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 오직 당신만의.
W. JPD
12
지금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걸까, 내 잘못인 걸까, 이 모든 게? 내가 먼저 찾은 게 아니다, 나는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고, 애초에 연예인이라는 사람들에겐 관심도 없었고, 먼저 찾아온 것도, 다가온 것도, 다 그 남자인데. 왜, 왜 내가 이런 말을 들어야 돼, 나는 그냥 그 남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을 뿐이라고, 그냥 그 남자가 하는 만큼 나도 마음을 줬고, 그냥 내 진심을 다했을 뿐이라고.
"넌 우리 뒷조사 좀 해 봤어?"
"... 나를 같은 취급하지 마세요, 지금 굉장히 불쾌하니까."
"우리가 처음 데뷔할 때, 아니 어쩌면 그전부터."
"..."
"사회 비판에 초점을 맞췄어."
"내가 들었던 것 중엔 없었어요, 그리고 그거랑 저랑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
"널 발견한 뒤론 다 사랑 노래로 바뀌었으니까 못 들었겠지."
"..."
"네가 우리 노래를 예전 것부터 듣진 않았을 거 아냐, 안 그래?"
-
"오래 기다렸어?"
"아뇨, 별로 안 기다렸어요, 마카롱은요?"
"여기. 저번보다 많이 사 왔어, 더 오래 두고 먹으라고. 아침이라 만든지 얼마 안 된 것 같더라."
"고마워요, 맛있게 먹을게요."
나도 내가 왜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이 남자를 대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알고 싶지 않다. 머리 아픈 것도 싫고, 알면 알수록 점점 더 큰 것들이 드러나서 힘들다, 무섭고 지쳐.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일까 봐, 그게 제일 무섭다. 무엇보다 이 남자를 미워할 자신이 없다. 그냥 나는 다 이해하니까, 그냥 언제라도 좋으니까 이 남자가 먼저, 제발 나한테 먼저 털어놔 주면, 나는 다 모르는 일로 눈감아줄 수 있는데. 그러니까 나는 지금, 이 남자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것 같다, 고작 한 달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근데 선물 뭔지 궁금하게 해놓고 진짜 갈 때 알려줄 거예요?"
"왜, 지금 알려줘?"
"그래도 돼요?"
"방금 네 반응이랑 너무 다른데. 알려달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그렇게 말하며 웃어 보이는 남자였다. 웃을 땐 이렇게 해맑은 아이가 되어버리는 이 사람을, 이런 사람이 어떻게,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야, 왜. 웃는데 웃을 수가 없어, 예전처럼 진심으로 웃을 수가 없어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당신이 진짜가 맞는 걸까, 가면을 쓴 걸까, 온통 이런 생각만 들어서, 당신한테 집중할 수가 없어요.
"알려주세요."
정면돌파. 그러니까 아니길 바라는 마음도, 마지막 확인이라는 마음도 있는.
어떤 결과든 무너지지는 않도록 노력해볼게요.
-
또 다른 작은방, 여긴 창고로 쓰이는 건지 정리정돈이 잘 안 되어 보였다. 먼지가 쌓여있는 곳도 있었고 전체적으로 조명이 어두워서 그런지 어수선해 보였다. 여기저기 낡은 물건들도 있었고, 온갖 잡동사니들이 모여있었는데 그중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어두운 공간엔 맞지 않는 하늘색, 게다가 낡지도 않고 먼지도 쌓여있지 않은 새것의 물건.
마지막 확인이 되어버렸다, 나의 선택이.
"너한테 어울리는 색 고르다가 케이스랑 기타 둘 다 하늘색으로 했는데, 마음에 들어?"
"... 나 하늘색 좋아해요."
"어, 나도."
그랬구나, 내가 좋아하는 하늘색을 이 남자도 좋아하는구나. 정말 겹치는 게 많구나. 내가 좋아하는 건 이 남자도 좋아하고, 내가 싫어하는 건 이 남자도 싫어하고, 이 모든 게 우연의 일치로 이루어지고. 정말, 정말로, 이게 당신의 모습이 맞아요? 진심이에요? 나랑 있을 때 했던 말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당신의 이야기가 맞아요?
"... 오빠."
"... 어?"
"듣고 싶어 했잖아요, 이 말."
"... 지금은 별로 듣기 싫다."
"... 왜요?"
"마지막인 것 같아서."
"... 왜요?"
"너 다 알고 있잖아, 왜 연기해."
"..."
"내가 도청하는데 기자랑 얘기하는 것도 못 들었을까."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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