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채야, 내일 가는 거 맞찌?”
“아, 알죠 알죠. 어젯 밤에 약속했잖아요.”
“아니 뭐, 이거 확인 받으러 온 건 아니고. 더운 데 공부하느라 힘들 거 같아서 내가 비타오백 사왔찌! 쨘.”
“오빠 나 맨날 이렇게 사주다가 지갑 거덜 나겠어요.”
“그럼 영채가 나 사주면 되짛. 나 빈털터리 되면 시러할거야?”
“네? 무슨...”
“하하핳. 알지 알지, 영채가 오빠 좋아하는 거 다 알지.”
“네에? 아니 그건 또 무슨...”
“아 귀엽다니까아 진쨔. 방금 건 몰라도 되는데 이건 알고 있어, 그럼. 오빠가 너 좋아하는 건 알지?”
“네에??”
“흐흫. 내일 보쟈, 시원하게 마시고 공부 열심히 하고. 방금 건 마음에 잘 새기고 와 내일.”
뭐야, 진짜. 3연타로 이상한 소리만 하네.
김종현이 나한테 잘해주는 건 맞았지만, 나를 좋아한다고?
에이, 그냥 하는 소리겠지. 오빠가 왜, 나를? 이건 그냥 인류애인가 보다.
남사친과 이상형의 경계_06
“야 황민현 맞다, 나 내일 너랑 집 같이 못 가.”
왜, 라며 어깨에 걸쳐둔 제 손을 풀며 나를 쳐다봤다. 하긴 내가 황민현이랑 집에 같이 안 간 건 다 정수정이랑 놀러가느라였는데, 시험 기간에 뜬금없이 이런 말을 했으니 궁금하기도 했겠다.
“나 내일 종현 오빠랑 카페 가서 공부하기로 했어.”
“그게 누군데.”
“왜 내가 말했잖아, 저번에 나한테 공 찬 오빠. 베라 먹으면서 말했는데. 그 왜 회장 오빠가 나한테 공을 차서...”
“아 걔. 걔랑 네가 왜? 너 걔랑 연락해? 왜?”
“걔가 뭐냐, 야 전교 회장에다가 너보다 한 살 많거든!”
“무튼. 왜 네가 걔랑 연락을 하냐고, 아니 그보다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하냐고. 너 그런 데서 공부 안 하잖아.”
“내가 요즘 모르는 문제를 계속 물어봤더니 오빠가 한 번에 몰아서 가르쳐 준대. 히히 부럽냐?”
왠지 모르게 얼굴이 굳어가는 듯 보여서 장난스럽게 말을 덧붙여 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렇게 몇 분 동안 말이 없어서 나는 뻘쭘해졌다. 내가 뭐 잘못했나? 뭐지? 음.. 뭘까, 계속 고민했다.
버스 왔네, 타자. 라는 무미건조한 말만 내게 건네고 황민현은 먼저 버스에 올라탔다. 진짜 무언가 내가 잘못했나 보다. 녀석은 내가 카드를 꺼내서 찍는 것도 기다리지 않고 빈 좌석에 먼저 앉았다. 두 자리가 비어있는 자리도 아니고 혼자 앉는 자리에 말이다.
나는 더욱 더 뻘쭘해져서 황민현의 앞자리에 가 앉아서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카톡을 보냈다.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
-아니. 그냥 갑자기 오늘 짜증나는 일이 생각났어.
-뭔데?
-됐어 암것도 아냐
-알겠오
진짜 내가 뭘 잘못했지? 얘가 뭔가 단단히 틀어진 것 같은데 대체 어느 부분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나는 계속 카톡을 보냈다.
-뭔데 그래ㅐ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알았오...너 모레까지도 기분 안 좋으면 네가 말한 빙수 내가 내일 사준다ㅎㅎ
-오 뭐야 듣던 중 반가운 소리
-내일 내가 먼저 먹어보고 맛 알려줌
아 깜짝아. 뒤에 있던 황민현은 뭐가 그리 급했는지 갑자기 내 어깨를 붙잡았다. 왜 이렇게 난리람.
“너 내일 그 카페 가?”
“응? 깜짝아. 뭐라고?”
너 내일 내가 저번에 가자던 카페 가냐고, 라고 묻는 얼굴이 아까보다 한층 더 굳어져 있어서 나는 왠지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 응. 왜?”
그리고서는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그렇게 황민현은 굳은 표정을 유지하더니 말도 없이 제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앞자리로 고개를 돌렸고.
버스에 내려서도 녀석은 답지 않게 계속 조용했다. 진짜 왜 그러지? 내가 화가 나서 말을 안 하고 조용히 걸어간 적은 있어도, 황민현이 내게 이러는 일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야, 하고 갑자기 부르는 바람에 머릿속에서 이어지던 생각들이 댕강 잘렸다.
왜..? 나도 답지 않게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넌 어제 그 약속 잡을 때 내 생각 안 났어?”
아 설마, 얘 지금 내가 그 빙수를 자기보다 먼저 종현 오빠랑 먹으러 가서 화난 건가.
“그거 내가 먹으러 가자고 한 거잖아.”
“야아, 무슨 유치하게. 그거 그냥 너랑 모레 또 먹으면 되지. 뭐가 문제야. 응?”
“내가 말한 거잖아. 나랑 약속한 거잖아. 아니야?”
“약속까지 한 거였나, 그게..? 음...”
“너는 나랑 한 약속은 쉽게 깰 수 있는 거고, 나랑 한 말은 다 잊어버려도 되는 거냐?”
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라고 말하며 감정이 격해지는 황민현의 팔을 황급히 잡았다.
녀석은 또 답지 않게 내 팔을 뿌리쳤다.
“그래, 너는 또 아무 생각 없이. 내 생각은 하지도 않고 그렇게 약속 잡은 거잖아.”
“아 민현아, 그니까..”
아니 근데 얘는 뭘 이 사소한 거 가지고 난리야? 말을 하면서 내가 황민현을 달래려다보니 갑자기 얘가 이렇게까지 화내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왜 얘한테 지금 안절부절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황민현. 근데 너는 뭐 이런 거 가지고 그러냐? 그냥...”
“됐어, 그만하자. 또 성격에 우리 또 싸우겠다. 됐고, 그냥 나 먼저 갈게.”
그렇게 황민현은 나를 두고 빠른 걸음으로 아파트 단지 내로 사라졌다.
순간 멍했다. 지금 황민현이 나한테 화낸 거야? 왜 화난 건데, 대체? 아니 뭐지 이게?
내가 화를 내고, 내가 소리를 지르고, 내가 앞서 걸어간 적은 있었어도 단 한번도 녀석이 그런 적은 없었기에 나는 몹시 당황했다.
싸울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황민현이 저 얘기를 했을 때, 사실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 쟤가 나 좋아하는 거 생각해서 먼저 먹으러 가자고 한 건데 그걸 깜박하고 오빠랑 잡았으니 내가 잘못한 게 맞았다. 다 알고 있는데,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데, 알량한 자존심이 또 나타나 버린 것이다.
미안하다고 할 걸.
그렇다고 나는 지금 달려가서 황민현에게 사과할 용기가 없었다.
6.언제, 어디서부터 달라진걸까
집에 혼자 돌아가는 길에도, 교복을 갈아입으면서도, 공부를 하기 위해 책상에 앉으면서도 계속 불안했다. 불안한 감정이 드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그냥 이번에는 내가 사과를 하지 않으면 우리 관계가 부서질 것만 같았다. 이유를 알 수 없이 생긴 이 이상한 감정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너무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다. 사과를 받는 게, 먼저 미안하다고 하지 않아도 늘 내 기분에 맞춰주던 황민현에게. 그래서 매번 투정을 부렸던 거 같다.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내 곁에서 10년 넘게 내 감정만 받아주고 있었는데,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한테는 말해. 화내도 돼. 라는 말이 너무 고마워서, 고마운 게 당연한 건데 왜 단 한 번도 고맙다고 한 적이 없었는지. 으, 곁에 있는 사람한테 가장 잘해줘야 된다는 데... 스스로를 오빠라고 장난스럽게 칭하면서 늘 곁에서 있어줬던 게 너인데 왜 잊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창밖의 해는 사라져 있었다. 불을 켜놓지 않아 내 방은 어둑해져 있었다. 아, 팔꿈치 아파. 똑같은 자세로 오래도록 멍만 때리고 있었다.
황민현이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부터 시작한 생각은, 어느새 과거의 우리로 나를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결론은 사과였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해야지.
오랜만에 하려는 사과는 어색했다. 매일 가는 황민현 집이었는데, 몇 분을 벨조차 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딩동.
“어, 영채야. 민현이 찾니?”
“네, 민현이 방에 있죠?”
“아니, 잠깐 밖에 나갔어. 친구가 집 앞에서 할 말 있다고 잠깐 불렀다던데?”
“아, 그렇구나. 감사합니다. 저 그럼 밑에 좀 내려가 볼게요.”
누구지? 뭐야, 옹성우나 불러서 내 뒷담 까고 있었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황민현을 찾아 내려갔는데, 집 바로 앞 현관에 있을 줄 알았던 녀석이 없었다.
어딨지? 주변 벤치나 놀이터를 둘러보며 황민현을 찾았다. 빨리 말해야만 할 것 같았다. 미안했다고, 내가 매번 애같이 굴어서 미안했다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내가 매번 그리고 이번에도 너랑 약속한 거 까먹어서 미안하다고. 마지막으로, 이건 쫌 쑥스러운데 고맙다고.
고맙다는 말을 하는 건 어렵고, 어색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오늘은 뭔가 해야만 할 것 같았다.
황민현 얼굴을 직접 보고 말하고 싶었다.
사실 그냥 보고 싶었다.
봐야만 내가 왜 자꾸 이상한 기분이 드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부터인지 어디서부터인지 알 수 는 없지만, 달라진 나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혹시 너도 나처럼 달라진 건지 묻고 싶었다.
어, 저기 있다. 나무들 사이로 황민현이 보였다. 그렇게 떨리던 마음은 녀석의 얼굴 보니까 괜찮아졌다.
가까이 가서 놀래켜줘야지.
조용히 가까이 다가갔는데, 그 옆으로 여자애가 보였다. 내가 모르는 사람.
아. 오랜만이었다. 네가 내가 모르는 여자애와 있는 건. 네가 고백을 받는 장면을 보는 건.
황급히 숨어버린 나무 뒤에서 나는 똑똑히 들었다.
“민현아, 좋아해.”
내가 몇 년을, 몇 번을 보아왔던 장면이었는데 왜 그렇게 당황했는지 모르겠다. 황민현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급히 왔던 길을 되돌아 집으로 돌아왔다.
황민현이 한두 번 고백 받는 것도 아니고, 내가 그걸 한두 번 본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기분이 이상한지. 왜 이렇게 불안한지.
네가 받아주면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결국 이렇게 말 한 마디도 건네지 못하고 돌아왔는데.
완벽히 철이 들어버렸다.
내가 왜 이상해졌는지를 알아버렸다. 내가 왜 네게 미안한지, 그리고 고마워할 수 있는지도 다 알아버렸다. 내가 이상해진 걸까?라고 생각했을 때부터 실은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더 이상 내게 너는 예전의 네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 시작은 다 내 마음에서였다는 것도 말이다.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너를 좋아한다는 것은, 정확히 말하면 내가 모르는 누군가도 너를 좋아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사죄의 말씀 올려요..ㅠㅠ |
여러분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제가 앞으로는 좀 텀을 두고 올게요,, 이래 놓고서는 너무 늦게 왔죠..? 저번주 목요일에 올리고 이제서야 올리다니,, 변명을 좀 해보자면 프듀콘을 갔다오느라 좀 바빴구요,, 그리고 제가 이번 달 말에 시험을 봐야되는 게 있어서 이번주 월요일부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게 진짜 생각보다 넘 빡세서,,,,, 변명 다 필요 없고 늦은 저를 용서해주세여,, 제가 늦은 것도 있고+제가 프듀콘 가서 펜스를 잡고 너무 황홀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번 편은 0으로 올려놓을게요..ㅎㅎㅎ 오랜만에 글 쓰다보니까 완전 이게 글인지..똥인지..거 참...원래 못 썼지만 이번 편 최악인 거 같네요...뭔가 우울하고 두서없고,,여러모로 죄송하네요 다음편도 최대한 빨리 써서 가져올게요!!! 아 초록글 너무 감사해여!!!!!!!영광!!!!!!!!!입니다!!!!!!!! |
암호닉 신청해주신 여러분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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