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민현 아프다던데? 왜 너한테 말하지 말라 했는진 모르겠지만. 책상에 멍하니 앉아 성우가 한 말을 머릿속에서 계속 떠올렸다. 얜 왜 아픈 걸 나한테 숨기는 거야. 왠지 모를 섭섭함이 밀려 왔다. 야. 일어나. 1교시 체육이래. 친구 채하가 얼른 체육복으로 갈아 입으라며 나를 재촉했다.
강당으로 가 자유롭게 줄을 섰다. 아, 체육 하기 싫은데. 옆에 있는 채하에게 투덜댔다. 오늘 짝 피구 한다 했나? 어쨌든 그렇대. 채하가 귀찮다며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채하의 말대로 체육 선생님이 이번 시간에는 짝 피구를 하겠다고 말씀하셨다. 번호 순대로 짝을 지으라 하자 여기저기서 아.. 하고 불만을 표출했다. 선생님이 알았다며 너희들 맘대로 정하라 하자 애들이 금방 활기를 띄었다.
"가자 이름아."
"어, 으응?"
내 손목을 잡아 이끌던 종현이 멈칫하고 나를 돌아보았다. 나랑 같이 할 거 아니었어? 종현이 묻는 말에 아냐, 라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따라 정신없어 보이네. 피곤하면 앉아서 쉬어. 걱정해주는 종현에 괜찮다며 웃어 보이자 종현도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남자 애들을 기준으로 팀을 홀수 짝수로 나눴다. 4번인 종현과 함께 짝수 팀으로 들어갔다. 여기 꽉 잡고 있어. 종현이 내 손을 자신의 허리에 얹혔다. 뒤에서 바라본 종현의 뒷모습이 듬직했다.
*
"부기 아까 피구 잘하던데?"
"나 잘했어?"
응, 완전 잘했어! 여기 물티슈. 종현에게 물티슈를 건네주자 고맙다며 얼굴에 맺힌 땀을 닦았다. 근데 민현이는 아직도 안 온 거야? 종현이 민현의 빈 자리를 보며 물었다. 몰라, 어디 아픈가 봐.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지만 내심 걱정이 되었다. 혹시 연락이라도 왔을까 폰을 꺼내봤지만 민현에게 온 연락은 없었다.
"많이 신경 쓰이나 봐."
"어.. 좀 티 났어?"
"응. 그래 보여."
연락은 해봤냐고 묻는 종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연락을 안 받아..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종현이 괜찮다며 등을 살짝 토닥여 주었다. 너무 속상해 하지마.
지루했던 학교 수업이 끝났다. 종현과 다른 친구들에게 잘 가라며 인사하고 급하게 학교 밖으로 나섰다. 여기 주변에 본죽이 어딨더라.. 얼마 안 가 가까운 거리에서 죽 집을 찾아 쇠고기 야채 죽을 포장해갔다. 휴대폰을 켜자 민현에게 페메가 와 있었다.
아ㅋㅋ 미안 자느라 연락도 못 받았네
학교 끝나고 페메해
페메를 확인하고 민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 음이 얼마 안 울린 후에 민현이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평소와 다르게 목소리가 많이 잠겨 있었다. 너 오늘 아파서 학교 안 온 거 다 알아. 민현에게 따지듯 말하자 한숨을 쉬며 옹성우가 얘기해줬냐며 물었다.
"내가 물어봤어."
'그게 뭐가 궁금해서.'
궁금해 하면 안돼? 민현이 내 말을 듣고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따 잠깐 나올 수 있냐고 묻자 그제서야 응. 하고 대답을 했다. 통화를 끊고 집으로 가는 걸음을 빨리 했다.
*
민현의 집 앞에 서 벨을 누르자 딩동, 하고 벨이 울렸다. 민현이 한 손으로 이마를 짚고 나왔다. 왜 왔어. 민현이 까칠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 걱정돼서 왔는데요."
"걱정은 무슨."
지금 그게 걱정해주러 온 사람한테 할 소리야? 민현을 째려보자 민현이 내 시선을 회피했다. 사실 이거 주려고 왔어. 민현에게 아까 포장해온 죽을 주자 굳이 안 줘도 된다며 받기를 망설였다. 먹으라고. 네 누나.. 민현이 고맙다며 죽을 받아 들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잖아. 어디 아픈건데? 내 말에 민현이 그냥 몸살. 이라고 대답했다.
"근데 왜 나한텐 말 안 했어."
"너한테 걱정 끼치기 싫어서."
그렇게 얘기 안 해주는 게 더 신경 쓰이거든? 내가 내 친구 걱정하겠다는데. 민현이 내 말을 듣고 친구.. 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친구 뭐?"
"아니야, 죽 잘 먹을게. 고마워."
알면 됐고. 나 이제 들어간다? 민현에게 잘 있으라며 손을 흔들었다. 어차피 민현의 집 바로 앞이 우리 집이긴 하지만. 집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민현이 야, 잠깐만. 하고 나를 불러 세웠다. 고개를 돌려 민현을 쳐다보았다. 왜?
"내일 주말이지?"
"응."
"아니, 그게 아니라, 아."
내일 시간 있으면 같이 영화 보러 가자고. 민현이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영화? 알겠어. 나머지는 페메로 얘기해. 민현이 활짝 웃으며 그럼 내일 봐. 라며 인사했다. 민현과 단 둘이 처음 잡은 약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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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편은 좀 빨리 왔죠?! 급하게 써서 글이 이상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어요ㅠㅠ 그리고 댓글 달아주시는 독자 분들께도 감사합니다ㅎvㅎ 제가 정말 많이 사랑해..♥ 그리고 이름 빌려준 제 친구 채하한테도 사랑해 증맬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