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두 명의 남사친이 있는데요, 03
다니엘과 내가 어떤 사이였던가.
말문이 막 트이기 시작했던 5살, 기억조차 나지 않는 그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사이.
그렇지.
어릴 적 부모님이 사업으로 바쁘셨기 때문에, 깜깜한 밤이면 서로를 찾아 부둥켜안고 잠이 들었었고 가끔 비가 오거나 천둥이 내려치는 날이면 무서워 울면서도 서로를 다독이며 날을 지새웠고, 크면서는 그게 트라우마로 남아, 비가 오던 날이면 당연하게 서로의 곁을 찾아가 잠들곤 했는데.
그래, 우리는 그렇게 성인이 되어서도 한 침대에서 부둥켜안고 잠이 들어도 이상한 사이가 아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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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가까이 다가온 다니엘에 놀라 눈을 크게 떴을 때, 내 입술 위에는 손가락이 닿아있었다.
아슬아슬하게 손가락 하나가 사이에 있었고, 우리는 너무 가까웠다.
정말 잠깐 닿았다 떨어졌을 뿐인데, 그 순간이 왜 이리 슬로우 모션으로 보였는지. 내 입술에 닿은 게 다니엘의 입술이 아니라 엄지 손가락이란 걸 직시하기 전까지 시공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뜩이나 술을 마셔서 얼굴이 빨갛고 심장이 쿵쾅거리는데, 걷잡을 수 없이 심장이 요동쳤다.
다니엘은, 내 심장을 요동칠 그런 놈이 아니라니까!!!
"우왁!!!!!"
다니엘이 떨어지고 나서야 크게 숨을 내뱉었다.
"야, 너네 그런 사이 아니라며!!!웬열!!!"
주변은 왁자지껄, 나는 붕 떠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저는 이만 자러 갑니다."
미친, 저 새끼가 혼자 쿨하게 퇴장하면 다야?
"오!~~~~ 웬일이야!!!"
주변 사람들은 다들 동그랗게 뜬 눈으로 야단법석을 떨었다.
"아니야, 안 했어!! 안했다고!!! 안했다구요!!!"
쿨하게 퇴장한 녀석 때문에 나만 난감하게 됐다.
세운이는 가만히 나를 바라만 보다가 아무 말없이 일어나 다니엘의 뒤를 따랐다.
아니라니까...
진짜 아니라니까...
입술 안 닿았다니까....
그 후 방학이 시작되었고 사실 그 이후부터 쭉,
대체 왜 그랬냐고, 왜 술을 마시지 않은 거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왜 때문인지...
나는 다니엘을 피해 다니고 있었다.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밥 먹는 시간을 피하고 집에서 잘 나가지도 않고, 다니엘이 우리 집에라도 들르는 날에는 자는 척을 하며.
... 우리는 그런 사이가 아니란 말이야.
근데 왜 그러는 거야? ㅇㅇㅇ?
방학이 2주쯤 지났을 때 다니엘 탓에 의도치 않게 함께 피해 다니던 세운이가 찾아왔다.
"다니엘 없어, 일어나 봐."
나는 이불을 살짝 걷어 빼꼼 다니엘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너 왜 다니엘 피해 다니는데?"
"내..내가 언제?"
"티나"
그렇겠지..
"다니엘 좋아해?"
"...미쳤냐?"
표정을 굳히고 세운이를 노려보았다.
"근데 왜 니가 피해 다녀?"
?
"입술도 안 닿았다며, 좋아하냐고 물으면 그렇게 노려보면서 왜 피해 다니냐고. 오히려 다니엘한테 왜 그랬냐, 그냥 술 마시면 되지 난감하게 왜 그랬냐 막 쏘아붙이고 지랄했어야 하는 거 아냐?"
정세운이 이렇게 말이 빨랐다니.
?
어?
그러게.
그게 맞는데, 나 왜 이러고 있지?
"떨렸어?"
"...에?!!!"
나는 그날을 다시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떨렸네."
"아..아니야!!!!!!"
그냥 술 마셔서 그런 거야....
아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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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자고 싶었다. 그냥 잠이 쏟아져왔다.
너만 이 자리에 없었다면 벌써 일어나는 건데.
재미없는 게임들이 이어지고 웬 왕 게임을 시작했다.
그저 남 일처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네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것도 상대방과 키스에.
상대가 누굴까 찾던 중, 너는 맥주 잔을 자기 앞으로 끌고 가 잡고 있었다. 그래, 그렇지. 그래야지.
그런데, 순간 다니엘이 맞은편에서 일어나 네게 다가가 입을 맞췄다.
입을 맞췄다..
입을!!!!!
아주 잠깐이었지만, 충분히 끔찍한 광경이었다.
"저는 이만 자러 갑니다."
저 새끼가, 이러기 있어?
나는 너를 한 번 바라보고 일어나 다니엘을 따라갔다.
"야, 강다니엘!!!!"
"이건 반칙 아냐???"
"입술 안 닿았다, 이걸로 막았다."
그러면서 제 엄지 손가락을 보여주는데, 그냥 부러뜨려 버릴걸.
지랄 맞게도, 다니엘의 얼굴은 곧 터질 것 같은 홍당무였다.
입술이 닿지는 않았지만, 무척이나 떨리고 부끄럽다 이거지?
"나 3번 아니었는데."
"뭐?"
순간적으로 멱살을 잡아버릴까 했지만, 다시금 화를 가라앉혔다.
4학년 복학생 선배가 3번인 걸 알고, ㅇㅇ가 꼼짝없이 당할까 봐 그랬다는데 그래, 그건 내 판단에도 그렇고 잘한 짓 같다. 하지만 그래도.
"손 줘봐."
다니엘이 의아해하며 손을 내밀었다.
"간접키스도 하면 안 된다고."
나는 내 겉옷으로 다니엘의 엄지 손을 박박 문지르고 나서야 돌아섰다. 바로 옆에서 그것도 막지 못하다니. 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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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 때였다.
다니엘이 널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때가.
"저기... ㅇㅇ가 좀 불러줄래?"
오늘은 화이트데이, 너를 불러달라고 하는 아이의 손에는 작은 상자가 들려있었다.
그것도 예쁜 리본이 달린 채로.
"ㅇㅇ는 왜? 지금 교실에 없는데."
"아.. 그래?"
"내가 전해줄까?"
그때 다른 반이었던 다니엘이 다가와 물었다.
"그래, 고마워. 꼭 전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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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주긴 뭘 전해줘."
다니엘은 그 아이가 가자마자 자리에서 상자를 열어 초콜릿을 까먹기 시작했다.
"왜 안 전해줘?"
내가 의아하게 묻자, 다니엘은 멀뚱히 나를 바라보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상자를 계속 뒤적이다가 본인이 싫어하는 딸기맛 사탕을 내 손에 쥐여주었다.
"그러는 니는, 왜 교실에 있는 애를 없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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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본인입니다ლ(╹◡╹ლ)
전편을 너무 급하게 올리느라, 인사도 못했네요.
오타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고,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달달한 장면을 많이 생각해볼테니, 끝까지 읽어주세요!!!
힘들게 쓴 글이니 재밌게 읽으셨다면 댓글과 신알신 부탁드립니다♡⁺◟(●˙▾˙●)◞⁺♡
그럼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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