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 0214, 더 파라디(The paradis) 08
w.규닝
08. 그대 돌아오면
우현이 동우가 준 사탕을 굴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쉴새없이 내리고 있는 함박눈에 이제는 점점 화까지 나려고 한다. 오라는 김성규는 안 오고ㅡ 추워 죽겠는데 눈이 오질 않나, 이호원이나 장동우가 오질 않나. 부글부글 끓는 속을 진정시키며 앉아 있는데 속눈썹에 닿은 눈송이 때문에 시야가 흐려져 고개를 흔들었다. 아까부터 계속 양쪽 볼에 떨어지는 눈송이가 차가워 코를 찡긋했다.
"흰 눈이 미소되는 날~"
"흰 눈이 기쁨되는 날~"
"흰 눈이 꽃잎처럼 내!려!와~"
"니네 좀 안가냐?"
급기야는 우현이 짜증스러운 타박을 했다. 대문 앞에 쭈그려 앉은 저와 같은 자세로 줄줄이 이어 앉은 호원과 동우가 한껏 까는 목소리로 동요를 합창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의 사랑 축복해~ 우현의 타박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음은 화음까지 넣어 부른 호원과 동우가 낄낄대며 웃었다. 니네 안가냐고요. 다시 한 번 또박또박 말한 우현이 한껏 인상을 찌푸렸다. 일단, 저만 알고 있는 천사의 집 앞에 다른 놈들이 머물러 있다는 것 자체가 거슬린데다가 뭣보다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고 싶은데 호원과 동우는 그런 우현의 마인드를 와장창 깨 부수고 있었으니까.
"와, 눈 진짜 많이 쌓였어."
"야. 니네,"
"천사 만들까?"
동우의 입에서 나온 천사라는 단어에 지레 움찔한 우현이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스스로를 중증이라고 생각하며.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 골목을 지나가다가 저를 발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철저하게 제 말을 씹으며 딴청을 피우고 있는 둘이었기에 우현은 일그러지는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상대하지 말자. 상대하지 말아야 제 풀에 지쳐서 가던길을 가던지 할 테니까. 천사를 만들어보겠다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동우는 그대로 우현과 호원 앞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야, 우리보고 가라고만 하지 말고 사실대로 불어봐. 너 강의 끝나고 맨날 직행한 곳이 여기지?"
호원이 우현의 눈치를 살피다가 직접적인 물음을 꺼냈다. 우현이 반대편으로 돌렸던 고개를 다시금 휙 돌아다봤다.
"도대체 니들이 무슨 상관인데?"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면 섭하지. 불알친구 연애사좀 들어보겠다는데 어? 그게 그렇게 아니꼽냐?"
"…씨팔, 연애사 그런 거 아냐."
"아니기는."
지금 존나 기다리고 있는 거 누가 모르냐. 호원이 우현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야 장동우야, 남우현이 우릴 좀 호구로 보는데? 섭섭하게 그치? 호원이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열심히 천사를 만들고 있던 동우에게 외쳤다. 그러자 와이퍼처럼 신나게 팔다리를 흔들어대던 동우가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맞아! 너무해! 우린 우리 미팅 후기도 다 알려줬는데.
"소개도 안 시켜주고!"
"소개???????"
미친, 누가 누구한테 누굴 소개야? 동우의 소개라는 말에 입을 쩌억 벌린 우현이 소스라치며 몸을 뒤로 뺐다. 김성규를? 니네한테? 나도 이제 겨우 알아가는 김성규를 누구 좋으라고 소개를 시켜. 우현이 말이 되는 소릴 하라며 호원의 머리를 옆으로 밀었다. 아, 장동우가 말했는데 왜 내 머릴 밀고 지랄. 호원이 밉지 않게 툴툴거리며 눈바닥을 짚었던 손을 탈탈 털었다.
우현이 둘도 참 끈질기다고 생각한 건 제 옆에 찾아온지 한시간이 조금 넘어가고 있을 때였다. 진심으로 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라고 생각한 것도 물론 그 즈음이었다. 동우는 벌써 골목길 이곳저곳에 천사를 다섯개 정도 만들어놓고 있었으며 이번에는 제 몸통만한 눈사람을 만들어보겠다며 눈뭉치를 모으고 있었다. 심심함을 이겨보겠다며 난리치는 꼴이, 쟤는 왜 저렇게 인생을 피곤하게 살려고 할까. 정도로밖에 생각이 되지 않아 안쓰러웠을 뿐이지만. 그렇게 시덥잖은 이야기로 간간히 대화를 이어가던 호원이 이를 달달 부딪히며 야,남우현.하고 불러왔다.
"집 안에 좀 들어가 있으면 안되냐? 열쇠 없어?"
"…문 열려 있어."
"뭐??????"
호원이 오버스럽게 경악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열려 있다고?
"아니 그럼 왜 여기서 지랄이야, 따뜻하게 안에 처 들어가서 기다리면되지."
"김성규가 안 오면 따뜻한 게 무슨 소용이야."
"그럼 집 주인 도착하면 그제서야 들어가서 이불 덮겠다는 소리냐?"
"김성규가 오면,"
허공으로 멍하니 보내던 우현의 눈동자에 별안간 생기가 들었다.
"그건 또 무슨 소용이야. 이미 하나도 안 추울 것 같은데."
딱 거기까지. 그렇잖아도 언짢은 눈으로 우현을 쳐다보던 호원이 멀찍이 몸을 떨어트린 채 뜨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 요즘 하는 행동들 하고, 이번 여자에게는 좀 단단히 빠진 모양이라고 얼핏 짐작하긴 했어도 이정도까지 답이 없을줄은 몰랐다. 이 마요네즈같은 새끼. 저 이상한 표정은 뭔데. 호원은 경악스러운 눈을 깜빡거리며 우현의 표정을 스캔했다. 불과 몇분 전과는 달리 거짓말처럼 올라가있는 입꼬리. 호원이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친새끼.
하지만 얼마 후, 그렇게 제 아무리 닭살스러운 멘트라 했어도 그것은 책으로 친다면 별책부록쯤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적어도 호원이 보는 우현의 행동은 그러했다. 그러니까,
"들어가 있으라고 문도 열어놨는데."
쌩판 모르는 남자 하나가 골목길에 마악 들어섰을 때까지는.
호원의 입에서는 아까보다 훨씬 더 많은 감정이 담긴 욕설이 흘러나왔다. 미친새끼.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고개를 돌렸던 우현은 어느새 제 옆자리에서 연기처럼 사라져있었다. 김성규!하며 급하게 소리친 후 멀찍이 떨어져 섰던 남자에게 한달음에 달려간 우현이 남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와락 껴안는 모습까지도 정확하게 보였다.
"개새끼 너."
"……."
"감기 걸렸겠다."
우현이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감기 걸렸겠다며 말해오는 목소리는 사라졌던 일주일 전처럼 까칠하면서도 잔잔했다. 우현은 저에게 개새끼라고 말하느라 움직이는 목울대를 더욱 감싸안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전혀. 우현이 성규의 어깨 위로 뺨을 묻으며 중얼거렸다.
* * * * *
일주일 동안이나 자리를 비웠던 사람 치고는 성규의 행동에서 이상기류라고는 전혀 발견할 수가 없었다. 보들보들하니 보기 좋게 살이 올랐던 두 뺨이 조금은 핼쓱해진 것을 제외한다면. 제가 조금만 가까이에 다가가기만 하면 인상을 찡그리며 피하던 성규가,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와락 껴안아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우현의 몸을 밀어내지 않았었다. 이것이 유일한 이상기류라면 이상기류다. 그에 신이 난 우현은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성규의 뒷통수를 제 쪽으로 끌어안아 움직이지 않았다.
성규는 호원과 동우에게 들어오라고 말했다. 뭐하는 놈들인진 모르겠지만, 나 기다린거면 들어와. 성규가 저의 어깨를 잡고 쫄랑쫄랑 따라 들어오려던 우현을 제지하고 꺼낸 말은 그것이었다. 물론 그 때까지도 호원과 동우는 얼이 빠진 얼굴로 성규와 우현을 번갈아보고 있었다. 본인들이 생각했었던 여자친구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었기에 둘은 한참동안이나 서로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남우현이 지금, 그러니까. 둘은 모든 상황을 파악하기까지 꽤나 오랜시간이 걸렸다. 우현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규를 따라서 계단 위로 올라가고 나서 한참 후, 얼떨떨하게 따라 오른 둘은 그렇게 천사의 옥탑방에 입성하게 되었다.
옥탑방에 들어서자마자 김성규가 불을 켰다. 그에 한발 늦게 뒤따라온 우현은 화들짝 놀라며 성규의 앞을 막아섰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성규가 다시 돌아오게 되면 옥탑방 안에서 불을 켜 놓고 기다릴거라고 다짐했건만, 결국엔 본인의 손으로 불을 켜게 만들어버렸다. 그렇게 생각하며 머리를 쥐어뜯으려는데 그런 우현을 유유히 지나친 성규는 거실 한복판에 가만히 앉은 후 옆구리에 끼고 있던 작은 상자를 내려놓았다.
옥탑방 바닥은 보일러를 틀어놓지 않아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적어도 우현이 느끼기에는 그랬다. 몇분 정도 늦게 올라온 호원과 동우도 옥탑방에 스민 한기에 두 팔을 싹싹 문지르며 현관 안으로 입성했다. 여기서 이상했던 건 한가지 더. 제게는 첫만남부터 개새끼니 거지새끼니 운운하며 했던 천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호원과 동우에게 말했다. 집, 추워서 미안해. 조금만 기다려.
그렇게 말한 성규는 일어나서 금방 보일러를 켰다. 그에 쭈뼛쭈뼛 안으로 들어선 둘은 나란히 소파에 앉았다. 성규답지 않은 다정한 말투에 잔뜩 얼어버린 채 서 있는 건 우현 뿐이었다. 미…안하다고? 김성규? 우현은 거의 튀어나올것처럼 크게 뜬 눈으로 성규의 움직임을 좇고 있었다.
"너…왜그래?"
"뭐가."
"쟤들 왜 집에 들여? 그리고 뭐가 미안한데. 왜 어울리지도 않게 그런 이상한,"
"이거좀 씻어."
성규가 밥솥 통을 불쑥 내밀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한다는 게 요리라니. 얼떨결에 밥통을 받아든 우현이 미간을 찡그리며 성규의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 아 김성규, 어디 갔다왔는지는 안 물을테니까 쟤들 좀 내보내. 어? 그에 성규는 작게 웃었다.
"병신."
급기야는 열어본 냉장고 안을 보자 바로 웃음이 터진 것이 맞다고 해야겠다.
"꼬리 좀 그만 흔들어."
"……."
"뭘 이렇게 많이 사다놨어?"
"잘했지."
제일 듣고 싶었던 말. 징징거리며 성규를 졸라대던 우현의 눈빛이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해졌다.
"이거 다 해 먹으면, 배 터져 죽겠다."
비록 잘했다.는 칭찬은 떨어지지 않았지만. 우현은 웃음기어린 성규의 목소리만으로 충분했다. 그야말로 처음 보는 성규의 웃음. 날마다 제게 지었던 비웃음이나 억지미소 따위가 아니라 진짜.
그러니까 지금ㅡ너는 쌀을 씻어도 예뻐. 고무장갑을 거꾸로 꼈어도 예뻐. 김치를 자르다 김칫국물이 얼굴에 튀었어도 예뻐. 까지지 않는 양파를 까려 드는 찡그린 눈썹까지 예뻐 그냥 다 예뻐. 김성규. 우현은 다리에 도저히 힘이 들어갈 것 같지가 않아 식탁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
"형,형! 이거 진짜 최고에요!"
성규가 대접한 건 라볶이였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저와 눈도 마주칠 새도 없이 무언갈 열심히 만드는 게 딱히 마음에 드는 일은 아니었지만 눈 앞의 이 장면은 더더욱 아니다. 먹음직스러운 성규의 요리 앞에서 유일하게 입을 쭉 빼고 있는 것은 우현 뿐이었다. 나 처음 만난 날엔 그냥 떡볶이였는데. 이 레벨업 된 메뉴는 뭐야. 우현이 제 앞에 놓여진 라볶이를 죽일듯이 노려보았다.
붙임성 좋은 호원과 동우에게 성규는 어느새 형이 되어 있었다. 우현 못지 않게 집요한 구석이 있는 호원은 끊임없는 질문공세 끝에 성규의 나이를 캐내는 데에 성공했다. 22살이라는 말에, 그럼 형이네! 하고 외치던 호원의 목소리에ㅡ저도 모르던 사실을 먼저 알게 되어버린 호원을 본능적으로 노려본 우현이 그 뒤로는 계속해서 입을 댓발 빼낸 채 꽁해져 있었다.
비록 호원과 동우는 우현이 기다리는 사람은 '김태희 뺨치게 예쁜 숨겨둔 여자친구'일 것이다란 사실에 한치의 의심도 없었기에 성규의 등장에선 단단히 쇼크를 먹었다는 사실은 비밀로 하기로 했다. 이 미친새끼가 게이일지도 모른다. 호원은 젓가락을 입에 넣으며 우현의 눈치를 대강 살폈다. 아까 밖에서 끌어안고 했던 행동들과 지금 순간들을 조합해보면 아니, 게이가 맞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호원은 다시 성규 쪽으로 눈을 돌렸다.
남자치고는 하얀 피부. 묘한 느낌을 주는 얇은 눈꼬리. 뭐라 형용할 수는 없지만 이 남자도 게이가 맞다. 그렇다면 어제 계획했던 여름 계획은? 남녀커플 두쌍에 남남커플 한 쌍을 넣어도 괜찮으려나 하는 생각에 맛있어 뵈는 라볶이를 앞에 두고도 복잡한 머리가 굴러가고 있었다.
"와 형, 요리 캡짱 잘한다. 밖에서 사먹는거보다 더더 맛있어요!"
"더 먹어."
"다 먹을 건데! 형은 이제 또 만들어야 될걸요."
동우가 입 안에 넣고 씹지도 않은 떡볶이들 탓에 뭉개지는 발음으로 말했다. 성규는 그런 동우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 먹고나 말해. 호들갑스럽기는, 누가 개새끼 친구들 아니랄까봐. 성규가 아까처럼 밉지 않은 목소리로 동우에게 타박했다.
"남우현 넌, 맨날 여기 와서 이런 거 먹고 있었으면서 말도 안했냐?"
호원은 제 친구가 게이라는 사실에 충격 먹었다는 것이 티나지 않게ㅡ아무렇지도 않은 투로 장난스러운 말을 뱉었다. 물론 그에ㅡ성규는 그저 작게 웃을 따름이었다. 아까부터 쭈욱. 그래서 호원이 저에게 시덥잖은 시비를 걸어오거나 말거나, 우현의 시선은 성규에게서 떼어질 줄을 몰랐다.
자꾸 웃는 게 예뻐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일주일만에 나타난 김성규는 조금 심각하게 이상하니까.
형, 뭐 특별한 소스 넣은 거 있어요? 레시피 좀 가르쳐줘요. 쉴새없이 성규에게 형 형 거리며 조잘대는 동우 때문에 성규에게 집중하려던 우현의 정신이 흐트러졌다. 저 모터 달린 새끼. 우현의 눈빛이 거칠게 돌변해 시끄러운 동우를 발로 즈려밟는 동안에도 성규의 눈은 웃고 있었다. 아니, 뭐 넣은 거 없는데. 심지어 그렇게 말해오는 별 거 아닌 목소리도 분명 웃고 있었다. 너 이새끼 시끄럽다며 동우의 무릎을 발로 밀어대던 우현의 동작이 뚝 멈추었다. 우현의 고개가 다시금 성규 쪽으로 돌아갔다.
"이건 뭐에요?"
저를 쳐다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마냥ㅡ 어딘가 나사가 풀려버린 인형처럼 웃고 있는 성규에게로.
그런 우현의 정신이 돌아오게 만든 것은 뜬금없는 호원의 물음이었다. 동우의 옆에서 마찬가지로 떡볶이를 집어먹고 있던 동우가 올려 든 것은 애초에 성규가 옆구리에 끼고 나타났던 작은 상자였다. 작은 천이 꽁꽁 싸매고 있던 상자를 열어보니 정체를 알 수 없는 밀가루 같은 게 안에 들어있었기에ㅡ 호원이 성규의 눈에 보이도록 상자를 들어올리며 물어왔다.
주의를 끌기 충분한 호원의 물음에 항복!항복을 외쳐대던 동우도 고개를 쑥 빼고 상자 위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냥 가루네. 동우가 동글동글한 목소리로 성규 대신 대답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그 순간, 호원도 동우도 느끼지 못한 촉을 우현이 느껴버렸을 때에는 이미 성규의 대답이 떨어진 후였다.
"나는 별로 상관 없지만, 안 만지는 게 좋을텐데."
"왜요? 이게 뭔데요?"
"그거,"
뼛가루. 성규가 아무렇지 않게 떡볶이를 집어 먹었다. 물론 그 때까지도ㅡ이상할만큼 휘어져있던 눈꼬리도 모든 게 그대로였다. 그에 반해 성규의 반응을 대신하기라도 하듯 자리에서 반사적으로 일어난 우현은 호원의 손에 들린 작은 상자를 낚아채듯 가져왔다.
"…왜?"
"……."
"왜 안 먹고 있어."
얼른 먹고, 몸 좀 녹였다가 가.
시끄럽던 동우까지도 말을 잃어버린 5분이었다. 성규가 여전히 연한 눈웃음으로 한 말은 그것이 전부였다. 남아있던 떡볶이 중 하나를 찍은 성규가 다시금 제 입으로 집어넣으며 했던 그 말은ㅡ우현의 입술에 부르트도록 아픈 상처자국을 남겨놓기에 충분했다.
봄의 정원으로 오라 |
봄의 정원으로 오라 Meviana Jalaluddin Rumi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 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Come to the garden in spring There’s wine and sweethearts in the pomegranate blossoms. If you do not come, these do not matter. If you do come, these do not mat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