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순영=대환장파티17
"왜??"
[]
귀여운 이모티콘이지만 나에게서 등을 돌렸다는 걸 표현하는 이모티콘이란다.
고로 난 망했다.
(순영아)
(방금 교수님께서 퀘스천을 던지셔서 앤써하느라 답장못했어)
(알잖아ㅎㅎ 누나 버벅거리는거)
1이 사라졌지만 답이 없는 걸로 보아 굉장히 삐진 상태다.
삐진것도 귀여워요 아!주!
(헐 순영아 누나 오늘 반모할듯)
[아아아아아아아]
[시러]
[제발]
역시 순영이는 단순해.
순영이를 위해 끝나자마자 바로 가겠다는 톡을 보내니 하트 하나가 날아왔다.
이런 건 또 어디서 배운건지.. 내 게으른 심장에게 일을 주네..
열일곱님의 소재입니다
<무서움>
순영이를 생각해 집으로 바로 가려고 했으나 갑작스레 생긴 조별과제 덕에 남아서 이것저것 정하느라 늦었다. 아주 조금.
조금인데 깜깜해졌고, 무섭고, 짜증이 차오르고, 다 부셔버리고 싶다.
집으로 가는데 갑자기 누가 내 앞을 막는다. 노래를 들으며 흥겹게 걸어가고 있었는데 감히 누가 막지?
생각하며 앞을 보니 쌩판 모르는 아저씨가 날 보고있었다.
"학생 어디 살아?"
"ㄴ, 네?"
"아저씨가 목이 말라서 그러는데 물 한잔만 주면 안될까?"
"저기 편의점 있는데.. 사서 드세요.."
"아저씨가 돈이 없네."
"죄송합니다..!"
빠르게 뛰어 집으로 달리는데 그 아저씨도 따라온다.
다행히도 술에 취한 건지 비틀대며 뛰어와서 느리지만 흡사 좀비같다.
순영이에게 전화를 걸고있는데 휴대폰이 사라져버렸다.
놀라 다리가 풀려 주저앉으려는걸 휴대폰을 가져간 누군가가 팔을 단단히 고정시켜 잡아주었다.
서둘러 앞을 보자 놀랍게도 원우가 서있었다.
"나 말고 다른 사람하고 통화하지 말라니까."
"...원우야.."
"어디 아파? 왜 이렇게 표정이 안 좋아?"
위험한 상황에 익숙한 향기와 함께 나타나서 그런지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방금 전 있었던 일이 갑자기 떠올라 고개를 숙이니 아무 말 없이 나를 안아 내 등을 토닥여주며 안정시켜줬다.
말 없이 있다가 괜찮아져서 떨어지려고 하자 나를 꽉 안아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이러고 있는 거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일거잖아. 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
"..너 어디가던 중 아니야?"
"준휘 간식 사러 나왔다가 너 보여가지고 반가워서 뛰어왔지."
"다행이다.."
"이제 괜찮아. 앞으로 무사히 집에 데려다줄테니까 안심해."
"안 그래도 되는데 너가 그렇게 원하니까 사양하지는 않을게."
"그래 내가 그렇게 원해서 데려다주는 거야. 너도 나 원하지?"
말이 왜 그렇게 되지?
헛기침을 하며 집쪽으로 걸어가자 내 옆에 서며 웃음을 들키지 않으려는듯 주먹으로 입을 가린다.
근데 웃는 거 다 티나 원우야.
"근데 왜 지금 집에가? 아까 끝났는데."
"조원끼리 남아서 얘기 좀 하느라."
"카톡 만들어서 대화하지."
그렇다. 우리는 거의 삐삐시대에 살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앞으로 밤에 나올 때는 나 꼭 불러. 알았지?"
"미안하서 어떻게 그래.."
"일일이 부르기 귀찮지? 그냥 같이 살까?"
....(흐뭇)
부끄러움에 표정관리를 못할 때 저 멀리서 순영이가 정말 우다다다 뛰어온다.
"순영이?"
"..."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표정이 나에게 전해진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을 해야하는데 말 대신 눈물이 먼저 터져나온다.
순영이를 부르며 동네 떠나가라 울자 순영이는 당황하다 내가 우는 게 속상한지 더 서럽게 운다.
그렇게 오열 배틀이 시작됐다.
"저, 저기.."
"수녕이가 삐져서 느께 온 거야아..? 잘모해써.."
아니라고 고개를 막 저으며 말하니 자기도 서럽게 울면서 나한테 그만 울라는 말을 한다.
굉장히 당황한 원우는 침착하게 일단 집으로 가자며 우리를 집으로 인도했다. 원우는 인도왕자야(아무말
"난 준휘가 기다려서 가봐야할것같은데.."
"워누 아직도 이써써?ㅠㅠㅠ 가ㅠㅠㅠ 저리가아ㅠㅠㅠㅠ"
뜻밖의 상처를 입은 원우는 한동안 멍하게 서있다가 나에게 휴지를 쥐어주고 순영이에게는 아무 것도 쥐어주지 않는 소심한 복수를 했다.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 이제 가야겠다. 오늘 잘 때 무서우면 언제든 전화하고. 알았지?"라는 명언을 남긴 채 사라졌다.
<평온>
"짐쓰응.."
"응.."
"울지마아.."
"안 울어 이제.."
"짐씅이 울며는 내가 더 슬프자나ㅠㅠㅠㅠ"
"간신히 그쳤는데 또.."
다시 우는 순영이를 보며 내가 진정이 되어갔다.
우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너무 귀여워서 입가에 웃음이 번졌고 순영이는 드디어 웃는다며 더 서럽게 울었다.
아니 순영아? 왜 이렇게 모순적이니?
"순영아 울지마.. 나 또 눈물 날 것 같은데."
"눈물이 자꾸 터져나오자나.."
"그럼 나 또 울까?"
"짐쓰응 울지마아ㅠㅠㅠㅠㅠㅠ"
그냥 말을 말아야겠다.
우는 순영이의 등을 토닥여주고 있으니 급 나를 쳐다보는 순영이에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순영이를 바라보았다.
"긍데 왜 워누랑 가치 들어와써?"
"밤길이 위험해서."
"같이 들어오는 거 싫은데."
하루에 한번씩은 꼭 심쿵을 안겨주는구나.
웃으며 넘기려고 했으나 오늘따라 순영이의 표정이 펴지질 않는다.
"요즘 밤길 위험해서 집에 좀 데려달라고 했어."
"우연히 만난거야?"
"응. 준휘 간식 사러 나온 거래."
"근데 짐씅은 왜 이렇게 늦게왔어?"
"나? 조별과제 때문에 늦었지."
"같이 있다 온 거 아니라는 거지?"
"그렇다니까!"
"됐다 그럼."
지가 김래원이야 뭐야..
아니 닭은 원래 이렇게 의심을 많이하나? 닭이 원래 이렇게 예민한 동물이었나?
"순영아"
"응?"
"닭장에서도 막 의심하고 그랬어?"
"난 짐씅 아니면 안 그래."
"지수한테 물어보러간다?"
"짐씅."
"왜?"
"의심은 나쁜 거야."
"그럼 순영이 나쁘네?"
"응?"
말하고도 아차싶은건지 동공지진이 났다가 곧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는듯이 고개를 갸웃한다.
이러고 있으니 닭같넼ㅋㅋㅋㅋㅋㅋㅋ
"들켰네. 순영이 나쁜남자네."
"수녕이는 차칸수컷이야!!!!"
"진짜? 난 나쁜남자가 좋던데."
"알고있었구나. 나 원래 나쁜데"
"구라야! 착한남자 좋아하는데!!!"
"몹쓸짐쓰응..!!!!!!!"
순영이 덕분에 아까의 그 무서움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왜 이렇게 귀여운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도 순영앓이로 마무리 해야겠다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