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서고 싶고, 노래를 부르고 싶고, 춤을 추고 싶은, 그저 그게 다인 에이스 연습생 그게 나였다. 열 셋부터 열 일곱까지의 나. 평범한 이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해 입시 경쟁에 들어갔을 때, 나는 한수혁 ㅡ1세대 아이돌로 대한민국의 아이돌계를 뒤집에 놓았던 현재 더플 엔터테인먼트의 오너ㅡ 이 내놓은 첫 아이돌의 명예를 걸고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 때의 대표님이 지나치게 야심만 가득했던 건 사실이지만 모든 걸 대표님의 탓으로 돌리진 않겠다. 그 때의 나 혹은 우리는 너무도 태만했으니까. 그래, 데뷔곡이야 대표님의 명성으로 어떻게든 뜰 수 있었다. 다만, 아이돌 춘추 전국 시대인 현대 사회에 아이돌로서의 수명은 너무나도 짧았다. 같이 활동했던 수아는 여배우로 성공을 거뒀고, 연지는 SBC 간판 아나운서로 자리를 잡았으며, 더플 엔터테인먼트는 탑아이돌로 우뚝 선 전정국을 내세워 이미 대한민국의 3대 소속사로 명성을 떨쳤다. 여태 갈피를 못잡은 윤이와 나는 아직까지도 댄스 가수로서의 미련을 버리지 못했지만 의리로써 우리와의 계약을 연장해주는 것도 2년이 채 남지 않은 이번 계약 그 이상은 곤란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래서 나는 뭐든 해야만했다. 그게 후배 가수의 발목을 잡는 일이든, 내가 살면서 다시는 들을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양과 나쁜 질의 말들에 익숙해져야만 하는 일이든 상관 없었다. 설사 이 변명아닌 변명들이 그저 자기합리화일 뿐이라해도 시간을 되돌려볼 필요도 없이 내 선택은 같았다.
"할게요. 그게 윤이랑 제 마지막 동앗줄 같은거잖아요. 해야죠 그럼."
"그렇게 쉽게 내릴 결정이 아니야. 정국이보다 훨씬 그린이 너한테 견디기 힘든 시간이 될거라고. 돌아가서 좀 더 생각해보고, " "아니요. 저한테 생각해볼 시간이 어딨어요. 뭐든 해야죠. 답이 명확한데 애써 머리 싸매고 선택지 늘일 필요 없단 말이에요." "그래도 생각보다 현명해서 다행이네요. 까놓고 말해서 선배님은 받는 손해보다는 얻어가는게 훨씬 많을텐데. 저야 뭐 어차피 쇼하는거 그 상대가 유수아건, 선배님이건 상관없는데 우리 대표님께서 아시다시피 또 마음이 약하잖아요. 회사는 떠났지만 훨씬 임팩트 있게 보일 수 있는 유수아 배우님이 아니라 아무도 기억 못하지만 그래도 회사에 남아서 연습하는 안쓰러운 우리 가족을 챙기겠다하셔서."쪽'팔리다, 창피하다, 비참하다, 그런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감정들보다 저렇게 싸'가지 없는 놈이 갑이고 내가 을이라는 명백한 사실이 앞서야하는 곳 이 곳이 연예계였다. 내가 4년 아니, 연습생 기간까지 합쳐서 약 9년의 시간동안 배운거라고는 생존의 방식 그 뿐이었다. 더플이 키워낸 슈퍼 스타 전정국, 전정국이 중소 기획사에서 대형 기획사까지 일으켜세운 더플. 잘 어울렸고, 받아들여야했다. 우리 대신 전정국으로 회사를 도배한 대표님에도, 회사 뿐이 아니라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그 놈의 상판떼기에도, 매일같이 우리 회사 앞을 지키고 있는 팬들에도 그런 방식으로 나는
익숙해져왔다. 굳이 따지지 않아도 보이는 그는 일류고, 나는 삼류도 안되는 잊혀진 이름이라는 현실 이었다.연애의 정석
- 제 0장 ;
w. 별밤소년
〈단독! 정국, 아이레이디 그린과 열애!>
ㄴ 아이레이디 ㅋㅋ 오랜만에 들어본다 ㄴ ????? 뭐임 ? 실화 ??? ㄴ 전정국 미쳤네 진짜 ㄴ 그린이가 누구임 ㄴ ㄹㅇ 듣보 ㅋㅋ ㄴ 와 뭘로 꼬셨냐 ;; 순진한 정국이 냅둬 걸레같은게 괜찮다, 괜찮다. 마음을 추스리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인터넷이야 보지 않으면 그만이었고, 나를 상대도 안해주던 사람들의 뻔뻔한 연락이야 씹으면 되었고, 전정국 팬들의 무시무시한 공격 같은거 눈감으면 안보였다. 그렇게 해야했고, 그런 것들을 각오했기 때문에 지금 나는 작업실에 앉아있을 수 있는 것이다. 앨범 작업. 우습게도 거짓을 팔아야만 진심을 담은 작업물을 보여줄 수 있는 세상이었다. ' 박우진 부재중 전화 19통, 읽지않은 메시지 32통 ' 같이 작업을 들어가기로 한 작곡가는 약속 시간을 한참 넘겨서야 왔다. 우진이에게 온 32통의 문자를 다 확인하고도 꽤나 시간이 남아 답장까지 남길만한 시간. 짧아보이지만 내가 우진이에게 답을 보내기 전 고민하는 시간들을 다 합쳐보면 엄청나게 긴 시간이었다. 누나, 열애설 뭐에요? 아니죠? 전화 좀 받아봐요. 바빠요? 무슨 일 있죠 지금 갈까요? . . 세번 째 앨범까지 말아먹었을 때 쯤이었나, 가식적인 관계를 유지해오던 수십명의 사람들을 잃고 얻은게 고작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 하나 라고 생각했었다. 고작, 고작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 아이는 진심으로 다가왔고, 그 진심이 온통 날카로웠던 내게까지 몸소 와닿을 정도로 열성적이게 쫓아다녔었다. 내 나이가 열 여덟이었으니까 아마 우진이가 열 일곱, 그 땐 되게 어리고 미숙해보였던 놈이 언제 데뷔를 해가지고서는 지금은 밖에 함부로 돌아다니기 힘들 정도로 주목받고있는 신인 아이돌로 성장했다. 고맙게도 자신의 위치에 상관없이 여전히 내 일호팬이라 웃으며 말해주곤 하는데 그것이 내게 꽤나 큰 힘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안지도 좀 됐다. 괜찮아. 세 글자 말고는 더 보낼 말이 없었다. 아니라고 할 수는 없었고, 맞다고 하기는 싫었다. 욕심이라면 욕심이겠지만 우진이에게 있어서 남의 여자, 라고 생각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너무나도 컸다. - 대충의 캐릭터 설정을 보여주기 위한 00화라서 굉장히 짧지만 01화부터는 본격적으로 쓸 생각이에요 :) 일단은 15화 정도 분량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열심히 써볼게요 예쁘게 봐주세요 ! 암호닉 신청이나 댓글은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