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리상 인간 75%, 피스틸 15%, 스테먼 10%, 베놈스테먼 4%, 안티스테먼 1%로 정하겠습니다.
* 음슴체주의
PISTIL BUS
w. 시타
A
" 제발 스테먼이나 조심 좀 하고. "
지 앞가림이나 잘할 것이지, 끽해야 인구 중 5%도 안 될 놈들. 피스틸도 극히 적은 비율이었지만 꽃을 단 한번도 새기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할 정도로 스테먼의 비율은 작디작았음. 그렇게 만나지 못할 수도 있으면서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공포에 떨어야 한다는 나 같은 존재들이 너무 싫어, 입술을 살짝 비틀며 핸드폰을 만졌음. 카톡 메시지창, 김선우. 발광하는 이모티콘들을 보니 오늘따라 더 개X랄력이 높은 것 같았음.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내려야 할 지하철역을 생각하고 있었음. 오늘은 고등학교 입학식 날이자 지하철을 처음 타 보는 날이었기에.
끼익 -
이젠 대략 다섯 정거장 정도 남은 것 같았음. 밖에서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회사원들과 학생들, 그와 동시에 이어폰을 두 귀에 꽂음. 잔잔한 팝송이 흘러나오며 덜컹대는, 약간 간질거리는 느낌을 느끼며 살짝 눈을 떴을 무렵, 맞은편에 앉아 있던 같은 교복 차림의 남자애와 눈이 마주쳤음. 단정한 머리와 단정한 어깨, 그 애의 눈빛은 속내를 알 수 없었음. 그 애의 시선이 내 목덜미를 훑는 동시에 소름이 쫙 돋았을 때 힘없이 떨어진 채 그 애의 발 밑으로 굴러가는 휴대폰.
주워야 하는데, 입 안의 살을 잘근잘근 깨물며 그 애의 행동을 바라보면 핸드폰을 큰 손으로 집은 채 가져가라는 듯 날 한번 쳐다보는 것이었음. 가져가라고? 지금? 주워가지 않는다면 가져갈 기세여서 계속 지켜왔던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음. 중심을 겨우 잡으면서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으려는 순간 중심을 잃은 채 그 애의 어깨를 탁 잡아버렸고 그 순간 핸드폰이고 뭐고 그 자리에서 도망가고 싶어졌음. 차라리 10분 기다려서 김선우랑 같이 갔어야 했어.. 뚱한 표정으로 그 애의 명찰을 바라봄. 이주연, 이주연, 그래..이주연.
" 언제까지 안겨 있으려고? "
뚱한 표정은 말 그대로 놀람이 되어 버렸고 얼굴이 그대로 빨개진 채 핸드폰을 낚아채 버림. 이건 샘오취리도 놀라서 에취하는 부분인가.. 아니면 수학자 파스칼이 가우스인 척 하는 부분인가.. 걍 이상한 애로 찍힐 게 뻔했음. 살짝 미소를 짓는 그에 억지미소를 지으며 몸을 뒤로 빼려고 했을 때 그에게서 약간씩 풍기는 독초 냄새에 인상을 살짝 찌푸림. 설마,..
등을 반 이상 차지하는 짙은 고동색의 나무는 피스틸이라는 증거이자 증표였음. 성인이 채 되지 않은 나이에다 생애껏 접촉해왔던 남자는 남동생인 김선우밖에 없었기에 내 나무는 꽃 하나 없이 황량할 것이었음. 나름 명문이라는 소문도 났지만 강당이 아닌, 굳이 운동장에서 입학식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건지 딴생각을 하며 발바닥으로 흙먼지만 일으키기 일쑤였음. 자꾸만 지하철의 그 남자애가 생각났음. 설마 베놈스테먼은 아닐까.
베놈스테먼, 인구의 약 4%를 차지하고 있는 스테먼의 일종임. 독초의 향기를 품고 있으며 피스틸을 아무 소리 못하게 정복해버릴 수 있는 힘을 소유하고 있음. 왜, 그런 얘기 있지 않은가. 피스틸인 공주가 베놈스테먼한테 걸려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다고. 왜냐하면 베놈스테먼한테 정복당해버린 피스틸은 다른 남자와 연을 맺는다면 중독사해버리거든. 그래서 피스틸한텐 베놈스테먼은 지극히 위험한 존재였음.
" ...맹세합니다. 201x년 3월 2일, 지창민. "
신입생 대표인 남자아이는 귀염성 있는 미소로 선서를 끝마쳤ㅇ -. 야, 쟤 귀엽지 않아? 갑자기 옆에서 태클을 걸어오는 같은 반이 된 10년지기에 그만 엿을 선사해 버림. 그래, 귀엽고 잘생기고 너 다 해 먹어라. 계속 먹금한 채 걸어가려고 해도 옆에서 팔짱을 딱 끼고 버티는 친구는 창민인지 뭔지 하는 신입생 대표를 입덕시켜주겠다는 큰 일념을 가지고 온 듯 했음. 야, 우리 3반에 잘생긴 애들 진짜 많이 왔잖아. 창민이라고, 아까 선서하던 애. 그리고 최찬희, 문형서, 이주연도 우리 반이래. 다 모르는 애들이잖...응? 이주연이라면, 아까 그?
" 야, 방금 이주연이라고 한 ㄱ.. "
" 내꺼야. "
" 뭐? "
" 대존잘님은 탐내는 게 아니란다. 같이 덕질하는 거지. "
뭐라는 거냐. 이상한 논리를 피는 친구한테 질질 끌려가서 맨 뒷자리에 착석. 창가 자리여서 좋긴 하네, 이번 1년도 저번 1년처럼 순탄하게 흘러가게 해주세요. 퍽, 야 저기 왔어! 지창민 왔어! 친구를 살짝 째려보곤 고개를 돌려보니, 왠걸 무슨 연예인인 것 마냥 다른 반 여자애들까지 몰려듬. 심지어 고학년 누나 팬들도 이 교실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날라 새치기와 우사인볼트급 달리기를 시전하면서 친히 행차하셨더라. 그런데 창민의 뒤에 있는 남자애는, 아까 지하철에서 본 그 이주연이 아니던가. 서둘러 고개를 숙임. 이게 다 1년 잘 보내게 해달라는 기도를 끊어버린 친구의 탓임. 이건 분명함.
저런 스타일의 담임은 키 순서대로 자리를 배치하거나 할 걸, 담임이 들어오자마자 호기롭게 말한 친구의 피셜은 정말 맞아떨어짐. 진짜로 눈대중 키 순서대로 자리배치를 한 것, 나는 지창민과 되었고, 친구는 이주연과 짝이 됨. 친구는 나랑 자리를 바꾸자고 칭얼댔지만 지하철에서의 눈물 나는 전적이 생각나기에 패스. 하지만 1분만에 그 선택과 결정을 후회하게 됨. 왜냐하면 짝이 정해진 이후로 지창민의 자리 겸 내 자리는 핫플레이스가 되었거든.
" 창민아! 이거 먹을래? "
" 잘생겼다 나중에 우리 반 놀러와 "
" 뭐라는거야 다 나가 내가 먼저야. "
시끄러운 걸 극히 싫어하는 나였지만 그럴 때마다 창민이 나 울릴 꼬야? 같은 애절한 표정으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 마음이 스르르 녹아버림. 역시 지창민은 지창민이고, 사랑둥이고, 만인의 신입생 대표이자 입덕요정이었음. 그래, 그건 그렇다 치는데 그것보다 더 난감했던 건 지창민의 친구들과 엮여버린 것. 문형서는 특유의 나른한 표정으로 어 오늘 여주의 머리는 어떻네 어제 머리보다 더 별론데 이런 식으로 말도 안되는 머리칼 평가를 해댔고 최찬희는 그 옆에서 무표정으로 날 빤히 쳐다봄. 그리고 이주연은...
" 지하철. "
" ..무.......뭐. "
" 너한테 좋은 향기 나. "
아, 그러셨어요? 계속 가까이 다가오려는 주연과 나 사이를 가로막는 창민에 사건은 맨날맨날 일단락됨. 뭔 개수작이야, 창민이 쏘아붙이자마자 인상을 꾸기고 창민의 머리통을 힘껏 누르고 감. 일단 지창민은 스테먼도 피스틸도 아닌 것 같았음. 그리고 이주연은 절대 베놈스테먼이 맞는 것 같았음. 웃고 있다가도 무표정으로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다리 힘이 풀리려는 것을 온 정신으로 참아야 했음.
입학식 일주일 후, 지창민이랑 제법 편한 사이가 됨. 그렇게 많이 친한 건 아니었지만 수업시간에 장난도 치고 누가 졸거나 하면 볼 꼬집고 등짝도 때림. 친구는 어떻게 친해졌냐면서 굳이 내 자리까지 와서 칭얼댔고 그로 인해 창민이랑 친해짐. 그러던 어느 날 창민이 나한테 무뜬금 고백을 하기 시작함. 그것도 쪽지로.
[ 나 사실 2반에 윤미미 좋아해 ]
와 천하의 지창민도 누군가를 좋아하긴 하는구나, 짜식. 썩소를 지으면서 창민의 팔꿈치를 꼬집으면 비명을 삼킴. 왜냐하면 제일 무서운 수학 수업시간이어서, 어쨌튼 나와 창민은 윤미미 얘기를 하다가 피 같은 수학시간을 날려버림. 그래서 지창민은 그 날 점심시간에 빵하고 우유를 사 줘야 했음.
" 치사하네 그깟 수학 시간 날린 거 가지고. "
" 수학 1등급인 너한테는 그깟이겠지;; "
다이어트 한다고 안 먹었던 친구때문에 교실 가는 길에는 지창민과 나 단 둘이었음. 둘이 있으면 무슨 심오하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만 할 것 같지? 절대 아님. 오히려 더 장난치고 그럼. 근데 오늘은 주연이 있는 댄스동아리를 간다나. 여주 너도 갈... 안 가. 창민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봐도 먹금할 수 밖에 없었음. 요즘 이주연을 피해다니는 중이라서.
" 먼저 들어가. "
" 알았어 이따 봐~ "
동아리실 문이 닫히자마자 복도는 왠지 모르게 적막했음. 몸을 틀어서 계단을 내려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맨 끝 동아리실에서 쾅 소리가 나더니 나만치 작은 여자애가 뛰어나와서 부딪히고 감. 자세히 보니까 윤미미네. 그런데 저기 뭐가 있길래 그렇게 서두르는 걸까. 귀신이라도 있을까. 약간의 호기심을 품은 채 문이 열려 있는 동아리실 안을 들여다보면 그곳에는 귀신도 유령도 아닌,
" ....? "
" 미행, 했냐? "
미행이라니, 난 너한테 관심도 없는데.. 라는 말을 차마 하진 못하고 땀에 절은 찬희의 앞머리를 바라봄. 방해했으면 미안, 서둘러 나가려고 해도 속절없이 잡혀버리는 손목. 아니면 너, 그런 데 취미 있냐? 뭐라는 거야. 나 화났어요라는 표정으로 최찬희를 노려보면 강렬한 눈빛으로 날 쏘아보길래 자연스레 눈을 깔아버림.
" 그 둘 다 아니면, 내 눈에 밟히지 마. "
가..같은 반인데..? 아무 말도 못 하고 벙찐 채 찬희를 올려다보니 손목을 거칠게 놓곤 쌩 하고 동아리실 밖으로 나가버리는 찬희. 싫어하는 건가..? 그러고 보니까 다른 여자애, 특히 내 친구한테는 웃으면서 잘해줬는데 나한테만 뚱한 표정을 지었었던 게 기억남. 결국 난 그렇게 치부해버리기로 함. 최찬희는, 날 싫어한다.
/
시타입니다 !
첫 빙의글이고요, 더보이즈 98즈 멤버들로 써 보고 싶어서 피스틸버스로 써 봤습니다 !
재밌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