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박지훈, 고등학생이 된 박우진이 보고 싶다.
"왜 안 자."
"졸리긴 한데."
졸린지 눈을 비비면서 좀처럼 잠을 자지 않는 참에 윙은 묻겠지.
하루아침에 저의 모든 주변 환경이 달라진 참이기에 하룻동안 익숙해졌다 하더라도 낯선 잠자리에 잠에 들지 못할만도 하다고 생각하겠지.
"지훈아."
"응."
저를 부르는 참에 윙은 참과 마주보고 누워 참을 보겠지.
눈을 맞춰오는 윙에 참은 부끄러워져 윙 눈을 손으로 가려버렸으면 좋겠다.
그렇게 보지 말래도, 그러면서 말이야.
그럼 윙은 눈을 가린 손을 끌어내려 손에 입 몇 번 맞췄으면 좋겠다.
"근데 이거 진짜 꿈이겠지."
"모르지."
"꿈 아니면 어쩌지."
"그것도 모르겠네."
"무책임하네."
"내가 책임지면 되는 거 아냐?"
"됐거든..."
참의 걱정스런 투정에 돌아오는 장난끼 섞인 퉁명스러운 대답에 참은 결국 입술이 나오겠지.
그럼 윙은 장난이야, 장난 그러면서 참 입술에 쪽 소리나게 뽀뽀라도 했으면 좋겠다.
윙이 참 품에 가둬 꼭 안았으면 좋겠다.
안심이라도 시키는 듯이 윙 참 등 토닥거리면서.
그럼 참은 눈 꼭 감겠지.
"지훈아."
"응."
"양 백까지 세 줘."
나른한 목소리로 참이 잠들 때까지 양 한 마리, 두 마리, 세어주는 윙이 보고 싶다.
고등학생 박지훈, 서른이 된 박우진이 보고 싶다.
서로에게 익숙해진 둘은 참 집에서 하루종일 도란도란 얘기 나눴겠지.
둘만의 시간 보내다 울리는 휴대폰에 윙은 전화 들어 금방 가요, 하는 말 남기겠지.
"니 집에 안 가도 괜찮나, 지금."
"나 너 재워야 되는데."
"어?"
밤을 무서워하는 참이라 참의 집이 비는 날엔 항상 참을 재우고 집으로 갔던 윙이겠지.
그 말에 참은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빈자릴 지켜주는 윙이 예뻐 윙 엉덩이 토닥토닥 두들기겠지.
예쁘다, 그러면서 말이야.
"그럼 나 자는 거 보고 가."
그 말에 윙은 고개 끄덕하곤 참 침대 팡팡 두들기겠지.
누워, 그러면서 말이야.
그 모습이 귀여워서 참은 비식비식 웃으며 침대에 눕겠지.
그러곤 옆자리 또 팡팡 두들기겠지.
누워, 그러면서 말이야.
"너 오늘 학원 가는 날인데."
"안 그래도 전화 왔더라. 여전히 받기 싫어가 안 받았다.
그러는 참에 윙은 웃으며 고개 끄덕거렸으면 좋겠다.
잘했어, 그러면서.
"요즘엔 혼자서 잘 자?"
"왜 혼자 자."
그러면서 윙 품 파고 들겠지.
"맨날 이렇게 같이 자는데, 그래서 일어나면 옆에 니 있어서 외롭지도 않고"
"아침에 혼자 있는 거 싫었어?"
그 말에 참은 아니야, 그러며 고개 젓겠지.
"훈아, 나 졸려."
"얼른 자자."
그러며 참 등 토닥이겠지.
평소와 다름없이 참이 잠들 때까지 양 한 마리, 두 마리 세는 윙이 보고 싶다.
서른 박지훈, 박우진이 보고 싶다.
윙은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에 눈을 뜨겠지.
저를 등지고 자고 있는 참이 보이겠지.
"야, 누가 등지고 자래."
윙이 참 끌어안고 어깨 앙앙, 깨물면 참은 윙 밀어내며 그랬으면 좋겠다.
"나 제대로 못 잤다고, 하지 마라."
"나도 제대로 못 잤어, 꿈에 너 나왔다."
그 말에 참은 윙 돌아보겠지.
나도, 그러면서 말이야.
그럼 윙은 우리 운명 맞다니깐, 그러면서 꺄르륵 웃어보였으면 좋겠다.
그러는 윙 보곤 참은 말을 말지, 그러며 이불 뒤집어쓰겠지.
"옛날엔 이렇게 매정하지 않았는데, 박우진."
"옛날엔 애기 냄새 폴폴 났었는데."
"고등학생 박우진 보고 싶네."
"나도 고등학생 박지훈이 보고 싶다, 귀여웠는데."
그러며 서로 어제 있었던 일 생각하겠지.
"꿈에서 깨지 말걸, 박지훈이 귀여웠는데."
"나도 깨지 말걸, 박우진 귀여웠는데."
서로 오기라도 부리듯 말하다 묘한 기분에 서로 있었던 일을 얘기하겠지.
자고 일어나니깐, 응, 나도, 바꼈다니깐, 나도.
그러면서 말이야.
미쳤네, 꿈이 아니었어? 그러며 서로 호들갑 잔뜩 피우겠지.
"아, 어제 좋았는데."
"오늘은 안 좋냐."
"어제가 더 좋았다."
"야, 그거 바람이야."
"뭐가, 니 좋았다고 했잖아."
"하지 마, 기분 이상해."
"니한테 옛날 얘기 들었는데 우리 귀여웠더라."
"지금도 귀여워."
"엉..."
그러면서 추억팔이 하루종일하는 박지훈, 박우진이 보고 싶다.
고등학생 박지훈, 박우진이 보고 싶다.
윙은 오늘따라 유달리 아침 일찍 눈이 떠지겠지.
틈틈히 휴대폰 보다 휴대폰이 울리자마자 참 집으로 향하겠지.
"에, 왜 벌써 왔어. 일찍 일어났어?"
"너 아침에 심심할 거 같아서"
"무슨 일이래."
"내 오늘 꿈꿨다."
"나도."
"근데 기억 안 나."
"개꿈이네."
"됐거든..."
"나도 기억 안 나."
"그것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