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킴 - 이쁘다니까
"선배."
"왜?"
"아무래도 우리 좀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뭔 개소리야."
여느때와 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
나는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고 너는 자리에 앉아서 과제를 하고 있었다.
멀쩡히 과제 잘하던 애가 갑자기 왜 그러지? 노트북까지 쾅 하고 닫는 걸 보면 꽤나 큰 일인 거 같기는 한데.
"이번주 주말 시간 비워놔요."
"뭐?"
"아무래도 우리는 좀 진지하게 데이트 할 필요가 있어요."
"...어?"
그 큰 일은 다름 아닌 데이트였다. 데.이.트.
반존대 연하남이 설레는 이유
10
w. 갈색머리 아가씨
그리고 그 큰 일은 지금 내가 여기에 나와있는 이유였다.
원래 이번 주말은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며 보낼 계획이었지만 어떡해.
진지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데.
["지금 하는 게 데이트 아니야?"
"선배."
"응?"
"진지하게 카페에서 나는 과제하고 선배도 과제하는 게 데이트에요?"
"같이 있잖아."
"... 이런식으로 심쿵하게 만들지마요."
"..?"
"아. 몰라요. 나 진짜 데이트 하고 싶단 말이야. 할 거에요. 하고 말거야."]
그렇단다.
원체 밖에 돌아다니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나였다.
날씨도 점점 더워지고 있었고 무엇보다 돈 쓰고 피곤하잖아.
그리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주중에 바쁘다는 핑계로 집도 제대로 안치워서 지금 집도 개판이고.
머리를 긁적이며 빨대를 입에 물었다. 어차피 밖으로 나온 거 툴툴대봤자 나만 기분 나빠지는 일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네가 달려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음. 오늘도 역시 깔끔하게 옷을 입었군.
늘 생각을 하는 것이지만 너는 내 취향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었다.
겨울이 되면 코트 입은 모습을 볼 수 있으려나. 은근히 겨울이 기다려졌다.
"왔어?"
"네! 나 하고 싶은 거 많아서 잠도 못잤어요."
"하고 싶은 거?"
"낮에는 선배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저녁 먹고는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오..."
"괜찮죠?"
"네가 생각한 거야?"
"아니요. 민기가."
가끔 하숙집에 있는 다른 학생들에게 심심치 않은 사과를 보내야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네 모습이 나야... 뭐... 마냥 귀엽다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음... 하하. 이하생략.
"내가 뭐하고 싶은 줄 알고?"
"뭐하고 싶은데요?"
들어가서 쉬고 싶어.
라고 말을 하면 삐칠 것이 뻔하기에 나는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말했다.
"영화볼래?"
그나마 편하게 앉을 수 있는 곳을.
-
아. 오해없기를. 너와의 시간이 귀찮다는게 아니었다.
며칠동안 과제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매우매우매우 피곤한 상태일 뿐이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영화관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졸음이 쏟아져 자꾸 감겨오는 눈에 겨우 힘을 주고 있었다.
너는 팝콘을 사오겠다며 매점 앞으로 달려간지 오래였다. 팝콘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신기하단 말이지.
나도 팝콘 별로 안좋아하는데. 굳이 살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굳이 말을 하지는 않았다.
대충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기분이라도 내고 싶다는 거겠지. 하여튼 귀엽다니까.
"뭐로 사왔어?"
"자몽에이드랑 선배꺼 국화차요. 팝콘은 카라멜."
"국화차? 나 아메리카노라고 안했어?"
"아까 마시는 거 봤거든요. 커피 너무 많이 마시면 안좋은 거 알면서."
특별히 아이스로 사왔어요.
라고 말을 하며 뿌듯해 하는 네 모습에 뭐라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그 와중에 내 입맛 맞춘다고 안단 음료로 가지고 온 거 봐. 녹차나 홍차는 또 카페인이 들어간다고 안사온 거고.
진짜 어쩌면 좋냐. 이래서 다들 밖으로 나와 데이트를 한다고 하는 건가.
네가 건네는 잔을 받아들고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예전부터 볼까? 말까? 했던 영화. 재개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였다.
"되게 오랜만이다."
"뭐가요?"
"영화관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선배 이거 봤었어요?"
"봤지. 내용은 정확히 기억안난다만."
왜?
내가 묻자 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냥 많고 많은 영화 중에 재개봉하는 영화를 고른 이유가 있나 해서요."
"개인적으로는 예전 영화가 더 좋아서."
"그래요?"
"모드 그런 건 아닌데 요즘 영화는 너무 상업적이라."
"하긴. 그건 또 그래요."
"색감때문인지 몰라도 나는 예전 영화들이 더 좋더라."
이런 건 비슷하네요.
네 말에 푸스스 웃으며 팝콘 하나를 집어 네 입가로 가지고 갔다.
너는 앙 하고 팝콘을 받아먹었다. 그나저나 이 많은 걸 언제 다 먹는담.
적당히 중자로 사왔어도 남았을텐데. 네가 사온 사이즈는 대 사이즈였다. 그것도 완전 수북히 쌓여있는.
-
역시나 팝콘은 반 이상 남았다.
이따 집에 가져가던지 해야지. 놔두면 맥주 안주로 요긴하게 쓰이겠지.
너와 만난 시간 자체가 그리 이른 시간이 아니었어서 그런지 영화를 보고 나오자 어느덧 저녁을 먹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뭐 먹지? 영화를 보면서 팝콘을 하나둘씩 먹어서 그런가 그다지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
"뭐 먹을래?"
"선배 지금 배 안고프죠?"
"응. 그다지."
"음..."
술집 갈래요?
나는 보고야 말았다.
순간 네 눈을 스쳐지나간 저 장난기를. 에라이. 망할 놈아.
"죽는다."
"왜요. 오랜만에 선배 취중진담도 듣고... 아!"
"한 번만 더 말해봐."
"사랑해요."
장난스런 네 말에 그냥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나쁜 의미의 웃음 말고. 으이구. 라는 느낌의 웃음이랄까.
처음에 네가 다가올 때는 진짜 부담스럽다 라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어느새 나도 참 많이 변한 듯 싶었다.
사실 예민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런게 나에게 다가오는 남자들의 의도는 항상 순수하지 못했거든.
그래서 더욱 너의 호의를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은 나도 너를 좋아하게 돼서 이렇게 만남을 이어가게 되었지만.
"무슨 생각해요?"
"너 못생겼다는 생각."
"거짓말."
"네가 어떻게 알아?"
"선배 은근 표정에 다 드러나거든요."
"뭐가?"
"지금은... 음... 황민현 잘생겼다 새삼 감탄하는 표정!"
"...아니야."
그러고보니 너랑 제대로 말문을 튼 게 책 덕분이었지.
조별과제도 있었고. 그 날 이후로 자꾸 연락을 해오는 남자가 귀찮아서 그냥 과 단톡방에 카톡 캡쳐를 뿌려버린 나였다.
그러니까 또 입을 싹 다물대. 찔리는 것이 있으니 그렇게 나왔던 거겠지.
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책 덕분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의외란 말이야.
네가 책을 좋아한다는 것은. 의외였다는 내 말에 너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난 선배가 커피만 먹는 게 의외였는데."
"무슨 말이야?"
"뭐랄까... 선배는 되게 아이스 초코? 이런 거 마시게 생겼거든요."
"단 거?"
"되게 달달한 거 많이 먹을 줄 알았어요. 흔히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것들."]
"민현아."
"네?"
"그냥 길거리에서 떡볶이 같은 거 포장해서 먹을래? 먹고 공원 좀 걷자."
"헤에..."
"왜?"
"나도 밥먹고 그냥 걷자고 하려고 했거든요."
"..."
"통했다."
"그러네."
"기분 좋아요."
너와의 만남을 이어가면서 우리는 서로 많이 닮아가고 있었다.
그게 마냥 싫지는 않았다. 누군가와 공유를 한다는 것이 꽤나 즐거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거든.
그걸 알려준 너는 내게 참 고마운 존재였다. 여러가지 의미로.
-
"안데려다줘도 괜찮다니까."
"저녁 먹고나서는 나 하고 싶은대로 하기로 했어요."
"너도 혼자 들어가야하잖아."
"어허. 말 들어요."
너는 짐짓 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걸 노리고 자기는 저녁에 하고 싶은 대로 한다고 한 거구나.
집에 그렇게 데려다주고 싶었나? 귀찮을텐데.
졌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너는 그제야 배시시 웃어보였다.
강아지. 손을 들어 북실북실한 네 머리칼을 살짝 헝클어주었다. 염색을 잘 안하나보네.
머릿결 좋다.
"방금 되게 개된 기분이었어요."
"나도 되게 개 쓰다듬는 기분이었어."
"... 좋은 건가?"
"좋게 생각해."
가자. 점박아.
내가 앞장서서 집 쪽으로 향하자 네가 다가왔다.
얼른 가자 라고 말을 하며 고개를 돌리는데 네가 내 손을 잡아왔다.
순간 그대로 굳어버려 멀뚱히 두 눈을 깜박이기만 했다. 지난번 너의 하숙집에서 손장난을 쳤을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이렇게 깍지를 껴 잡으니 생각보다 네 손이 크게 느껴지기도 했고.
객관적으로 남자치고는 작은 손이다만.
"..."
"손잡고 걷고 싶었어요."
"아까 공원에서 잡지."
"선배 도망갈까봐."
"무슨 죄졌냐. 도망을 가게."
로망이에요, 로망. 여자친구 손 잡고 집까지 바래다주는 거.
참 쓸데없는 로망이었다. 최민기가 그랬었지. 네가 누군가에게 좋아한다라고 하면서 다가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힐끗 네 옆모습을 보았다. 살이 빠진 걸까. 처음 만났을 때보다 네 볼살이 조금은 사라져있었다.
다이어트를 하는 건가. 안그랬으면 좋겠는데.
말없이 네 손을 꼭 쥔 채로 걷기만 했다. 밤공기가 선선하니 나쁘지 않았다.
앞으로 더워질 것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왔지만 지금 날씨는 좋잖아. 좋을 때는 좋은 걸 즐겨야지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
"저기야."
"저기요?"
"응. ..어?"
"오빠!"
"..?"
얘가 여기는 어쩐 일이지?
아파트 앞에는 한 남자가 서있었다.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곽아론?"
"오빠! 늦었네."
"너 여기 어쩐 일이야? 미국 아니었어?"
"오늘 왔지. 엄마한테 말하고 바로. 여기는 누구?"
"아. 민현이라고..."
"이름이 남자친구인데요."
네 말에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보았다.
너의 얼굴은 어느새 불퉁하니 퉁퉁 부어있었다. 심술보 가득 오른 아이마냥.
"오빠 남자친구 생겼어?"
"... 선배."
"응?"
"선배 남자였어요?"
"개소리야!"
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참느라 입술 안쪽을 잘근 깨물었다.
생각보다 일이 재미있게 흘러갈 것 같았다.
-
(삐짐)
〈암호닉>
짱요 / 응 / 뿜뿜이 / 책상이 / 너우리 / 0713 / 모기 / 아몬드 / 황제님충성충성 / 책민현 / 샘봄 / 붐바스틱 / 아가베시럽 / 다녜리
수 지 / 과자 / 민현29 / 윙팤카 / 0846 / 슬 / 융융 / 댕댕민현 / 애정 / 숨 / 뿌얌 / 독자13님 암호닉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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