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_쪽팔림은_쟤_앞에서만_계속되는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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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렇다면 감사히 들어가겠슴다....”
그 짧은 순간 이성과 시린 궁둥이의 대결에선 결국 궁둥이가 승리함.
개거지꼴로 처음 보는 남자애의 집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양심에 찔리는 것이었지만, 오늘 하루만 양심을 버리기로 했음.
오늘만 양심을 버리기로 한 노양심녀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저기 들어가서 뭘 해야하는지 참....막막하였음.
첫 째, 우선 나는 저 남자애와 매우 초면인 상태임.
둘 째, 내 꼴은 현재 두피부터 양말까지 다 젖은 상태임.
양말이 젖은 것은 당연히 신발도 젖었다는 것인데 내 신발 지금 운동화.
즉, 발냄새가 졸라게 쩔거란 말임....
내 꼴을 보고도 자신의 집에 들어가길 허락해준 걸 보면 결벽증은 아닌 것 같지만....
셋 째, 저 남자애는 분명 “잠시 저희 집에서 기다리실래요?”
라고 했는데, 대체 그 잠시가 얼마만큼의 시간이냐고.
남자애가 도어락을 누르는 순간에도 마음은 심란했음.
아니, 고맙긴 무진장 고마운데 강여주 이제 어쩔,,,,,
남자애는 쭈뼛쭈뼛 나보고 들어가라 했고, 나도 그에 화답해 쭈뼛쭈뼛 들어감.
뻘쭘.....
양말이 젖어서 신발을 벗는 것 조차 너무 눈치가 보였기 때문에....... 그 남자애는 이미 신발을 벗고 들어갔는데도 난 현관에 우두커니 서있을 수 밖에 없었음.
내가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자, 그 남자애가 눈이 똥그래져서는 물어봄.
“엥.... 왜 안들어오세요?”
양말이 너무 젖어서 이 상태로 들어갔다가는 제가 지나간 경로대로 이 집 방바닥에 영역표시를 하게 될 것이고, 그 냄새도 장난아니겠죠.
하기에는 내가 너무 조신,,,,아니 여성스럽,,,, 아니 쪽팔렸음.
“양말이 너무 젖어가지고....”
그제서야 남자애가 아하 하는 얼굴을 하고 욕실로 추정되는 방 문 앞에 있던 발수건을 내 앞에 갖다놔줌.
오 매너 쩔... 속으로 감동받음.
“양말 벗고 발 씻어도 돼요.”
님 매너 인정이요.
“아 그리고, 트레이닝복 앞에다 놔둘 테니까 옷.....찝찝하면 갈아입으세요.”
천사가 따로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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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을 벗고 혹시나 발냄새 날까 봐 발을 뽀득뽇득 소리가 나게 닦음.
발을 닦고서는 저 남자애가 갖다준 트레이닝복을 소중히 가져다가 두고
젖은 옷들은 욕실 옆에 놔둔 내 가방위에 챱챱 올려둠.
‘대체 저 남자애는 어디까지 착할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옷을 갈아입었음.
오빠 옷을 뺏어 입는 건 일상이었지만, 외간남자 트레이닝 복을 입어보긴 또 처음일세...껄껄
하지만, 나의 모습은....에.....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런거 없어요.
남자 트레이닝복 입었는데 헐렁헐렁해서 보호본능 자극하는....
그딴 일은 나에게 있을 수가 없었음.
나는 동네에서도 소문난 파워 떡대였기 때문임.
살짝...아주 살짝 나온 뱃살은 덤이다.
암튼 그렇게 꽉 맞는 트레이닝 복을 입고 나가는데
당황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장면이 펼쳐져 있었음.
그 남자애가 꼼지락거리면서 내 젖은 옷가지들을 드라이기로 말려주고...
드라이기로 말려주고... 내 옷을.... 드라이기로....
이게 뭔....
벙찐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그렇게 눈이 마주쳤음.
"어....옷이 좀 언 것 같아서 녹이고 있었는데...."
“감...감사합니다.”
#
그 뒤로 어색한 상황이 계속 되고 있는 중임.
나는 지금 소파에 앉아있다.
남의 집 소파에.
한 소파 위에서 저 남자애는 저 끝에 나는 요 끝에 앉아서
무한 도전 재방송하는 걸 보고 있는데,
개웃긴 장면 나오는데도 웃음 참느라 광대아파 뒤지는 줄.....
그러다 갑자기,
“그...저기 몇 살이세요?”
“아....그....저.....음..... 고2요.”
“헐, 저도 고등학교 2학년인데!”
동갑이라 반가웠는지 눈이 똥그래지는 남자애였지만,
이내 다시 얌전해졌음.
“아,안녕. 그럼 이름이 뭐야?”
동갑이라고 이름을 교환하는 이런 상황은....유치원 다니던 시절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았음.
“나 강여주....”
“난 안형섭이야.”
“하핫, 그렇구나... 형섭이구나....”
이름을 알게되어도 어색한 분위기는 어찌할 수 없었음.
아...나 원래 친화력 갑이었는데, 이제 나도 한 물 갔군.
거실에는 무한도전 속 유느님의 에~~~이 하는 소리만 울려퍼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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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폰을 봤는데,
열쇠가 현관 수납장 위에 있다는 통화 이후로
연락두절이었던 썩을 놈에게서 연락이 와있었음.
-야 니 어디?
-하나뿐인 동생아, 오빠가 오늘 사과의 의미로 치킨 쏜다
나는 속으로 조용히 욕을 읊조리며 나의 상세한 위치와 내가 겪은 버라이어티...한 일들을 모조리 장문의 문자로 보냈음.
물론, 가끔 게걸스러운 육두문자까지 입력하는 것도 잊지않음.
내가 형섭이라는 옆집사는 애한테 엄청난 민폐와 신세를 끼치고 있다.....등등등.
-그 친구 몫도 사준다 그래. 짜식 착하네
이걸 또 쟤한테 어떻게 말한담.....
“저기, 안형섭아.... 우리 오빠가 고맙다고 치킨 사준대는데 먹을거지?”
치킨소리에 얼굴이 환해지더니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는 안형섭이었음.
‘응 먹을래’하는 대답보다 와닿는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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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빠가 안형섭네 집까지 오게 되었음.
“니가 형섭이가. 오늘 얘 거둬주느라 수고 많았데이.”
짱돌을 불끈....!
오늘 우리 엄마 아들이 열쇠를 깜빡한 거 때문에 고생한거 생각하니 혈압이 쏠렸지만,
안형섭 앞에서는 일단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음.
“야, 강여주 치킨 좀 시켜봐라.”
“아 오빠가 시켜.”
“귀찮다. 오빠가 쏘는 긴데 니가 좀 시키라.”
“그럼 웨지감자도.”
“하이고...까다로운 가시나.”
문득 이런 대화를 나누다가 안형섭을 바라보니,
참 여러가지한다는식의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음.
왜....뭐.....
암튼, 치킨은 내가 시키게 됨.
“여기, 뫄뫄 아파트 301호인데요, 레드콤보 세 마리랑”
“감자도 시킨다매”
“말하려고 했거든. 아 그리고...”
“웨지감자.”
“웨지감자 세 마리 주세요.”
난 이 때까지도 뭐가 잘못 된건지 상황파악이 1도 안되는 중이었고,
옆에서는 오빠가 아주 굴러다니면서 쳐웃고 아주 지랄풍년이었음.
수화기 너머에서도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 중....
이씨....
“강여주 웨지감자 세 마리 시키심?”
“그냥 감자 세 켤레 시키지 그랬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집이었으면 쪽팔린 기색 하나도 없이 웃으면서 약올리는 오빠를 후드리챱챱 때려줬을 테지만,
여기는 안형섭의 집.
분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음.
그리고 고개를 돌리니 웃음을 참느라 무진장 애를 쓰는 안형섭의 얼굴이....
“야...너도 웃고 싶으면 웃어.”
안형섭은 그제야 오빠와 함께 마음껏 굴러다닐 수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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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숭따위 없는 나는 두 남자의 먹는 속도에 절대 뒤처지지 않았음.
내 몫의 감자까지 다 해치운 나는 오빠의 감자에도 손을 뻗음.
“야, 이 감자야. 내꺼 뺏어먹지 마라.”
“아 왜 나 감자 제일 좋아한단 말이야.”
잠시 여기가 안형섭네 집인 걸 잊고 여느 때처럼 오빠와 감자 쟁탈전을 벌임.
오빠가 감자를 자기 품에 가져가 끌어안고 나는 그걸 또 뺏으러 일어나려는 순간,
안형섭이 날 쿡쿡 찌름.
“내꺼 조금 가져가.”
“헐....고마워.”
안형섭은 천사가 분명했음.
오빠는 안형섭을 억울하다는 식으로 바라보며 “야 니가 그렇게 줘버리면 나는 뭐가 되냐.”라는 어이없는 발언을 했음.
에인졀같은 안형섭 앞에서 우리 오빠는 그제야 한 없이 숙연해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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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치킨을 먹느라 8시 넘도록 안형섭 집에 있었는데,
나는 그 뒤로 집에 돌아가자 마자 뻗었음.
눈 뜨고 일어나면 전학 온 학교에 처음으로 가야하는 날이라는 걸 까먹고 잠든 것이었음.
엄마의 사랑의 손길, 이른바 맘스터치가 없으니 난 여김없이 늦게 일어났고.
덕분에 10분만에 학교갈 준비를 마치는 내 인생 신기록을 세움.
처음 학교 가는 거라 좀 꾸미고 싶었는데
그 꿈은 아주 장렬하게 전사했음.
이렇게 된 이상 지각만은 면하자 하는 마음으로
채 묶지 못한 교복 리본을 휘날리며 현관을 뛰쳐나옴.
그리곤 무슨 만화도 아니고 또 이렇게 마주쳐버렸음.
안형섭을.
서울온지 이제 이틀짼데 얘랑은 뭐가 있나..
어떻게 이 정도로 자주 마주칠 수 있는건지....
매우 이상....very strange.....
안형섭은 아침부터 마주한 나의 심각한 몰골에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내 손목을 잡고 빠르게 아파트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음.
“10분 남았다. 빨리가야 돼.”
안형섭과 나의 교복에는 똑같이 뫄뫄 고등학교 마크의 명찰이 붙어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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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의식의 흐름대로 쓴 것 같아서 창피하네여....
하지만 이제 더 미루다간 시험기간이 더 코앞에 닥쳐서
시험끝나기 전에는 절대 2편을 올릴 수 없을 것 같아 써왔습니당....
여러분 저 오늘 짤 찾느라 너무 힘들었어여...(징징)
열심히 쓰긴 했으나, 너무 유치하고 재미없을까봐 걱정 쏘머치....8ㅅ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