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은 듣는 게 좋아요 -
연애바보
: 남자친구를 사귀는 건지, 애를 키우는 건지.
“뭐야, 너 우산 있잖아.”
“…없어.”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탄소야― 우산 챙겨왔어? 오늘 비 온다는데―’ 라며 인사는 건너뛰고 자신의 단 우산을 흔들어 보이는 지민이었다. 그 모습에 들고 다니기 귀찮아 백팩 뒤에 걸어놨던 장우산을 꺼내어 흔들었다. 그런데 지금 없다고?
“야 박지민.”
“어, 어?”
“어디서 약을 팔아! 빨리 꺼내라.”
한 쪽 팔을 들어 때리려는 제스처를 취하자 지민이의 오동통한 아랫입술이 쭉 나왔다. “같이 쓰고 싶은데, 난 젖어도 되는데.” 중얼 거리면서. 정말 내가 연애를 하는 건지, 애를 키우는 건지. 평소 같으면 ‘그래 같이 하자, 해!’ 했겠지만 이번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 비에 젖는 건 정말 싫었거든.
♡♡♡
“탄소야, 우리 사귀는 거 맞아?”
빗소리만이 가득 찬 하굣길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오늘 급식이 맛이 있다, 없다. 오늘 반에서 누가 벌을 받았다, 말았다. 별 궁금하지도, 흥미롭지도 않은 이야기가 가득 찬 하굣길이었을텐데. 그런 헛소리가 없는게 지민이가 삐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사귀는 게 맞냐는 그 말이 나올 줄도 알고 있었다. 만약 이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면, ‘너 나 안 좋아하는데 그냥 사귀는 거지? 가지고 노는 거지?’ 라며 최소 3일 동안 나를 무시할 박지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숨을 작게 쉬며 대답해주었다.
“사귀는 거 맞아.”
“그런데 왜 나랑 우산 안 써줘?”
“젖는 거 싫어해서 그래. 네가 싫은 게 아니라.”
그 말과 동시에 ‘난 젖는 게 좋아.’ 라며 자신의 우산을 접어 내 우산 속으로 들어오는 지민이었다. 그리고 내 쪽으로 우산을 확 기울었다. 얼마나 기울었는지 벌써부터 빛나던 오른쪽 머리칼이 젖어들었다.
“너 머리 젖잖아.”
“집 가서 감으면 돼.”
“어깨 젖잖아. 마이는 빨 수도 없는데. 내일도 우리 학교 가거든? 빨리 우산 펴라.”
“…싫어― 우산이 가로 막잖아. 비와서 너 목소리도 잘 안 들린단 말이야.”
“……”
“너 비 한 방울도 안 맞게 할게. 같이 써줘라― 응?”
애 키운다고는 말해도 남자친구 사귄다고 말 못한다, 나는.
♡♡♡
“됐다고. 그냥 가라고 오늘은.”
“아, 왜―!”
“후, 너 감기 걸린다니까?”
“……”
“꼭 이렇게 말해야 알아듣냐?”
길 가는 아무 사람을 붙잡고 지민의 상태가 어떤 거 같냐고 물어보면 10명 중 10명은 '감기 걸릴 거 같은데요.' 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미 오른쪽은 비에 흠뻑 젖어있었고, 두 손과 두 뺨은 붉게 물들어졌다. 그런 자기 상황은 보지도 않고 무작정 혼자 집에 가는 건 위험하다며 꼭 데려다주려는 지민이의 행동이 나로서는 꽤 답답했다. 결국 소리를 빽 지르자 지민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잠시 후, 안 그래도 붉던 두 뺨을 붉게 밝히며 주먹을 쥔 채 손을 입가로 갖다 댔다.
“지금 나, 감기 걸릴 까봐 걱정하는 거야?”
“……”
“괜찮아! 오빠 튼튼해요. 우리 탄소 감기 걸리면 안 돼―”
왜 잠잠하나 했네. 나왔다. 박지민의 오빠병.
♡♡♡
“…우리 집 그쪽 방향 아닌데.”
“……여기가 지름길이야.”
박지민 진짜. 내가 이 동네 몇 년 살았는데. 태어난 동네도 이 곳. 자란 곳도 이 곳. 사는 곳도 이 곳인데 이 지리 하나 모를까봐? 지금 지민이는 지름길이라며 굳이 우리 집 주변을 빙빙 돌았다. 비 하나 맞지 않았지만 바람이 차게 불어와 점점 덜덜 떨려왔다.. 안 그래도 요즘 따뜻해서 교복도 춘추복 입고 왔는데.
“좋은 말로 할 때 집 가자. 빙빙 돌지 말고.”
“…너랑 더 있고 싶은데,”
“……”
“그 방법을 모르겠어.”
“……”
“…어떻게 하면 너랑 더 있을 수 있어?”
지민이의 질문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졌다. 이 좁은 동네 빙빙 돌아봤자 금방 걸릴 거고, 그마저도 5분일텐데.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나랑 더 있을 수 있냐니. 살면서 들어본 적 없는 질문이라 웃음이 다 났다.
“그럼 그냥 우리 집 가든가.”
“…그래도 돼? 실례 아닌가. 실례 맞아. 안 돼. 그냥, 여기서…”
“야, 네 여친 얼어 죽일 일 있냐? 나 춥다고.”
“아, 아! 안 돼. 어서 가자. 집. 집 가자. 탄소야.”
♡♡♡
“집 안 갈 거야?”
“아, 나중에 갈래.”
“왜.”
“……마음의 준비가 아직…”
“알겠어. 내일 봐. 집 도착하면 연락하고.”
“응응!”
“잘 가, 지민아.”
♡♡♡
“감기 걸렸나봐.”
“잘한다, 잘해.”
다음 날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지민이는 코를 훌쩍이는 게 누가 봐도 '나 감기 걸렸어요-' 티내고 있었다. 그런 지민이를 그저 째려보자 무안한듯 자기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감기 걸린 거 같다며 머쓱하게 웃어보였다.
“앞으로 어제처럼 같이 우산 쓰는 일 없어.”
“뭐? 내가 지금 감기 걸린 게 아니고. 진짜 나 튼튼하거든? 어제 그래서 감기 걸린 건 정말 아니고,”
“앞으로는 내 어깨도 젖는 걸로 하자.”
“……”
“맞춰 가는 거래.”
어쩌겠어, 맞춰줘야지. 우리 지민이.
장편이냐고 물으신다면,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합니다.
잠수 안 한다고 말했는데 마지막 글도... 한 달 전. 뺨을 내리치세요...
아직 저는 시험기간입니다 ㅜㅅㅜ.. 그래도 메모에다가 조금씩 쓰고 있어요. 그런데 그 글들이 다 어두워서... 가벼운 마음으로 지민이 글 하나 놓고 갑니다 총총=33
그리고 '~~가, ~~이' 멤버 다 못 썼는데, 구상은 다 했는데 그게 다 어둡고 머리를 써야해서 기가 아주 쭉 빨리네요.. 이 정도면 프로다크러...
다크러로 바꿀까봐요. 장편 소재가 생각나지 않아요 독자님들 ㅜㅜ
이 글이 장편이 된다면 제목 01로 수정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우리 독자님들 ~
참고로 '연애바보' 제목은 지민이도 뜻하지만, 나오는 탄소도 뜻할 수 있어요.
지민이는 모든 걸 퍼주고 싶어하는 성격, 탄소는 무뚝뚝한 성격이랍니다 'ㅅ'
가벼운 글이니 가볍게 봐주세요.. ^//^
리얼로맨스도 꼭 데리고 올게요. 여전히 잘 만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