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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분량과 지각으로 이번 화의 구독료는 없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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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좀 이제 놓지 그래"
제주도에서의 5일을 마치고 공항으로 돌아온 여주는 마침 같은시간에 귀국한 옹성우, 이서연커플과 근처 카페에 와서 앉았다.
여주의 뜨거운 눈초리에도 두사람은 보란듯이 손을 꽉잡고 있었다.
가운이라도 입고있었을때는 그나마 덜했던것 같은데 나와서 보니 더 심해진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안돼 좀 있음 못본단 말이야"
"내일 출근 안하냐 너네"
"아니 그래도 몇시간동안 못보잖아"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보는 두사람을 여주는 멍하게 보다 레몬에이드가 담긴 컵의 빨대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시선을 아래로 두었을때 이선생의 손에 끼어있는 반지의 색이 은색에서 금색으로 바뀐것을 여주는 피식하고 웃어보였다.
아, 성공했구나
"아 맞다 김쌤 그거 들었어?"
"응?"
"그때 작년인가 잠깐 우리병원에서 일했다가 외국갔던 그 우리보다 두살 어린 박쌤 있잖아"
"누ㄱ..아 그 한 일주일 있다 다시 간 그 고집 엄청 세던 그 쌤?"
"응, 우리가 그쌤을 일본에서 다시 봤다니까? 진짜 별일이지"
"잘 지낸대?"
"응 근데 대박인건 학위따고 다시 돌아온대 이번주부터"
"아 그래? 미국간 사람을 일본에서 마주치고 신기하다"
흉부외과 전문의 박지훈, 이선생이 말한 박선생은 작년 초에 굉장히 큰 인상을 남겨주고 가 아직도 여주의 뇌리에 세게 박혀있었다.
병원에 들어오자마자 큰 수술에 투입될정도 수재였지만 당시 집도의였던 병원 내 입김세기로 유명한 오교수님과 의견 차로 대판 싸워 이름을 날렸다.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아우라를 가진 오교수에게 표정변화 하나없이 너무나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며 따지던 박선생의 모습을 대부분의 동료들이 응원했었고 갑자기 사정이 생겨 병원을 쉬게 되었을때 많은 의사 동기들이 그 이유를 궁금해했을정도로 그는 짧고도 강한 인상을 남기고 떠났다.
그런 그가 돌아온다니 여주를 포함한 성우와 서연에게도 꽤나 흥미로운 일이었다.
"이제 병원이 더 재미있어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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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간 민현은 밀려들어오는 차가운 공기와 특유의 집 냄새를 느끼며 들어왔다.
깔끔하게 리모델링된 집 내부는 조명의 색부터 가구의 색상조화와 배치 등등 확고한 자신의 어머니의 취향이 강하게 들어갔음이 틀림없었다.
민현은 들고온 캐리어를 내려놓으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여행을 갔다는 그 여자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한참 혼자 서있던 민현은 생각을 환기하고 방문을 열어보기 시작했다.
세개의 방 중 민현이 처음 열어본 방은 여주의 방이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과 깔끔한 책상 위에는 뇌 모형와 척추의 모형이 올려져있었다.
민현은 처음 보는 영어서적들이 가득한 책장을 힐끗보고는 자신의 방이 아님을 깨닫고 불을 끄곤 나왔다.
민현은 발걸음을 옮겨 앞 쪽에 위치한 방문을 열었다.
침실이었다. 온통 흰색으로 가득한 침대는 평소 자신이 쓰던 침대의 2배가 살짝 넘는걸 보아 아무래도 2인용 침대인 듯 해보였다.
침대를 빤히 쳐다보던 민현은 아무래도 자신은 소파에서 잠을 청해야겠다 생각하며 침대 옆에 위치한 옷장을 열어보았다.
여성복으로 가득 차있는 옷장을 다시 닫고 민현은 옆에 있는 옷장의 문을 열었다. 열어본 옷장에서는 민현의 낯익은 옷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옷장 옆의 침실 내에 딸린 화장실까지 확인한 후 민현은 마지막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연 민현은 그제서야 낯익은 분위기를 느낄수 있었다.
자신이 보던 책과 책상, 그리고 어릴적 모아왔던 건담과 피규어들. 낯설기만 한 집에서 느낄수 있는 유일한 출입구 처럼 느껴졌다.
민현은 밖에 세워놓았던 캐리어를 방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민현이 캐리어를 풀어 짐을 옮기고 마지막으로 스킨과 로션을 꺼냈을 때였다.
삑,삐빅_
민현은 현관에서 들려오는 도어락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머리끝 부터 발끝까지 전기가 한번 훑고 지나가는듯한 느낌에 민현은 숨을 죽였다.
밉기도 궁금하기도 했던, 그 여자의 등장이었다.
"뭐야"
들어온 그 여자의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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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와 서연과 헤어진 여주는 곧바로 택시를 타고 집앞으로 향했다.
도어락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갔을때 여주는 사뭇 다른 자신의 집안 풍경에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얼마있지 않아 자신의 집이 완전히 리모델링 되었음을 깨닫고 며칠전 자신의 집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어머니와 사모님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지났다.
거실로 들어온 여주는 당혹스러움과 분노가 섞인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 어머니의 번호를 눌렀다.
얼마간의 연결음 이후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여주는 빽하고 소리를 질렀다.
"왜 맘대로 집을 이딴식으로 바꿔놔"
"집 들어갔어?"
"아, 왜 말도 안하고 남의 집을 만들어 놨냐고"
"너 그게 얼마나 비싼 가구들인줄 알아?고맙다고는 못할 망정.."
"아 진짜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해,나 이런거 엄청 싫어하는거 알잖아, 아니 이건 나라서가 아니라 누구나 다 싫어ㅎ..."
전화를 하던 여주는 이상한 느낌에 말을 멈추고 전화기를 얼굴에서 떨어뜨렸다.
예전에 한번도 집에서 느끼지 못했던 느낌에 여주는 등골이 시렸다. 마치 누군가에게 감시를 당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주의깊게 어딘가에서 느껴지는 시선을 느낀 여주는 얼마 후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엄마아아아아악!!!!!!!!"
여주는 자신의 등 뒤의 방문에 삐딱하게 서있는 키 큰 남자의 형체에 깜짝 놀라 들고있던 휴대전화도 집어 던지고 주저앉았다.
머리끝이 쭈뼛서는 두려움에 여주는 앉은채로 뒷걸음질 쳤다.
"어...?"
눈이 마주친 둘은 동시에 동공이 커졌다.
경찰청의 그 남자와 병원의 그 여자였다.
민현은 상상치도 못했던 여주의 등장으로 깜짝 놀라 입을 벌렸고 여주 역시 민현을 쳐다보며 이게 꿈인가 하는 생각으로 세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황민현씨가 왜 우리집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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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닝뀨입니다!
좀 짧죠? ㅠㅇㅠ 고민을 많이 하면서 썻는데 계속 쓰다 지우다 하다 보니 이렇게 밖에... ㅠㅇㅠ
그래도 얼추 구상했으니 다음 이야기도 빨리 들고올수 있을거에요
미안해요 그리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아 맞다 그리고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은 다음 화에 모아서 올릴게요 >ㅁ<
댓글 많이 써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