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별빛이 피면 - 도영, 세정(구구단)
하얀 별빛이 피면
그대 손잡고
끝없이 날아요
노란 달빛에 젖은
새벽의 시간들을
오래, 기억할게요
ㅡ 별빛이 피면 中
이른 새벽, 네가 꿈에 나왔다. 내가 항상 너를 보는 모습처럼, 하얗고 작으며.. 아름다웠다. 주변은 꽃으로 가득했다. 무슨 종류의 꽃들인지, 이곳이 어디인지는 상관 없었다. 불규칙적으로 핀 들꽃 향이 코끝에 젖어 들었다. 너는 그곳을 거닐었다. 허리 맡까지 오는 꽃들 사이로 보이는 모습에 홀린 듯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네가 즐겨 입던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밝게 웃는 얼굴이, 그 어떤 꽃과도 같다. 나는 자연스레 목에 걸려있던 카메라를 들었다. 렌즈에 잡히는 얼굴과 실루엣이 화사했다. 바람이 불어 머리칼이 흩날리면, 너는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본다. 그 동그란 눈이 나를 향해 웃는다. 오로지 나를 향한 그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바람 소리가 아득해질 만큼, 진한 꽃 내음에 시야가 어지러울 정도로, 심장이 뛴다. 뭐라 끝없이 말해주고 싶은데, 입술이 떨리기만 할 뿐 열리지가 않는다. 그 조용한 밤, 왜 네가 나를 보며 눈가를 붉혔는지 알 것만 같았다.
정말.. 눈물이 터질 것 같다. 너로 가득 찬 마음이 부풀어서, 턱 끝까지 차올라 숨을 쉬기가 어렵다.
잠에서 깼을 때, 정말 눈가가 잔뜩 젖어 있었다. 꿈에서 우는 것조차 깨닫지 못할 정도로 취해 있었던 것 같다. 그 어떤 알코올도 아닌, OOO에게. 상체를 일으켜 침대 맡에 몸을 기댔다. 작은 창 밖으로 보이는 달이 유난히 밝다. 그 주변을 둘러싼 어둠마저 부드러워 보였다. 꿈에서 봤던 너는 내 옆에서 곤히 자고 있다. 뒤척이느라 헝클어진 머리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아 귓가로 넘겨주었다. 손길을 느낀건지 작게 소리를 내며 닿았던 내 손을 잡는다. 잠결에 하는 행동인데도 가슴에 돌이 떨어진 듯해 숨을 들이켰다. 나에게로 떨어지는 너란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게 행복하다. 네가 밤하늘의 별이 아닌, 떨어지는 유성이어도 좋다. 그 방향이 나에게로만 향해준다면, 네가 불꽃을 달고 떨어져도 감당할 수 있다.
널 향한 사랑이기에, 나는 괜찮다.
좋아해라고 말하기까지의 걸음
말해야겠다고, 정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너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박지훈을 봤을 때부터 나를 보며 울먹이는 눈가에 키스 할 때까지. 결심은 점점 견고해졌다. 사랑을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이미 너는 내 옆에 있어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불안해 하는 것도, 네가 나를 불안해하는 것도, 어설픈 감정 소비일 뿐이라는 걸 느꼈다. 네게는 나의 확신이 필요하다. 꽃이 피고, 그 자리에 대신 새싹이 돋고, 바람의 온도가 점점 낮아졌던 오랜 시간들 동안. 나는 너에게 제대로 된 마음 한 번 주지 않았던 것 같다. 수없이 지나쳤던 순간마다 요동치던 감정들을 너는 혼자서 감당해 왔겠지. 달빛이 깊숙한 곳까지 스며든다. 너를 위해 흘리는 눈물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네 눈물을 내가 갖고, 내 눈물은 달에게 떨어트릴거다. 너에게 전해지지 않도록.
달이 좋다는 너를 보며 하늘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날씨 좋은 날에는 항상 하늘을 보며 너를 떠올렸다. 안개가 짙었던 그 날이나, 맑게 개이는 날이나, 여전히 너는 머릿속에 가득했다. 2년 동안 너를 보지 못했던 날들 동안에도 너를 떠올리지 않은 하루는 없었다. 하루의 시작이 너였다.
날씨가 좋네, OOO가 좋아하겠다. 팔짝팔짝 뛰며 등교하던 네 뒷모습.
비가 오네.. OOO는 비 싫어하는데. 눈도. 겨울날 새빨개진 얼굴로 내 손을 잡아주던 네 모습.
닿지 않는 연락을 붙잡을 용기도 없었다. 네가 내게 화가 나 있었고, 나를 밀어내려고 하는 걸 알았을 때 정말 탈영이라도 하고 싶었으니까. 참는 게 이런 거라는 걸, 그 때 느꼈던 것 같다. 휴가를 나올 때면, 네가 있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졌다. 황민현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내가 나타나면 또 다시 내 짧아진 머리를 보고 울었던 밤이 반복될 것 같아서. 모든 걸 끝내고 만나고 싶었을 뿐이었다. 나를 보며 울던 얼굴을 다시 마주했을 때, 수천 번도 더 후회했지만.
꽃을.. 사야 할까.
꽃집에 들어가 어색한 모습으로 서 있으니, 사장님이 편하게 고르라며 꽃을 보여주었다. 가장 인기 있다는 꽃 몇 개를 보여주고는 다시 카운터로 가는 모습에 푸른 잎만 만지작거렸다. 그 어떤 말로 너에게 내 마음을 표현해야 할 지 걱정스러웠다. 형태가 없는 마음을 소리의 형태로 설명하기에는 내가 부족했다. 꽃은 그저 짧게 건내는 인사거리였다. 가끔 생각이 날 때 너에게 건내곤 했지만, 그닥 반가워하지 않았던 네 모습이 떠올랐다. 아무리 말리려고 해도 너무 이상하게 변해버리는 걸. 울상을 지으며 갈색빛으로 말라버린 꽃을 보여줬던 것 같은데. 꽃을 둘러보다 이상하게 웃는 나를 발견했는지, 꽃집 주인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금새 민망해져 얼굴을 급히 굳혔다.
ㅡ 괜찮아요. 남자분들이 오면, 자주 그러시거든요.
ㅡ ..예?
ㅡ 그 꽃을 선물할 연인을 떠올리는 거죠. 받고 좋아할 모습이라던가, 꽃만 보면 떠올리는 사랑스러운 얼굴이라던가.
귀가 뜨끈뜨끈해지는 게 느껴져 민망한 마음에 만지작거렸다. 꽃 가게에 나 같은 사람이 많이 왔을 거라는 생각에 웃음이 비집고 튀어나왔다. 정말 연인인 것 같다. 너에게 줄 꽃을 고른다는 게, 이처럼 설레는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ㅡ 꽃은 마음과 함께 줘야 더 좋아해요.
ㅡ ..근데, 제가... 어떤 꽃을 줘야 할지 모르겠어서..
꽃이 말라버리는 게 싫대요. 이렇게 울상을 짓는데, 그게 또 귀여워요.
사장님은 내 말에 하하하, 웃으시더니 내게 작은 꽃다발 하나를 건냈다.
그러면 이게 나아요. 스타티스인데 건조화에요. 시들지 않죠. 꽃말은 영원한 사랑. 조금 유치하고 뻔하더라도, 의미는 있지 않겠어요?
ㅡ .. 그걸로 주세요.
머뭇거림 없이 심장이 뛴다. 꿈속에서 마주했던 향기가 나는 것 같다. 내 인사를, 반갑게 맞아주길.
* * * *
디딛는 걸음 하나가 붕 뜬 듯 감각이 무디다. 숨을 내쉴 때마다 긴장의 흔적이 너무 드러나는 게 창피하다. 쌀쌀한 날씨에 나를 기다리고 있을 모습이 선해서 걸음을 재촉해보지만 제대로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미칠 것 같다. 꽃다발을 든 손이 땀으로 축축해진 지도 오래였다. 점점 어두워진 골목과 익숙한 가로등 빛이 가까워졌다. 너에게 걸어가는 길이다.
술이라도 한 잔 했어야 했나 싶었다. 귀가 먹먹하고 내 숨소리만 들렸다. 마른 침조차 고이지 않아 입 안이 바싹 말랐다.
너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혹여나 네가 날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지. 여태까지 자기 힘들게 한 거 어떡할거냐면서 화를 내면 어떡하지.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숨 막히는 긴장감이 나를 들들 볶는다. 정말 많은 생각이 든다. 너에게 결혼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 그저 명확한 사이를 만들기 위한 것 뿐인데, 고백이라는 말은 사람을 굳게 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아주 멀리, 저 끝에서 너의 실루엣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갈 뻔 했지만 긴장감이 발목을 붙잡았다. 침착해. 진정하자. 망설이다가, OOO 감기 걸리면 옹성우 너 저주할거야.
ㅡ ...OOO.
아.. 예쁘다.
불빛이라고는 겨우 얼굴을 가늠할 수 있는 가로등 뿐인데, 새하얗고 반짝이는 얼굴은 내 눈에 다 들어온다. 너는 평소와 달리 쭈뼛거리는 내 모습이 이상했는지 어색한 웃음을 삐죽 내보인다. 귀여워. 손을 들어 볼을 한 번 찔렀다. 너는 코를 찡그리며 내 손을 밀어냈다.
ㅡ ..근데 무슨 일이야?
쌀쌀한지 팔을 쓰다듬는 모습에 미안함이 번졌다. 꽤나 오래 기다렸겠지. 왜 이렇게 얇게 입었어. 연한 색의 가디건이 원망스러워 어깨를 잡았다. 금방 올 줄 알았지! 이렇게 기다리게 할 거야? 뾰로퉁, 튀어나온 입에 입을 맞추고 싶다. ..참아야한다. 옹성우.
ㅡ 자.. 이거.
건조화래. 예쁘게 말라서, 시들지 않는 꽃. 이름이.. 스타티스.. 라고 하던데.
말없이 꽃을 받아들이는 손이 머뭇거린다. 무슨.. 날이야, 오늘? 웬 꽃..
중얼중얼 거리면서도 볼이 분홍색으로 달아오르는 모습이 익숙하다. 부끄럽구나. 씨익, 웃으면 너는 내 팔을 툭 치며 웃지 말라고 삐죽거린다.
ㅡ 할.. 말. 있어서 부른거야.
할 말? 눈을 동그랗게 뜬다. 긴장감이 순식간에 증발한다. 망설임이 사라진다.
ㅡ 아주 오랫동안... 너를 만났던 그 겨울부터, 지금까지.
네가 알고 느꼈던 날들보다 더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내 손 잡아줄 때, 내 옆에서 걸을 때, 내 품에서 울 때,
나를 보면서 웃었던 그 찰나까지.
네가 없어서 슬펐던 날들은 많았어도, 네가 있어서 슬픈 시간은 없었어.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네가 놀라지 않게, 천천히 조심스럽게 내뱉는다. 한 단어마다 내 마음이 전해지도록.
ㅡ 언제부턴가 내 옆은 당연히 너일거라고 생각했어.
너도 그걸 알고 있으니까, 우리는 같은 마음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어.
근데 내가 이기적이었어. 너는 내가 아닌 그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그런 소중한 사람인데. 내가 너무 자만했다.
ㅡ 근데 안 될 것 같아. 널 내 옆에 두고, 모든 걸 정해야 할 것 같았어.
그렇지 않으면 확신하지 못한 네가 떠날 것만 같았으니까.
그래서 말하는 거야.
널 잃지 않기 위해서 침묵했지만, 그건 어리석은 생각이란 걸 알았어.
네 작은 어깨가 흔들린다. 감싸 안고 싶지만, 내 마음을 다 전해야한다.
ㅡ 그러니까 말할게.
너무 늦어서 미안해.
...
OOO.
내가... 널...
좋아해 12
ㅡ
안녕하세요 메타메타몽몽입니다 !!
역시나 오늘도 10시부터 써내려간 글이 이제서야 마무리 되네요.. 흑흑
주말의 마지막 밤을 제 글과 함께 해주신다는 글에 더 삐질거리며 썼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ㅁ;
그리고 오늘은 특별한 화라.. 브금을 넣어봤습니다..!
쁘띠믾연님께서 추천해주신 노래인데, 들어보니 정말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는 것 같아 같이 넣어봤습니다
브금 추천 정말 감사드립니다! 계속 추천해주신다면 최대한 반영해보겠습니당 (감격)
아 그리고 오늘은 투표를 한 번만.. 해주십사 합니다 ㅠ
제가 좋아해가 끝나면 올릴 글들을 가끔씩 써내려가는데,
독자님들이 원하는 장르가 뭔지 잘 모르겠어서 한 번만 꾹 눌러주시고 가주세요 ㅠㅠ 엉엉 부탁드립니다..
암호닉 먼저 확인하시고 가볍게 투표 한 번 해주세용 감사합니다!!!!
<암호닉>
1 / 고사미 / 설렘옹청 / 파요 / 사용불가 / 민주눅 / 예그리나 / 요정 / 댄싱쥬스 / 댕구리 / 월광 / 옹옹 / 말랑 / 1217
김떡순 / 초초 / 다민 / 10 / 짱짱맨뿡뿡 / 에인젤 / 백제쌀국수 / 라온하제 / 피크닉 / 에투 / 빵빰 / 햄아 / 디디미
후또란 / 1116 / 곰탱이 / 스무날 / 째니재환 / 자몽 / 옹스더 / 옹옹 / 회장복숭아 / 지오 / 쑤쑤 / 기린 / 수달둥 / 햇살구름
호니 / 댕댕훈 / 뿜뿜이 / 녤뭉치 / 민향 / 등판39 / 영민이의토마토 / 윙깅이 / 호두찌 / 오서우 / 햇님 / 흰둥이 / 쁘띠믾연 / 래번클로
<투표 한 번 부탁드립니다 !!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