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부쩍 만남이 줄어든 지훈이를 찾아다녔다. 과실에 가서도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죄다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저번에 밥 사달라고 조르면서 쫓아다니던 애가 갑자기 증발해버리니까 걱정이 밀려왔다. 전화도 안 받고, 카톡도 안 읽고.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기다린다는 말을 남겼는데도 묵묵부답이었다. 내가 물어보지 않아도 항상 어디있다고 익살스럽게 얘기해주던 애였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복도를 서성거리는데, 멀리서 지훈이 친구가 보였다. ...우진이라고 했지. 잘 모르는 아이였지만 그래도 지훈이가 어디 있는지는 알 것 같아 그 애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ㅡ ... OO누나?
ㅡ 아.. 안녕. 저번에 지훈이랑 같이 있는 거 봤는데..
안녕하세요. 조금 놀란 눈치로 꾸벅 인사를 하길래 손사레를 쳤다. 그럴 필요 없어, 그냥 궁금한 게 있어서.. 혹시 지훈이 봤어? 요즘 연락이 안 되가지고...
우진이는 미간을 찡그리며 나를 바라봤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 같아서 눈을 마주하고 기다렸는데 돌아오는 건 정적이었다. 두 눈이 갈 길을 잃은 듯이 흔들리는게 예상치 못한 반응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우진이는 입술을 잘근 씹었다. 표정이 좋지 않아 걱정이 더 몰려왔다. 지훈이한테 무슨 일이 있나? 내 표정도 썩 좋지 않다는 걸 알았는지 우진이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 걱정과 답답함, 그 중간 어디쯤의 감정이 섞인 숨이었다.
ㅡ 누나.. 지훈이 이제 곧 휴학 할거에요.
ㅡ ...휴학?
ㅡ 네. 작년부터 한다고 했는데.. 미뤘던 거에요. 원래 유학 가려고 했거든요.
지훈이 고모님이 이탈리아에 계시다고 하셔서, 외국에 있으면서 경험도 쌓고 쉴 겸 간다고 했어요. 근데 생각해본다고 거절했었고... 올해는 갈 것 같아요. 고모님도 그림 하시는 분이라 박지훈한테는 더 좋은 기회죠. 그쵸, 선배?
어, 어? 그렇지.. 근데 너무 갑작스럽네..
...갑작스럽지 않아요.
우진이는 사투리가 조금 섞인 억양으로 이래저래 지훈이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복도에서 마주쳐 할 얘기는 아닌 것 같았지만 우진이의 얼굴이 꽤 진지하고 단호해서, 나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갑작스럽지 않아요. 화가 났나 싶을 정도로 억양이 거세졌다.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ㅡ 걔는... 누나한테 다 말하잖아요. 좋은 이야기, 나쁜 이야기, 그냥 다요.
ㅡ ...
ㅡ 갑작스럽지 않아요, 누나. 그저 누나가 너무한거죠. 박지훈한테.
우진이는 그대로 나를 지나쳤다. 그저 누나가 너무한거죠, 박지훈한테. 걔는 누나한테 다 말해요. 그냥 다요.
뒤숭숭한 마음에 폭탄이라도 던진 듯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짜증난다는 듯 쳐다보는 우진이의 시선과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말들. 밝게 웃어주며 달려오던 지훈이.
마음에 번지는 회색빛 물감이 도를 넘어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만 같다.
* * * *
무딘 내가 싫다
너를 좋아하는 나, 나를 좋아하는 너, 그리고 날 좋아했던 그 애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모든 걸 놓칠 것만 같아 두렵다
아무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는 이 길 위에서,
너는 내 손을 붙잡아 줄까
큰 오해들이 쏟아져 나와도 말없이 나를 안아줄까
너를 사랑해서 나는 두렵다
좋아해 15
지훈이에게 난 어떤 존재였을까. 내 문제가 더 시급한 와중에도, 우진이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는다. 그저 누나가 너무한거죠. 내가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나에게는 그저 친한 동생 정도로 끝날 지 몰라도, 지훈에게는 아니었던 거다. 내가.. 지훈이에게, 소중한 존재였던거야. 옹성우를 울면서 끌어 안았던 2년 전, 그 날 밤 같은 하루하루를.. 지훈이가 지금 겪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 아이의 마음도 모르고 매번 친근하게 대하는 내가 얼마나 모진 존재였을까. 눈 앞이 캄캄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로 제자리에 머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면서 곁에 있는 지훈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훈이에게 깊은 짐만 안겨주고 있던 셈이었다.
옆에서 재환이가 무어라 떠들던, 어느새 머릿속은 그 생각들로만 가득했다. 지훈이와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이 상황이 지훈이가 원하지 않았던 상황이라면, 쉽사리 이야기를 건낼 수도 없다. 의도치 않게 알게 된 마음이라 지훈이는 예상도 못하고 있겠지. 차라리 지훈이에게 더 짐을 안겨주기 전에 먼저 물러서고 있는 게 더 나은걸까. 어떻게 해야..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끝낼 수 있을까.
누나, 제 말 듣고 있어요?
ㅡ ...어? 나?
ㅡ 지금 누나 얘기 하고 있잖아요.
괜찮은 거에요? 재환이의 표정이 걱정스럽게 변한다. 재환이만큼이나, 지훈이도 내게 소중한 아이인데. 말없이 빤히 바라보는 시선에 재환이의 얼굴이 당황스러움으로 물든다.
ㅡ 잠시 뭐 좀 생각하느라 그랬어.
ㅡ 아, 놀랐잖아요.. 어쨌든 저는 성우 형이 아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해요.
미대 캠퍼스만 돌아다녀도 누나 얘기 들린다니까요? 이 큰 대학에서 안 좋은 소문은 유난히 더 빨리 돌아요. 더 심각해지기 전에 먼저 해결해야 돼요.
ㅡ 근데 누가 소문낸지도 몰라.. 아니면, 그냥 냅두면 잠잠해질 수도 있잖아.
ㅡ 답답한 소리 하지마요! 이 소문 잠잠해지면, 누나는 그냥 나쁜 여자로 찍히는 거에요. 근거도 없이!
재환이가 가슴을 쿵쿵 내려쳤다. 나는 어색한 표정으로 목만 긁적였다. 나 혼자 유독 사태가 심각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제 옹성우와 한참을 부둥켜 안고 있다, 추위가 느껴지고 나서야 자꾸 뒤돌아보는 옹성우를 아쉬워하며 보냈다. 나는 그 순간의 따뜻함이 좋아서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집에 들어가자마자 온 전화에 나는 다시 머리가 복잡해졌다. 어떻게서든 알아낸다는 거, 거짓말 아니야.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옹성우의 목소리가 너무 단호해서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한숨만 내쉬는 재환이에게 괜찮다며 어깨를 두드리는데 벌컥, 동방 문이 열렸다. 문 사이로 황민현의 얼굴이 보였다. 지난 밤 사이 잠을 잘 잤는지, 어제보다는 환한 얼굴이었지만 웃는 모습이 영 불편해 보였다. 왔어? 그저 고개만 끄덕인다. 동방 의자에 풀썩 앉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놈의 한숨 좀 그만 쉬어, 한숨 쉬면 더 늙는다던데. 짧게나마 웃으라고 한 소리에도 묵묵부답. 동방의 공기가 무거웠다.
ㅡ 아직 옹성우는 모르는 것 같아. 아까 수업 갈 때 기분 좋아 보이더라.
밤에 즐거운 일이 있었나봐? 입술을 씰룩거리며 던진 말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어깨가 한없이 아래로 구겨지는 것 같다. 그 와중에 재환이는 왜요? 뭐야? 둘이 사겨요?!?! 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무릎으로 얼굴을 묻어버리자 황민현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니 뭐 집에 들이지도 않았으면서 부끄러워 한데? 제발 그만 좀 능글거려라... 귀까지 뜨끈한 기분에 얼굴을 구겼다. 재환이는 여전히 옆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며 팔짝팔짝 뛰었다. 드디어 둘이 됐다느니, 자기가 이제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느니, 민현이형 저 감동 먹었으니까 한 번 안아줄래요? 이런 소리는 종종 들렸다.
ㅡ 그래도 금방 꺼지지 않으면 옹성우한테 먼저 말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이런 문제를 남자친구가 모르면 기분이 어떻겠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황민현의 말이 맞았다. 옹성우의 말하라는 그 눈빛을 읽었을 때도 느꼈다. 황민현도 나를 생각해서 옹성우에게 말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아마 내가 직접 얘기하는 게 더 나을테니까. 되도록이면 한숨을 참으려 눈을 질끈 감았다. 난 괜찮다. 다 괜찮았다. 내가 미안한 건, 이유 없이 싸잡아서 욕 먹고 있는 황민현과 아무것도 모른 채 불쌍한 취급 당하고 있는 옹성우. 나 혼자 욕 먹는 거면, 그러려니 할텐데.. 남에게 피해가는 일은 죽어도 싫으니까.
ㅡ ..그래도 황민현, 미안해.
나만 욕 먹는거면 상관 없는데, 너까지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될 지를 모르겠네.
거의 중얼거리듯이 작게 말했는데도 동방이 조용해졌다. 이러려고 말한 건 아니었는데. 황민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옆에서 시끄럽게 굴던 재환이가 다시 성을 내기 시작했다. 누나, 그게 미안한 일은 아니죠. 소문 낸 사람이 나쁜거지, 누나가 미안해 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ㅡ OOO. 네가 옹성우 때문에 꽤 시달리면서 지낸 건 나도 아는데, 자책하는 거 진짜 보기 안 좋아. 바보 같아 보일 뿐이야. 이게 왜 네가 나한테 사과를 할 일인데? 그런 생각 하지말고 이런 말이 어디서부터 돌았을까부터 생각해.
...고마워.
이건 직접 내뱉지 못한 말이었지만, 재환이나 황민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었다. 내 주변엔 옹성우 하나 뿐이라며 울고 불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저 내가 눈을 닫았을 뿐, 언제나 빈자리를 채워주던 애들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다시 되돌아오는 지훈이에 대한 생각. 정말 머리가 터질 것만 같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온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가보다. 조금 지쳐가는 것 같기도 하다.
* * * *
다니엘은 제 옆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있는 성우를 바라보았다. 이 형이 왜 이러지. 내가 뭐 잘못한 거 있나? 머리를 아무리 굴려도 떠오르는 건 없다. 얼마 전에 학식을 먹으며 돈가스 하나 잽싸게 집어 먹은 것 빼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깟 돈가스 하나 뺏어 먹었다고 이럴 형은 아닌데. 하지만 어쩌면 의외로 그런 구석에 꽁할 수도 있는 일이다. 다니엘은 마른 침을 삼켰다. 어디냐는 친구의 카톡이 무성하게 오고 있는데도, 성우는 꼼짝할 생각도 안 한다. 표정이 너무 딱딱해서 말을 걸 수도 없었다. 대체 이 형 왜 이러냐고...! 정말 돈가스 때문인거야?! 성우는 그저 연락을 해서 유일하게 답이 온 다니엘과 있을 뿐이었지만 다니엘은 홀로 머리가 복잡했다. 그게 죄가 된다면, 이 형과 상종 안 할래요.. 다니엘의 표정이 점점 울상이 되었다.
ㅡ 야, 의건아.
ㅡ ...형, 저 으건이라고 부르지 말라니까요?!
ㅡ 닥치고 말이나 들어봐.
네.. 왜 자꾸 그렇게 무서운 얼굴이냐구요, 형..
자신의 개명하기 전의 이름을 부르자 발끈했지만 낮게 깔린 목소리에 다시 쭈구리가 되어 버렸다. 성우는 무릎 위에 올려 두었던 팔을 들어 단단히 팔짱을 꼈다. 허공에 먼지 떠다니는 갯수라도 세는지, 시선이 어디에 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니엘은 결국 연달아 오는 카톡을 무시하고 진동으로 바꿨다. 이 형, 아무래도 지금은 자기를 보내줄 것 같지가 않다.
ㅡ 요즘 떠도는 소문 없냐?
ㅡ ..에? 무슨 소문이요?
다니엘은 문득 떠올렸다. 자신이 제일 최근 들었던 소문이라고 하면, 같은 과인 김재환이 과실에서 치킨을 먹다 과대한테 걸리고 나서부터는.. 과실에 음식물을 들고 갈 수 없게 되었다는 소문이었다. 실음과에 원성이 자자했긴 했는데.. 뭐지. 이 소문 말하는 건가. 하지만 너무 가치가 없는 소문인데? 다니엘은 홀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성우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로 진지했다.
ㅡ 내가 아까.. 너 담배 필 때 데리고 가려고 가까이 갔었거든?
ㅡ 에?? 언제요??
다니엘의 눈이 동그래졌다. 성우가 정색을 하고 바라보자 이어서 얘기하라며 입을 꾹 다물었다.
ㅡ 근데 나랑 가까이 있던 새끼 입에서 OOO 이름이 나오는거야.
ㅡ 누가요?
ㅡ 나랑 눈 마주쳤는데도 모르는 거 보면, OOO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얘기하는 것 같더라고. 그니까, 내가 물어본 소문이 이런거야.
담배 피면서 들은, OOO에 대한 소문. 넌 몰라?
다니엘의 얼굴이 멍해졌다. 그림을 그리라고 한다면, 얼굴 주위에 가득 물음표를 그렸을 것이다. 성우는 한숨을 내쉬며 혀를 찼다. 넌 대체 눈치는 어디에 달고 다녀? 우리 니엘이 뇌구조는 왜 그래? 머릿속에 온통 하리보 뿐이야? 다정한 듯 무자비한 폭력을 날리는 성우 탓에 다니엘의 입꼬리가 축 늘어졌다. 최근 들었던 잔소리와 꾸중 중에서 가장 막강한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성우가 말하는 '소문'이 뭘 말하는 지 모르겠다. 다들 담배 필 때 무슨 얘기 하더라... 근데 담배 피면서 누가 얘기를 해. 나는 담배만 열심히 피는데! 아닌가? 나만 그러나...? 다니엘의 턱이 딱딱하게 굳는다.
ㅡ ..하여간 그 새끼가 그러더라고. 옹성우랑 황민현 사이에서 저울질 하는 애가 있다면서 미술과라고 하면서 이름까지 말하더라고.
ㅡ 뭐요? 그게 누군데요!
ㅡ 제발 닥쳐봐 니엘아...
네..
ㅡ 그러면서 하는 말이... 존나 예쁘겠지? 그러니까 남자 둘 꼬시고 다니는 거 아니야.
ㅡ ......
ㅡ 얼굴이나 한 번 보러 가야겠다. 예쁘면 한 번 작업이나 걸어보게.
ㅡ .....
ㅡ 이름이 OOO라고? 시발 이름도 쌔끈하네.
다니엘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이를 까득, 갈면서도 끝까지 재연하는 모습에 조금 떨어져 앉았다. 성우에게 말이라도 잘못 걸었다간 바로 싸대기를 맞을 것 같은 기운이 돌았다. 도대체 어떤 새끼들이 그런 소문을 퍼트린건지.. 화가 난 성우도 성우지만, 다니엘의 머릿속에는 항상 술 좋아하는 착한 누나로 인식되어 있는 OOO가 욕을 먹는다니 자신도 화가 나는 것 같았다. 친한 누난데! 그럴 누나 아닌데! 다니엘의 미간이 팍 좁혀졌다.
ㅡ 그래서 족칠 뻔했는데, 간신히 참았어.
ㅡ 잘했어요 형. 거기서 주먹 날리면 형만 곤란해져요!
ㅡ 그러니까 네가 날 좀 도와줘.
예? 씨익, 웃으며 어깨동무를 한다. 다니엘은 슬금슬금 엉덩이를 밀었다.
하나님.. 성우 형 너무 무서워요...
* * * *
너무 모질게 대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얼굴로 박지훈의 이야기를 묻는 얼굴에 나도 모르게 욱했던 것 같다. 박지훈은 어제 오늘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있는데. 이렇게 된 거 차라리 고백이라도 하고 가라는 말에도 여전히 묵묵부답. 친구로써 바라보는 입장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수업이 끝날 때마다 가장 신이 난 얼굴로 뛰어나가는 이유를 알았다. 오전 강의가 없는 그 누나가 나타날 시간에 맞춰서 점심을 같이 먹을 생각으로 그러는 거겠지. 예상대로 박지훈은 매일 전화기를 붙들고 살았다. 그래서 이뤄지는 만남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지만.
박지훈은 OT 때부터 예쁘장하게 생겨서 유명했다. 여자친구 있냐는 선배들의 물음에, 좋아하는 사람은 있다 조용히 말하곤 했는데. 술자리에서 만난 그 누나 옆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에 나는 깜짝 놀랐다. 무표정 아니면 무료하다는 표정만 짓고 설렁설렁 거리던 녀석이, 모자도 벗고 하하호호. 그제서야 박지훈이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게 그 누나라는 걸 알았다. 남자 선배들이 우리 과에서 가장 예쁘다면서 사진을 보여줬던 게 생각이 났다. 그 때는 그러려니 했었지. 좋아한다는데.
/그 언니 옆에 사람 잘 안 두려고 한데. 이유는 모르겠어.
/철벽 장난 아니야. 과 행사 거의 안 나온다고 하던데.
/예쁘긴 한데 친화력은 꽝이야. 같이 있으면 재미도 없고, 말도 안 해.
들리는 말들과는 달리 박지훈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에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쩌면 박지훈의 짝사랑이 금방 깨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조금 표정이 없던 누나도 박지훈하고 얘기할 땐 환해졌던 것 같으니까. 그런데 동기 애들은 자기하고는 말도 안 섞는 박지훈이 OOO 누나만 보면 헤실거려서 그런건지, 질투 아닌 질투도 하는 것 같았다. 여자애들 무리에서 날이 선 말이 나오면, 열에 아홉은 그 누나 얘기였으니까.
박지훈이 수업에 지각해서 홀로 앉아있을 때, 들었던 것 같다. 좋지 않은 감정이 잔뜩 섞인 말투.
OOO 언니 남자친구 있는데 지훈이한테 그러는 것 같아. 경상에 그 잘생긴 황민현 선배랑도 뭐 있다던데. 완전 여우 아니야? 그렇게 안 봤는데, 더럽다.
원래 여자애들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얘기겠거니, 했지만 하루 이틀 이상을 보는 그 누나의 옆에는 항상 다른 남자들이 있었다. 한동안은 황민현이라는 사람과 다니나 싶더니, 이제는 옹성우라는 사람이랑 같이 다니는 것 같고. 그리고 옹성우라는 사람이 나타나면서부터, 박지훈이 눈에 띄게 가라앉은게 보였다. 뭐라고 말이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위로해봤자인 것 같아 딱히 말은 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넌지시 건냈던 말에 박지훈이 크게 화를 냈던 것 같다. 그런 사람 아니라고. 그런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좋아하지도 않았을 거라면서. 그저 너무 착하고, 예뻐서 주위에 잔가시가 많은 장미일 뿐이라고. 시발.. 누가 그래? OO누나, 진짜 좋은 사람이야...
작게 욕까지 중얼거렸던 모습이 떠올라 발걸음을 멈췄다. 좋은 사람..
뒤를 돌아보니 그 누나가 멀뚱히 복도에 서 있었다. 표정을 보지 않아도 좋지 않다는 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박지훈 오늘 휴학계 내러 학교 오는데, 말이라도 해줄걸 그랬나 싶어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말을 아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오늘이 마지막일거니까.
*안녕하세요 메타메타몽몽입니다*
다음 편에서 이야기를 쉽게 풀기 위해 분량을 늘리려 애를 썼지만 성공했는지는 모르겠네요 ㅠㅠ
짧게 올렸던 학원물도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당
지훈이 학원물은 좋아해가 끝나고 후속작 전에 다 올라올 것 같습니다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은 항상 제게 힘이 되고 피드백이 되며 이야깃거리까지 됩니다
그리고 죄송한 점 하나 말씀하자면...
움짤이나 사진 찾는 데에 시간이 너무 소요되어서 이번 편은 추가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ㅠㅠ
허전하시더라도 이번 편만 양해를 구할게요 죄송합니다!
<암호닉>
1 / 고사미 / 설렘옹청 / 파요 / 사용불가 / 민주눅 / 예그리나 / 요정 / 댄싱쥬스 / 댕구리 / 월광 / 옹옹 / 말랑 / 1217
김떡순 / 초초 / 다민 / 10 / 짱짱맨뿡뿡 / 에인젤 / 백제쌀국수 / 라온하제 / 피크닉 / 에투 / 빵빰 / 햄아 / 디디미 / 짹짹 / 김수석
후또란 / 1116 / 곰탱이 / 스무날 / 째니재환 / 자몽 / 옹스더 / 옹옹 / 회장복숭아 / 지오 / 쑤쑤 / 기린 / 수달둥 / 햇살구름 / 푸린
호니 / 댕댕훈 / 뿜뿜이 / 녤뭉치 / 민향 / 등판39 / 영민이의토마토 / 윙깅이 / 호두찌 / 오서우 / 햇님 / 흰둥이 / 쁘띠믾연 / 래번클로
옹성우민현관린 / 블체 / 긴롱궈 / 리본 / 푸딩 / 포키 / 킹갓제네럴 / 비비빕
ㄴ> 어느새 암호닉도 이렇게나 많아졌네요..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