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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씨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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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역사내용과 관련없는 FICTION 입니다 *
바야흐로 일제강점기 말, 조선에서 태어나 조선에게 버려진 한 옹주가 있었다.
" 아가씨, 혼을 올리셔야만이 아가씨가 이 땅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
" 내 정녕 살 길이 그 뿐이라면 이 자리에서 자결을 하는 것이 나으렸다. "
옹주의 앞에서 무릎을 꿇던 여인이 손거울을 깨뜨려 유리조각으로 손목을 그으려는 어린 옹주를 막아섰다. 핏물과 눈물이 뒤섞인 작은 방 안에서 옹주와 여인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울었다. 옹주는 눈물을 머금으며 힘없이 이야기했다.
" 내 어찌 일본의 황족과 결혼을 하란 말이냐... "
" 아가씨... "
" 하늘에서 보고있을 어머니에게 미안해서 어찌할까.... "
옹주는 여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여인은 작은 머리통을 쓰다듬었다. 옹주의 어깨가 파르르 떨려왔다. 이리 어린 아씨를 어찌할꼬..
새벽 달빛과 풀벌레의 소리도 둘을 위로하는 듯 애처로웠다.
* * *
옹주는 아침 일찍 그녀의 남편이 될 일본의 황족을 만나기 위해 단장을 했다. 안그래도 까칠했던 옹주는 본 적없는 일본인 시녀들이 그녀를 가꾸어 주는 것에 화가 치밀었지만 그녀를 감시하는 호위무사들에 그저 못마땅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리고 멀찍이 그런 옹주를 바라보는 희숙은 가슴이 미어져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곧 옹주의 앞으로 분홍색 기모노가 내밀어졌다. 옹주는 두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꼭 쥐었다.
" 지금 무슨 짓을 하는게냐. "
알 수 없는 일어로 기모노를 내미는 시녀의 뺨따귀를 갈긴 옹주에 그녀를 치장하는 모든 손길이 멈추어졌다. 칼을 빼드려는 무사들을 향해 재현이 먼저 칼을 들었다. 순식간에 삼엄해진 분위기 속에서 하야토가 옹주 앞으로 걸어갔다.
" 옹주마마, 예의를 갖추소서. "
" 조선의 귀족에게 기모노라.. 내 너희들의 정신교육부터 똑바로 시켜야 속이 후련하겠구나. "
" 옹주마마가 이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걸 누구보다도 잘 알지 않습니까. "
옹주는 고개를 돌리고 차오르는 눈물을 꾹 삼켜냈다. 하야토의 손짓에 재현이 칼을 꽂아넣었다. 시간이 지나 옹주가 기모노를 향해 팔을 뻗었다. 시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옹주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던 재현은 고개를 떨구었다.
기모노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옹주는 그녀의 남편이 될 일본의 황족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걸음을 옮겼다. 기나긴 다리를 건너자 검은색의 빨간 완장이 돋보이는 옷을 입은 남자가 옹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옹주는 일부러 그의 눈을 쳐다보지 않고 그가 준비 해놓은 자리 대신에 다른 곳에 앉았다. 그녀를 위해 의자를 빼놓던 그는 까칠한 옹주의 모습에도 미소를 띠우며 옹주의 맞은편에 앉았다.
앞에 남편을 두고도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보던 옹주는 둘만 남겨달라는 그의 목소리에 그제서야 고개를 바로 돌렸다. 일본 황족이라더니, 조선말을 쓰네. 옹주는 저도 모르게 남자를 관심있게 쳐다보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흠칫하며 눈을 돌렸다. 그는 옹주의 마음을 읽기라도 했는지 조금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제가 일어를 쓰지 않아서 놀라셨나요? "
" .....조선에서 조선말을 쓰는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
" 하하, 맞아요. 여긴 조선이죠. "
툭툭 내뱉는 어투와는 반대로 그는 부드럽고 조리있는 말로 옹주를 맞이했다. 저는 이민형입니다. 자신을 소개하는 말에도 옹주는 애꿎은 찻잔만 바라볼 뿐 답이 없었다. 그렇게 다시 말이 없어지려는 찰나 그가 대화를 이어갔다.
" 저는 옹주마마를 어떻게 부르는게 편할까요. "
" 부르지 않는게 가장 편할 것 같네요. "
" 제가 미우신가요? "
" ..... "
옹주가 그제서야 민형을 마주보았다. 민형은 옹주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의 대답을 듣고싶어하는 듯 했다. 옹주는 기가차다는 듯 대답했다.
" 그러면 당신은 오늘 처음 본 조선인인 저를 좋아하시나요? "
" 네, 첫 눈에 반했거든요. "
" 하-! "
민형은 보조개를 띄우며 미소지었다. 옹주는 그런 그를 보며 얼굴을 붉혔다. 속으로 미친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차를 벌컥이던 옹주는 더운 기운이 가시질 않는지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 더우시면 차가운 물이라도 내올까요? "
" 아뇨, 그냥 여기를 나가고 싶네요. "
" 그럼 같이 산책이나 할까요? "
" 같이요? "
" 네, 어차피 지금 돌아가실 수 없으세요. 황제께서 무조건 그리하라고 말하셨거든요. "
민형의 말에 옹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런 옹주를 보며 민형이 덧붙였다.
" 옹주께서 원하신다면 산책 동안 말을 걸지 않을게요. "
민형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옹주의 옆에 서서 손을 내밀었다. 옹주는 그 손을 피하고 홀로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문 밖을 나섰다. 정원에 먼저 도착한 옹주는 햇빛을 피하려 모자를 찾다가 양산을 펴든 민형을 보고 포기한 듯 그에 곁에서 최대한 멀어지게 걸었다. 민형은 그런 옹주를 보고도 말 없이 웃으며 옹주 쪽으로 양산을 들고 걷기 시작했다.
둘은 정말로 한 마디도 없이 산책로를 걸었다. 그러다 돌부리에 발을 헛딛은 옹주를 붙잡은 민형이 괜찮으냐고 묻자 옹주가 민형을 멀거니 보았다. 민형은 아차 싶었다.
" 제가 말을 걸어서 화난건 아니죠? "
" 그렇게 야박한 사람은 아닙니다. "
옹주는 대신 흙을 털어주려는 민형의 손을 치우고 본인이 툭툭 신발에 묻은 흙을 닦아냈다. 민형이 손수건을 내밀었고 옹주는 잠시 고민하다 어쩔 수 없이 수건을 받아들어 손을 닦았다.
" 깨끗이 해서 돌려드릴게요. "
" 그냥 가지셔도 됩니다. "
" 아뇨, 그러고 싶진 않아요. "
" 어차피 결혼을 하면 옹주마마의 것이 될텐데요. "
" 본래 결혼이란 사랑하는 사람끼리 하는 것이라 알고있다만, 저는 그쪽을 사랑하지 않는데요. "
옹주의 당찬 발언에 이제껏 미소를 잃지않던 민형이 당황한 듯 입을 꾹 다물었다. 옹주는 너무 거칠었나 싶지만서도 조선인이 아닌 그를 사랑하지 않음은 사실이었기에 먼저 시선을 피했다. 그렇게 어색한 침묵 속에서 민형은 그와중에도 햇빛을 받는 옹주 쪽으로 양산을 똑바로했다. 옹주는 다시 드리워진 그늘에 고개를 들었다.
" 옹주께서 한 말씀은 다 옳아요. 하지만 어쩌겠나요, 우리가 원치않아도 결혼을 해야만 하는데요. "
" ..... "
" 옹주께서 말을 걸지 말라면 걸지 않고, 가까이 오지 말라면 가까이 가지 않을게요. 다만... "
민형의 이번 미소는 약간의 씁쓸함이 묻어나보였다. 잠시 말을 못 잇던 민형이 마저 말을 이어갔다.
" 오래 걸리겠지만 제 진심을 알아주었으면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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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봄아씨입니다. 종강을 했어요!!! 우왓! 많이 기다리셨죠... 흑흑 저도 너무 힘들고 그리웠어요. 6월 내내 시험만 봤어요 흐엉 그리고! 다시 열심히 달려보려합니다. 연하남 신혼일기는 계속 연재가 될 것이고, 신작은 아가씨2에 몰두해보려 합니다. 이런 저런 글을 많이 올려놓고 제대로 연재하지 못한 점에 고개숙여 사과드립니다 ㅠ.ㅠ 아무래도 학기 중엔 연재가 힘들더라구요.. 그리고 길게 연재를 하지 않으려다 이야기를 이어나가려니 감이 잡히지도 않구요. 글을 삭제하려 했지만 그래도 봐주신 독자님들이 계셔서 남겨둘 예정입니다! 암호닉은 이번 글과 신혼일기 글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 제외하고 정리하겠습니다. 아가씨2, 연하남 신혼일기 는 열심히 연재할테니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