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Jerry
Pro A.
너는 내가 하는 말에 절대 공감 못할거야, 나는 남우현이라는 사람의 옆에서 머무는 공기거든? 진짜 내가 살다 살다 이런 자식은 처음본다. 얘 아빠가 누군지 아니? 무려 S전자 대기업 부장이셔, 모든 사람들에게 칭송 받고 존경 받는 사람이지. 게다가 집 주인 남우현은 S대 수석 출신이야, 얼마나 공부 잘하는지 알겠지? 근데 난 진짜 이해 안 가는게, 도대체 왜 얘가 일을 안 나가는지 모르겠다고! 맨날 집에 들어와서 친구들이랑 술이나 쳐마시고, 글쎄 술 취해서 하는 짓이 뭔지 알아? 전 여자친구인지 아니면 뭔지 잘 모르겠는데 항상 누구한테 전화를 해! 그래놓고 '야~ 너 아냐? 내가 바로 남우현이라고, 나 S대 수석 출신이라고, 너 아냐고!' 이러면서 별 진상을 다 떤다니까? 맨날 다 늘어진 회색 츄리닝 바지 입고 맨발로 바닥 스치는 소리만 내면서 돌아다니는게 S대 수석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아까울 정도로 한심한 자식이라니까.
취직? 그래, 구직을 하긴 해. 신문도 막 열개는 가져와서 넘겨보고, 넘겨보고… 그런데 정작 하루에 전화하는 곳은 2곳도 채 안돼, 그 두 곳도 싸우고 끝내, 매일 '내가 누군지 알아요? S대 수석 출신 남우현이에요!' 하고 끊어, 도대체 그 근자감이 어디서 나오는거야, S대 수석 출신이면 뭐해, 일을 못 하는데. 게다가 일을 구할땐 얼마나 까다로운지, 4대 보험 됩니까? 퇴직금은 얼마정도 합니까? 별 말을 다해, 그것도 제 맘에 안들면 다 끊어버려, 아니 한낱 백수 주제에 뭐 그렇게 따지는게 많은지…! 한심해 죽겠어, 공기인 내가 봐도 이 아이는 진짜 이상해.
여자친구? 물론 있지, 너희들이 상상하는 것 보다 남우현은 외모는 꽤 생겼어, 학창시절에는 여자 여럿 울렸을거 같은데. 아님 말구, 여튼 항상 집에 데려오는 여자친구 있긴 있어, 외모도 엄청 예쁘고, 청소도 몇 번 해주는거 보니까 정말 일등 신붓감이더라, 게다가 회사는 디자인 회사를 다니는데 월급도 빵빵한가봐. 우현이 마구마구 사랑해주는 거 보면 그럴만도 하더라.
근데 예전에, 전 여자친구 얘기를 한번 했었는데, 그때 너가 남우현 표정을 봤었어야 해, 엄청 썩어서 완전 썩창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썩었었거든, 내가 듣는 바에 의하면, 우현이 S대 입학할때 그 여자친구를 찼나봐, 너는 내 수준에 안 맞는다고. 여자친구는 지방대 출신 이라고 막말을 하면서 찼나봐, 근데 그 여자애가 엄청 매달렸는데도 우현이 수준떨어진다는 식으로 막 말을 하는거야, 난 듣는 입장이고 조언은 아무것도 못해주지만 참 한심했지, 지금 백수인 주제에 뭘 그렇게 따져? 여자애는 지방대여도 지금쯤 좋은 회사에 취직했을지도 모르는데, 현재 여자친구는 그 말을 들어주면서 물론 우현이한테 뭐라고 했지, 우현이는 딱히 느끼는게 없어보였지만 진짜 남우현 이자식은 지금 여자친구 잘 잡아야 할거 같아. 아니면 남우현 미래는 진짜 그냥 암흑이거든.
요즘 일을 좀 구하는데, 너 아이돌 그룹 무한별희 알아? 거기멤버인 엄청 잘생긴 김명수 알지? 걔랑 얘랑 친해, 몇년 절친인가봐, 맨날 놀러와서 둘이 술 까먹고 노는거 보면 진짜 친한 사람이긴 해. 요즘 명수가 매니저 일이라도 하라고 매니저직 알아보는데, 우현이 오는 사람 마다 다 거절해, 김명수가 남자고 아직은 신인쪽에 가까워서 남자연예인 하고만 친한데, 시커먼 남자 연예인 따까리 일은 하기 싫다는거야, 역시 S대 수석. 따지는거 존나 많아. 근데 나 같아도 거절은 하겠다. 어쨌든 조만간 계속 김명수가 가져다 줄 테니까, 아마 누구 매니저는 하겠지…
뭐? 누구? 그래, 너 얘기 들어나보자, 넌 누구 옆에 사는 공기인데?
Pro B.
난 대한민국 간판 스타! 솔로가수 김성규 옆에서 사는 공기야, 여기 공기 질은 어떠냐고? 사실 일반 사람하고 다를거 별로 없어, 아이돌 스타라고 오줌 안 싸고 뭐 그런거 아니니까, 근데 여기 살면서 제일 안 좋은 점은 인스턴트 식품 공기와, 차 안의 공기를 제일 많이 만난다는 점이야. 그리고 가끔 차에서 내리는 날이면 팬들의 침이 얼마나 튀기는지… 진짜 그 주둥이들을 하나하나 다 틀어막을 수도 없고 정말 승질나 죽겠다. 그리고 약간 은밀할 때도 있는데, 그건 나중에 말해줄게! 일단 성규는 어떤 사람이냐면, 매우 싸가지가 없어. 진짜 싸가지 없어. 얘가 어느대 출신이고 어느 바닥 출신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진짜 싸가지가 없어, 하나하나 기자한테 다 조근조근 말해주고, 팬들한테 팬서비스 쩔고, 그런 김성규는 다 바깥 사람이지. 안 사람으로 치자면 이만한 싸가지 더 없을거야, 거남이라는 실장 한 명이랑 같이 다니는데, 둘이 은근히 이상한 느낌 많다니까? 성규가 거남이를 잘 따르는거 같아! 그 외 나머지 한테는 어떠냐고? 말로 할 수 없지.
일단 여자 연예인 하고 단 한명도 안 친해. 거리감이 있는건지 숫기가 없는건지는 모르겠는데 여자 게스트만 나오면 경직되가지고 말 한마디도 못하고 나오는 꼴이 볼만 했다니까, 저번에 어떤 여자가 성규한테 핸드폰 내밀고 번호 좀 달라고 했었는데, 성규가 손으로 핸드폰 쳐서 떨어트린거 알아? 진짜 그때 여자 연예인 표정, 웃겨 죽는줄 알았어. 그 여자가 사실 좀 싸가지가 없어서 그때 좀 통쾌하긴 했지만, 여튼 이만큼 예의도 없고 뭣도 없어. 근데 딱 하나 좋은 점은 뭐냐면, 노래를 잘 한다는 점?
요즘 아이돌 스타 장난 아니잖아, 가사를 보면 다 거지같고 춤도 그지같고. 내 눈이 다 썩어들어간다 증말. 요즘 쏟아져 나오는 신인들 보면 도저히 눈을 못 떠주겠어. 그 중에서 몇몇 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튼 우리 성규 만큼은 아니라는 거지. 얘가 어떠냐고? 목소리 한번 죽여줘. 여자애들이 다 여기에 넘어갈거 같은 기분, 가끔 집에 남을때면 노래 연습을 하는데 목 풀때는 웃겨 미치지만 노래 부를때는 진짜 공기인 나도 반할뻔했다니까, 정말 잘 불러. 게다가 작사도 잘 해! 가사 쓴걸 몇번 봤는데 너무 시적이야. 가수로서의 자질은 정말 충분한데. 성격만 고치면.
연예인들 여자친구, 연애 이런거 궁금하지? 난 몇번 봤는데. 말해주자면 사귈사람은 다 사귀는 법이야. 성규? 성규 팬들 안심해, 성규는 없어. 왜냐고? 성규는 류거남 하나면 다 되거든, 다. 친한 남자 연예인이라고는… 음, 요즘 뜨는 핫한 그룹 무한별희 알아? 거기서 이성열이랑, 김명수랑, 이성종 하고는 친해. 얘네 셋이서 성규를 잘 따르거든, 이호원이랑 장동우라는 사람은 잘 모르겠어, 아직 좀 어색한 거 같기도 하고… 이성열이랑 김명수랑 셋이서 제일 친한거 같아! 명수가 매니저 하나 더 구해준다고 그렇게 성규한테 애를 쓰는데 성규가 자꾸 싫다고 해. 얘가 숫기가 없는지 낯선 사람 만나는걸 질색으로 여기거든, 명수도 괜히 매니저로 들어올 사람 파탄나는거 아닌가 심각하게 걱정하는거 같긴 한데, 요즘 성규 일이 너무 늘어나고 류거남 혼자서는 다 할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한 명 구할거 같긴 하더라고.
아 여자친구? 없다니까, 걱정하지마… 뻥치지 말라고? 그럼 하나 말해줄까? 사실, 무한별희의 이성종이랑, 상큼상큼의 김레몬이랑……. 여기까지 할게! 너네 퍼트리면 죽는다! 또 반찬 맛 없다고 김성규 책 던지고 난리났다. 나중에 봐! 먼저 갈게!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한 번은 있을 법한, 보편적인 이야기, 바로 내일, 1월 25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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