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국 - 봄 타나봐
(브금 선정에 도움을 주신 '독짜님' 님 감사합니다!)
시골이고, 봄입니다.
제 10화 : 여기는, 시골이고 봄입니다.
w.선샘미가좋마묘
"저, 진짜로 예뻐요? 응?"
"아이고마, 그러면 할무이 똥강아지가 안 예쁜데가 어딨노"
"아아니이- 솔직히! 객관적으로 봤을 때!"
말로 하면 입 아프다, 예쁘제. 일요일 아침부터 거울 앞에서 패션쇼를 벌이는 나, 오랜만에 꾸몄더니 왠지 어색한 듯한 기분이 들어서 거울 앞에서 몇 번을 왔다갔다 하고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인 나는 옷을 던져버릴까 싶었다. 그냥 나가지 말까! 하며 짜증을 내던 나는 결국 할머니의 쌍엄지를 확인하고는 마음에 든다는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제밤까지만 해도 택배가 오지를 않아서 울상을 짓던 나는 자기 전에 하늘에다가 대고 어떤 신이라도 좋으니 제발 택배 좀 오게 해주세요! 라고 간절히 빌었고, 결국 택배는 내가 눈을 뜨자마자 왔다. 엄마는 택배 한가득 예쁜 옷을과 갖가지 화장품을 보내 주셨고, 나는 기뻐 날뛰며 어떤 옷을 입어야할까 고민했었다. 지훈이는 어떤 옷을 예쁘다고 해줄까?
나 혼자서 지훈이의 반응을 상상하다가 얼굴을 가리고서 미친 사람처럼 웃어댔다. 몇 번의 고민 끝에 내가 집어 든 옷은 청순함의 대명사. 하얀 원피스에 베이지색 가디건을 골랐다. 할머니는 이제 됐나...? 라고 하시며 방으로 다시 들어가셨고, 나는 택배 상자에서 아직 꺼내지 않은 화장품들을 꺼내었다.
"이, 이렇게...?"
"아냐, 이렇게 바르는 건가?"
"아악…! 눈 찝혔어, 눈! 눈!"
혼자서 지랄 발광을 하며 화장품을 서투르게 바르자, 그나마 사람이 괜찮아 보이기는 했다. 화장이라니, 사실 어른들만 하는 건 줄 알았던 나였기에 어떻게 하는지조차도 몰랐다. 하지만, 나 김여주. 준비성 하나는 철저한 여자 되시겠다. 반에서 유일하게 화장을 할 줄 아는 수연이에게 가서 화장을 하는 법을 전수 받아 왔다.
선크림은 로션처럼 바르랬으니까 막 바르고, 아이브로우로 눈썹을 그리고… 음, 눈썹이 좀 진해진 것 같다. 면봉으로 살살 지우니 그나마 나은 것 같아서 스스로에게 칭찬을 하고는 요상하게 생긴 물건을 집어 들었다. 이름이 부러? 뷰러? 어, 맞아. 뷰러였다. 뷰러를 눈가에 가져다대고 화악-! 집었다가 눈을 잃어버릴 뻔 했다. 이거 아주 무서운 물건이구나.
뷰러는 내려놓고서 볼에다가 블러셔를 살살 칠했다. 좀 발그레해진 것 같기도 하고? 음, 괜찮다. 수연이가 아니었더라면 진하디 진한 아줌마 화장에 입술은 루주라가 됐을 게 뻔했지만, 수연이가 내게 세뇌교육을 시킨 덕에 그런 불상사는 피해갔다. 수연이가 말하기를…
"너, 아이라인 건드리지마! 괜히 초보자가 아이라인 건드렸다가 판다 되는 경우를 이 언니야가 아- 주! 많이 봤어요."
"그리고, 블러셔는 많이 칠한다고 좋은 게 아이다! 딱 한 번씩만 칠해라잉."
"마지막으로! 입술은 촉촉한 게 최고다. 촉촉하게 해라"
수연이의 조언에 감사하며 마지막으로 입술을 발랐다. 립밤처럼 생긴 걸 입술에 쓱쓱 칠하고 나서 머리를 좀 매만지니, 솔직히 내가 봐도 좀 괜찮았다. 이지훈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속으로 기대를 하며 옷과 함께 온 낮은 구두를 신었다. 이지훈이 10시까지 집 앞으로 나오랬으니까, 지금이면 되겠지? 하며 문을 열고 나가보니, 우리집 문 앞에는 이지훈이 서 있었다.
그것도 아주 멋있는 옷을 입고서 말이다.
"… …"
"지훈아, 나 왔어!"
"어, 오늘 치마…"
"어때?"
"예쁘다, 옷도 예쁘고 얼굴도 예뻐."
아, 저에게 몇 번이고 설렘에 설렘에 설렘을 안겨주는 이지훈을 어쩌면 좋을까요.
-
"아아아아, 놓지마. 야! 놓지 말라고!"
"귀청 떨어지긋다- 쉬잇"
"쉬잇? 쉬잇은 무슨! 야아… 지훈아, 내가 잘못했어… 놓지마!"
부산 전체를 뒤흔들 듯이 소리를 질러대는 내 모습이 창피해서 입을 다물어야지, 하다가도 정신없이 굴러가며 나를 내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향하게 만드는 바퀴들 덕분에 또 다시 입을 쩌억 벌리고 소리를 빽빽 질러대기 바빴다. 우리가 지금 어디냐고? 그건 바로 롤러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넓은 공원이다. 이지훈은 치마라서 걱정되긴 하지만 일단은 가보자며 버스에 올라탔고, 나는 그곳이 어딘지도 모른채로 이지훈을 따라갔다.
그런데 웬걸. 도착하고보니 이지훈이 말했던 곳은 롤러 스케이트장이었다. 싯팔… 욕이 절로 나왔지만, 지훈이의 앞에서는 애써 웃어보였다. 지훈이는 운동신경이 좋은 건지 아주 공원 전체를 미끄러지듯 옮겨다니는데, 그에반해 나는 아까부터 안전봉을 잡은 채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채로 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다 못한 지훈이는 내 양손을 잡고서 자기가 하는대로만 해 보라고 했고, 나는 아름답고 예쁘게만 보여야 할 첫 데이트에서 지훈이에게 소리를 빼액 질러대고 있는 것이었다. 창피하고, 짜증나는데 무서운 걸 어쩌라고…!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훈이는 연신 예쁘게 웃어보이며 나를 이리저리 끌고다녔다.
"너 진짜, 롤러 스케이트 벗기만 하면 죽여버릴거야."
"말 예쁘게 안 하제"
"예쁜 말이 나오게 만들어주던가! 으헝, 진짜 무섭단말이야…"
결국 지훈이는 내 징징거림을 듣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웃음을 지어보이더니 나를 근처의 의자에 앉혔다. 자리에 앉으니까 온 몸의 힘이 쭉- 빠지는 것 같다가도, 아까의 행동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며 얼굴이 빨개지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왜 이런데를 데려와서… 괜히 이지훈 탓도 하게 되고 말이다.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자니 미안한 마음이 스멀 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자기 나름대로 내가 좋아할 것 같으니까 데려온 걸텐데... 결국 나는 대충 벗어두었던 롤러 스케이트를 다시 신고, 지훈이가 있는 쪽으로 천천히 가기 시작했다. 으, 무서워.
눈을 질끈 감고서 천천히 발을 내딛기가 무섭게 앞으로 쭈욱 미끄러지는 롤러 스케이트 덕분에 다시 비명이 나올 뻔 했지만 입을 막고서 천천히 걸었다. 그러자 나를 쳐다보고 있던 지훈이는 활짝 웃어보이며 내 앞으로 다가왔다.
"와 다시왔노?"
"…그냥, 조금 미안하기도 하구..."
얼굴을 숙이며 대답하는 내 모습에 지훈이는 푸하하 웃음을 터뜨리더니 조금만 더 와보라며 내게 손짓을 했다. 1m정도 남은 거리기에 한 걸음이면 되겠지. 하고서 다시 한 번 발을 내딛어 지훈이에게 가까이 가자, 지훈이는 바로 앞에 있던 나의 손을 잡아 끌어 자신의 품에 가뒀다.
두근, 두근… 지훈아, 너 이거 롤러 스케이트 때문에 힘들어서 그런 거야. 아니면… 아니면.
"같이 있으니까 좋다."
그래, 나랑 있어서 이런거구나. 가까이서 느껴지는 섬유유연제 냄새가 지훈이 같았다.
포근하고 달큰하고… 숨을 가득 들이쉬면 봄과 함께 이지훈이 내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봄이었다.
-
"가시나, 그렇게 무서웠나."
"몰라 몰라. 너 이거 환장 트리오한테 말하지마! 걔네 분명히 5박 6일을 종일 놀릴걸?"
"그건 그렇제. 나만 알고 있어야겠다-"
"네 머릿속에서도 지워!"
공원 근처 편의점 앞. 따뜻한 봄볕 아래서 딸기 우유와 이온음료, 그리고 빵 몇개를 늘어놓고 먹기 시작하면, 지훈이는 내 입가에 묻은 빵가루를 제 손으로 살살 털어주고는 나를 보며 웃기 시작했다.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라서는 입술을 쭉 내밀고 불평을 하는 모습도 좋은 건지 실실 웃는데, 나도 웃음이 터져버렸다.
두 눈을 마주하고 웃는데, 갑자기 지훈이가 딸기 우유를 벌컥- 들이키더니 입가를 살짝 닦아내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갑자기 진지하게 변한 지훈이의 모습에 뭐지? 하며 쳐다보자, 지훈이는 의자를 가까이 당겨 앉으며 내 양 뺨을 잡았다. 긴장되는 듯 색색 내쉬는 숨 사이에 섞인 딸기향이 달았다.
"여주야. 내가 저번에 무슨 말 하려다가 글렀다 한 거, 기억나나"
"… 으응, 기억나지"
"그 얘기 오늘 할기다."
"… … "
"좋아해, 우리 사귀자. 내가 잘 해줄게"
달콤한 봄 바람이 살랑 불어오고,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훈이가 마셨던 딸기 우유 때문인 건지, 서투르게 구사하는 지훈이의 서울말투 덕분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훈이가 말하는 모든 단어가 달콤 새큰한 딸기였고 우리 두 사람의 사이는 드디어 꽃이 핀 봄이었다.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지훈이는 딸기 향이 가득한 저의 입술을 내 입술에 가져다 대었다. 아, 수연아. 네가 그랬지, 입술은 촉촉함이 생명이라고. 그래- 맞는 말 같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눈을 살짝 감으니 내 안에 있떤 또 다른 꽃과 봄이 만개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지금 너와 내가 있는 이곳은. 시골이고, 봄입니다.
*지훈이가 입고 나온 옷은?* |
사복 장인 이지훈 선생. |
매번 읽어주시고 좋은 말씀 해 주시는 독자님들의 눈동자에, 치얼쓰- ^ㅁ^
아 그리구 학샘미들 혹시 찌통 좋아해요...? 사실 찌통을 잘 못쓰는 사람이지만 써보려고하거든여...(+와이파이 엿먹어라ㅠㅠㅠ)
여기 감히 어디라고 농이 아냐, 사담의 매력에 대한 사실을 고한다. |
꺄아아아 시즌 1이 완결났습니다! 후다닥 난 느낌이 들지만, 봐주시는 분들은 그런 기분이 아니게쬬?딱 두 사람이 사귀기 시작하고 멈추니까, 얼마나 답답하게요? 하하. (오늘 편에 화장을 잘 못한다는 그런 뉘앙스의 말이 응? 싶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다시 말씀드려요, 이 글의 배경은 1990~2000년대 입니다! 사실 확실한 년도는 안 정함...) 이제 수요일날 단편 올리고 나면 저는 잠시 2주동안 새로운 반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어요... 아마도! 아마도입니다. 왜냐면 저번에도 이래놓고 금방왔잖아여.'ㅂ'... 튼! 이제 시즌 2가 연재 될 동안에는 리얼 봄에 연재가 되겠네여. 도키도키!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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