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시작된 긴 수술을 마무리짓고보니 어느새 시곗바늘은 3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그제서야 경과된 시간이 체감되며 잊고있던 피로가 온몸을 덮쳐왔다.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어깨를 두드리며 한숨이라도 잘까 고민하며 발걸음을 옮길때였다.
"김여주! 이제 끝났어?"
"어 이선생!"
"자기 끝나길 기다렸지~ 밥먹으러 가자!"
이 선생 손에 반강제적으로 이끌려 몇몇 직원들과 도착한 곳은 역시 병원 앞 이선생의 단골 국밥집. 이선생은 역시 평소처럼 묻지도 않은채 뼈해장국 4개를 주문하고 앞에 앉은 간호사 유지은씨의 썸남과의 밀당이야기에 마치 자신의 얘기인 양 박수까지 짝짝치며 신이 나 듣고 있었다. 이그 저 푼수. 이 선생의 모습이 귀엽다는듯 여주는 피식 웃으며 꺼두었던 휴대전화의 전원버튼을 눌렀다.
휴대폰이 켜지자마자 쏟아지는 연락들에 여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이렇게나 많은걸 언제 다 답장하지.
딸랑_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얼마있지않아 하던 대화가 멈추었다. 휴대폰의 밀린연락을 확인하던 여주는 상황의 전환에 고개를 들어 앞에 앉은 이선생에게 입모양으로 왜? 하고 물었고 이선생은 고갯짓으로 옆 옆 테이블의 세사람을 가르켰다. 제복을 입은 남자 둘과 여자하나. 아무래도 옆 건물인 경찰청의 경찰인가보다.
"저기 제일 안쪽에 앉은 남자 보여?"
"어? 아 응"
목소리를 낮게 낮추며 이선생은 말을 이어나갔다.
"저 남자가 경찰대 수석졸업한 경찰인데 잘생겨서 인기가 그렇게 많대~ 우리 병원에서도 핫토픽일 정도면 진짜 대단한거 아니냐?"
여주는 이선생의 고개가 향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훤칠해보이는 기럭지에 넓은 어깨. 입고있는 까만 제복때문인지 눈에 띄게 하얀피부. 살짝 올라간 눈매며 가지런한 치아. 차가운 분위기인가 싶을때 웃음에서 나오는 온기. 이 선생의 말대로 그는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인기 많을만하네.
그리고 여주는 다시 고개를 돌려 하고있던 문자메세지 답장을 마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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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반장님, 근데 왜 요즘 류경감님이랑 안다니세요?"
후배의 윤경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민현은 숟가락을 든 손을 잠시 멈추었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고개를 들어 윤경위의 표정을 보니 정말 순수하게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잠시동안 흐르는 정적에 말을 꺼낸건 중간에서 눈치를 보던 강경위였다.
"에이 참 윤경위도 그..."
"헤어졌습니다"
"네? 아...아...죄송해요... 전 진짜 모르고..."
"괜찮습니다. 그게 무슨 대수라고, 미안해하 않아도 됩니다"
민현은 짧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지만 6년간의 긴 만남이 갑작스럽게 정리된 지 얼마되지 않았던터라 결코 괜찮지않아보였다. 갑자기 얼어붙은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강경위는 화제를 돌렸다.
"반장님 요새 옆병원에서도 인기가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시던에요? 저기 옆테이블 분들 아까 반장님 들어올때부터 눈빛이 심상치 않아요~"
민현은 강경위의 말에 본능적으로 옆테이블로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자신에 향해있던 세개의 시선이 빠르게 원위치로 돌아갔다. 민현이 고개를 돌리려할 때 휴대폰을 보고있던 한 여자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오묘한 느낌의 여자였다. 대충 묶은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갈색머리의 그녀는 동료들의 부끄러움의 근원지를 알겠다는 듯 씩하고 웃어보이곤 자신의 앞에 놓여진 뼈 해장국에 코를 박다시피하며 식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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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오늘도 황사장님이랑 식사하는거 잊지마!]
엄마는 며칠째 W의류와 W푸드를 경영하시는 사장님 부부와 나의 식사자리를 계속해서 만들었다. 디자인회사를 경영하는 엄마와 요식업을 하는 오빠를 보았을때 아무래도 서로 사업적으로 얻을 이윤이 있는듯해 보였다. 게다가 장가를 갈 나이가 다 되어가는 오빠를 보아서는 어쩌면 아마 어쩌면 혼담까지도 오갈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아무래도 사법계 유명인사인 아버지에 대학병원 의사인 막내딸 정도라면 그 쪽 집안이나 우리집안이나 어느 한쪽이 꿀린다고 말할수는 없겠지. 저녁시간을 항상 빼앗기는게 좀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일만 하는 오빠에게 와이프를 얻어주기 위해서라면 이정도 수고로움쯤은 얼마든지 감내할수 있다 생각하며 약속장소로 발걸음을 옮기는 여주였다.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
"아 왔구나 오늘도 수술이 있었니?"
"네 좀 있었어요. 식사는 주문하셨어요?"
"네가 오면 시키려고 기다리고 있었지. 우리 여주가 음식 시키는 안목이 좀 좋아야 말이지"
"에이 별말씀을요~"
황사장님 부부는 성격이 굉장히 좋으셨다. 가끔은 얼마나 오빠가 황사장님 부부를 만나주지 않으면 자신과 이럴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였지만 항상 유쾌한 대화가 오갔던 터라 그런 자리가 부담스럽지만은 않았다.
“대학병원옆에 경찰청이 있다고 들었는데 맞니?”
“아, 네! 맞아요”
“우리 아들이 거기 경찰청에 다니고 있는데 어쩌면 몇 번 마주쳤을지도 모르겠구나”
“아 그런가요? 그쪽에는 연고가 없어서...”
“어휴 그렇겠구나~일하느라 바쁘니 그럴수 있지. 혹시 남편감으로 경찰은 어때?”
여주는 웃으며 어휴 저한텐 과분하다며 대충 넘기는 대답을 하곤 화제를 돌렸다. 요즘따라 부쩍 아드님을 언급하시는 횟수가 늘었다고 생각되는건 기분 탓이었을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주는 자신이 한 그 대답이 얼마나 큰 후폭풍을 불러일으켰는지 깨달았다.
안뇽하세요 제닝뀨입니다
내용이랑 설정이 많이 바뀌어벼렸죠 ㅠㅇㅠ
이게 더 쓰기가 편할듯해서,,
헹 부끄러우니까 또 도망갑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