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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후에 있을 세미나 준비로 여주는 눈코뜰새없이 바빴다.
수술 후에도 밤을 새는것은 기본이오 쉬는시간없이 하루종일 세미나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정말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가도 세미나 후 주어지는 5일간의 휴가를 생각하며 여주는 울며겨자먹기로 노트북을 들여다보았다.
"휴가 받으면 어디갈꺼야?"
저녁을 위해 시킨 짜장면 두개를 들고오며 이선생이 물었다.
이선생의 질문에 여주는 그제서야 고개를 돌리며 몸을 뒤로 젖히고 기지개를 폈다.
"혼자 제주도 좀 다녀오려고, 가서 준비할 서류도 정리하고 힐링도 하게"
"하여간 김쌤은 완전 워커홀릭이야 아주"
"이선생은 어디가는데"
"나는 옹쌤이랑 일본갔다올거지~"
이선생은 흔히 말하는 사내커플로 유명했다.
평소 애교가 많은 걸로 남녀노소 가리지않고 사랑받는 이선생은 꼭 자기와 같이 재간이 넘치는 사람인 같은 흉부외과 전문의 옹성우씨와 입사 초반부터 눈이 맞아 지금까지 연애를 해오고 있었다.
여주는 두사람을 볼때마다 흐뭇하기도 푼수같기도 했지만 가끔은 언제쯤 자신도 다시 연애를 시작할까 하는 생각에 아득하기도 했다.
"김쌤 내가 소개팅 시켜줄까?"
"소개팅?"
"응,아니 솔직히 김쌤정도면 남자들이 줄 서고도 남지! 집안 좋아 착해 돈잘벌어 얼굴도 괜찮아, 누가 마다하겠어"
소개팅이라는 단어에 여주는 잠시 솔깃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릴적부터 소개가 아니라 스스로 이끌리는 사람을 만나겠다는 신념이 더욱 강했다.
왜인지 모르게 만남에 있어서는 억지가 아닌, 자연스러움을 더 중요시 하게 되는 여주였다.
대충 웃으며 이선생의 말을 넘긴 여주는 대화 소재를 옹선생과 이선생의 여행얘기로 넘기며 짜장면의 비닐 포장을 벗겼다.
"사실은 이번에 결혼얘기가 나오기는 했어"
"헐 대박 진짜?"
"응 아마 이번에 여행가면 프로포즈 받지 않으려나?나 엄청 기대중이야"
이선생은 설레죽겠다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결혼하기엔 조금 이른 나이인가 싶다가도 이선생이 참 예쁜 나이에 결혼을 하는구나하고 부럽기도 했다.
두사람 결혼하면 이제 완전히 꼭 붙어다니겠네.
이선생은 잔뜩 기대에 찬 얼굴로 휴대폰으로는 자신이 봐둔 옷과 비키니를 보여주며 골라달라고 신이 나서 말했고 여주 또한 관심있게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꼼꼼히 옷을 골라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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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수술과 세미나 준비를 하고 보니 시간이 어느덧 11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뒤집어놓은 휴대폰을 다시 바로했을때 먼저 퇴근하겠다는 이선생의 문자메세지가 가장 상단에 올라와있었다.
짐을 챙겨 나와보니 나이트 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이 바쁘게 수술실로 들어가고 있었고 그에 따라 동기인 의사들도 따라 들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방금 들어온 응급환자인 모양이다.
속으로 고생한다 수고해라 하는 안타까운 위로를 건네고 여주는 1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집에 가면 바로 뻗겠다고 생각하며 엘리베이터 안에서 초췌해보이는 얼굴이 보기싫어 립스틱을 꺼내 입술에 덧바르고는 그나마 낫다는 표정으로 머리도 한번 다시 묶어보는 여주였다.
1층에 다다라 내려 출입문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여주는 카운터 주위를 서성거리는 한 남자를 발견하고는 멈칫했다. 그리고 이내 남자의 발 주위로 떨어져 내리는 핏자국에 깜짝놀라 카운터로 달려갔다.
"진료보러 오신건가요?"
"아,네 혹시 지금 바로 치료 받을수 있나요?"
그 남자였다. 며칠전 국밥집에서 이선생이 말했던 우리 병원에서 핫토픽이라는 경찰청의 그남자.
부상을 입은 부위는 어깨부위였고 아래에 떨어진 핏자국은 어깨에서 흐른 피가 팔을 타고 떨어져내린 핏자국이었다.
눈대중으로 보이는 상처의 정도는 치료방법은 간단해보였으나 상당히 참기 힘들었을텐데 그 남자는 놀랍게도 미소까지 보이며 침착해보였다.
그와 동시에 화장실에서 돌아온 간호사가 나와 그 남자를 보고 빠르게 달려와 접수를 시작했다.
"이 환자 내가 볼게요"
"아,네! 아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황,민현 입니다"
"일단 출혈이 심하니까 진료부터 보고난 뒤에 진행하죠"
그렇게 데리고 온 진료실에서 남자는 상처부위를 보여주기 위해 손에 들고 있던 제복 마이를 옆에 걸쳐 둔채 피로 물든 흰색 와이셔츠를 반쯤 벗었다.
칼로 세게 파인듯한 상처부위는 여전히 피가 뚝뚝 흐러고 있었다.
"되게 태연하시네요. 별로 안 아픈가봐ㅇ.."
여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현은 짧고 낮은 비명을 낸후 작은 신음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상처부위를 만지는 여주의 손길이 꽤나 큰 자극을 준 것 같았다.
민현의 소리에 여주는 그럼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민현의 상처 부위를 보고는 소독을 하기위해 거즈와 약품을 가져왔다.
"상처가 깊어서 많이 쓰라리실거에요 최대한 안 아프게 할테니까 잠시만 참으세요"
민현은 고개를 두번 끄덕거렸고 아픔을 참기위해 이를 악 문 민현을 보고는 굉장히 독한 사람이구나 생각하며 여주는 상처 부위가 부위인지라 민현과 꽤나 밀착된 거리에서 소독을 시작했다. 얕게 들리는 민현의 숨소리가 신음소리로 바뀌지 않도록 여주는 심혈을 기울여 치료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숨죽인채 진행된 소독이 끝나고 상처 부위까지 꿰맨 후 여주는 상처 위를 붕대로 감았다.
"끝났어요"
"어,벌써요?"
"그럼요"
"되게 명의시네요. 정말 하나도 안아팠어요"
"이 병원 제일 수술 잘하는 의사한테 치료 받으신거에요. 그것도 엄청 예쁜"
여주의 농담에 민현은 눈꼬리를 휘며 웃어보였다.
민현 역시 자신을 치료해준 의사가 며칠 전 국밥집에서 보았던 오묘한 느낌의 그녀였다는 것을 깨닫고는 왜인지 모를 친근감을 느끼며 말을 이어나갔다.
"퇴근길에 미안해서 어쩌죠. 저 때문에"
"괜찮아요. 의사로서 당연한 일을 한거니까. 그리고 그렇게 큰 수술도 아니었구요"
"다음에 앞에 또 그 집에서 식사하다 마주치면 제가 계산할게요"
여주는 민현의 말에 피식하고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주는 며칠 후 다시 병원을 방문하라 안내하고는 민현과 함께 진료실 문을 나섰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오기를 기다리며 민현에게 물었다.
"일하다 팔은 다친거에요?"
"아,네 알코올 중독자분이 경찰청에 칼을 들고 오셨더라구요 말린다고 고생했네요"
"어깨였기 망정이지 다른 부위였으면 정말 큰일 날뻔 했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운이 참 좋은 사람인가봐요."
민현은 역시 그 명성답게 좋은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여주는 민현으로 늦어진 퇴근시간에 조금 더 피로해진 것은 맞았지만 오히려 기분은 아까보다 나아진 느낌이었다.
"아까 못한 접수 하고 가시구요. 말씀드린 날짜에 다시 진료받으러 오시면 다른 분들이 도와주실거에요."
"네 감사합니다"
"그럼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여주는 그렇게 퇴근을 하기위해 민현에게 인사를 건네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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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를 마치고 돌아가는 민현이 병원을 나서자 민현의 앞에 검정색 차 한대가 달려와 섰다.
민현에게 익숙한 차였다. 민현은 차를 몇초 응시하고는 그대로 경찰청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내려섰다.
"황민현"
민현의 뒤로 민현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고 그 목소리에 민현은 멈칫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내 민현의 앞으로 와서 민현의 눈을 마주치려 시도했지만 민현은 애써 그 눈을 피했다.
며칠전 민현의 헤어지자는 통보에 헤어지게된 민현의 오래된 연인이자 경찰대 동기였던 류채연이었다.
"민현아"
그렇게 둘 사이에는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시간이 흐르고 정적을 깬 건 한숨과 함께 말을 꺼내는 채연이었다.
"아무말도 안할게. 근데 너 그 상태로 운전하는거 무리야"
"......"
"오늘만 내 차 타고가"
"......"
"그렇게 하게 해줘"
채연의 말에 민현은 속에서 터져나오는 울컥함을 겨우 억눌렀다. 일부러 그런 감정을 보이지 않기 위해 고개를 더 높이 쳐들었다.
하지만 채연 역시 민현의 모습에서 이해되지 않는 민현의 헤어짐 통보가 다른 사연이 있음을 짐작하며 속으로 터져나오는 눈물을 애써 참았다.
또 다시 시작된 정적이었다. 두 사람은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본 채 한참을 서있었다.
신호를 기다리던 여주는 고개를 돌리다 건너편 인도에 서있는 민현의 모습을 발견했다.
여주는 민현의 모습에 반가운 표정으로 어,하고 동공이 커지다 민현의 앞에 서있는 여자의 모습을 보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어리둥절 했다.
진짜 예쁘네 여자친구인가?
그렇다기엔 꽤나 살벌해보이는 분위기에 여주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다른 가설을 들며 혼자 추측을 해보았다.
여주는 머릿속에 수많은 궁금증이 들때쯤 여주의 머리를 환기한것은 클락션 소리였다.
그제서야 정면을 보니 신호등이 어느덧 초록불로 바뀌어있었고 아차하는 생각으로 여주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나 택시타고 갈게"
"응....?"
"미안해 근데 이제 내걱정 안해줘도돼 알아서 할게"
"민현아..."
"갈게"
민현은 여전히 채연을 보지 않은채 말을 남기고는 오는 택시를 잡아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자리를 떠버렸다.
혼자 남겨진 채연은 한참 그 자리를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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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한 민현은 간단한 샤워를 하곤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었다.
잔잔하게 틀어놓은 노래를 눈을 감고 조용히 감상하던 민현은 침대에 누워 오늘 있었던 일을 곱씹어보았다.
자신에게 달려든 알코올 중독자부터 병원에서 치료를 해준 오묘하고도 오묘한 느낌의 섬유유연제 냄새가 은은하게 나던 그 의사와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류채연.
정말 많은 일을 치룬 하루였다 생각하며 잠이 드려는 민현을 깨운건 날카로운 벨소리였다.
'어머니'
민현은 자신의 휴대폰 액정에 뜨는 이름에 마음이 답답해졌다.
민현은 한숨을 쉬며 전화기의 초록버튼을 눌렀다.
"네 어머니"
"음 민현아, 밥은 먹었니?"
"네 먹었습니다"
"신혼집은 4일정도 있다 이사하려고 하는데 괜찮니? 지금 여주가 살고 있는 집을 리모델링 하기로 했어.그래서 지금 네가 지내는 집을 정리해야하는데..."
"......."
"민현아?"
"저한테 선택 권한이 있긴 있나요"
"민현아..."
"어떻게 사는지는 제가 알아서 할테니 그것까지 어떻게 하려고 하시진 말아주세요. 지금도 충분히 힘드니까"
"......"
"할말 없으시면 먼저 들어가봐도 될까요"
"미안하다 민현아,하지만 여주 정말 괜찮은 애더라. 분명 너도 마음에 들거야"
"끊을게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통보는 한달전이었다.
애초에 그 집안과 가족이 되겠구나 하는 짐작은 했지만 당연히 혼기가 찬 누나와 그집 아들의 결혼이리라 생각했다.
채연과 교제 중임을 분명히 아는 부모님께서 자신과 그집 딸을 결혼시킬 가능성은 거의 0에 수렴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나의 일방적인 해외출장통보는 누나가 몰래 진행하고 있던 해외 유명 브랜드와의 어마어마한 위약금이 걸린 깰 수 없는 약속이었다.
그리고 부모님의 계획을 대충 눈치챈 똑똑한 누나가 진행의 박차를 가해 그 뒷통수를 시원하게 치는 방안이기도 하였다.
누나 덕분에 그 결혼 타겟은 민현에게로 돌아왔고 애초에 그집 아들보다는 딸에 마음을 두고 있는 부모님께서는 오히려 잘됐다는 양 민현과 여주의 결합을 추진했다.
최근 그집 딸이 결혼을 승락했다는 말을 듣고 민현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그쪽 딸이라도 결혼을 반대한다면 이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날수 있지않을까 하는 민현의 기대를 완전히 꺾어버리는 선택이었다.
과연 그 여자에게 자신이 정을 붙힐수 있을까 민현은 도무지 그럴 자신이 없었다.
사법계의 유명인사인 그집 아버지가 자신에게 날개를 달아줄거라는 말이 너무 싫었다. 이때까지 자신이 해온 노력을 그대로 무시하는 듯 했다.
도대체 그여자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자기 주관하나 없는 그런 금수저인걸까
민현은 그 여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고 그녀를 마주치게 되었을 때 표정관리가 되지 않을 자신의 모습이 예상되었다.
전화를 끊고 그 자리에 앉아 마른 세수를 하던 민현은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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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으로 끝이난 세미나에 여주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힘들었지만 자신에게 쏟아지는 찬사에 그 간 노력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김여주 진짜 대박이더라~ 이제 제주도 가는거야 바로?"
"응 이제 가려구!"
"나도 이제 가서 짐싸야지~"
"기대할게.갔다와서 좋은 소식 들려주라"
여주는 여행 후 돌아왔을때 기쁜 얼굴로 결혼하기로 했다며 행복에 겨워 이야기를 할 이선생을 떠올리며 웃어보였다.
캐리어를 깜빡하고 와 다시 챙기기 위해 집으로 도착했을 때 신발장에 놓여있는 신발 두개에 어리둥절해하며 집안에 들어섰다.
"엥...엄마?"
집안에서는 엄마가 가구들을 보며 혼자 말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의아하여 고개를 돌리자 옆에는 황사장님네 사모님이 옆에 서계셨다.
"아...안녕하세요"
"어머 여주야 세미나는 잘 끝났니?"
"아 네...그런데 집에는 무슨일로..."
"아 디자인 하는데 뭐 필요한게 있어서 엄마가 모셔왔어"
"아 그러세요...근데 저 지금 바로 다시 나가봐야하는데"
"괜찮아 엄마가 집 잘 잠구고 나갈게"
"아...그러세요,편히 계시다 가세요!"
아무래도 이상한 그림이기도 했고 사전에 말을 하지않고 집에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온 두사람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며칠째 골머리를 앓던 세미나도 끝난 이상 여주는 더이상 복잡한 고민을 생각하기가 싫었다.
생각을 환기시키고 엄마와 사모님을 등지고 나와 여주는 곧바로 차에 올라타 공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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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닝뀨입니다
호우 정말 많으신 분들이 (제기준) 댓글을 달아주셔서 너무 신났어요
진짜 댓글 볼때마다 도키도키해서 막 날라갈거같은 느낌
후하 열심히 썼는데 좋아하실지 모르겠네요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