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맞다, 나 블락비 좋아했었지
이왕 귀신된 김에 블락비나 실컷 보러갈까
근데 무작정 어떻게 찾아가지 난 그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 생각에 빠져 그냥 길을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내 눈에 보이는건
블락비 쇼케이스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 02
뭐지? 블락비 쇼케이스...?
문득 아까 지나쳤던 여학생들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야야 대박 이번에 들었어? 블락비 드디어 컴백한대!!"
맞아, 컴백했다고했지. 왜 고개를 드는데 난 이곳에 서있는거지
그런데 야속하게도 굳게 닫혀있는 문은 열리지 않았다.
운이 좋았던걸까? 우연이였을까? 아니면 정말 아니면.. 내가 귀신이여서 그랬던걸까?
닫혀서 안열릴줄만 알았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으로 보이는 모습은
수많은 팬들이 '보고싶었어' 라는 슬로건을 들고 있고 박경이 울고있었다.
내가 죽어서 헛것이 보이는건가, 박경이 울고있어
아니야 꿈일꺼야 이건 꿈이야.
맞다, 나 귀신이지
왜 자꾸 내가 살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걸까
기분 참 더럽다.
차라리 하늘로 올라가는게 마음 편할거같아
"아 뭐야, 왜 문이 안닫히지 큰일났네"
스텝 중 한명이 말했다.
진짜 문이 열린건가? 내가 귀신이여서 보였던게 아니라?
뭔가 이상해서 그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쾅
내가 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문이 닫혔다.
그리고 수많은 팬들, 그리고 블락비가 문을 쳐다봤다.
"하하.. 문이 갑자기 열렸었는데 이제 닫혔네요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스텝분... 저때문인거 같네요
살아있을때는 한번도 실물을 보지 못했는데 내가 죽으니까 이런 기회도 찾아오는구나..
평생 못 볼 줄 알았었는데..
긴 공백 끝의 팬들과의 만남이였는지 그사람들은 모두 행복하게 웃고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팬들도 모두 웃고있었다.
내가 만약.. 아주 만약에 살아있었더라면 나도 이렇게 웃고있었겠지?
뒤늦에 올라온 영상 보면서 같이 웃고 울면서 보고 친구들이랑 얘기하고 있었겠지?
마지막 곡인 '난리나'를 부르며 쇼케이스는 끝이났다.
모든 사람들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후문으로 향했다.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보고싶다는 거겠지,
나도 함께 후문으로 갔다. 여전히 사람들은 내 몸을 아무렇지도 않게 통과한다.
눈물이 차올랐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그 사람들이 모두 차에 오르고 팬들도 아쉬운 마음을 달랜 채 집으로 갔다.
나도.. 집에 가고싶다..
하지만 엄마아빠 얼굴을 볼 용기는 차마 없었다.
엄마는 내 사진을 보면서 울고 계실 거고, 아빠는 그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고 계실테니까..
이왕 귀신 된 김에 해보고싶은거 다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그사람들이 탄 차 뒤를 따랐다.
아마 숙소로 향하는 거겠지? 숙소에 들어가는 것만 보고 올 생각이였다.
그렇게 몇십분을 따라갔을까?
하늘은 완벽히 깜깜해졌고, 지나가는 차들도 몇 없었다.
잠깐 경치구경을 하는 사이,
반대편 차도에서는 음주운전이라도 하는듯 트럭이 비틀비틀 오고있었다.
안되, 위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