈다. 겁을 먹었던 그녀의 얼굴, 나를 안고 뛰던 그녀의 숨소리까지도. 생각할 틈은 없었다. 나는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고, 몸을 돌린 후로는 내가 있던 가게로 달려 나갔다. 거리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도 없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숨은 턱 끝까지 차올랐고,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면 뒤에서 누군가 나를 향해 총구를 들이밀 것만 같았다. 모든 불이 암전된 채였다. 나는 굳게 잠긴 문을 주먹으로 연신 두드렸다. 아무도 없는 거리에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마담, 마담!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나는 내가 달려왔던 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문을 두드렸다. 그제야 문이 열렸다.
“얼른 들어와. 뭐하는 거야.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마담, 마담. 나 봤어, 나….”
“뭐를.”
내가 들어오자마자 마담은 다른 향이라도 새어 들어올까 걱정하는 듯 급하게 문을 닫았다. 철컥,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목구멍이 아렸다. 숨이 모자랐다. 내게서 돌아올 답이라도 기대하는 듯 마담이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대답하기를 포기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고개를 도리질 쳤다. 아무리 물어도 대답하지 않겠다는 표시로 입을 앙 다물었다. 아직도 가만히 서서 나를 응시하는 마담을 무시하고는 건물과 이어지는 허름한 주상복합 건물로 들어서는 복도로 걸음을 뗐다.
“몹쓸 년. 궁금하게 만들어 놓고는.”
뒤에서는 욕지기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욕뿐인 것이, 오늘은 수입이 좋았던 모양이었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아직도 눈앞이 어질어질했다. 흐릿한 시야 앞으로 강렬한 광명이 번쩍거렸다. 철창의 좁은 틈으로 마주친 두 눈이 반짝거렸다. 마치 맹수의 것처럼.
무작정 계단을 올라왔다. 옆이 뻥 뚫린 복도식으로 되어있는 건물 안은 바람이 몰아쳐야 맞으나, 평소와는 다르게 바람도 없이 조용했다. 폭풍전야 같기도 했다. 이따금씩 어디선가 총소리가 들려오기는 했지만, 오늘같이 가까이서 들려온 적은 없었다. 가슴팍에 달린 주머니를 더듬거렸다. 아참, 여기가 아니지. 바지에 작은 체인으로 연결된 호주머니가 내 허리춤에서 만져졌다. 호주머니에서 키를 꺼내들곤 열쇠구멍에 맞춰 넣었다. 쇠끼리 부딪히는 스산한 소리가 들려오고, 안에서 누가 문을 연 것처럼 문이 열렸다. 문이 고장 났기 때문이었다. 방 안으로 들어서서 끼익 소리를 내며 활짝 열린 문을 끌어다가 닫았다. 어찌나 문이 무거웠던지, 다시 바깥으로 튕겨져 나갈 뻔 했다. 오른손으로는 문고리를 힘껏 잡아당기고, 왼손으로는 문을 잠갔다. 그제야 나는 온몸에 힘이 풀리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것은 사실 작가가 돌아오고 싶어서 올리는 글.
더불어 짧게 공지도….
갑자기 끊어서 미안해요. 근데 이거 여기까지 밖에 안 썼어…….
불가항력 완결 내고 쓴 글인데 에라이 모르겠다하고 때려친 글임. 그래서 완성 안 될 가능성이 거의 98.9%
우선 저는 장편을 쓰고 있습니다.
진도가 빨리빨리 안 나가는 탓에(게을러서) 얼마 못 썼어요.
아무튼 최대한 빨리 쓰도록 노력할게요!
진짜 언제 다 쓰지.ㅠ
※이 글은 연재 글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