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요, 교생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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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쌤, 남친 있어요? "
이게 무슨 일이람.
여주가 잠시동안이나마 눈을 반짝이며 기대했던 자신을 스스로 질책하며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눈앞의 남학생을 바라보았다. 윗 단추가 한 두개 풀어진 와이셔츠에 다리가 길어서인지, 아니면 바지를 줄여서인지 발목이 훤히 드러나는 교복바지, 게다가 어딘가 모르게 앳되면서도 불량스럽게 자신을 보며 씩 웃는 저 얼굴.
여주가 한숨을 내쉬며 남학생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에휴, 저도 모르게 나온 한숨에 여주가 다시 눈을 맞췄다.
" 상담한다며. "
" 상담하고 있잖아요, 지금. "
" 진로 고민이라며. "
" 진로 고민이죠. 쌤 남친 유무에 따라서 달라지니까. "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흐흐, 하고 웃으며 의자를 오른쪽 왼쪽으로 돌며 몸을 트는 쟤를 어쩌면 좋을까, 싶은 여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주가 이마를 짚고는 글쎄, 그게 왜 상관인데. 하며 답답한 목소리로 묻자 남학생이 기다렸다는 듯 몸을 꼿꼿이 세워 앉았다.
" 제가 쌤 좋아하니까요. "
" ...현빈아. "
아아아아. 권현빈.
여주가 속으로 울부짖었다. 열여덟살 답지 않게 쭉 뻗은 다리와 쩍 벌어진 어깨, 게다가 앳되면서도 묘하게 어른스러운 느낌의 얼굴. 너는 스물세살 먹은 내가 아니더라도 좋다고 달려드는 여자애들이 많을텐데.
꽤나 설렐법도 한데 여주는 전혀 그래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골치 아프다는 듯 현빈을 보고는 체념한듯 현빈을 불렀다.
" 쌤, 저 장난 아니에요. "
" ...장난이든 아니든 너 지금 나 놀리러 온 걸로 밖에 안 보여. "
" 흠? 왜지? 저 진지한데요? "
현빈이 꽤나 심각한 표정을 하고 여주를 보았다. 맨날 이런식이잖아 너. 처음부터 사람 엄청 당황시키고는. 나도 참 웃기지. 맨날 이러니까 이 장난스러운 고백에 적응해버리고 말이야. 여주가 현빈을 흘겨보았다.
" 나도 진지하거든? 지금 진로 고민 있어서 상담 신청한거라길래 좋은 맘으로 들어주려고 했더니. "
" 쌤 남친 없죠? "
" ... "
" 손에 반지도 없고, 딴 반 애가 그랬다던데. 이번 교생 쌤 중에 남친 있는 사람 아무도 없다고. "
문득 여주의 머릿속에서 첫날이 떠올랐다. 4반을 들어섰을 때, 단연 눈에 띄었던 맨 끝자리의 현빈. 담임선생님이 평소에는 누워있더니 오늘은 웬일로 깨있냐며 장난스레 묻고 현빈이 씨익 웃으며 '이쁜 쌤 온다고 들어서요!'하며 익살스레 답한 모습이 떠올랐다. 그 때 꽤 당황했었는데.. 지금은.
" 알면 왜 물어. "
" 그냥. 썸남이라도 있을까 싶어서요. "
요즘 애들 참 당돌해. 그지?
여주가 스스로에게 묻고는 현빈을 쳐다보았다. 넌 뭐가 그렇게 좋아서 맨날 웃냐... 현빈은 여주가 수업할 때면 눈이 초롱초롱해져서는 수업을 듣곤 했다. 발표도 꽤나 적극적으로해서 좀 귀엽게 봐줬더니, 그 다음부턴 맨날 이렇게 장난스럽게 고백을 해오곤.
물론 현빈의 마음이 장난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이 맘때는 다 그러니까. 그냥 어른스러운 대학생 선생님 보니까 당연히 그럴 수도 있지. 나 학교 다닐때 남자애들도 그랬는걸.
" 권현빈. "
" 없죠? "
" ... "
" 답 못하는거 보니까 없네~ "
" 있으면, 어쩌려고? "
" 그러면... 누군지 확인해야죠, 제가? "
어쭈... 처음에 현빈이 쌤 이뻐요, 쌤 좋아요. 할 땐 얼굴이 빨개져서 어떻게 해야될지 몰랐는데 하루에 세번꼴로는 듣다보니 적응해버린 여주였다. 그래서 이런 말에도 아무렇지 않게 반응할 수 있는거고.
아무리 현빈이 교복핏이 잘 어울리는 잘생긴 남성이면 뭘하나, 그래봤자 다섯살이나 어린 고등학생 제자인데.
" 쌤. 있잖아요. 그럼 쌤 주위에 뭐 그렇고 그런 남자가 없다는 가정을 하고 이제 진짜 진로 고민할게요. "
" ... "
" 쌤 과 가려면, 저 얼마나 잘해야돼요? "
" ...뭐? "
여주가 뜬금없이 나온 질문에 당황한 듯 되묻자 현빈이 아무렇지 않게 눈을 꿈뻑이며 다시 말해요? 쌤 과요. 쌤 지금 다니는 과 가려면, 제가 어떻게 해야 되냐고요.
" ...너 몇등급인데. "
" 음.. 내신이 엉망진창이긴 한데... 지금 고2 초반이니까 역전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저 마성의 긍정왕...
여주가 속으로 박수를 쳤다. 생글생글 웃는 현빈이 예전에는 꽤 귀엽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그냥 능글능글 대마왕같다.
" 쌤 좀 있음 졸업이라 그런건 잘 몰라. 근데 너 진짜 국어쌤 하고 싶은거야? "
" 쌤이 저 입학하고나서도 남친 없다고 말해주면? "
" ...가라, 가. "
여주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현빈이 그런 여주를 보고 덩달아 벌떡 일어섰다. 180이 넘어서 그런가 여주가 흠칫하며 현빈을 올려다보고 현빈이 여주를 보며 씩 웃었다.
" 목 아프시죠, 저 쳐다보는거? "
" ...뭔 소리야. 빨리 교실 가. 좀 있으면 종쳐. "
" 앞으로 제가 쌤 눈높이에 맞춰 드릴까 싶어서. "
" 야, 권현빈. "
" 아아, 알았어요. 갈게요. 가. "
현빈이 먼저 교무실 밖으로 나가고 여주가 한숨을 내쉬며 현빈의 뒤를 따라갔다. 아. 권현빈. 너 때문에 내가 진짜.
안녕하세용용용 |
안녕하세요 국프님들 3차경연 광탈이라 넘 슬프지만 다들 힘내자구요
아자아자~
그리구 전 프듀연생 모두를 애정하고 사랑하고 아낍니당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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