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고, 봄입니다.
제 3화 : 나도 너와 같은 마음인 걸까
w.선샘미가좋마묘
"떡볶이 원래 좋아해?"
"응"
"근데 왜 이렇게 조금씩 먹고 그러냐! 많이 먹어! 나만 돼지네..."
한참이나 떡볶이를 맛있게 우물거리던 여주가 아까부터 떡볶이에 몇 번 손도 대지 않은 지훈을 한 번 쳐다보더니, 지훈의 입에 떡볶이를 우겨 넣었다. 갑자기 입에 들어 온 떡볶이의 습격에 당황한 지훈은 입가에 묻은 떡볶이 국물을 휴지로 대충 닦아냈다. 입안 가득 떡볶이를 넣고는 씩, 웃는 모습이 꽤나 예뻤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훈은 매운 걸 싫어하는 편이었다. 특히나 매운 맛에 이상하게 달달한 맛이 가미 된 떡볶이는 더더욱이나 싫어했다. 뭐... 싫어하는 수준은 아니고, 별로 안 좋아한다는 정도의 어감이 딱 맞겠지만 말이다. 석민이 한 번만 먹어보라고 옆에서 징징 거릴 때에는 죽여 버린다는 살벌한 말도 잘 내뱉던 지훈인데, 여주가 입에 넣은 떡볶이는 나쁘지 않았다.
꽤나 맛있었다, 정말로.
"어? 지훈이 아이가, 오랜만이네- 석민이는 어저께도 왔다 갔는데, 니는 떡볶이 싫어하지않나?"
"… …"
"이지훈 떡볶이 싫어해요?!"
여주의 귀에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계셨던 주인 아저씨는 대충 무슨 상황인지를 눈치 채고는 아는체만 하신 채로 가만히 계셨는데, 아주머니는 기어코 사단을 내시는구나... 지훈이 거짓말을 들켰다는 생각에 한숨을 푹 내쉬었고, 여주는 지훈이랑 친해진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마음대로 싫어하는 음식을 우겨 넣었다는 생각에 안절부절해 하기 시작했다.
지훈은 지훈 나름대로, 여주는 여주 나름대로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에 아주머니는 자신의 입을 한 번 톡- 친 후에 빈 잔을 꺼내 와서는 사이다를 잔뜩 담았다. 그리고는 미안타, 내가 입이 방정이제... 옆에 예쁜 친구는 이름이 뭐고? 하며 멋적은 미소와 함께 두 사람에게 음료를 건넸다.
"아, 저는 김여주예요! 며칠 전에 성수고로 전학 왔어요."
"가시나, 사투리도 안 쓰고 말투도 잔잔하다 했더니 서울에서 왔구만!"
"맞아요! 하하, 지훈이가 떡볶이 사 준다고 해서 왔는데... 지훈이는 떡볶이 싫어해요?"
"쟈가 입맛도 까다로워서, 즈그 동생이 그렇게 한 입만 먹어달라캐도 절- 대 안 먹는다이가."
네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나쁜놈은 아이다. 걱정 말고- 한껏 엄마 미소를 걸치신 아주머니가 내 귓가에 짤막하게 지훈이에 대한 말을 남기고는 조리대 앞으로 다시 사라지셨다. 이 여편네, 오지랖이 해운대보다 넓제? 지훈이가 알아서 할 거를 갖다가... 으구. 하는 아저씨의 핀잔이 내 귓가에도 꽂혔다.
동생이 있었구나... 하며 새로운 사실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떡볶이에 꽂힌 꼬치로 애꿎은 떡볶이만 몇 번을 뒤적이다가 입에 집어 넣고는 다시 우물거렸다. 좀 식긴 했지만 맛있네... 이제 겨우 친해졌는데 다시 어색해지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어쩔 줄을 몰라하다가 뭐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 …"
마주쳤다, 눈.
나를 향해 어색한 듯 자연스레 웃어보이는 모습이 예뻤다. 따라 웃었다.
"일부러 거짓말 한 건 아니고... 그냥 네가 좋아하는 것 같아서 가만히 있던 거야."
"먹기 싫은 거 먹어서 기분 나쁘지는 않았고...?"
"응. 나름 맛있던데"
다행이라고 말하며 손바닥을 맞대어 짝- 치며 혼자 좋아하자, 이지훈이 나를 따라 웃었다. 나도 너를 따라 웃고, 너도 나를 따라 웃었다. 오늘도 봄이다.
-
"아, 근데 솔직히... 우리 동네가 워낙 촌이라 그런지, 볼 게 없다."
"그러면... 바꾸자. 이름하야 이지훈 투어!"
"그게 뭐고"
"너 여기서 어렸을 때 부터 자라온 거 아니야? 그러면, 네 추억이 담긴 곳을 데려다 줘!"
이지훈이 내 말에 바람빠지는 소리로 웃었다. 재미 없을텐데, 괘안나. 이지훈의 말에 나는 고개를 미친듯이 끄덕였고, 이지훈은 그러면 일단 버스를 타자며 마침 우리가 가야 할 곳으로 향하는 버스가 온다며, 빨리 가자고 말하고는 내 손을 잡아 끌었다. 내 손을 덮은 하얗지만 단단한 손에 기분이 좋아서 조금 더 세게 붙잡았다.
나란히 앉은 버스 창의 밖으로 보면, 노랗고 붉은 꽃들이 조금씩 자신들의 얼굴을 내밀고는 날씨의 눈치를 보고 있었고 바다는 그 어느때보다 햇빛을 예쁘게 받아내고 있었다. 창문을 열어 소심하게 손을 밖으로 조금 내밀면, 오후 무렵의 포근한 바람이 살랑 살랑 불어와서는 내 손가락 사이 사이로 빠져나갔다.
뭐에 홀린 듯 밖에 몇 분이나 시선을 두고 있었을까, 이지훈의 손이 창 밖에서 머물던 내 손을 잡고는 내 무릎 위로 안착시켰다. 뭐지? 싶어서 이지훈을 쳐다보면, 그러다가 다른 버스라도 지나가면, 너 다친다이가. 조심해라. 듣기 좋은 목소리가 다정하게 걱정을 늘어놓는 모습에 기분이 더 좋아졌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건지 물어봐도 돼?"
"음... 힌트는 우리 집 근처다."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어떤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갈까, 하며 설레이던 와중에 이지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니 남자친구 있나. 뜬금없는 이지훈의 질문에 나는 놀란 채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있나, 없나. 응? 계속되는 그의 질문에도 시선을 피하던 나는 이지훈이 내게 시선을 완벽히 맞추고 나서야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갑자기 얘가 왜 이렇게 저돌적으로 변했을까. 하는 생각에 뭐라고 대답해야할까 고민하다가 어, 없어... 라고 당황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대답을 한 나는 왜 그런 걸 갑자기 묻냐며 조금을 화를 내었고, 이지훈은 내 표정과는 상반된 표정으로 웃으며 대답했다.
"나 지금 너한테 딴 마음 있거든, 남자친구 있으면 접을라고 했제."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걸까, 도착했다며 내 손을 잡아 자리에서 일어난 이지훈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에서 내렸다. 한껏 붉어진 볼과 빠르게 뛰는 심장은 무슨 의미일까.
나도 너와 같다는 의미일까.
고개를 들어 도착한 곳이 어딘가 이리저리 살펴보면, 우리가 서 있는 곳의 근처에는 별 다른 것들이 없는 평범한 주택가였다. 어떤 추억이 있길래 나를 이곳에 데려 온 걸까... 고민하던 찰나에, 내 눈에는 한 건물이 눈에 띄었다. 내가 이곳으로 처음 왔던 그날에 동네 입구에서 봤던 그 현수막이 똑같이 걸린 곳. 우지 피아노 학원이었다.
"가자."
사담이에요 'ㅂ' |
이번편은 잘 안써져서 고생을 좀 많이했어요... 분량도 적꾸... 너무 급전개라 여러분들이 싫어하시지는 않을까 걱정 중... 몇 부작일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저는 고구마를 딱히 안 좋와해요... 악녀도 악남도 시로... 여주가 눈치 어어어엄청 없는 것도 시로... 여튼! 다음화에는 지훈이네 피아노학원에서 여주랑 지훈이가 꽁냥거릴거예요! +파워 찌통의 시작
|
가운데 정렬로 결정 났어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독방추천 진짜 감사해요(소곤) 안 보는 척 해도 다 보고있어...)
여러분 혹시 찌통 안 싫어하시죠...? 어쩌다보니 다음화에 찌통이...
재밌게 읽어주셨다면 댓글 하나씩 부탁드릴게여 ㅎㅅ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