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ele - hello inst
볼륨 올리시면 더 좋아요
X 같은 선배와의 전쟁
by. 탄덕
12
" 뭐? 미친 거 아냐, 둘이 어쩐다고? "
" 그래, 윤기 말처럼 눈만 마주치면 싸우던 애들이 만난다고 하니까 존나 말이 안 되잖아."
" 이제 그만하셔도 돼요, 저 선배 기억했어요."
누가 봐도 연기라는 걸 알려주듯 평소답지 않게 과장된 행동을 하던 그들에게 뒷머리를 살짝 귀 뒤로 넘기며 수줍게 대꾸했다. 그러자 부산스럽게 커피잔을 움직이던 손가락들이 허공을 스쳤고 가뜩이나 큰 눈을 태형 선배가 깜짝 놀란 듯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앞에 있던 선배를 바라보았다. 야, 진짜냐. 믿기지가 않는 듯 태형 선배가 재차 설명을 요구해왔고 언제부터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날 지그시 쳐다보던 윤기 선배가 들고 있던 잔을 내리며 축축이 젖어오는 눈가를 비벼댔다.
" 내가 너희들 보면서 얼마나 조마조마했는 줄 아냐. 내가 얼마나 가슴 졸였는 줄 아냐고, 새끼들아."
" 뭘 또 울어, 민윤기. 하여간 속은 여려 터져가지고."
호석 선배가 눈물을 훔치던 그를 틱틱대는 말투로 달래주며 테이블 밑으로 큰 손을 뻗어 다리에 올려져 있던 내 손을 부드럽게 잡아왔다. 따뜻해진 온기에 놀라 옆을 쳐다보니 귓속말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말과 함께 머지않아 그가 자리를 비웠다. 윤기랑 태형이하고 어울려 지낸 친구, 그의 허리춤을 품에 안고 있을 때 들었던 들뜬 목소리가 여전히 무의식적으로 귓가를 간질였다. 김남준, 그 남자의 이름을 테이블 위에 연신 손가락으로 그려댔다. 기어코 궁금증인지 질투인지 알다가도 모를 감정들이 끝내 이겨버렸고 승부에 패배를 안겨버린 난 부러 커피를 마시는 척 말끝을 흐렸다.
" 선배들도 혹시 김남준이라는 친구 알아요? 같이 어울려 놀았다던데."
" 아, 남준이. 당연히 알지. 근데 왜?"
" 그 사람이 만나자고 해서요, 선배랑 같이."
" 걔가 널 만날 이유가 뭐가 있어? 근데 호석이는 아직도 연락하나 보네."
야, 너도 연락하냐. 태형 선배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연락처를 뒤적거리는지 폰을 들었고 옆에 앉아 주구장창 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윤기 선배를 아래 위로 훑어보다 서운한 핀잔을 부렸다. 어, 몰럈냐. 그러자 윤기 선배가 간결하게 답을 전하며 시선을 다시 폰에게로 고정시켰다. 어느 순간부터 부쩍 말수가 적어진 태형 선배덕에 윤기 선배가 폰에 고정된 시선을 살짝 돌려 그를 측은하게 훔쳐보다 다시 말을 정정했다.
" 야, 지랄이지. 그걸 또 믿냐."
" 난 너희들이 나만 빼고 연락하는 줄 알고 진짜 서운할 뻔 했잖아."
" 그 자식하고 연락 끊긴 지가 언젠데. 그나저나 너 전정국한테 안 가보냐, 데이트 있으시다면서요."
하여간 김남준도 이상하고 김태형도 쌍쌍바로 이상해, 이어지는 윤기 선배의 말에 시계를 들여다보며 부리나케 가방을 챙겨 카페를 나가던 태형 선배를 돌아본 채 그가 덧붙였다. 태형 선배야 원래 독특하잖아요, 불안한 듯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며 말라버린 입술에 침을 축였다. 말하려던 질문의 요지는 이게 아니었는데, 방금 전 생각과는 다르게 나와버린 문장을 금새 지워버리곤 입을 조금씩 달싹였다.
" 그 사람은.... 어느 점이 이상했는데요? "
" 걔? 호석이한테 집착을 좀 많이 했지. 아마 유명했을 걸, 김남준의 정호석 애정도는."
여전히 폰에 시선을 고정한 윤기 선배의 마지막 문장이 귓가에 울려댔고 웅성웅성 소란스럽던 카페의 주변 소리가 자체적으로 음소거되었다. 터벅터벅 걸어오는 호석 선배가 시야에 자각되기 시작했고 한 걸음 두 걸음 가까이 다가오던 그에게로 점차 꿈 속의 김남준이라는 남자가 겹쳐져보였다. 다 마셨으면 일어나자, 짐을 싸던 윤기 선배가 먼저 밖을 나섰고 그를 뒤따라 두 손을 다정히 포갠 연인이 카페를 따라나섰다.
집까지 데려다준다는 그를 겨우 돌려보내고서 집 앞에 있는 놀이터를 기웃거리며 발걸음을 보다 재촉했다. 아무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봐도 언제나 같은 시간대에 나와 담배를 피던 로이가 도통 보이질 않았다. 결국 주변을 둘러보다 찾기를 포기한 난 그의 집으로 로이를 무작정 찾아가기 위해 자연스레 익숙한 층수와 닫힘 버튼을 꾹 눌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는 알림과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고 급하게 바닥을 밟던 난 막무가내로 그의 초인종을 눌렀다. 외출을 한 건지 길어지는 초인종 소리에 현관 복도를 운동화로 쓸어내리며 그를 기다리다 굳게 닫혀있는 문을 주시하고는 이내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현관문을 여는 소리와 동시에 내 팔을 낚아챈 인영에 의해 몸이 반사적으로 돌려세워졌다. 잠을 자다 깬 모양인지 부스스한 머리와 갈라진 목소리가 그를 대신했다.
" 기다려요, 은근 성질 급하다니까."
" 다짜고짜 찾아와서 미안해요, 할 말이 있어서."
" 뭔데요? 그렇지 않아도 기다렸는데 커피 마시고 갈래? "
목이라도 축이고 가라는 그의 환대에도 두 손을 슬쩍 들어 올리며 사양했다. 그러자 꼬리를 아래로 축 내려 주인에게 간식을 빼앗긴 강아지처럼 아쉬운 낯빛을 내비치던 로이를 한동안 지켜보다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불렀다.
" 로이씨."
" 우리 동갑내기야, 편하게 불러."
로이, 익숙하지 않은 지민의 영어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러자 고개를 위로 살짝 치켜올린 그가 왜 그러냐며 짧은 문장으로 응했다. 밥 먹을래요? 우리. 그가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의아한 듯 잠시 머뭇거렸고 난 그런 그의 당황한 모습에도 굴하지 않고 재차 강요했다.
내일 약속 없으면 밥 먹자, 우리.
김남준이라는 이름 석 자의 호기심에 발목이 잡혀버린 난 의구심이 가득한 얼굴을 빼꼼히 내밀던 그에게 덫이라는 그물을 던졌다.
너라면 난 언제든지, 그리고 곱게 반달처럼 접어지는 눈매로 지민이 옳다거니 그것을 덥썩 물었다.
지워진 암흑 속에 묵묵히 가려져있던 진실이 수면 위로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 남준아, 여기."
약속 시간에 맞춰 유유히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오다 걸음을 멈추며 누군가를 찾는지 주변을 둘러보는 한 남자에게 호석 선배가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었고 난 그에 앉아있던 몸을 일으켜 고개를 까닥였다.
" 반가워요. 호석이 친구 김남준이라고 해요."
" 네, 호석 선배한테 얘기 많이 전해들었어요. 정시우입니다."
" 아- 호석이가 제 얘기도 하나요? "
격식에 짜여 지루하기 짝이 없는 간단한 자기 소개가 연장선을 이었고 선배에게 얘기를 전해 들었다는 내 말에 그가 반색을 하며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긁적이다 자연스레 호석 선배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그 모양새가 마치 활활 타오르는 성냥에 불이 옮겨붙은 다른 성냥처럼 눈에 띄어 나도 모르게 눈썹을 살짝 일그러트렸다. 그러다 찰나의 순간을 놓칠 리 없는 매의 눈에게 들켜버려 표정을 바로 풀 수 밖에 없었지만. 어디 불편하세요? 김남준, 그 남자가 여전히 호석 선배의 어깨를 건드리던 손을 올리곤 말을 걸어왔다. 그의 천연덕스러운 행동에 되려 한껏 진지해진 목소리로 폰에 고정된 시선을 나에게로 조심스레 옮기던 윤기 선배가 생각났다.
그래서 네가 싫어했잖아, 정호석이 너랑 친하던 박지민을 싫어했던 것처럼.
그래. 저 눈빛이 싫었었지, 다 알면서 모른 척하는 거짓의 탁한 눈동자 . 점차 주인을 찾아가는 기억들이 나를 옭아매기 시작했고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애써 끌어당겨 적당히 웃는 낯을 내비추며 자세를 다시 고쳤다.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을까, 서로간의 못 다한 이야기 꽃을 피우던 그들 앞으로 웨이터가 주문을 받은 음식을 내어왔고 끼어들지 못 한 난 즐거워보이는 두 사람 사이에서 할 일 없이 고기만 썰어댔다. 그러다 주제와 빗나간 얘기를 입 밖으로 흘려보내는 김남준, 그 사람으로 인해 고기를 퍽 퍽 썰어대는 칼질 소리가 서서히 테이블 위를 장악하던 멋쩍은 웃음과 함께 멎었다.
" 나야 지금도 책 읽는 거 좋아하지. 기억나냐, 나랑 도서관 가서 읽었던 책."
" 그것까지 어떻게 기억하냐. 그래도 김남준, 너랑 단둘이 간 건 기억난다."
" 그럴 줄 알았어, 내가 그걸 왜 기억하는 줄 알아? "
김남준, 그의 입가에 공허한 미소가 퍼졌고 그가 호석 선배에게 향해 있던 눈길을 나에게로 천천히 돌렸다.
" 거긴 주인공들이 엇갈린 사랑을 하잖아, 근데 난 그 책의 전개가 안타깝더라고. 사람들은 다들 여운이 남아서 좋다고 하던데."
그가 고개를 옆으로 내저으며 문장을 덧붙였다. 그의 속뜻을 알아채며 날 향한 욕정어린 눈길을 기꺼이 맞받아치던 난 테이블 위에 올려져있던 호석 선배의 손 위로 덥썩 내 손을 겹쳐두었다. 예상치 못 한 내 행동에 놀란 듯 살짝 손을 움츠려들던 선배또한 내 손을 깊숙히 잡았다. 우리를 덤덤히 지켜보던 그의 표정이 점차 차게 식었고 난 그런 그에게 태연할 정도로 운을 띄었다.
" 엇갈리게 사랑한다는 게 어떤 거죠, 남준씨가 생각하는 그 사랑이 옳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적은 없어요? 대부분들 책을 보며 자신을 비관하는 경우들이 많죠. 읽으면서 느끼거든요, 본인이 얼마나 못난 사람인지."
" 그럼 당신은 왜 그 사랑이 옳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 남준씨가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그 사랑은 집착이니까요, 사랑이 아니라."
그의 목울대가 잠시 울렁이다 다시 원상태를 찾아갔다. 집착이라는 그 단어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인지 그가 접시에 놓았던 나이프를 집어들어 고기를 잘게 썰어댔다. 아무렇지 않게 먹는 것처럼 겉으로 보여졌지만 우걱우걱 고기를 입에 들여넣는 그의 치기 어린 감정선이 보기좋게 드러났다. 단 둘이 만났으면 훨씬 좋았을텐데, 굳어진 얼굴을 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와인을 잔에 따르던 그를 조용히 올려다보다 불쑥 그에게 앞에 있던 와인잔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가만히 날 응시하던 그 남자가 찬찬히 잔에 와인을 따랐고 한 모금을 입에 가져가던 난 실수인 것처럼 손에서 와인잔을 놓았다. 이와 동시에 유리잔이 바닥을 뒹굴며 기분 나쁜 소음으로 고막을 채웠고 옷 위로 와인이 쏟아져버린 선배가 옷을 털어대며 자리에 앉아있던 나를 걱정해왔다. 괜찮은 척 짧게 미소를 지으며 선배에게 화답하자 이제서야 그가 환한 웃음 뒤로 걸음을 화장실로 가볍게 돌리며 자리를 벗어났다. 선배가 자리를 떠나자 새삼스레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조롱적인 기색을 드러내는 그에게 휴지로 와인이 묻은 손가락을 닦아내며 입을 열었다.
" 말해봐요, 이제."
" 역시나 영악하네요,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 거 맞아요? 도통 믿을 수가 있어야지."
" 제 기억이 돌아왔으면 하지 않았겠죠, 당신이 바라던 대로라면."
" 전에 물어본 적이 있어요, 집착도 사랑일 수가 있을까. 그런데 호석이가 그러더라고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를 좋아하던 자기한테는 그게 사랑이래요, 정확히 호석이가 했던 말이에요."
" 그래서 당신의 사랑이 옳다는 걸 나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거에요? "
" 아니, 그 쪽이 함부로 모욕할 사랑이 아니라는 거야. 알겠어요? "
안경을 새로 고쳐잡으며 완고한 그의 얼굴이 두 눈에 가득 차기 시작했고 차오르는 화를 주제하지 못한 그의 얇고 긴 손가락이 힘 없이 잠시 떨리다 이내 평정심을 유지했다 . 지민이도 참 안타까워요, 가만 보면. 그리고 잔에 담긴 와인을 부드럽게 흔들며 그가 말을 더했다. 생각치도 못한 타이밍에 등장해버린 인물 덕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날 가뿐히 무시한 채 그가 다시 한 자 한 자 말문을 걸어왔다. 잔에 담긴 와인이 파고가 높은 물결처럼 붉은 빛을 자랑하며 찰랑거렸다.
" 내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자기가 좋아하던 여자는 마음 하나 몰라주고 다른 남자밖에 모르니. 애초부터 당신이 지민이를 사랑했다면 어땠을까, 사실 그런 생각들도 많이 해봤어요. 그랬다면 호석이 나에게로 올 수도 있었을까, 내가 가질 수도 있었을까."
지워진 기억 속에 숨겨져있던 진실이 서막의 종을 강하게 울렸고 그가 전해주는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난 오롯이 그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그에게 문장을 다시 되물을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동시에 카운터에 서 있던 매니저가 급히 레스토랑에 들어오던 한 남자에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고 그와 마주친 시선을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다. 그러자 김남준, 그가 덤덤히 어떠한 말조차 할 수 없던 나에게로 질의를 던졌다.
" 소감이 어때요? 내 전부였던 그 아일 앗아간 기분이 어떠냐고요."
김남준,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느껴졌지만 친구이자 저 멀리 멍청할 만큼 힙겹게 숨통을 유지하는 박지민을 선명하게 허공에 그려냈다. 그리고 그 뒤로 자신의 동생일거라 알아채지 못한 채 가까이 다가오는 호석 선배의 인영에 건조한 눈빛을 담아내며 기꺼이 대꾸했다.
" 좋아요, 당신의 모든 걸 빼앗은 기분. 내가 지민이를 사랑했더라도 선배는 당신에게 가지 않았을 테니까."
" 엇갈린 사랑은 없어요, 다만 남준씨처럼 옳지 않은 사랑만 존재할 뿐이지."
꿈 속의 운동장에 있던 미성숙, 그 자체의 네 남녀가 이윽고 원점의 도돌이표를 전과 같이 위험한 악보 위로 써내려갔다.
[2월] [[0301] [666666] [너만 보여] [데이지] [대추차] [무네큥] [미리내] [망개떡팥떡] [복쯍아망개] [핑디]
신청해주신 모두 고마운 우리 암호닉 분들 추가했어여♡
♥ 저의 원동력 ♥ [0309] [99] [1217] [광어] [경쨩] [경희] [뉸기찌] [냥닝늉] [넝담] [늉글레] [●달걀말이●] [단미(사랑스러운여자)] [두유망개] [대구미남] [땅위] [로스트마이꾹] [레드] [리허설와이두잉요] [민이] [물결잉] [바다코끼리] [방칠이방방] [보그미] [빙구] [벗우] [블체] [변호인] [방메리카노] [뾰로롱♥] [ㅅr랑둥이] [슈비] [요정] [유자청] [아말카] [어깨] [윱] [아침 8시] [지팔] [진진자라] [짐꾸] [지민이똥개애] [지민이랑] [쫑냥] [찜침] [침구] [찬아찬거먹지마] [천재민윤기] [청아] [쿄이쿄이] [쿠쿠] [태태요정][탱구] [토끼새끼] [토끼누이] [토토] [토토오] [토토로] [홉홉] [홉찐] [호스] [호석센빠이짱이야] [희라] [하찌] [희찬] [호시기호식이해] |
감춰둘 내용을 여기에 입력하세요. |
하아.......현생에 잠시 치이다 왔는데 다들 잘 지내셨죠!!!! 정말 여러분들의 댓글로 많은 힘을 받아가고 있어여ㅠㅠㅠㅠㅠ 정말 한 분 한 분 다 안아드리고 싶을 정도로 감사하구 또 고마워요ㅠㅠㅠㅠㅠㅠ 다시 댓글로 찾아 뵐게요!!!!
항상 저와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캡짱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