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thriller
세피아의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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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이 멈추는 시간과 나가는 방법을 알려준 것도 애새끼였어. 문은 열리지 않을 테니까 유리창을 부수고 나가라고 했지. 환각제의 정보도 애새끼 덕분에 알 수 있었어." "……그랬구나."
얼마를 걸었는지 잘 모르겠어. 그저 도로변에 나와있는 표지판을 확인하면서 걷고 또 걸었어. 사람들의 눈에 띄이지 않게 최대한 조심스럽게 걷고 있는 중이었지. 걸어가는 와중에도 혹시 김원식이 쓰러지지는 않을까. 넌 걱정을 했어. 그만큼 김원식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안색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어. 셔츠를 찢어 묶었던 지혈의 효과는 여기까지인 것 같았지.
너는 한 편으론 마음을 졸이고 있었어. 얌전하고 착실하던 딸이 하룻동안 외박을 하고 나타났어. 그것도 옆에 연쇄살인마를 부축하면서. 그걸 확인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란. …… 상상만으로도 눈 앞이 아찔해지는 기분이었어. 너는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있었어. 정도 이상의 꾸지람을 들었던 적은 있어도 맞아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거든. 오늘이 그 날이 되겠구나. 하며 너는 점차 지쳐가는 김원식을 위해 묵묵히 걸음을 재촉했어.
그런 너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원식은 옆에서 계속 같잖지도 않은 장난을 걸어대고 있었어. 그리고 조금씩. 남자가 말한 '애새끼'의 존재에도 궁금증이 자라나기 시작했지.
"야. 나 모자 쓴 거 진짜 안 이상해?" "네. 괜찮다고 몇 번을 말해요." "아. 쓰는 거 불편해. 나 그냥 벗으면 안 돼? 내 잘난 얼굴이 가려지잖아." "그 잘난 얼굴 가리겠다고 생 난리를 부린 게 누구였는데." "아무튼 나 이거 그냥 벗으면 안 돼?" "벗든지. 말든지요. 그 쪽 잡혀가는 건 제가 상관할 바는 아니니까."
너가 무심하게 중얼거리자 옆에서 걷고 있던 김원식이 어린 애처럼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어. 하, 그 모습에 넌 잠시 헛웃음을 내뱉었지. 정말로 사람을 셋이나 죽인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김원식은 한없이 천진스러운 사람이었어. 적어도 지금까지의 김원식은 말이야.
이윽고 저 멀리에 너의 집이 보였어. 평범한 단독 주택이었지. 하늘에 해가 떠오른지 오래였기에 너는 조금 걱정이 됐어. 아버지는 늘 일이 바쁘셔서 꼭두새벽에 자가용을 끌고 병원을 나가시곤 했거든. 그런 너의 걱정이 무색해지도록 집 앞엔 익숙한 인영이 하나 있었어. 넌 조금씩 걸음을 늦췄고 김원식은 그런 너의 뒤로 몸을 숨기며 좀 더 푹 모자를 눌러 썼어. 너는 인영과 가까워질 수록 마음을 굳게 먹었어.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지금 시간이 몇시야. 어? 연락은 또 왜 안 되는데? 내가 널 얼마나 많이 찾으러 다녔는지 알기나 해? 꼴은 또 왜 그래. 어디서 뭘 하다 이제 나……." "……." "……너 울어?"
마음을. 더 굳게 먹었어야 했는데. 인영은 이재환이었어. 이재환과 너는 어릴 적부터 옆집 사이로 친하게 지내왔기에 거의 친남매나 다름이 없는 사이였지. 이재환을 보자마자 울컥거리며 눈물이 터져 나왔어. 그에 이재환은 짜증이 묻은 표정을 지웠고 핏방울이 튀겨 있는 너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어. 이윽고 이재환이 안절부절 못하며 너를 달래느라 진땀을 뺐어. 너는 결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을 수 없었어.
참 이기적인 게. 어쩔 수가 없는 게. 이재환의 익숙한 얼굴을 보니까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 안도감 섞인 눈물이 흘러 나왔어. 정작 너를 위해 지하철로 향한 이홍빈은 지금 어디서 어떤 상태로 뭘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데.
한참이나 울음을 토하는 너를 예전처럼 안아주며 등을 토닥여주고 있던 이재환이 김원식을 발견하고선 깊게 인상을 찌푸렸어. 모자를 눌러 쓴 얼굴과 곳곳에 묻어 있는 핏자국들. 게다가 한 마디 말도 없는 김원식의 태도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모습이었지.
"……이 분은 누구셔?" "…오빠. 나중에 다 설명할게. 지금은 아빠를 좀 만나게 해줘."
이재환은 물끄러미 김원식을 쳐다봤어. 경계심이 가득한 눈초리였지. 그 시선에 김원식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어. 다행히 이재환은 김원식을 알아보지 못했어. 이내 이재환이 알았다며 자리를 떴어. 아마 아버지를 데리러 가는 것 같았지. 김원식과 너는 대문을 열고 마당 안으로 들어섰어. 화초가 가득 자라나고 있는 모습에 김원식이 감탄사를 뱉으며 말했어.
"와. 예쁘네. 너 이런 것도 할 줄 아냐. 생긴 걸로 봐선 오징어 찢어 먹으면서 서든어택할 것 같이 생겼는데." "……좀 조용히 해요." "칭찬 해줘도 뭐래." "내가 가꾸는 건지는 또 어떻게 알았어요?" "척하면 척이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 아니에요. 가볍게 핀잔을 주자 김원식이 입을 다물었어. 갑자기 조용해진 분위기에 머쓱해하던 너는 뒤통수를 긁적거렸어. 일종의 버릇이었지. 문득 김원식과 눈이 마주쳤어. 그 눈동자에 스치는 공허함을 좀 더 뚜렷하게 느끼기 위해서 너는 느리게 눈을 깜빡였어. 처음 보는. 김원식의 표정이었어. 김원식은 피딱지가 굳어 있는 손바닥으로 천천히 마른 세수를 했어. 그리고 넌 그 동태를 가만히 지켜봤지.
"보고 싶어. 나도." "……." "가족."
터져 나온 말은 씁쓸했어. 직감적으로, 넌 김원식의 가족이 온전치 못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어.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고 그 기운에 우물쭈물거리고 있는 사이에 현관문이 열렸어. 아까보다 굳어 있는 표정의 이재환이 들어오라며 작게 손짓을 하고 있었어. 그에 너는 김원식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주곤 걸음을 옮겼어. 갑작스런 스킨쉽에 김원식은 얼떨떨한 표정이었지. 이재환은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을 빠져나갔어. 가요. 웃으며 너가 말하자 김원식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어.
"…아빠." "……." "죄송해요." "앉거라."
거실에 있는 시계는 아침 일곱 시를 가리키고 있었어. 아버지는 너 때문에 출근도 못하시고 너를 기다리고 계신 거였겠지. 너와 김원식은 아버지가 계시는 서재로 걸음을 옮겼어. 핏방울이 튀긴 얼굴. 잔뜩 구겨진 교복과 찢어진 스타킹. 찬찬히 너의 모습을 훑어보던 아버지는 김원식에게로 시선을 돌렸어. 눌러 쓰고 있던 모자를 벗고 가볍게 묵례를 건네는 모습을. 아버지는 조용하게 지켜 보셨어.
"무슨 일인지는. 묻지 않으마." "……." "……치료는 레지던트에게 맡기지." "…네."
묻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다 알고 있으니 물을 필요가 없는 거겠지. 김원식은 그걸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어. 아버지가 한숨을 내쉬면서 서재를 나가셨어. 덕분에 서재엔 너와 김원식, 단 둘이 남았지.
"너네 아버지. 나 알아보셨을까. 신고하시면 어떡해?" "매일 신문에 파묻혀 사시는 분인데 당연히 알아보셨겠죠. 게다가 오빠 지금 모자도 벗고 있잖아요."
오빠, 라는 말에 김원식은 잠시 흠칫하며 어깨를 떨었어. 그리고 김원식은 아주 잠깐 너의 긴 머리칼을 쓰다듬었어. 놀랄 틈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온 하얀 가운 때문에 무어라 제대로 입을 열지도 못했지만.
"……정택운입니다." "……."
정택운의 눈이 짧게 김원식을 훑었어.
"…출근해서, 교수님이 안 계시길래 한참 동안 가만히 이다가 갑자기 급한 호출이 생겼다고 해서 온 건데." "……." "탈옥범이랑 노닥거리고 있는 꼴이라니." "……." "우습네요."
하얀 가운을 걸치고 있는 정택운이 문득 차갑게 웃으며 말했어. 원래도 정이 없는 사람이란 걸 잘 알지만, 너는 정택운의 얼굴을 보고 잠시 인상을 찌푸렸어. 대학병원의 의사이자 교수인 아버지 밑에서 조교 겸 레지던트를 수행하고 있는 정택운은 어릴 적부터 볼 기회가 많았어. 어쩌면 이재환보다도. 그러나. 언제 봐도 적응이 가지 않는 사람이었어. 정택운은. 너와 정택운을 번갈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던 김원식이 너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어.
"왜요?" "친하지도 않은 여자애한테 복근 보여주는 취미 없거든?"
잠시 이해가 되지 않아 멍청히 눈을 깜빡이던 너가 곧 얼굴을 붉히며 빠르게 서재를 빠져나갔어. 너가 빠져나간 문 밖을 조용히 지켜보던 김원식이 갑작스레 턱을 움켜 잡는 손길에 미간을 찌푸렸어.
"상당히 좆같다." "……." "너 같은 새끼가 성음이를 데리고 있었다니." "…누가 할 소리를." "성음이한테 허튼 짓 하면 가만 안 둬." "하?" "진짜로 죽여 버리는 수가 있어."
허여멀건한 손바닥이 거칠게 김원식의 턱을 놓았어.
"악마 같은 새끼들." "……." "네 새끼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기나 해?"
김원식이 부릅 눈을 치켜뜨며 소리치자 정택운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내려갔어. 곧 천천히 셔츠 단추를 풀어내는 손길에 김원식은 입을 다물었어. 반짝이는 의료기구들이 소독수에 씻기고 있었지. 김원식은 정택운을 노려보며 말했어.
"차학연은 잘 있더라." "……." "이렇게라도 말해줘야 네가 조금이라도 빨리 정신을 차리겠지."
뭐. 그 땐 후회하기에도 시간이 넉넉치 않을 테지만 말야. 김원식이 중얼거렸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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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를 빠져나온 너는 뜨겁게 붉어진 얼굴에 부채질을 하느라 바빴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걸까.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어. 출근을 하신 모양이야. 김원식과 정택운이 있을 서재에서 잠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지만 넌 금세 신경을 껐어.
김원식의 치료가 끝날 때까지 거실에서 기다리려고 했던 넌 문득 떠오른 생각에 이 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걸음을 옮겼어. 이 층엔 다락방과 너의 방이 있는 곳이었지. 방문을 열고 들어가던 넌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누군가 때문에 잠시 걸음을 멈췄어. 이재환이었어. 손에 까만 봉투를 들고 있는 걸로 봐선 잠시 외출을 하고 온 모양이었어.
넌 교복 자켓 주머니에서 두 개의 휴대폰을 꺼냈어. 하나는 네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홍빈의 것이었지. 여전히 패턴은 몰랐어. 넌 충전기를 너의 핸드폰과 연결시켰어. 곧 반짝거리며 하얗게 액정이 떠올랐고 이홍빈의 핸드폰은 그 옆에 올려두었어. 넌 침대 위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이재환에게로 시선을 돌렸지. 이재환은 한 눈에 봐도 조금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어. 그런 이재환의 곁으로 다가간 넌 잠시 이재환과 눈을 맞췄어. 그러자 송아지 마냥 순한 눈망울이 약하게 흔들렸어. 이재환이 발 끝으로 방바닥을 두드리며 말했어. 앉아.
"약국 갔다 왔어. 약 발라 줄게." "…다치지도 않았는데. 괜찮아." "예쁜 얼굴이 그게 뭐야. 오빠 속상하게." "학교는?" "하루 빠진다고 안 죽어."
너가 이러고 있는데 학교 생각이 나겠냐. 이재환이 덧붙였어. 너는 느리게 방바닥에 앉았어. 그런 너를 침대 위에서 바라보고 있던 이재환이 조심스럽게 너의 얼굴을 감싸쥐었어. 이재환이 서둘러 봉투에서 연고와 물티슈를 꺼냈고 곧 꼼꼼한 손길로 너의 얼굴을 닦아주고 연고를 발라주기 시작했어. 따스한 온기에 또 다시 눈물이 차오를 것 같았던 너는 꾹 울음을 참아내며 이재환에게 말했어.
"오빠." "…응." "집에 오려고 지하철을 탔는데."
이재환은 대답하지 않았어. 그저 묵묵히 연고를 바르고 있을 뿐. 지하철을 빠져나올 때 유리 파편이 박혀 들어갔는지 이재환이 얼굴 어느 곳에 손을 대자 넌 따끔함에 인상을 찌푸렸어. 그에 이재환은 잠시 연고를 짜내던 손길을 멈췄어.
"지하철이…… 멈추지를 않았어." "……." "…너무, 무서웠는데. 진짜 딱 죽을 만큼 무서웠는데." "……." "그 때랑은 다르게…" "……." "이젠 오빠 생각이 안 나더라." "……." "다행이지."
그 말에 이재환은 다시 연고를 너의 얼굴에 발라주기 시작했어. 너가 짧게 미소 지었어. 다 됐다는 이재환의 말에 넌 방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곤 이재환이 앉아 있는 침대 옆 자리에 앉았어. 그러다가 문득 어릴 적 생각이 났지.
어릴 때 몸이 자주 아파 입원이 잦았던 네게 매일 같이 찾아와 주던 정말 오빠 같았던 오빠. 나란히 병원 침대에 앉아 심심한 너를 위해 조용한 목소리로 동화책을 읽어주던 이재환이 머릿속으로 떠올랐어. 그 때도 이렇게, 오른쪽엔 이재환이. 그 옆엔 너가 있었는데. 어릴 때 생각난다. 느닷없이 빠져나온 말에 이재환이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어.
"그 때 오빠가 읽어주던 동화책들…." "…응." "아직도 우리 집에 있다."
저어기. 넌 그렇게 말하며 책장의 밑 부근을 손으로 가르켰어. 이재환이 그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옮기는 게 느껴졌어. 이재환의 어깨에 기대어 한참을 가만히 있던 너는 가만히 중얼거리기 시작했어.
"…오빠 어깨 되게 편하다."
그에 이재환이 무어라 입을 열려던 찰나에 방문이 덜컥거리며 열렸어. 김원식과 정택운이었지. 정택운은 이재환과 너를 잠시 번갈아 바라보다 이내 이재환에게 할 말이 있다며 이재환을 데리곤 먼저 계단 아래로 사라졌어.
김원식은 너에게로 다가왔어. 치료가 잘 됐는지 굼떴던 움직임이 조금 홀가분해 보여 너는 작게 미소를 지었어. 씻은 건지 핏자국이 가득했던 피부가 한층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어. 사람 됐네요, 중얼거리던 네가 주먹을 쥐는 시늉을 하는 김원식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어. 그리고 갑자기 윗옷을 벗어 던져버리는 김원식의 행동에 넌 얼어붙어 버렸어. 달칵. 하고 방문이 잠겼어.
"뭐야. 왜 그렇게 봐? 빨리 갈아입을 옷이나 줘." "…네?" "이런 꼬라지로 돌아다니면 나 일 분 안에 잡혀 가. 핏자국 잔뜩 묻어 있는 너덜너덜한 셔츠 입고 있는 사람이 거리를 쏘다니는데 어느 누구가 평범하게 보겠냐." "……아아."
어색하게 입꼬리를 말아올리던 넌 서둘러 옷장을 뒤지기 시작했어. 하필 처음 뒤적거려 찾았던 게 속옷이라 또 다시 얼굴이 붉어졌지만. 쌓여 있는 옷가지들 중 하나를 골라 건네자 김원식이 투덜거렸어.
"이거 내 스타일 아냐." "아. 빌려 입는 주제에 무슨 스타일을 따져요. 그냥 입어요. 그게 그나마 무난한 옷이니까."
셔츠를 벗어 던졌던 김원식. 그러니까 반 쯤 알몸 상태인 김원식을 똑바로 주시할 수 없었던 너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로 손만 조심스럽게 뻗고 있는 상태였어. 투덜거리며 너의 손에서 티셔츠를 낚아챈 김원식이 옷에 몸을 구겨 넣는 소리가 들렸어.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넌 뒤를 돌아 김원식을 확인했어. 처음 봤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보송해진 모습에 넌 잠시 미소를 지었어. 핏자국이 찍혀 있는 셔츠를 네 방 쓰레기통에 집어 넣던 김원식이 말했어.
"근데 너 나 도와줘서 감방 가는 거 아니냐?" "……." "잘 됐네. 여자랑 같이 서로 끌려가는 기분은 또 어떨지 기대된다." "…어떻게 할 거예요? 앞으로." "글쎄." "지금 상태론 잘 움직일 수도 없을 텐데." "그러게." "……그럼 일단 나 학교 갔다올 때까지 여기에 있을래요?" "그래도 돼?"
놀라 묻는 김원식의 목소리에 넌 차근히 고개를 끄덕였어.
"저 구해줬잖아요." "……." "그럼 저도 구해줘야죠."
결정적으로 그런 엄청난 일을 겪고서 이렇게 빨리 잡혀버리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네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김원식이 부드럽게 웃었어.
"오늘은 그냥 빠지지. 시간도 늦었는데." "아직 점심 시간도 안 됐어요." "혹시 고 삼이냐?" "아니요. 이 학년이요." "근데 뭘 그렇게 열심히 해."
딱 김원식스러운 발언에 넌 웃음을 터뜨렸어.
"교복 갈아입어야 되니까 나가있어요." "싫은데?" "…뭐요?" "너도 나 옷 갈아입을 때 옆에 있었잖아." "……." "진짜 안 볼게. 뒤 돌아서서 가만히 있을게."
응? 자, 약속. 김원식이 웃으면서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너의 새끼손가락에 억지로 끼워 맞췄어. 그 모습에 헛웃음을 짓던 네가 까치발을 들어올리며 김원식의 머리통을 약하게 때렸어.
"나가요. 당장." "…그렇다고 때리는 게 어딨냐……."
인상을 찌푸리며 머리통을 부여잡는 김원식을 넌 손수 방문 밖으로 밀어주었어. 밖에서 궁시렁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너는 천천히 교복을 갈아입기 시작했어.
"갔다 올게요." "어디서 나 봤다는 소리 하면 진짜 죽는다."
이내 교복에 고트를 걸치고 방문을 빠져나온 너를 바라보며 김원식이 말했어. 너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코트 주머니 안으로 챙겨 넣은 두 개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렸어. 그리고 다른 쪽 주머니에 들어 있던 검은색의 마스크를 꺼내면서 김원식에게 혹시라도 나갈 일이 생기면 사용하라고 했지.
"말 안 해요. 대신." "……." "…이따가, 다시 제가 집에 오면. 그 때 말해주세요."
왜 사람을 셋이나 죽인 건지. 사실 맘 같아선 지금 당장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싶은데, 오빠 목소리로 듣고 싶어서 참는 거예요. 제법 맹랑한 제안에 김원식이 어깨까지 들썩거리며 웃음을 터뜨렸어.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확인하곤 넌 마지막으로 인사를 건넸어. 그렇게 집을 나온 너는 마당 한 켠에 세워뒀던 자전거를 꺼냈어. 아무래도 오늘은 지하철보단 자전거가 나을 것 같았지. 물론 지금 운행되고 있을 지하철이 정상적일지 어떨지는 알 수 없었지만. 오랜만에 만져보는 자전거이 손잡이는 낯설었어.
얼마나 달렸을까. 해오름마트가 보이기 시작했고 넌 학교에 도착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렸어. 조금이라도 더 빨리 학교에 도착하기 위해 넌 좀 더 속력을 냈어.
"안녕. 성음아.' "……." "좋은 아침."
그 낡아빠진 자전거의 체인을 밟으며. 그 아름다운 미소를 얼굴 위로 그리며. 멀쩡하게 손을 흔들며 너의 곁을 지나치는 이홍빈만 아니었더라면. 넌 사 교시가 시작되기 전까진 교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지도 몰라. |
회차가 많아질 수록 점점 막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세피철...★
구독료 안 걸어놓길 백 번 잘했네요... 껄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그러면 죄송해서 죽을 뻔 했어.
근데 여기서 나오는 등장인물들 다 하나 같이 괴짜들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서웤ㅋㅋㅋㅋㅋㅋㅋ 으앜ㅋㅋ
살인마에 성질 더러운 레지던트까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상인이 없엌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 혁이만 안 나왔네요...
혁이는 또 어떤 괴상한 인물로 나오게 될지 개대해주세요.
단톡방은 조금만 더 이따가.
부족한 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