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킴 - 이쁘다니까
시골이고, 봄입니다.
제 6화 : 예쁘다니까
w.선샘미가좋마묘
"마, 김여주 니는 뭔 얼굴이 호빵 맹키로 부었나-"
"찬호야. 인생 마감하고싶어?"
"못생긴 가시나"
"머리털 다 뽑아버린다. 슬픈 영화 봤다고 내가 몇 번을 말해!!!"
아침부터 내 성질을 박박 긁어주시는 박찬호 덕분에 씨익거리며 교실에 들어섰다. 원체 얼굴이 붓지 않는 타입인 나지만, 어제는 할머니와 함게 티비에서 해 주는 슬픈 영화를 봤던 게 문제였다. 주연 배우들도 모두 연기력이 좋은 배우들이었기에 나는 눈물 콧물을 모두 빼냈다. 나도 나 못생긴 거 알거든… 장난이라는 것 쯤은 모두 알지만, 평소에도 얼굴에 자신이 있던 편이 아니었던 나는 오늘따라 왠지 못생겼다는 말이 쿡쿡 박혀왔다. 약간은 기운이 빠진 채로 자리에 앉았다.
"… …"
내 옆에 있던 이지훈이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무슨 할 말 있어? 내 질문에도 이지훈은 내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젓기만 했다. 할 일은 하지도 않고, 내 얼굴만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게, 꼭 할 말이 있는 사람같은데… 내가 쳐다보기만 하면 다시 고개를 돌려 버리고, 할 말이 있냐고 물어봐도 절레 절레. 답답하기까지 한 이지훈의 태도에 아까부터 머릿속으로는 이게 무슨 상황인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너도 내가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중인 거니? 하는 삐딱한 말이 나올까봐 입을 꾹 다물었다.
이지훈이 준 사탕도 아주 잘 먹었고, 주말에는 서로 아무런 연락 없이 잘 지냈고, 날씨도 점점 풀리는 게 딱 좋고, 하늘도 맑은데, 왜 이지훈 혼자서만 저렇게 주변에 먹구름을 잔뜩 데리고서는 나를 꾸물텅하게 쳐다보는 걸까. 도통 알 수가 없는 이지훈의 생각에 그냥 관심을 끄기로 했다. 그래, 계속 쳐다봐라 이 자식아. 이 와중에 나를 쳐다보는 얼굴이 참 예쁘다.
"…여주야."
"왜, 이번에는 왜 쳐다보는지 말해 줄 거야?"
"오늘 방과후에 시간 있나."
1교시가 시작되었는데도 들어오시지 않는 국어 선생님 덕분에 나는 책상에 엎드렸고, 눈을 감고선 몇 분을 있었는데 이지훈이 드디어 입을 떼었다. 솔직히 무슨 이유로 나를 쳐다본 건지는 아주 궁금했지만, 아닌 척 하고는 새침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이지훈이 오늘 방과후 끝나고서 시간이 있냐고 물어온다. 예상 외의 질문에 나는 당황하다가도 고개를 작게 끄덕였고, 이지훈은 나를 보며 웃어 보였다.
때마침 국어 선생님이 늦어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며 교실로 들어오셨고, 이지훈은 작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국어책을 펼쳤다. 이지훈이 내게 한 데이트 신청같지 않은 데이트 신청은 그가 흥얼거리는 익숙한 노래인 박기영의 고백과 함께 불어 온, 예상 외의 봄바람이었다.
-
"종례 끝! 날씨 좋다고 어디 싸돌아 댕기지 말고 퍼뜩 집에 들어가라-"
"네에!"
학교가 끝났고, 나와 이지훈은 둘 다 청소 당번이 아니기에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어딜 가서 뭘 하려는 걸까. 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에 혼자 숨을 들이 쉬었다 내 쉬었다를 반복하고 있으면, 이지훈은 날씨도 좋은데 학교 근처의 냇가에 가자는 말을 했다. 기분 좋은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한 발짝, 두 발짝, 발을 맞춰 걷다보니 금세 도착한 냇가에서 이지훈은 잠시 어디 좀 갔다 오겠다며 냇가 앞의 잔디밭 비탈길에 자신의 가방을 내려놓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뜀박질을 하는 이지훈의 갈색 머리칼이 일정하게 흩날리고, 나는 이지훈의 뒷모습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주 추운 겨울이었던 것 같은데, 가디건 하나만 입어도 안 추울 정도네. 언제 이렇게 따뜻해 졌지. 이지훈의 가방 옆에 앉으며 작게 콧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비탈길 밑 냇가 앞에서는 노오란색 유치원복을 입은 꼬마 아이들이 줄을 지어 걸어가고 있었다. 나름대로 일자로 맞춘 줄은 삐뚤거렸고, 선생님을 따라서 삐약 삐약, 병아리-! 하며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들이 너무 귀여워서 혼자 웃고 있으면,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지훈이 서 있었다.
"아까 너 배고파하는 것 같아서, 사왔는데... 혹시 딸기 우유 싫어하나"
약간 숨이 찬 듯 작게 숨을 고르는 이지훈의 손에 들린 건 딸기 우유와, 소보로 빵이었다. 헉! 내가 제일 좋아하는 조합인데! 라며 눈에 불을 켜고서 이지훈의 손에 들린 딸기 우유와 빵을 손으로 잡는 나의 행동에 이지훈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웃어 재꼈다. …그래, 나 돼지다. 돼지.
이지훈은 그렇게나 먹고 싶었냐며 내게 딸기 우유와 소보로 빵을 건네주고는, 내 옆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는 자신이 입고 있던 가디건을 내 무릎에 덮어 줬다. 밑에 비탈길이다이가. 작게 중얼거리는 이지훈의 귀가 새빨갰다.
"그나저나, 오늘 왜 갑자기 놀자고 한 거야?"
"응? 아... 할 말이 있어서."
이지훈이 하려는 말이 뭘까. 하며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우유의 입구를 뜯으면, 주변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 그 아이들이 우리 옆의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아이들은 손을 흔들어주는 나를 보며 까르르 웃고는 내게 인사를 했고, 조금 크다 싶은 아이들은 우리 둘이 사귄다며 자기들끼리 몸을 베베 꼬고는 좋아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모두 귀엽고 예뻤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귀엽고 빵실하게 생긴 남자 아이는 인사를 하는 나를 보더니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뭐지? 하고 당황하는데, 그 아이는 큰 소리로 선샘님! 여기에 예쁜 누나가 있떠요! 라며 크게 소리쳤다. 이게 무슨 소리람, 하며 아이의 귀여운 말투에 실소를 터뜨리고는 아이의 이름표를 확인했다.
'연수 유치원 : 아낌반 부승관' 이름도 참 예쁘네. 라며 승관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승관이에게 빵을 조금 나눠주자, 승관이는 까르르 웃으며 감쨔합니다! 라고 대답했다. 사투리를 쓰지 않는 승관이를 보며 약간의 의문을 가지고 있으면, 승관이는 지훈이를 가리키며 근데 이 형아는 기뿌니가 안 좋은가바여! 라며 말했다. 고개를 돌려 확인한 지훈이의 표정은 자신의 말을 막은 승관이를 애증의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으음, 승관아. 누나가 당황한 것 같으니까 이만 갈까?"
"근데에, 승가니는 엄마한테 배웠써요! 예뿌고 착한누나한테는 잘 해주는 거라꾸!"
승관이의 행동을 저지하려 나타난 유치원 선생님은 나를 향해 웃어보이며 승관이를 데려가려고 하셨고, 승관이는 선생님을 막더니 작은 손으로 꼬물 꼬물 자신의 유치원 가방을 뒤적거렸다. 뭐지? 하며 잠시 기다리자, 승관이는 자신의 가방에서 작은 반지 사탕을 꺼냈다.
"뉴나! 쩌 형아는 이런거 안 주죠? 뜽가니는 이런것도 있능데!"
"승관아 고마워, 잘 먹을게. 근데 이 형아도 생각보다 잘해준다?"
"에이잉. 그래요? 그럼 어쩔 수 없따... 이제 갈게요! 빵 맛있게 먹게씁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는 유치원 선생님의 손을 잡고서 총총 뛰어가는 승관이의 뒷 모습을 바라봤다. 무슨 애기가 이렇게 친화력이 좋은 건지, 폭풍이 왔다간 것 같았다.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며 승관이가 준 사탕을 잡고 있으면 지훈이는 다시 하려던 말을 이어가려 했다.
딸기 우유를 한 모금 마시고, 지훈이를 쳐다보면 지훈이는 약하게 웃으며 오늘은 글렀다. 라고 말한 후에 내게 간질거리는 말을 내뱉었다. 너 예뻐. 갑작스러운 지훈이의 말에 당황해서는 눈을 굴리고 있으면, 지훈이는 아까 박찬호가 한 말도 그렇고, 나보고 네가 예쁘다고 하는 것도 그렇고, 너 스스로는 안 예쁘다고 생각 할까봐 해 주는 말이야. 라며 웃었다.
간질거리는 심장에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는 이지훈을 바라봤다. 거짓말, 그래도 기분은 좋네.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추는 장난스러운 한 마디를 건네었다. 내 대답에 이지훈은 그 다음말은, 다음번에. 라며 활짝 웃었고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모른채로 이지훈을 따라 웃었다.
바람이 간질거리는 봄에, 넌 예쁘다니까, 넌예뻐. 넌 생각보다 아주 예쁘다니까, 내 말 좀 믿어줘.
특별출연 |
연수 유치원 : 아낌반 부승관 |
본격 브금에 모든 걸 맡기는 글.(근데 브금 까먹고 안 올려서 다시 올림)
댓글 마다 전부 답장 드리지 못하는 점, 죄송합니다ㅠㅠ 선샘미가 고3이 되어서요ㅠㅠ
+갑작스런 신알신 투표에도 당황하지 않고 응해주신 40분 남짓의 독자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글이 한 번 날아가서 지금 왔어요...
네가 들어라, 사담 척! |
저번보다는 조금 빠르게 온 선샘미입니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셔서 넘 좋아요... 이번화는 많이 간질 간질하죠? 두 사람 좋와... 아주 좋와... 지훈이가 뭔 말을 하려고 했는지는 여주 빼고 다 알죠? 이건 비밀인데, 아직 나오지 않은 인물이 있답니다! 세븐틴 멤버 중에서요! 오늘 나온 것 같은 승관이같은 깜짝 엑스트라가 아닌, 약간 비중있는 역으로요! 그 멤버도 많이 사랑해주시길 바라면서, 저는 이만 갈게요! |
암호닉 |
꼬솜 / 은블리 / 댄싱머신 / 급식체 / 슨ㅍㅔ / 논쿱스 / 늘부 / 11023 / 민세 / 뿌야 / 빙구밍구 / 호시탐탐 / 쟈몽 / 호찡 / 도리도리 뚱찌빠찌뽀찌/ 사랑둥이 / 라넌큘러스 / 라이찬 / 1다다 / 호루 / 다라미 / 피카츄 / 만보네감귤 / 아이러부 / 한울제 / 전복이 / 학쨍 요정나라대빵 / 민규랑 / 베리소스윗 / 쿰블러썸 / 순둥 / 예징 / 귤콩 / 미역 / 서나 / 세포 / 합격 / 순수 / 꽃향기 지훈이 / 꽃신 / 사서함 공부해야지 / 내통장니꺼야 / 1123 / 사귀지 / 인절미 / 또르기 / 현현 / 예랑이 / 뀨룽 / 세봉둥이 / 보노보노 / 이지훈 오빠 / 3117 방울방울해 / 짱구 / 도리잼도리 / 독짜님 / 아장이 / FLY HIGH / 내일 / 쑤하진 / 우양 / 655 / 감자오빠 / 세대주 / 9.17 / 고말 / 순영맘 독짜님 / 잠만보 / 한울제 / 순영바 / 흰둥아 / 치즈쨘 / 찬아찬거먹지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