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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 메르헨, 두번째 이야기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in MADNESS) 03 | 인스티즈



 

[인피니트] 메르헨, 두번째 이야기 :
(부제 : Alice in MADNESS)
 

 
W. 달밤의 꽃구름

 
 
 
 
 
 
 
 

 
 
 
 
 
 
 
 
 
03

 








"푸하ㅡ."



겨우 물 위로 치솟아 고개를 내민 당신은 숨을 몰아쉽니다. 켁, 하고 기침을 하자 삼킬 뻔한 물이 도로 울컥 쏟아집니다. 이러다가 익사하겠어요. 당신은 어떻게든 물 밖으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칩니다. 하지만 물 먹은 회검색 드레스는 당신의 몸을 아래로, 아래로 무겁게 잡아끕니다.

옷을 벗어버려야 하나. 반쯤 정신을 놓고 허우적대는 당신의 앞에 갑자기 아주 환한 빛이 보입니다. 수로 밖일까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잘 모르겠지만 당신은 일단 살기 위해 손을 뻗습니다. 물을 잔뜩 먹어서 그런지 정신이 몽롱해져 갑니다. 눈이 감기려는 찰나, 당신은 온 힘을 다해 마지막으로 퍼덕입니다.


그렇게 당신은, 수로 밖으로 튕겨나옵니다.




푹신한 풀밭에 동댕이쳐진 당신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비틀거립니다. 밖이에요. 공기가 있어요. 당신의 폐부로 끊임 없이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에 당신은 헐떡이며 물을 뱉어냅니다. 이어 몸에 달라붙는 드레스를 이젠 정말 벗어버리려 허우적대는데, 문득 눈 앞에 구둣발이 보입니다.

악!
당신은 숨을 터뜨리듯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헐거워진 옷을 급히 추스립니다. 고개를 들자 손에 종이와 펜을 든 채 당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남자가 서있습니다. 동그란 안경이 인상적인 남자예요. 컥, 다시 치밀어오르는 토기에 당신은 물을 뱉어내며 콜록입니다. 남자는 당신에게 자켓을 벗어 둘러주며 부축해주죠.


"앨리스? 돌아온 거야, 앨리스?"


또, 또 그 이름! 당신은 부축해주는 남자를 신경질적으로 밀어냅니다. 그리고 초점 잃은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남자의 뺨을 단번에 올려붙입니다. 더불어 나는 앨리스가 아니라고 발작적으로 외칩니다. 얼결에 기습을 당한 남자는 제 뺨을 감싸쥐며 물러납니다. 진정하라고 당신을 향해 손도 함께 내젓습니다. 그러나 이미 머리끝까지 화가 난 당신의 눈에 그런 제스쳐 따위가 보일 리가요. 당신은 곧 울 것 같이 새빨개진 얼굴로 남자를 향해 소리칩니다. 나는 앨리스가 아니라고요.


남자는 벌겋게 부어오른 뺨을 붙잡은 채, 그저 당신의 병적일 정도로 기이한 행동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니, 분노를 온 몸으로 받아준다는 표현이 맞아보일 정도로 그는 미동도 없이 우직하게 당신의 곁을 지켜줍니다.


앨리스…….

그의 입에서 낑낑거림같은 부름이 흘러나옵니다. 당신의 분노가 다시 남성을 향하려는데, 갑자기 남자는 사색이 되어 당신을 끌어당깁니다. 순식간에 당신을 커다란 버섯 뒤로 끌고간 남자는 욕지거리를 내뱉는 당신을 필사적으로 막습니다. 그래도 당신의 저항이 끊이지 않자 다급하게 속삭입니다.



"조용히 해, 앨리스. 이러다간 '그'에게 들키고 말 거야."



'그'? 그게 대체 누구일까요. 왜 자꾸 다들 '그'를 조심하라는 걸까요? 심상치 않은 그의 분위기에 겁을 집어먹은 당신은 조용히 그의 말을 수용합니다. 버둥거리는 것을 멈추고 남자를 따라 순순히 버섯 뒤에 당신의 몸을 감춥니다. 괜히 긴장이 된 당신은 언뜻 커다란 버섯의 밑동을 움켜쥡니다. 버섯의 밑동이 물렁하게 손에 잡힙니다. 찝찝한 느낌에 손을 떼고 남자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지만 남자는 말없이 당신을 더 힘주어 끌어안을 뿐입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정말이지 익숙한 모습이 보입니다.


"바쁘다, 바빠!"


회중시계를 들고, 사람 옷을 입고 사람 말을 하는 토끼. 바쁘다며 이리저리 달리는ㅡ 이 곳으로 당신을 데려온 장본인. 토끼를 본 당신이 다시 버둥거리자 남자는 당신의 입을 틀어막으며 더 감싸안습니다. 안경 쓴 샌님 이미지와는 달리 꽤 단단한 팔로 당신이 뛰어나가지 못 하게 막습니다.


"안 돼, 앨리스. 가면 안 돼! 저 놈은 '그'의 끄나풀이야."


토끼는 버섯 뒤의 조용한 난투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까처럼 입버릇 같은 말만 되뇌이며 저 멀리 사라집니다. 거세게 버둥거리는 당신을 필사적으로 토끼가 지나갈 때까지 안고 있던 그는 토끼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이윽고 당신을 놓아줍니다. 아, 희망을 놓친 것 같은 느낌에 당신은 남자를 팩 째려보죠.


"더럽게 버둥거리네. 넌 저번이랑 달라진 게 없구나?"


남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아까와 달리 꽤 퉁명스러운 어조였습니다. 게다가 당신을 이미 안다는 듯한 말. 또, 라는 생각에 당신은 몸서리를 칩니다. 그 사이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는 동그란 안경을 치켜올립니다. 회색의 뿔테 안경을 불편한 듯 만지작거린 남자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당신을 내려다보며 불퉁하게 말합니다.


"여긴 왜 또 온 거야? 그 때 널 빼돌리겠다고 다른 애들은 목숨을 걸었어."
"……."
"조심하라고 그리도 일렀는데……."


툴툴거리던 남자는 버섯들 사이로 걸음을 옮깁니다. 당신은 호원도 놓쳐버렸는데 그나마 당신을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며 무작정 그를 따라갑니다. 그가 화풀이를 받아준 덕분에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해진 측면도 있었습니다. 당신이 따라오는 기척이 나자 남자는 당신의 걸음에 맞춰 속도를 늦춰주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당신을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는 남자. 당신은 그만 진절머리가 나, 남자에게 당신의 진짜 이름을 알려줍니다. 그러자 그는 한 조그만 바위 아래서 물담배를 꺼내 입에 물은 뒤 공중에 연기를 훅 뿜어냈습니다.


"김성규야."


성규? 성규……. 왠지 모를 데자뷰에 당신은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어느새 바위 옆 버섯 위로 기어올라간 그를 따라 올라가 옆에 앉습니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도넛 모양의 담배 연기가 신기해, 당신은 가볍게 손장난을 칩니다. 버섯 위에 제대로 올라앉자 전망대처럼 근처가 쫙 보입니다. 당신의 마음은 느리지만 빠르게 진정이 됩니다. 발밑 가득 커다란 버섯들과 보라색의 잎이 매달린 나무들이 주를 이룬 숲을 보니 여긴 꿈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린 탓도 있었습니다.

당신이 어린 미어캣처럼 두리번거리는 사이 남자는 버섯 위에 있던 서류철을 집어들어 펼칩니다. 다만 당신이 편히 앉을 수 있게 재차 옆으로 조금 물러나줍니다.


"저기. 날 위해 모두가 목숨을 걸었다는 말이 무슨 소리예요?"


이 사람이라면 왠지 대답해줄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한 당신은 어렵게 질문을 던집니다. 허나 그는 시덥잖은 것을 말하듯 느릿느릿 서류를 넘기며 답합니다.


"처음엔 그저 독재자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서였어. 그런데 거기에 네가 잘못 엮여들어왔더라고. 널 돌려보내려면 그 방법 밖에 없었어."


그가 연기를 뿜어 도넛 모양을 만들어냅니다. 우와. 당신은 심각한 분위기를 잠시 잊고 연기를 향해 손을 뻗습니다. 당신의 손 안에서 도넛 연기가 완전히 바스라질 때까지 기다려주며 펜을 똑딱인 남자가 펜 끝으로 목을 스윽 그었습니다.


"왕을 죽이는 것."


순간 공기가 차갑게 내려앉습니다. 왠지 모를 섬뜩함에 뒤로 물러나납니다. 물렁한 버섯이 꿀렁이며 출렁입니다. 알 수 없는 말들입니다. 정확히 무슨 소리인지, 무엇과 관련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남자의 말에 당신이 연루된 건 확실해보입니다. 남자가 뿜는 묘하게 스산한 분위기를 타파하려 당신은 되묻습니다. 그럼,


"성공했나요?"
"반 정도만. 여왕한테 후계자가 있었단 걸 몰랐거든."


성규는 그 때를 떠올렸는지 자조하듯 고소(苦笑)를 입에 머금습니다. 후계자, 여왕. 여기도 역시 당신만 알 수 없는 말들 투성입니다. 마음 한구석에서 바람이 푸쉬쉬, 빠지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척척 친절히 답해줄 호원도 곁에 없는데. 남자는 당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류만 빼곡히 써나가고 있습니다. 어느덧 흰 종이에는 검은 글씨가 빽빽이 올라붙습니다. 당신이 질문을 던지든, 그러지 않든 그의 손은 멈출 줄 모릅니다. 입술을 꾹 깨문 당신은 다시 한 번 용기 내어 그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그래도 최대한 정보를 많이 얻어가야만 합니다.


"여기는 어디예요?"
"글쎄……, 여기가 어디일까, 앨리스. 네가 살던 곳과는 다른 곳인 것만은 분명하겠지."
"그럼 나는 누구고 왜 여기에 오게 된 거예요?"


조금은 바보같은 질문이군요. '나'를 남에게 묻다니. 당신은 어이가 없어 픽 웃고 맙니다. 그러나 말 떨어지기 무섭게 성규의 고개가 살짝 움찔합니다. 오, 민감하지만 꽤 허를 찌른 모양입니다. 당신에 대한 건데도.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엽니다. 서류에 글을 끼적이는 것도 잊지 않고요.


"너는 앨리스, 이제는 왕이 된 후계자의 신붓감. 네가 네 세계에서 뭐라 불렸든 여기서 너는 앨리스야.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10년 전 붉은 여왕의 죽은 배필 자리를 메꿨을 사람이지."
"배…… 필이요?"
"아,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내가 골라온 것도 아니고, 무언가 단단히 착오가 있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여왕의 배필로 네가 올 리 없으니까."


이윽고 서류 한 면 가득히 펜으로 무언가를 잔뜩 적은 성규는 물담배를 이용해 종이에 불을 붙여 활활 태웠습니다. 파스스, 종이가 완전히 바스라져 사라지자 성규는 물담배를 다시 물었습니다. 동그란 안경 너머로 보이는 얇은 눈이 날카롭게 변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
"……."
"그 때 왔던 너는 여왕이 아니라 후계자의 배필은 아니었을까."


수수께끼 같은 말에 당신은 생각의 나락에 빠져듭니다. 눈에 띄게 말수가 줄어든 당신을 보며 성규는 서늘하게 웃습니다. 앨리스. 듣고 있어? 당신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입니다만, 도통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느끼는 멍함이 생각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래서 부드럽게 꿀렁이는 버섯, 불꽃에 삼켜진 종이의 냄새, 물담배 연기, 그의 목소리, 미소……. 온통 당신을 몽롱하게 합니다. 성규가 당신 쪽으로 몸을 기울입니다.




[인피니트] 메르헨, 두번째 이야기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in MADNESS) 03 | 인스티즈


"'그'에게 잡히지 마. 이 곳의 왕에게 있어서 이계에서 온 배필은 힘의 근원. 잡히면 넌 저번처럼 네 세계로 돌아가지 못 할 거야."


그가 어깨를 잡는 바람에 퍼뜩 정신을 차린 당신은 버섯에서 내려와 달리기 시작합니다. 위험합니다, 위험해요. 당신은 몽롱함에서 도망치기 위해 숨이 차오르도록 달립니다. 물담배 연기가 아직 몸을 감싸고 있는 듯해 찝찝하지만, 궁금증은 풀었으니 만족해야겠지요.




그렇게 뛰기를 한참, 숨을 고르며 걷다보니 나무들로 첩첩이 둘러싸인 평지가 나옵니다.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고 새들이 재잘대는 오후입니다. 참으로 평화롭네요. 평지의 가운데에는 커다란 테이블이 펼쳐져 있습니다. 딱 봐도 부드러운 식탁보가 덮힌 테이블 위에는 아기자기한 티팟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의자 중 하나에는 호원이 앉아있네요.

딩신은 호원을 보자마자 얼른 달려갑니다. 호원입니다, 드디어 그를 만났어요. 당신은 뭉클한 마음을 추스리며 그의 곁으로 다가가고, 당신을 발견한 호원 역시 반갑게 맞아줍니다. 그는 미소지으며, 떨어져서 미안하다고, '그'에게 잡히지 않아 참 다행이라며 오히려 당신을 위로해줍니다.


당신이 호원의 옆자리에 앉자, 아까는 호원에게 신경이 쏠려 미처 못 봤던 남자 두 명이 투닥거리고 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켜켜이 쓴 남자와 어딘지 나사가 빠진 듯한 남자. 둘은 어린 아이처럼 수수께끼의 답으로 싸우고 있습니다. 나이에 맞지 않게, 그러니까 마치…… 미친 것처럼요. 그러다 정답을 도출해냈는지 곧바로 당신에게 수수께끼를 내달라고 조릅니다. 당신은 잠시 생각하다가 어딘가에서 읽었던 수수께끼를 내주죠.


"가도가도 끝없이 도는 것은?"


당신의 말에 둘의 얼굴이 검게 가라앉습니다. 고심하는지 입까지 꾹 다물고 애꿎은 프레첼만 똑똑 분지릅니다. 꽤 쉬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반응일 줄이야. 당신은 걷고 뛰느라 열이 올라 화끈거리는 얼굴에 살살 부채질을 하며 둘을 봅니다. 호원은 상황이 익숙한지 티팟에 담긴 차만 조용히 마실 뿐입니다. 좀 더 시간이 흐르자 똑딱똑딱, 시곗바늘 흐르는 소리만 들릴 정도로 고요해집니다. 지루해진 당신이 테이블에 머리를 처박고 잠이라도 잘까 싶어진 즈음, 진지하게 고민하던 둘이 겨우 정답을 냅니다. 시계, 시계 맞지? 봇물 터지듯 답을 쏟아내는 둘을 향해 당신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자 모자를 괴상하게 겹쳐쓴 남자의 옆에 앉은 남자가 분통을 터뜨립니다. 시간이 가는 게 신기할 정도로 괴상하게 망가진 회중시계가 그의 손 안에서 위태롭게 떨립니다.


"모자장수, 이게 뭐야. 또 졌잖아! 어떻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어?"


너도 마찬가지야, 이 미친 토끼야. 모자장수는 시덥잖다는 듯 받아칩니다. 그 말에 다시 투닥거림이 시작되죠. 와장창, 테이블 위 고급진 티팟들이 둘의 난동에 날아다니고 부서집니다. 손잡이에 푸른 보석이 박힌 티팟이 풀 위에 떨어져 정확히 반으로 갈라집니다. 당신은 아까운 마음으로 바라봅니다만 호원은 익숙한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당신을 향해 미소짓습니다.

미친 모자장수 주제에!
'미친 토끼'라고 불리운 남자는 금방이라도 모자장수의 멱살을 잡을 듯 투닥입니다. 당신은 속으로 고개를 젓습니다. 겨우 수수께끼 하나 때문에 이러다니, 정말 미친 사람들 같습니다. 그냥 둘 다 똑같아보이는데. 금세 소란스러움에 적응한 당신은 테이블 위 다과를 향해 손을 뻗습니다. 배가 고프진 않지만 소담스러운 게 꽤나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당신이 특유의 말랑함을 지닌 다과 하나를 집어 입으로 가져가려 하자 호원이 당신을 말립니다. 앨리스, 안 돼. 먹지 마. 조근조근 속삭이며 다과를 빼앗는 호원. 그에게 항의하려 고개를 돌린 찰나, 어느새 테이블 위로 올라와 당신의 앞까지 온 모자장수가 당신에게 말을 겁니다.




[인피니트] 메르헨, 두번째 이야기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in MADNESS) 03 | 인스티즈


"안녕, 자기야."


미남상의 모자장수는 당신을 향해 씩 웃습니다. 호원은 진절머리가 나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 손에 쥔 다과를 저멀리 던져버린 호원은 목이 타는지 차만 마셔대죠. 졸지에 미친 놈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된 당신이 우물쭈물하자 남자는 당신의 손에 남은 다과를 확 빼앗습니다. 그러더니 히죽거리며 겹쳐 쓴 수많은 모자 중 하나를 벗습니다. 고귀하신 우리의 앨리스에게 드리는 선물이야. 대답도 하기 전에 큼지막한 모자가 머리 위에 턱 덮힙니다. 왠지 기분 나쁜 감촉…. 당신은 모자를 집어던져 버리죠.

그러자 모자장수는 풀 죽은 듯 테이블 위에 주저앉습니다. 어린 애처럼 두 다리를 쫙 펴고 주저앉은 그는 약한 발버둥까지 칩니다. 아아, 내 모자. 그의 입에서 투정 섞인 칭얼거림이 흘러나옵니다. 모자장수가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테이블 위 가득한 티팟이 와장창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쓸려나갑니다. 이런 미친 모자장수 같으니라구! 그의 옆에 앉아있던 남자가 버럭하며 테이블 위로 올라오더니, 모자장수를 확 밀어냅니다. 그리고는 당신에게 악수를 청합니다.


자신을 3월 토끼, 성열이라 소개한 그 역시 테이블 위에 털썩 주저앉습니다. 또다시 티팟들이 넘어지고 깨집니다. 이 때문에 엎질러진 한 티팟에서 흘러나온 찻물이 당신의 소매자락을 적십니다. 허나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당신에게 린넨 손수건을 던져준 토끼는 모자장수를 비웃습니다. 미친, 미친 모자장수! 꼴불견이야. 티팟 사이에 앉은 꼴을 보라지! 성열이 계속 그를 미쳤다고 비웃자 모자장수는 주전자를 집어듭니다. 아무렇잖게 컵까지 집어들어 차를 따라마시는 그는 불퉁하게 답합니다.


"여기에 미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


여전히 우스꽝스럽지만 어딘가 스산한 말투. 당신이 모자장수를 올려다보자 그는 묵묵히 아까 당신이 집어던진 모자를 다시 겹쳐씁니다. 성열도 딱히 부정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모자장수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긴. 그러지 않고서야 지금까지 살아있지도 못 했지."


그리고 터져나오는 둘의 킬킬거림. 경쾌한 웃음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조적인 웃음에 가깝습니다. 당신이 어리둥절해 하자 호원은 조용히, 10년 전 일을 말하는 거야. 하고 귀띔해줍니다. 10년 전? 10년 전이라면…… 또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네요. 기분이 나빠진 나머지 당신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러자 두 명이 테이블에서 우르르 내려와 당신을 옆으로 밀어내고는 자리를 차지합니다. 졸지에 옆으로 밀려나 도로 앉게된 당신이 다시 다과를 집어들자 3월 토끼가 킬킬대며 속삭입니다.



[인피니트] 메르헨, 두번째 이야기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in MADNESS) 03 | 인스티즈


"너, 그거 먹으면 우리처럼 돼야 해."


그 말을 끝으로 모자장수와 함께 의미심장하게 킬킬 웃는 성열. 호원도 그 말에 딱히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당신은 영문 모를 상황에 화가 나 입을 꾹 다물고, 호원만 가운데서 쩔쩔맵니다. 그 때, 숲 속에서 누군가 수풀을 헤치며 다가옵니다. 뚜둑, 마른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앨리스, 이리 와! 티팟을 던져버린 호원이 당신을 다급하게 잡아끕니다.

얼결에 일어난 당신은 호원을 따라 숲 속으로 들어가 숨습니다. 수풀 속에 몸을 낮추고 앉자 때마침 반대편 숲에서 흰 토끼가 튀어나옵니다. 당신을 데려온 그 토끼입니다. 하지만 흰 토끼라고 하기에 그는……, 완연한 성인 남성의 모습을 갖추고 있네요. 토끼는 아직도 테이블에서 낄낄대고 있는 둘에게 편지를 전해줍니다. 둘은 편지를 보고도 본 체 만 체 하지만요. 아까처럼 미친 듯이 낄낄거리고 티팟을 던지며 노는 둘. 날아오는 컵받침을 유려하게 피한 토끼는 한심하다는 듯 둘을 바라봅니다.
 
 
"미친 놈들……."
 
 
분명한 멸시가 담긴 말. 화낼 만도 하지만 모자장수와 3월 토끼는 새로운 수수께끼를 푸는 데에 여념이 없습니다. 제 일을 끝마친 토끼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당신이 숨은 숲을 한 번 훑어봅니다. 그러나 그는 곧 다시 왔던 길을 돌아나갑니다.
 
 
바쁘다, 바빠.
회중시계를 쥔 채, 입버릇처럼 중얼거리면서요.



 
 
*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오랜만이에요,

쓰레기달꽃입니다 ^^*

 

글 올리는 게 근 2개월 만이네요.

제가 이렇게 연재를 안 하려한 것은 아니옵고

사실 구차하게나마 변명을 하자면

망할 현생이 계속 방해를 하네요...ㅠ.^

 

이것도 임시저장만 해놓고 최종수정을 못 해서 올리지 못했답니다... (울뛰)

그렇다고 제가 공백기간 동안 논 것만은 아닙니다!

망할 현생도 신경 좀 쓰고 홈도 꼼질꼼질 파보고

이런저런 글도 많이 써보고 똥같은 글과 문체에 대해 고민도 하고 그랬어요.

절대 놀지 않았어요 흑흑

물론 앞으로도 현생 때문에 연재 텀이 길어지겠지만

연재 중단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최대한 빨리 오려고 노력도 할게요...☆

 

하지만 그렇다고 또 이 글만 올려놓고 사라질 순 없잖아요?

☆그러므로 준비했습니다★

공백기간 동안 쓴 글들을 엿볼 수 있는 기회!!!!!!!!!!!!!

감히 새 글로, 무료 포인트로 모십니다!!!!!!!!!!!!!

 

 

아 물론 거창한 건 아니구여...

그냥 조각글들이에요!

사실 찔러보기 식 마음이 강하고여 아마 제 필력이 쓰레기라는 것을 증명하는 기회 아닐까 (아무말 대잔치)

반응 좋으면 데려오고 아니면 썩히고 그런 용도의 글들이니

그냥 편히 읽고 가세여 헤헤

 

 

어 그런데 작가의 말이 왜 이렇게 길어졌는지 모르겠네요 ;.;

이만 마무리 할게요.

늘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항상 감사합니다!

 

 

암호닉은 새 글에 써둘게요.

신청은 댓글로 해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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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낑깡입니당! 자까님 기다렸어요ㅠㅠㅠㅠㅠㅠ 보고싶었어요♥ 여전히 글은 완벽하시구.. 너무 좋구... 아무튼 돌아오셔서 기뻐요 ㅎㅎ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조각글 읽으러 달려가아겠어요~!
7년 전
독자2
나무예요! 작가님 계속 기다렸어요ㅠㅠ 정말 기다린만큼 넘 재밌구 브금도 글이랑 너무 잘어울리고 좋아요ㅠㅜㅠ 잘봤습니당 조각글 읽으러 얼른 갈게요~~~❤️❤️
7년 전
비회원122.232
[1978]으로 암호닉신청해요!
작가님 글 정주행했습니다ㅠㅠㅠ 글 분위기가ㅠ 증말 다음편도 기대하구있습니댜ㅠㅠ 좋은 글 감사합니다乃乃乃

7년 전
비회원140.156
루루예요!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메르헨이 딱! 아침부터 기분 좋게 몰입해서 읽었어요^,^
7년 전
비회원149.188
산타페에요 글이 나와서 너무 좋아요ㅜㅜㅜ 작가님 글 너무 잘쓰세요.....
7년 전
비회원46.7
푸예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라니 소재도 어쩜 이렇게 다 취향 저격인지..그리구 글 진짜 잘 쓰세요! 하..다음편 완전 기대기대ㅜ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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