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
" 엉? "
" 어제 오빠들이랑 술 마셨댔지 너. "
" 응. 왜? "
" 그럼 오빠랑 누구 폰 바꼈나… "
다소 심각한 얼굴로 여주가 휴대폰 화면을 뚫어져라 보며 나직이 읊조렸다. 여주의 말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낀 재환은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여주의 얼굴을 살폈다. 재환의 눈에 담긴 여주의 얼굴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 초조할 때나 나오는 여주의 버릇 중 하나였다.
" 야아. 왜 그러는데? "
" 이거 봐봐. "
여주가 보여준 휴대폰 화면에 뜬 건 다름 아닌 종현과 여주의 카톡 대화였다. 날짜를 보니 최근은 아닌듯했다. 재환은 눈짓으로 여주를 흘깃 봤다. 봤어? 여주의 물음에 재환이 고개를 연신 끄덕이자 이번에는 여주가 휴대폰을 갖고 가선 손가락을 움직이더니 좀 전과는 다른 화면을 보여주었다.
" 지금 한 거..냐? "
" 네가 봐도 뭔가 이상하지. "
재환은 이제야 여주의 표정이 왜 심각했는지에 대해서 이해가 갔다. 고개를 끄덕이며 제 말에 동의하는 재환을 물끄러미 보던 여주가 돌연 가자미눈을 하고선 다시 재환을 응시했다. 느닷없는 여주의 째림에 재환은 덜컥 겁을 먹은 나머지 침을 꿀꺽 삼켰다. 종현이 형 말투가 갑자기 왜 저러지? 무슨 일이라도 있나. 삽시간에 재환의 머릿속이 갖가지 생각들로 가득 찼다.
" 어제 술 마시면서 오빠한테 이상한 거 알려줬냐? "
" 아, 아니..? 야 내가 민현이 형한테 물, "
" 물어보기만 해라. 일단 조용히 있어. "
" 넵. "
그나저나 재환은 갑작스레 변한 종현의 말투에 의문점이 생겼다. 진짜 김여주 말처럼 폰이 바뀌었나? 성우 형이 장난치는 건가? 아니면 현빈이가? 재환은 재환대로 끙끙 앓면서 괜히 여주의 눈치를 보기 바빴고 여주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종현의 행동이 왜 이러는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했다. 일단은 수업이 끝난 뒤 직접 물어보는 게 훨씬 빠를 것 같았다. 여주는 휴대폰을 가방 안에 넣고 퍽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잘게 주억거렸다.
빌어먹을 어니부기는 날 싫어한다
분명 여주가 민현에게 말을 하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했지만 재환이 그걸 지킬 리가 없었다. 이미 민현과 한 배를 탔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재환은 여주가 휴게실을 나가자마자 민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지금 어디에요? 어디, 어디? 저도 모르게 반말을 섞어가며 민현의 행방을 물었다. 아, 나 집인데 재환이 왜? 민현의 다정한 물음에 재환은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면서 오후 4시에 자취방으로 가겠다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수업 내내 재환은 당사자인 여주 보다 더욱 전전긍긍하면서 종현이 갑자기 변한 이유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하지만 별다른 답은 나오지 않았다. 여주와 대강 인사를 하고 재환은 냅다 민현과 종현의 자취방을 향해 달렸다. 벨을 누르기도 전에 재환은 그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재환의 모습에 소파에 앉아있던 민현과 성우는 신발장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재환을 그저 멀뚱히 보았다. 성우야 너 문 제대로 안 닫았어? 민현이 묻자 성우는 멋쩍게 웃으면서 버선발로 재환을 맞이할 뿐이었다.
" 야 재환아, 뭐 그렇게 급한 일이길래… "
" 형. 종현이 형 어디 갔어요? "
" 아, 종현이 여주 만나러 갔어. 재환이 일단 물 마셔. "
민현이 냉수가 담긴 컵을 내밀면서 살풋 웃어보였다. 재환은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후-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 형들 이거 김여주가 절대,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요. "
" 뭔데? 야 재환아 얼른 말해봐. "
성우가 못 참겠다는듯 재환을 재촉하며 눈을 반짝 빛냈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있는 성우와 민현을 내려다보면서 엉거주춤 서 있던 재환이 침을 꼴까닥 삼켰다. 동시에 성우의 목젖이 아래위로 움직였다.
" 아 맞아. 그전에, 형들 종현이 형이랑 폰 바뀌거나 그러진 않았죠? "
" 응. 종현이 아까도 여주랑 연락하는 것 같았어. "
" 그럼 더 큰일이에요... 아 그러니까요 형들. 종현이 형 말투가 이상해졌어요. "
세상 무거운 짐이란 짐은 어깨에 잔뜩 실어놓은 만물상 주인처럼 재환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면서 눈썹을 좁혔다. 민현은 자세를 고쳐 앉더니 툭툭- 제 옆을 두드리면서 재환에게 앉을 것을 권유했다.
" 어떻게 이상해졌는지 알려줄 수 있어, 재환아? "
" 막 이모티콘도 안 쓰고요. 응. 그래. 아니. 이렇게 단답으로 말했어요. "
" 종현이가 그랬다고? "
믿을 수 없다는 듯 민현이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물었다. 재환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면서 네! 그렇다니까요! 형 이상하죠, 이상하죠! 같은 말을 두어 번씩 반복했다. 민현은 새삼 심각한 얼굴로 종현이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듯했지만 답은 찾지 못했다. 천하의 민현도 애가 타는 와중에 조용히 소파 끝자락에 앉아있던 성우가 크흠, 큼 헛기침을 하더니 일순 자리에서 일어나며 목덜미 언저리를 긁어댔다.
" 야 얘들아... 저 있잖아... "
평소의 성우답지 않게 소극적인 면모였다. 느닷없이 정적을 깬 성우의 말에 재환과 민현의 시선이 일제히 성우를 향했다. 두 사람의 시선을 곧이곧대로 받아내면서 성우는 결심한 듯 말을 뱉어냈다.
" 종현이 그러는 거.... 뭔가 나 때문인 것 같은데.... "
" 형, 형이 종현이 형 조종했어요? "
" 아니, 야 그런 게 아니라,... 잠깐만. 내가 보여줄게. "
그 어느 때보다 긴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민현의 눈치를 스리슬쩍 보곤 성우가 주섬주섬 휴대폰을 꺼내 어젯밤 종현에게 보내준 사진을 클릭했다. 화면에 가득 들어찬 글귀를 민현과 재환에게 보여주면서 입을 꾹 다물었다.
" 이걸 종현이한테 보내줬다고. "
민현의 얼굴이 굳어지면서 건조한 목소리를 냈다. 성우가 건넨 휴대폰 화면에 뜬 글귀를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던 재환도 졸지에 민현의 눈치를 보며 마른침을 삼켜냈다.
" 야 민현아... 여자들은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고 막.. 그르냐? 아니 나는 종현이가 귀엽게 안 보이고 싶다길래 도와주고 싶었는데… "
" 그래 성우야. 취지는 좋은데 방식이 잘못됐어. "
" 야 내가 진짜 미, "
" 미안하다는 말 듣자는 거 아니야 성우야. 나한테 미안해 할 필요는 없고 일단 종현이한테 연락해보자. "
마치 시베리아에 왔다면 이런 느낌일까. 재환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듦과 동시에 괜히 말했나 싶기도 했다. 민현의 뒤로 보이는 성우의 얼굴이 울상을 지으면서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형들의 눈치만 조심스레 보던 재환이 분위기를 전환하려 말을 뱉으려는 그 순간이었다.
" 성우야 괜찮아. 종현이한테 잘 알려주면 될 거야. "
민현이 살며시 웃으며 제 옆에 앉아 괴로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성우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성우는 지금 제가 한 행동 때문에 종현이 받을 피해를 상상하다가 끝내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여태껏 본인이 철석같이 믿어 온 페북 페이지가 이토록 원망스러웠던 적은 아마 페이지 좋아요를 한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충격으로 휩싸인 성우의 감정을 다독여주면서 민현은 가만히 앉아서 저와 성우를 바라보는 재환에게 눈짓을 했다.
척하면 척. 재환은 단숨에 민현의 눈짓을 알아듣고 종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제발 받아주세요. 제발, 제발. 재환은 제 마음의 소리가 부디 종현에게 닿기를 간절히 바랐다. 속절없이 들려오는 통화연결음 소리가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결국 종현이 전화를 받지 않자, 민현은 최후의 방법을 쓰기로 했다. 뭉크의 절규를 연상시키는 표정을 한 채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 성우의 뒷모습을 보며 민현은 재환에게 작게 속삭였다.
곧, 민현의 말을 들은 재환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면서 여러 번 깜박인다. 민현은 단지 오묘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빌어먹을 어니부기는 날 싫어한다
수업 시간에 온갖 생각과 걱정을 한 게 무색하리만큼 오빠는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여주야아. 말꼬리를 늘이면서 내 이름을 부르는 것도, 배시시 웃으면서 얼굴 전체에 수줍은 표정을 드러내는 것도 어느 때와 똑같았다. 따지고 보면 이모티콘과 ㅎㅎ같은 자음이 없을 뿐이지 말투는 그다지 다른 점은 없었다. 그냥 카톡을 할 때 바쁜 상황이어서 그랬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아-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은 만나자마자 조그마한 그 손으로 자꾸만 내 머리 위를 휘적인다는 것이었다. 가을이라 벌레가 있을 리는 없는데. 혹시 하루 살이라도 있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걸음을 멈추었다.
" 오빠. "
" ...응? "
"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 제 머리에 벌레라도 붙었어요? "
오빠 성격상 벌레가 붙었단 말은 차마 하지 못할 게 뻔했기 때문에 나름 배려를 해주면서 물음을 던졌건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고 마주한 얼굴이 양 볼에 점점 분홍빛을 띠었다. 저 행동은 부끄러울 때나 나오는 행동인데, 설마 내가 너무 정곡을 찔려서 그런 건가 싶었다. 나와 시선도 섞지 못하는 그 얼굴을 넌지시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 아니, 자꾸 손으로 휘적이길래...물어본건데...저기, 오빠..? "
" 안니..! 안니, 안니. 벌레 업써. "
" 그럼 말구요. 아, 오빠 밥 뭐 먹을까요? "
싱긋 웃으면서 묻자, 고개를 숙인 채 잠자코 내 말을 듣던 오빠가 입을 오물거리면서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그러더니 입술을 벌리곤 두 눈을 꿈벅, 꿈벅한다.
" 뭐...머글까..? "
" 네? 오빠 먹고 싶은 거라두 있어요? "
" 이..쓸까..? "
번화가를 걷는 커플들의 사이에서 우리가 나누는 대화는 누가 들어도 정상적이진 않았다. 내가 질문을 하면 덩달아 물음이 딸려왔다. 설마 오빠 지금 아바타 뭐 그런 거 하나? 민현 오빠가 하도 답답해서 코치해주고 뭐 그런 건가. 골똘히 생각을 하는 와중에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 진동이 짧게 울렸다. 택배아저씨의 문자인가 싶어 경비실에 맡겨달라는 문자를 보내려는 참이었다. 오빠 잠시만요. 말을 뱉고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는데, 빼곡히 두 줄로 와 있는 문자 내용 때문에 나는 아랫입술에 힘을 꽉 주어야 했다. 순간에도 티 없이 맑은 얼굴로 잠시망..? 내게 되묻는 목소리가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주로 카톡을 자주 하는 내게 김재환이 문자를 보낸 건 입학 이래로 아마 처음이 아닐까 싶다. 얼마나 급했으면 띄어쓰기는 일절 돼있지 않았고 오타가 난무했다.
〈성우형ㅇ이종현이형한테이상한거보내서 지금ㅈㅗㅇ현이형행동이상한거래ㅜ민현이형이알려줌내가말한거아니고ㅜ쨋든종현이형이머리쓰다듬으려고하거나말끝마다물어보면 다성우형ㄸㅐ문이다ㅜ카톡도그래서단답형이랬음참고해〉
" 여주야아...? "
내내 휴대폰 화면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 내가 적응이 되지 않았던 건지 오빠가 걱정이 그득 묻어난 목소리로 물었다. 휴대폰을 다시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입꼬리를 최대한 끌어올리면서 씰룩 웃었다. 갑자기 내가 웃으며 바라볼 줄은 몰랐는지 오빠는 눈을 깜박이면서 아랫입술을 윗니로 잘근 깨물었다. 대체 성우 오빠가 뭘 알려줬길래 오빠가 카톡을 단답으로 하고 말끝마다 물어보기 시전을 하는 걸까. 아까, 내 머리 위로 왔다 갔다 한 손의 움직임은 벌레 때문이 아니라 내 머리를 쓰다듬으려는 오빠의 고된 노력이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참 여러모로 귀여운 사람이다. 피식피식 흘러나오는 웃음을 온전히 뱉어내면서 번화가를 걸었다.
" 오빠 있잖아요. "
" 응 이짜나..? "
" 오빠 물음표 살인마에요? "
" 살인...으응..? "
지난주였나. 언젠가 보았던 웃긴 썰이 불현듯 생각났다. 일명 '물음표 살인마' 라고 불리는 익명의 사람이 인터넷에 쓴 글이 퍼지게 된 것인데, 그 사람도 말끝마다 물음표를 달고 살아서 보다 못한 사람들이 댓글로 '물음표 살인마' 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그걸 알리 없는 오빠는 내 말을 그대로 따라 하려다가 살인마라는 말에 멈칫하면서 눈을 도르르 도르르 굴린다.
" 아니, 자꾸 말끝마다 물어보길래요. 농담이에요 농담. "
" 그러쿠나... "
잔뜩 침울한 얼굴로 넝담... 넝담.. 농담이라는 발음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중얼거리는 얼굴을 보니 장난을 친 게 미안해지려 했다. 실로 오랜만에 장난을 쳐서 조절을 잘못했나..? 단순히 살인마라는 말을 듣고 적잖이 충격을 받은듯 입술을 꾹 무는데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눈에 힘을 단단히 주면서 번쩍 떴다. 울지 않기 위한 노력인 것 같다. 아.. 어쩌지. 물음표 살인마의 전례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싶었지만 울멍울멍한 눈을 보니까 입이 굳게 다물렸다.
빌어먹을 어니부기는 날 싫어한다
종현과 여주가 카레로 유명한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고 밖으로 나오자 벌써 하늘이 어두컴컴했다. 가을바람이 잔잔히 일렁이는 탓에 여주는 목덜미가 약간 시려왔다. 제 손으로 여주가 찬찬히 목덜미를 쓸고 슬쩍 옆을 보니 무슨 생각을 그리하는 건지 종현의 얼굴이 퍽 진지했다. 식당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종현은 여주의 앞으로 먼저 숟가락과 젓가락을 내주면서 심지어 물도 따라주었다. 여주가 주로 말을 하면 종현은 응, 응. 대답을 해주면서 작게 웃어 보였다. 웃기게도 여주가 '물음표 살인마' 라는 이야기를 한 후로 종현은 여주에게 물음을 던지지 않았다. 단어의 어감이 썩 좋은 건 아니라서 종현이 오해를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도 그럴 게 밥을 먹고 나온 뒤로 종현은 한마디 말없이 일직선으로 입모양을 유지할 뿐이었다. 그때였다. 여주가 물음표 살인마에 대해서 설명을 하려던 찰나의 순간, 별안간 발맞춰 걷던 걸음이 멈추었다.
" 여주야아..이짜나... "
가만히 멈춰서서 말을 잇는 얼굴을 여주는 멀거니 바라보았다. 귓가에 닿는 목소리가 꽤 잠겨있었다.
" 혹시.. 내가 시른데...억지로..사귀구..그러능거야...? "
" ...네? "
생각지도 못한 물음에 여주는 그만 어딘가에 머리를 크게 맞은 듯 멍한 기분이 일었다. 종현이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주는 어버버하면서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저 눈을 끔벅이면서 달빛에 비추어진 종현의 얼굴만 응시했다. 원래도 초롱초롱한 눈이 물기에 젖어 촉촉해진 채 여주를 담았다.
" 안,니.. 나,는 지짜..여주 네,가 좋,아서 그,런건,데...막..살,인...킁- "
애써 웃으며 말을 잇는데 감정이 북받쳐 올랐는지 종현의 목소리가 잠시 멎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지금 상황에서 웃음이 새나오는 것은 종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은데… 자꾸만 여주의 입술 새로 웃음이 비집고 나오려 했다. 눈물을 도르륵 도르륵 흘려내면서 여주의 얼굴을 쳐다도 못 보는 시선이 갈 곳을 잃은 듯 손으로 눈물만 훔쳐내었다.
" 오빠. "
" .... "
" 오빠를 내가 왜 싫어해요. 진짜 서운한 소린데 그거. 그리고 억지로 사귀고 그런 거 저 지인짜 성격에 안 맞아요. "
" ..... "
" 오빠. 물음표 살인마라고 해서 속상했어요? "
" ...안,니.. 나능.. "
울음과 종현의 목소리가 섞였다. 여주는 먼저 사과를 한 다음에 물음표 살인마에 대한 설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울먹울먹한 눈망울과 서서히 눈을 맞추면서 제법 진지한 어투로 말을 꺼냈다.
" 심한 장난 쳐서 미안해요 오빠. 다음부터는 안 그럴게요. 진짜로. "
" ....속상해. "
줄곧 울듯 말듯 표정을 짓고 있던 종현이 여전히 물기로 촉촉히 젖어 있는 눈을 하고선 나직이 말했다.
" 여주 네,가...미,안하다고..하,는거..너무, 너,무..속상,해. "
" …… "
" 갠,차나.. 나 시,러하능거 아니,면.. 나 지짜, "
" 오빠. "
대뜸 여주가 종현의 품 안에 천천히 파고들었다. 일순간 종현의 동그란 두 눈이 또렷히 커지면서 입술도 함께 벌어진다. 종현은 제 품에 들어온 여주를 어쩔 줄 몰라하며 두 팔을 허공에 쭉 뻗은 채 입만 벙긋거렸다. 눈물이 순식간에 쏙 들어갔다. 주체할 수 없이 빠르게 뛰는 종현의 심장 울림이 여주에게 닿을만한 거리였다. 여주는 종현의 품에 폭 안긴 채 말을 이어갔다.
" 좋아해요. 이제부터 미안하다는 말 대신 좋아한다고 할래요. "
" ...... "
" 좋아해요, 좋아해요. "
허공에 흩어져있던 종현의 손이 느릿하게 여주의 등에 살포시 얹어졌다. 좋아해요, 좋아해요. 여주가 좋아한다는 말을 할 때마다 종현의 얼굴이 토마토처럼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빨갛게 물든 얼굴을 한 채로 종현의 손이 조심스레 여주의 등을 어루만졌다. 좋아해요. 제 품에 안긴 여주의 목소리가 물을 먹은 듯 먹먹했다. 종현은 점점 빠릿해지는 심장의 울림을 고스란히 여주에게 주었다. 배시시 미소를 머금으면서 종현이 주체할 수 없는 제 마음을 다시 한 번 표현했다. 잔잔한 울림이 곧 여주의 머리맡으로 떨어졌다.
" 나도..됴아해, 됴아해. "
아 이번편 몇 번이나 지웠다가 썼다가 반복했는지 모르겠읍니다 흑흑
제가 의도한게 잘 표현됐으면 좋겠는데...워낙 표현력이 한정적이라..흑흑
도짜님들 부디 잘 읽어주셨으면 좋겠고요..
아참참 글 속에 나온 물음표 살인마 혹시 궁금해하실 분 있으실까봐 좌표 가져왔숩니다^^
http://instiz.net/pt/4595928
지짜 속터짐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안 보는 거 추천하긴합니다..하핫
무튼 기다려주셔서 감사하고요 ㅠㅠ 다음편이 저는 증말 기대됩니다ㅎㅁㅎ
아 마자!!!!!!!!! 글고!!! 도짜님들 암호닉 확인 9일까지인거 잊지 마십쇼!!
그럼 부기꿈 꾸십쇼! 싸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