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헤어졌어요
w.알았다의건아
"어서오세요." 무거운 발걸음과 무거운 내 마음과는 달리 카페 문에 달린 작은 종은 내가 문을 열음과 동시에 밝고 가벼운 소리를 내며 손님이 왔다는 걸 알려주었고, 종 소리가 나자 카운터에 있던 알바생 역시 가볍고 밝은 톤으로 손님인 나를 맞이한다. 그런 알바생의 맞이에도 나는 들리지 않은척 카운터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느린듯 하지만 마음은 매우 조급하게 널 찾아 고개를 돌렸고 창가에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있는 네가 보였다. 심장이 두근거렸고 나는 느릿하게 네가 앉은쪽으로 걸어가 의자를 꺼내고 마주 앉았다. 내가 앉자마자 카운터에서는 알바생이 우리쪽으로 걸어오더니 테이블에 메뉴판을 올려두고 다시 돌아갔다. 너는 메뉴판을 펼쳐서 내쪽으로 돌려주었고 물어온다. "뭐 마실래?" "아..나는 아메리카노." 계속해서 떨려오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겨우 내뱉은 아메리카노라는 한마디에 너는 이내 메뉴판을 접어들고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카운터로 걸어가서 주문을 하고 온다. 내가 생일 선물로 사줬던 지갑이 아니었다. 함께 커플로 맞췄던 핸드폰 케이스도.. 이젠 없다. 저릿해져오는 기분이 썩 좋진 않았지만 이내 내색하지 않았고 주문을 하고 있는 너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주문을 마치고 돌아온 너는 내 앞에 앉고서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묻는다. "잘 지냈어?" '..응." 너는? 이라고 되묻고 싶었는데 자꾸만 목이 메어온다. 카페에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지만 손님들은 시끌벅적하다. 그럼에도 나는 이 공간이 너무 적막하기만하다. 무슨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꺼내야할지 몰라서 손끝만 만지작거렸다. 너에게 예뻐보이려 공들여한 네일에 올려진 파츠가 바깥 햇빛에 반짝였다. 너와 나사이에는 꽤 오랜 정적이 흘렀고 그 적막을 깨뜨린건 음료를 가져다 준 알바생이었다. "잘 마실게." 내 앞에 놓여진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휘익 한번 젓고서 짧게 한번 빨아들였다. 한동안 이어진 정적으로인해 답답해진 마음이 좀 가라앉는듯한 기분이었다. "수강신청은 잘했어?" "응." 너는 레몬에이드를 계속 휘저으면서 내 물음에 짧게 대답을 했다. 아직 학생인 너는 방학 중간에 수강신청을 해야했다. 성공했는지 궁금했는데 잘했다고 대답하니 내심 안심이 되었다. "이번에는 1교시 없어? 저번 학기 때 되게 힘들어했잖아." "응. 이번엔 1교시 없어." "다행이다." 다시 또 침묵이 이어졌다. 아메리카노 안에 담긴 얼음이 녹아서 다른 얼음과 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나는 말없이 한번 더 빨대로 아메리카노를 휘저었다. 창밖은 여전히 해가 밝게 비추고 있었다. "..니엘아." 조용한 내 부름에 에이드를 보고 있던 다니엘이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 나는 내 가방을 계속 만지작대다가 가방 속에 담긴 노트를 건냈다. "이게 뭐야?" "내가 두달동안 너 기다리면서 쓴거야." "..안읽을래." 순간 욱하는 감정이 올라와서 하마터면 오랜만에 만난 다니엘에게 화를 낼뻔했다. 이내 바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노트를 다니엘쪽으로 밀었다. "그래도 한번은 읽어봐. 내가 쓴게 뭐가 돼." 가만히 노트를 응시하던 다니엘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선 노트를 들어 가방에 넣는다. 그리고 우리는 또 다시 말이 없었다. 나는 말없이 아메리카노만 조금씩 마시고 있었을 뿐이었고 너는 어느새 에이드를 비웠다. 얼마나 흘렀을까. "하고싶은 말 있어?" 다니엘이 먼저 침묵을 깨트렸다. 하고싶은 말이라.. 나는 가만히 내 손끝을 응시하며 말했다. "..하고싶은 말은 많은데 무슨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천천히 하나씩 다 해봐." 들어줄테니까 천천히 말해봐. 다니엘의 따뜻한 말에 심장이 울컥했고 다시금 긴장이 되었다. 손안에 땀이 차기 시작했다. "어..음..일단, 많이 보고싶었어." "......" "두달동안 기다리면서 매일 너 생각만했고." "......" "어제는 긴장되서 한숨도 못잤어." "......" "지금 널 봐서 너무 좋고.." "......" "..다시 잘해보고 싶어." 심장이 너무 떨려서 자꾸만 메어오는 목을 억누르며 천천히 하고싶은 말을 꺼내놓았다. 길지 않은 말이었지만 나에겐 큰 용기가 필요했던 말이었고 매우 숨이 찼다. 힘들게 말을 마치고서 아메리카노를 한번 빨아들였다. 그리고 뒤이어 너의 대답이 들려왔다. "...미안해." 아메리카노가 너무 쓰다. **알았다의건아 입니다. '오늘헤어졌어요'가 정식 연재를 시작합니다! (지성박수 짝짝짝???) 상사 없는 틈을 타서 짤막하게 적어보았던 프롤로그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좋게 봐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ㅠㅠ 제 사랑을 듬뿍듬뿍담아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읽어주시고 봐주신분들 하나하나 너무나 정말 감사드리구요. 초록글 쪽지 받으니까 1편을 정말 잘 써야되겠구나라는 부담감이 막중했는데 모쪼록 독자님들의 마음에 드셨길 바래요ㅠㅠ 암호닉은 환영이구요. 신알신과 댓글은 더더욱 환영입니당?? 주말 마무리 잘하시고 너무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