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 0214, 더 파라디(The paradis) # 05.
w.규닝
05. 파리지옥
주말마다 들르겠다더니, 역시 이른 아침ㅡ 무거운 눈을 채 뜨기도 전에 철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난 성규가 찬바람을 가득 끼얹고 섰는 명수와 마주했다. 들어와. 자신이 들어오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현관 앞에서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명수였기에 무심한 목소리로 대충 인사를 건넸다. 먼저 몸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오자 등 뒤에서는 저를 따라 신발을 벗어 들어오는 소리가 조금은 부산스럽게 들려왔다.
"오늘은 커피 스틱밖에 없어. 먹을거야?"
"안 먹어."
명수가 성규 쪽엔 눈길도 주지 않고 소파에 앉으며 대답했다. 그럴 줄 알았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성규가 벽장 문을 열어 다른 게 있나 뒤적거렸다. 김성규. 두르고 있는 목도리도 벗지 않은 채 앉은 명수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성규를 불렀다.
"왜?"
"나 오늘은 일찍 가야 해."
"…알았어."
"밥 해놓고 갈까?"
"됐어, 그냥 가. 요새 바쁘다며 너."
"형 밥 먹일 시간은 있어서 그래. 나 바쁜거보다 그게 더 중요해 난."
벽장을 뒤지던 성규의 손이 뚝 멈췄다. 소파에 가만히 앉아 저를 향해 손짓하는 명수를 바라보다 무감각하게 굳은 입꼬리를 당겨 실없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오늘도 김명수는 밥먹는 것에 집착한다. 한 끼 안 먹는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성규가 벽장에서 머그컵 두 잔을 꺼내어 물을 따랐다. 알아. 니가 걱정 안해도 잘 챙겨 먹어.
"바쁘다면서ㅡ 할 말 빨리 해, 그럼."
"……."
"바쁜데 찾아온 건 할 말 있다는거잖아. 그 사람…."
"……."
"아직 연락 없어?"
연락 없냐는 말에 숙였던 고개를 든 명수가 어느새 제 앞까지 걸어와 머그컵을 쭉 내밀고 있는 성규를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한 채, 어깨를 으쓱한 성규에게서 컵을 받아든 명수가 허탈한 고개를 다시금 떨구었다.
"없구나."
"……."
"어디로 간지도 모른대?"
"찾아보고는 있어. 서두르지 마."
"안 서둘러."
"그럼."
"그냥 궁금해서 그래."
미련 없어. 무미건조하게 잠긴 목소리가 어줍잖은 변명을 늘어놓았다.
"별로 보고싶은 거 아니야. 그냥 있던 사람이 안 보이니까ㅡ 어느 정도 궁금해 할 순 있는 거잖아. 그냥, 날씨도 추운데 갈 곳도 없는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갖은 옷도 변변치 않으면서 어디 가서 얼어죽는 건 아닐까."
그냥 그렇게 생각했어. 길거리에서 동사하면 뭐, 여러 사람 피곤해지니까.
성규가 따뜻한 물을 몇모금 마시다가 실실거리는 웃음을 흘렸다. 생각해 봐, 그 사람 길거리에서 얼어 죽으면 내가 다 치워야 될걸. 그것만큼 귀찮은 일이 어디있어.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말하면서 옆에 놓여있던 리모컨을 집어 든 성규가 심심하게 꺼져있던 텔레비전을 켰다. 명수는 그런 성규의 옆모습을 언짢은 눈으로 노려봤다. 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왜? 맞는 말인데. 아, 나 뿐만 아니라 너도 치워야 돼. 너도 가족이니까."
"야, 씨발."
측은한 마음에 머그컵을 쥐어 드려던 명수의 눈썹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제 쪽엔 시선조차 두지 않고 켜진 텔레비전 화면에 채널만 돌리고 있는 성규의 옆모습을 죽일듯이 노려본 명수가 어금니를 꽉 물어 뭉개지는 발음으로 말했다. 그런 말 하지 말랬잖아.
"가족이란 말 하면 진짜,"
"……."
"죽여버린댔지.김성규"
머그컵을 아무렇게나 내려놓은 명수가 성규의 얼굴 쪽으로 바짝 얼굴을 대고 앉았다. 저가 다가오건 말건 화면 쪽으로 시선을 고정한 성규의 얼굴 앞에 머리를 들이민 명수가 낮게 울리는 목소리로 다시금 성규의 이름을 불렀다. 미동 없는 성규의 뺨을 손바닥으로 잡아 제 쪽으로 고정시킨 명수가 예민하게 날이 선 눈을 그대로 마주했다.
"니가 나랑 피가 섞였어? 엄마가 같아, 아빠가 같아?"
"……."
"그것도 아니면 뭐, 법적으로 이어지기라도 했어? 대체 왜, 니가 나랑 가족인데. 왜 자꾸 그렇게 말하냐고."
남은 한 손도 성규의 다른 쪽 뺨 위로 올라갔다. 바깥에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차가운 손이 냉기를 가지고 따뜻한 두 뺨을 감쌌다. 금방이라도 닿을 듯이 가까운 이마마저도 차가웠다. 성규가 저를 노려보고 있는 눈을 쳐다보다 힘없이 눈꺼풀을 깜빡거렸다. 아직도 어린 소리. 풀지 않은 목도리에 담긴 냉기가 저의 얇은 옷 속으로 스미는 것 같은 느낌에 저의 얼굴을 잡고 있는 손을 살짝 밀어낸 성규가 뒷쪽으로 몸을 뺐다. 왜 이렇게 말하냐고? 고개를 틀어 명수의 손을 피한 성규가 웃음기 없는 목소리로 입을 뗐다.
"이렇게 입술이 가까웠는데도, 미친 척 입 한번 제대로 맞추지도 못하면서."
"……."
"어떻게 우리가 가족이 아니야."
하여튼 웃긴새끼. 제가 떨쳐낸 손을 그대로 떨어트리는 명수를 보다 픽 웃은 성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떼쓰지좀 마. 어쨌든 너 바쁘면,
소파에서 일어나 부엌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성규가 난데없이 들려오는 소음에 뒤를 돌아보았다. 저를 따라 소파에서 일어난 명수가 화난 발걸음으로 현관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가게? 성규의 물음에도 대답 없이 신발끈을 묶으려 앉은 명수의 뒷모습에서 그가 어느정도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 성규가 쓴웃음을 지었다. 저것 봐. 쫌만 밀리면 대답도 않고 화부터 낸다. 제 자리에 멈춰선 성규가 짐짓 화난 동작으로 신발을 탁탁, 털어 신는 명수의 뒷모습을 마냥 살펴보고 있을 때였다.
"이때다 싶으면 묶었던 머리 푸는 여자~ 가렸지만 왠만한 노출보다 야한 여자~"
점점 가까워져 오는 이상한 노랫말이 이상하다고 느껴졌을 때였다. 탁,탁 하는 들뜬 발걸음 소리와 함께 나타난 목소리는 불투명한 현관 유리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섰다. 덜컥 나타나버린 까만 실루엣에 명수의 등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성규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갔다.
"명수야, 잠깐."
그 와중에도 똑똑, 예의바른 척 노크하는 실루엣의 행동에 저와 같이 벙쪄있다가 벌떡 일어나는 명수를 말리려 손을 마악 뻗었을 때였다. 저보다 현관 쪽에 가까웠던 명수가 다 신지도 않은 신발로 일어선 채 앞뒤 가릴 새도 없이 현관문을 열어제꼈다. 끼익,하고 째지는 소리와 함께 신경질적으로 열린 문 너머로 차가운 바깥 공기가 옥탑방 안으로 덮치듯이 밀려들어왔다.
"뭐야."
저 개새끼가. 주말엔 오지 말라니까. 망연자실한 성규의 눈썹이 티나지 않게 아래쪽으로 쳐졌다. 그렇지 않아도 뒤틀린 명수가 삐딱한 목소리로 뭐냐는 물음을 내뱉었다. 그야말로 난생 처음 보는 낯선 놈 하나가 김성규의 옥탑방 앞에 보란듯이 서 있었으니까.
코 끝은 빨갛게 꽁꽁 얼었으면서, 오늘따라 유난히 반짝거리는 눈을 한 우현이 성규 못지 않게 당황한 얼굴로 제 앞의 명수와, 저만치 떨어져 저를 보고 있는 성규를 천천히 번갈아 보고 있었다.
* * * * *
"저리로 꺼져, 이 연애 벌레들아."
심심한 손을 놀리려 바코드를 만지작거리던 성열이 카운터 옆에 앉아 신나게 떠들어대던 호원과 동우에게 타박을 시작했다. 듣자하니 못참아주겠네. 일하는데에 친구 데려오면 짤릴 줄 알라는 점장의 말이 쉴새없이 머리속을 떠다니면서 호원과 동우에게 제발 좀 사라지라는 말을 벌써 몇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그런 저의 말은 깨끗하게 무시하고 옆자리에 앉아 삼각김밥이며 라면을 까먹은 둘은 일주일 전 했던 미팅에서 만난 여자들에 대해 떠들어대기에만 바빴다. 둘은 급기야 화난 성열에게 발길질을 당하고 나서야 하던 수다를 멈추고선 낄낄 웃어댔다.
"아 왜애, 우린 너 힘내라고 여기 놀러와준건데."
"힘내라고 와준 놈들이 여자 얘기나 하고 있으니 내가 짜증이 안 나냐? 나 빼고 다 연애지, 심지어 남우현 그 새끼도."
뜯어 놓은 컵라면 뚜껑으로 열심히 종이접기를 하던 동우가 성열의 말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우현이? 왜?
"우현이도 연애해?"
"몰라, 여자 생긴 듯. 맨날 학교만 끝나면 쏜쌀같이 어딜 처 가는데 어디겠냐, 여자 만나러 가는 거겠지."
남우현은 남우현이고 니네 좀 가라고. 카운터에 붙어서 호원과 동우에게 발길질을 해대는 성열이 이를 악물고 협박하듯이 주먹을 휘둘렀다. 아, 아! 아파! 바깥쪽에 앉아 성열의 발길질을 고스란히 당해내고 있던 동우가 호원 쪽으로 기대면서 엄살을 부렸다. 아 항복! 그만해애. 접고 있던 컵라면 뚜껑을 방패삼아 낑낑대던 동우가 난데없이 저의 머리통을 아래쪽으로 누르는 힘에 비명을 질렀다. 악!
"내 머리!"
"쉿."
머리통을 아래로 쑥 내린 호원의 손바닥에 울상을 지은 동우가 생각없이 고개를 돌렸다가 너무나도 가까이 숙여져 있는 호원의 얼굴을 마주하곤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동우의 머리가 솟아오르지 못하게 꾹 눌러 잡은 호원이 저의 입가에 검지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쉬이이잇. 자칫해서 동우가 두번째 비명을 지를까 염려된 호원이 다시 한 번 쉬잇,하고 경고를 주었다. 동우는 제 얼굴 앞에 가까이 마주한 호원의 얼굴에 놀란 눈만 깜빡이며 호원을 따라 숨을 죽였다.
"점…장님. 이 시간엔 어쩐 일로…."
방금까지도 거친 발길질로 동우를 누르던 성열이 어느새 잠잠해진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되려던 찰나였다. 금새 들려오는 딸랑,하는 종소리와 함께 쭈삣거리는 말투로 입을 뗀 성열이 카운터 앞으로 어정쩡하게 섰다. 점장니임??? 들키면 죽었다. 동우가 떠억 벌어지는 입을 제 손으로 가렸고, 호원이 카운터 아래로 더욱 몸을 수그리며 동우의 머리도 따라 꾸욱 눌렀다.
"놓고 간 게 있어서 잠깐 왔어. 성열이 많이 배고팠나봐? 혼자서 삼각김밥에다, 컵라면에다."
중년 아저씨의 목소리가 카운터 앞 쪽까지 천천히 다가왔다.
"…네…. 아침을 거르고 나왔더니…."
"그래, 폐기 식품도 아니고 멀쩡한 걸 먹었으면 당연히 니가 돈을 내는거겠지. 니 월급에서 소신껏 까고."
잘그락거리며, 중년의 목소리가 카운터 옆 쪽에 놓여있던 걸로 보이는 열쇠더미를 들어올리는 소리가 났다.
폐점 조 올 때까지 가게 잘 보라는 말과 함께 중년의 목소리는 다시 편의점을 나갔다. 그러자 호원이 슬쩍 눈을 들어 성열 쪽을 훔쳐다보았다. …야. 이성ㅇ,
"아! 씨파 니네 진작 가라고 했지!"
얼떨결에 혼자 편의점 음식을 멋대로 까먹은 알바생이 되어버린 성열이 간신배처럼 몸을 숙이고 있는 둘에게 달려가 옷깃을 붙잡고 마구 흔들었다. 이 연애 벌레들아, 되는 게 없어 씨바알! 그러다가 성열의 손에 잘못 잡혀 머리칼이 휘어잡힌 호원이 아프다며 마악 소리를 지르려고 했을 때였다. 나!!엄청!!!, 수그리고 있던 몸을 벌떡 일으킨 동우가 제자리에서 일어나 뜬금없이 소리를 질렀다.
"방금!진짜! 두근두근했어!"
투닥대고 있던 두 사람의 시선이 동우에게로 모아졌다.
"점장님이 왔다가서인가, 호원이랑 뽀뽀할 뻔 해서인가 나도 잘 모르겠는데! 엄청!"
심장이 막, 두근, 아!
멋대로 떠들어대는 동우의 입을 틀어막은 성열이 아직까지 널브러져 있는 호원도 따라 일으켜 둘의 등을 마구 떠밀었다. 잡소리 말고 이제 진짜 꺼져줄래? 진상새끼들아! 그 바람에 카운터에 놓인 컵라면이 맨바닥으로 떨어지려고 한 위기를 넘긴 성열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편의점 문 밖으로 둘의 등을 떠밀어댔다. 가,갈게! 나 카운터 안에 내 가방, 편의점 문 밖으로 떠밀려 나가고 나서야 뒤를 돌아보며 말한 호원의 외침을 무시한 채, 성열이 문 위의 잠금장치를 걸었다. 딸깍,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
"여기 아래, 주인집 아들."
부엌 쪽에서 당황한 눈빛을 감추고 선 성규가 선수치듯 말을 꺼냈다. 성규의 말에 서로 대치하듯 눈싸움 중이던 명수와 우현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주인집 아들? 대충 흘러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저에 대한 설명이란 걸 눈치 챈 우현의 눈썹이 의아하게 휘어졌다.
"가끔씩 이렇게 반찬거리 갖다주러 올라와. 신경쓰지 마."
크게 떴던 눈을 내리깔며 현관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온 성규가 우현의 손에 들린 비닐봉지를 빼앗듯 낚아챘다. 그런 성규의 동선만을 뚫어지게 눈으로 좇던 명수가 자연스럽게 우현의 손에서 봉지를 가져가는 성규의 행동을 보고는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닐봉지를 한 손에 옮겨 든 성규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명수의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가는 시늉을 했다. 바쁘다며, 가. 저의 뒤를 쫓아오는 성규 때문에 얼떨결에 현관에서 밀려나게 된 명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계단 쪽으로 옮겨가려다 휙,고개를 돌렸다.
"주인집 아들새끼 왜 안나와?"
반찬 배달 끝났으면 처 나와야지. 매섭게 고개들 돌린 명수가 현관에서 멀뚱멀뚱히 서 있는 우현을 노려보았다. 그에 조용히 명수를 떠밀던 성규가 다시 되돌아가 멍청히 서 있는 우현을 잡아다 끌었다. 얘도 이제 내려가야지.
괜히 한마디라도 보탰다가는 천사에게 무지막지한 욕을 얻어먹을 것 같았기에 아까부터 입을 꾹 다물고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만 움직이던 우현이 앞서 들어왔던 남자의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올라온 지 3분도 채 되지 않는 계단을 도로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 영문 모를 눈만 깜빡인 우현이 대문 밖까지 쫓겨나고 나서야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럼 가. 아까 했던 말은 그냥…."
우현이 마뜩찮은 눈으로 성규와 명수의 뒷모습을 훑어봤다. 성규가 어울리지 않게 어물쩡거리는 목소리로 남자를 배웅하고 있는 듯 했다. 평소에 저를 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무언의 위압감에 눌려 있는 목소리인 것 같기도 해서,
"…잊어버리고. 내가 나중에 연락할게."
마음에 안 들어. 우현이 대문 옆 담벼락에 등을 기댔다. 왜 저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건지. 나한테는 개새끼야 개새끼야 잘도 해대면서.
둘은 한참동안이나 우현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듯 했다. 우현이 신발 코로 앞에 쌓여있는 눈을 괜히 툭툭 쳐내며 시덥잖은 장난을 끝내갈 때 쯤에서야 성규의 움직이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번쩍 고개를 든 우현은 벌써 대문 안쪽으로 사라져버린 성규의 뒤꽁무니만 눈으로 좇았다.
아직까지 대문 앞에 버티고 선 남자가 아까와 같이 매서운 눈 그대로 우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마 저를 경계하느라 성규를 먼저 올려보낸 듯 했다. 남자는 그렇게 다시 몇 초간 우현을 노려보다가 등을 돌렸다. 씨팔, 노려보는 모양새가 장난 아닌데, 아마 저 기세로 김성규의 기를 그렇게 꺾어놨나보다. 기죽은 김성규라니, 좆도 안 어울려. 우현이 비틀어진 마음으로 언덕을 내려가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을 계속해서 노려보았다.
"…맘에 안 드는 새끼."
김성규 기를 꺾는 것 뿐만 아니라, 존재 그 자체까지.
남자가 섰던 자리까지 걸어간 우현은 언덕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남자의 머리꼭지를 있는대로 노려보며 생각했다. 솔직히 겹쳐 보이는 탓도 있었다. 김성규를 알기 전, 편의점 앞에서 매일마다 따라나섰던 여러명의 남자들. 결국엔 돈을 받고 몸을 팔았다던 그 주체들. 주말마다 오지 말라는 이유는 저 남자가 주말마다 찾아와 그짓,을 해서라는 생각이 들고 있었기 때문에. 우현이 삐딱하게 서서 남자의 머리꼭지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언덕 아래 쪽만을 주시하다가 대문 안쪽으로 몸을 틀었다.
우현이 눈 덮인 계단을 툴툴거리며 오르면서도 구겨진 미간을 펼 줄을 몰랐다. 근데 김성규도 웃기다. 뭐? 주인집 아들? 내가? 남우현이 한낱 반찬 갖다주러 온 주인집 셔틀이라고? 성규가 저보다 아끼는 작은 화분이 눈에 보이자 한 번 걷어차버릴까 생각하려던 우현의 미간이 순식간에 펴진 것은 잠시 후의 일이었다.
"너 이름이 뭐야?"
아아악! 우현이 모양새 빠지는 비명소리를 내며 뒷걸음질을 쳤다. 하마터면 발을 삐끗해 그대로 눈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질 뻔한 것을 다잡은 우현이 깜짝 놀란 심장을 부여잡았다. 계단을 다 올라와, 코너를 돌기 위해 몸을 틀자마자 보인 건 성규의 얼굴이었기 때문에ㅡ 우현은 무심한 표정을 하고서는 패딩에 두 손을 찔러넣은 성규를 쳐다보며 놀란 숨을 몰아쉬었다.
"깜짝 놀랐잖아!"
"이름 뭐냐고."
"나 다시 올라올 거 알고 있었어?"
"이름."
성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그렇잖아도 작은 눈을 더욱 가늘게 뜨며 우현을 몰아붙였다.
언젠 주인집 아들이라며. 비틀거리던 몸을 똑바로 세운 우현이 떠억 벌어졌던 입을 삐죽거렸다.
"남우현."
그러고보니 일찍도 물어본다. 미리 가르쳐주지 않은 제 탓도 있겠지만, 이 집에 드나든지도 벌써 일주일이 넘어가는데 이제서야 저의 이름을 물어온 성규에 자꾸만 엇나가려는 마음을 진정시킨 우현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남우현. 성규가 우현의 이름을 따라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해. 들어와서 밥 해. 남우현."
개새끼도 아니고, 주인집 아들도 아니다. 처음으로 성규의 입에서 불려진 제 이름에 당황스러운 눈을 크게 뜬 우현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성규가 한껏 몸을 움츠린 채 집 안으로 쏙 들어갔다.
이것 저것 마음에 들지 않는 것 투성이다. 저 뭣같은 남자의 정체도, 고작 저를 주인집 아들이라 둘러댄 김성규의 말도. 그래도 그 모든 것을 눈 녹듯, 순식간에 털어버리고 저를 웃게 만드는 것은 ㅡ아무래도 김성규가 천사이기 때문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이렇게나 쉽게 저를 가지고 놀 만큼, 천사의 입에서 나온 제 이름은 생각 이상으로 달콤했으니까. 오늘도 역시나ㅡ 먼저 들어간 저를 따라 들어오게끔 문을 열어둔 천사의 옥탑방에 신나서 발을 들인 우현은 어쩌면 이곳은 생각했던 것처럼 천국이기보다, 지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파리지옥 같은 거. 우현이 익숙한 현관에 들어서며 배시시 웃었다.
안녀엉~ |
내년에 만나요 내 그대들, 올해 만나서 재밌었어요!ㅋ.ㅋ
티벳 블라섬 밤야 케헹 꿀꿀 감성 다별 단비 키시스 who 찔찔이 콩이 하트하트 슈드 삐뽀 버섯 tender 챠비 나무 매직홀 이유 흑발여리 동동 겅겅이 개인 디어 일광 어머 갈비 사리 슈슈 썬크림 바카루 모모 신알신 유자차 만두 모바일 똑똑이폰 에몽 다트 달간 퐁퐁이 제나 아이비 가리비 우왓 푸리 라임 댕열 변백현♥ 규룽 여리 여우 김남성우규현 내사랑울보동우 선녀리 녹색오리 무단횡단 마가렛 개드립 남군 진스 북 새벽 현대문학 까또 여니 홀니 헿헿 자라 뀨뀨 불맠 이라라 이씨 차별 닌텐도 제이 멜루 열리 피트리 환 미캉 루뜨 연두 린 듀부 욤 초딩입맛 무럭자라 냐옹이
굵은 글씨, 예쁜 내 파라디 독자 그대들 항상 고마워요 올해 마지막으로 말하지만 고마워요! 점점 늘어가는 독자들에, 매번 답글 다는 것도 늦어지고 또..힘들지만 그래도 한명 한명 답글 달아드리면서 얻을 수 있는 건 한분 한분과 생겨나는 저마다의 이야기죠^_^ (나 기억력 짱 좋아서 한명한명 저랑 나눈 대화들 다 기억할 수 있지롱! 기특하죠) 그래서 여기다가 한분한분 개인적인 얘기도 하면서, 땡스투!처럼! 좀! 간지를 추구해보고싶지만 네..그러기엔 말이 길어질것같아서^^!!! 답글에서 만나용 요 요용요
2012년 즐거운 마무리 하시길 바래요 힝힝 사랑해ㅡ.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