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Jerry
빨리 옮겨요, 여전히 좋지만은 않은 말투가 울렸다. 빨간 캐리어, 딱 성규와 마주치자마자 빨간 캐리어가 성규의 눈에 들어차는 순간 내뱉는 말투는 여전히 가시가 돋쳐 있었다. 빨간색을 참 좋아하나 보네요. 우현은 신경 하나 쓰지 않고 캐리어를 계단 위로 올렸다. 망원동에 위치한다던 집은 혼자 살기에는 내부는 넓었지만 엉망이었고 딱히 성규의 성격만큼 깔끔할거라 예상했던 집은 너저분했다. 남자가 쓰는 방이라고 생각될만큼. 깔끔을 원칙으로 사는 우현에게는 딱히 반가운 집은 아니었다. 매니저가 출근을 하면서 살 수도 있지만 예상보다 조금 먼 거리와 많은 스케줄 덕분에 출근이 불가피 하게 늦어지는 것 보다는 같이 사는게 나을거라는 회사의 방침이 영향이 컸다. 처음에는 말도 안된다며 난리를 쳐대던 둘도 '너네 다 망할거야?' 라는 말에 결국 꼬리를 내렸다.
아래 걸리적 거리는 것들을 발로 휘저어 도달한 방은 조그만했다. 가장 큰 방을 성규 혼자 쓰고, 2층침대가 머무는 방은 거남과 이번에 신인 여가수를 맡을 회사 이사, 결국 마지막 남은 가장 조그만 방을 우현이 쓰게 된것이다. 빨간 캐리어를 구석에 놓고, 앞에 놓인 행거를 쳐다보았다. 뭔 옷이 이렇게 많아, 곧 시선을 돌리니 문 너머로 고개를 빼꼼 내민 성규가 보였다.
" 뭘 봐요 " " 여기 내 옷방인데, 쓸데없이 옷 건드리지 말아요 "
거, 참… 제가 그럴사람으로 보입니까? 우현은 불만스럽게 토를 달았다. 성규는 당연한거 아닌가? 하며 긍정의 표시를 내비쳤다. 그러더니 고개를 쏙 빼서 제 방으로 향했다. 퍼져 누워있던 우현이 벌떡 일어나 잡아서 잔뜩 때려주려 했지만 금세 다시 주저앉았다. 저걸 그냥… 아직 스케줄 전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있었다. 오늘 처음 본 거남 실장 이라는 사람이 이번에는 화보 촬영이라 의상이 필요 없다고 말해두어 의상을 공수하러 가는 귀찮은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었다. 바닥에 드러누워 핸드폰을 부여잡았다. 집에 가면 티비도 맘대로 쇼파에 누워서 보고 할수 있는데, 다른 집에 들어오니 확실히 조금은 불편했다. 어느정도 살면 익숙해지겠지만 그게 언제일지도 모르고, 우현은 그저 찝찝하기만 했다.
스마트폰 화면을 한참을 대기상태로 놓아 까매진 화면을 한번 터치하고, 네X버 앱을 틀었다. 실시간 검색어 뭔지 볼까? 하고 4위. 무한별희 라고 써져있는 실시간 검색어 부분을 터치했다. 당당히 1위에 있는 김성규 츄리닝이 보였다. 성규 츄리닝? 나름 제 담당 연예인의 연관 검색어라 궁금했는지 우현은 검색어를 터치했다. 터치하자마자 주르륵 나오는 기사, 제목은 거의 비슷했다. '내추럴함이 돋보이는 김성규 츄리닝, 완판!' 기사를 터치하니 내용은 저번 토크쇼에서 입었던 츄리닝이 유행을 탔다는 얘기였다. 그거 김성규게 아니라 내 건데… 우현은 속으로 분한듯 중얼거렸다. 어제 방송했구나, 왜 모니터도 안하지? 우현은 나름 뿌듯한 마음에 만인의 소통 앱. 카카X톡을 열었다. 연예인 김성규. 라고 되어있는 이름을 클릭하고 1:1 대화버튼을 눌러 메세지를 입력했다.
ㅡ '봐봐요, 내가 내 츄리닝 유행할거라 했지? 서울대 출신 츄리닝은 다르다고 했죠?'
뿌듯한 마음에 메세지를 보내놓고 우현은 게임을 틀었다. 요즘 유행하는 리듬게임! 로딩화면이 느려 하얗게 뜬 화면을 마구 터치하고 있는데, 알림이 울렸다. 우현은 로딩되던 게임을 바로 끄고 메세지 창으로 들어갔다.
'그걸 꼭 메세지로 보내야 되요? 그냥 와서 얘기하지?' ㅡ '귀찮은데요, 성규씨가 오세요'
그러네요, 만족스러울거라고 생각했던 답변과는 틀리게 가시가 잔뜩 돋은 말투에 우현이 퉁명스레 답장을 보냈다. 다시 게임을 하려는데,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는지 칼같이 빠르게 답장이 또 왔다. 결국 우현은 다시 메세지창으로 들어갔다.
'내가 왜요? 몸 값 높은 사람은 움직이는것도 비싸요' ㅡ '서울대 출신도 몸 비싼데요'
몸값? 말도 안되는 소리하네, 우현은 바닥에 누워서 혼자 코웃음을 쳤다. 다음에 오는 메세지는 그냥 씹을 생각으로 게임을 틀었다. 도대체 몇 번을 틀었다 껐다 하는거야, 게임을 틀고 시간이 조금 지났어도 메세지가 울리지 않았다. 할 말이 없어서 메세지를 씹나, 하던 순간 알림이 울리며 상단바에 메세지 내용이 보였다. 생각보다 유치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ㅡ'그나저나 매니저란 사람이 모니터도 안 해요? 쓸데없이 이제와서 그런걸 물어봐?'
우현은 유치한 내용의 메세지를 미리 읽고는 아까마냥 코웃음을 쳤다. 행동하는 거나 말하는 것을 보면 어른 같은데 정신세계는 딱 어린아이였다. 무시하고 게임 스타트 버튼을 누르는 순간 또 상단바에 하나의 메세지가 다시 떴다. ㅡ '왜 답장을 안해요? 내 말이 우스워요?'
메세지를 보고 눈꼬리를 휘어내려 웃음을 지은 우현이 결국 게임을 다시 껐다. 이런 초딩같은 사람을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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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 지나지 않아 성규는 먼저 제 방을 찾아왔다. 아까마냥 고개를 빼꼼 내밀고 영화볼래요? 하는 모습은 예전처럼 얄미운 모습만 가득 채우고 있지 않았다. 우현이 귀찮아요, 하고 대답하며 게임을 하며 화면을 마구 터치하는데 성규가 핸드폰을 확 빼앗아 들었다. 아까 있던 상황에서 자세를 바꿔 엎드려 핸드폰 화면을 보던 우현이 갑자기 제 손 안에서 사라진 핸드폰이 황당했는지 고개를 들어보였다. 제 위에서 핸드폰을 들고 아래를 내려다 보는 모습이 처음 마냥 싸가지가 없어 우현이 한숨을 쉬고 결국 자리에서 일어섰다.
" 유치해서, 나 참 " " 누가 유치해요? 쓸데없이 게임 하는것 보다 마음의 양식을 쌓으려면 영화가 더 좋아요. 그러니까 영화보죠 "
의기양양한 말투에 우현이 졌다는 듯 성규의 등을 밀었다. 알았으니까 나가요, 까탈스런 성규가 어깨에 놓여진 우현의 손을 쳐내며 방을 빠져나왔다. 거실에는 이미 언제 사왔는지 봉지 팝콘이 3개나 놓여있었다. 콜라 역시 1.25L 한 병이 놓여있었다. 우현이 제법 영화관이 나는 분위기에 기대되 끄트머리에 놓여진 쇼파에 앉았다. 앞 티비를 보니 일시정지가 되어있었다. 영화를 보다 같이 보고 싶었는지 저를 부른 모양이었다. 우현이 자연스레 앞 상에 놓여진 봉지 팝콘을 뜯었다. 그리고 손을 넣어 팝콘을 꺼내 와구와구 소리를 내며 입 안에 집어넣었다. 나름 맛있네, 무얼 하는지 주방에서 뒤적거리던 성규가 곧 거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자마자 뭐가 또 심기가 불편했는지 성규가 신경질을 내기 시작했다.
" 아 왜 팝콘 지금 먹어요! " " 왜요, 뭐 어때서 "
아 그거 영화 시작할때 먹는건데! 쓸데없는 것에 맘에 들지 않는지 성규는 손에 들려져 있던 컵 세잔을 상에 재빨리 내려놓고서는 우현이 들고있던 과자 봉지를 빼앗았다. 우현이 억울한 표정으로 과자를 뺏어가는 성규를 보고만 있자 성규가 뭘 봐요, 하고 퉁명스럽게 답하고서는 우현의 옆에 자연스레 앉았다.
" 아, 팝콘 내놔요 "
손을 뻗자 성규가 탁상 위에 있는 과자 세개를 모조리 제 품에 가져왔다. 우현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성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리모컨을 들어 영화를 시작시켰다. 큰 모니터가 약간은 맘에 들었다. 생활비가 부족해 좋은 집에서도 작은 모니터로 봤던게 흠이였는지 큰 모니터로 영화를 보는 것은 다름 아닌 신세계였다. 불도 다 꺼놓고 음산한 분위기의 영화가 시작되었다. 까만 화면에 그림자만 진 화면이 아무래도 성규가 공포영화를 튼 듯 싶었다. 장면이 나오고 몇 초 지나지 않아 금세 우현의 손에는 팝콘이 쥐어졌다. 과자 봉지 두개를 들고 눈을 가렸다 말았다 하는 모습이 웃겨 우현이 손으로 성규가 붙든 과자 봉지를 빼앗았다. 그러자 놀란 성규가 큰 눈으로 우현을 쳐다보며 화를 냈다.
" 아, 뭐하는 거에요! " " 이렇게 쫄아서 뭘 보겠단 겁니까? 사내가 한심해서… "
누가 쫄았데요?, 참. 성규는 새초롬 하게 노려보더니 금세 우현의 한 손에 들린 과자 봉지를 다시 빼앗았다. 우현은 제 과자봉지에 있는 과자에 손을 집어넣어 다시 팝콘을 꺼내 먹으며 성규에게 물었다.
" 아니 근데 사람은 두명인데 왜 컵도 세개고 과자도 세개에요? " " 거남이형 올거에요 "
아, 그분. 우현은 가볍게 대답하고는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다. 교복을 입고 긴 머리의 소녀가 달달 떠는 손을 보이고 있었다. 요즘은 학생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가 많이 나온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이 영화가 그런 장르 중 하나인 듯 싶었다. 옆을 돌려 고개를 보니 성규는 이미 집중했는지 손톱을 물어뜯으며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약간 지루한 느낌이 없지않아 있어 결국 우현은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명수에게 문자가 와있었다. 내용을 확인하니 뭐하냐, 하는 별로 영양가 없는 내용이었다. 영화가 지루하지 않았다면 금방 넘겼을 문자였지만 지금은 할 일이 딱히 없으니 우현은 답장버튼을 눌렀다. 김성규랑 영화본다.
그리고 곧 다시 진동이 울렸다. 판을 깨는 소리에 성규가 흘끗 노려보면서 눈치를 주었지만 우현은 신경도 안쓰고 명수의 문자내용을 살폈다. 친해졌냐? 성규형 비위 맞춰주기 존나 힘든데. 내용은 성규와 친해졌냐 묻는 내용이었다. 우현은 갑작스런 뒤통수 맞은 느낌에 친해지긴 개뿔, 그걸 알고 있으면서 이런 새끼 매니저 자리를 소개시켜줬냐? 하며 잔뜩 비꼬는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명수의 답장은 한풀 누그러진 말투였다.
- '아, 성규형 기가 너무 세서 제어할 수 있는게 너 밖에 없어 보여서'
좋은 의미로 해석하면 기가 세다는 의미지만 나쁜 의미로 해석하면 너도 김성규 만큼 싸가지 없으니까 임마. 이뜻이었다. 우현은 됐다, 하고서는 핸드폰을 제 주머니로 집어넣었다. 다시 티비로 시선을 돌리니 음산한 분위기의 화면이 모니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한 여자가 다른 여자의 목을 붙들고 있었다. 옆을 보니 성규가 잔뜩 겁을 먹고 제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을줄 알았더니 태연하게 핸드폰 화면을 보고 있었다. 우현이 성규를 툭툭 건들며 물었다.
" 영화 안 봐요? " " 알아서 볼 거에요 "
우현은 알아서 본다는 성규의 말에 수긍하고는 다시 티비로 고개를 돌렸다. 무서운 장면이 시작되어 효과음이 웅장했고, 생각한것 보다 무서운 화면들이 모니터에 비춰졌다. 우현도 긴장을 가지고 화면을 계속 쳐다보다 옆을 슬쩍 다시 흘겨보는데, 아직도 여전히 핸드폰에만 시선을 고정 시킨 성규가 보였다. 이 사람이 자꾸 티비를 안보고 핸드폰만 보네, 설마… 하는 마음을 가지고 우현은 다시 한번 성규를 툭툭 건드렸다.
" …김성규씨, 무서워요? " " ……예? "
곧이어 성규는 핸드폰에 고정시켰던 시선을 우현의 얼굴로 옮기더니 당황한 기색을 여실히 드러내며 대답했다.
" 아니요, 아니에요… 하나도 안 무서운데? "
수상한 느낌을 팍팍 풍기는 성규에게 우현은 한 건 잡았다는 듯 마구 놀려대기 시작했다.
" 에~이, 김성규씨 무서워 하는거 맞네, 그래서 같이 보자 한거죠? " " …무슨, 말도 안되는… 제가 이런 쓸데없는 영화 하나를 무서워 할거 같으세요? "
그러더니 성규가 고개를 돌려 티비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똑바로 화면을 응시하는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 잘못 생각했나? 하며 역시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머리채를 잡고 뜯으며 제 살들을 후벼파는 장면이 이어지더니 으악, 제대로 비명을 지를 만큼 끔찍한 얼굴이 화면에 드러났다. 우현 자신도 헉, 하며 숨을 들이킬 만큼 놀랄만한 얼굴이었는데 옆에서는 비명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진짜 잘 보나? 하며 다시 옆을 쳐다보는 순간, 멍을 때리고 있는 성규의 얼굴이 보였다. 우현은 성규의 얼굴 앞에 손을 마구 움직이며 상태를 확인했다.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성규가 몸을 떨며 우현을 쳐다보았다.
" 너무 무서워서 정신 나갔어요? " " 아뇨, 무슨… 잠깐 딴 생각 좀 했네요… "
우현이 그래요? 하고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다시 티비로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문을 여는 소리가 울렸고 우현과 성규 역시 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거남이 깜깜한 집안을 둘러보며 불을 켰다. 성규가 불이 켜지고 거남이 온 것을 보고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남한테로 달려갔다.
" 형! " " 어, 뭐하고 있었어 "
안기까지는 안하고 그저 달려가서 거남이 들고 있는 비닐봉지를 받아드는 모습이 꽤나 자연스러웠다. 영화봤어, 별거 아니라는 듯 답하는 모습이 꼭 해맑은 아이같아 우현은 그런 성규의 모습이 낯설기만했다. 자신에게는 마냥 털을 세우는 고양이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비춰졌다면 거남에게는 꼬리를 내리고 순종하는 강아지 같았다. 거남이 영화봤다고? 하며 부모처럼 대답하더니 화면을 슬쩍 들여다 보았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빨간 눈빛을 가진 여자가 화면에 비춰지고 있었다.
" 이거 공포영화 아냐? 너 무서운거 못보잖아 "
딱 걸렸네, 우현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에반해 성규는 당황했는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거남이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다시 한번 성규에게 말을 건넸다.
" 김성규 말 좀 해봐, 웬일로 공포영화를 보셨어 " " 무슨소리야… 형, 나 공포영화 잘 봐, "
뻥치시네, 얼마전 까지 극장 갔을때도 너 공포영화 죽어도 싫다며 지랄했던거 기억 안나? 거남이 바닥에 주저 앉아 자연스레 상에 올려진 팝콘 봉지를 뜯으며 말했다. 성규가 딱히 좋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거두며 한숨을 쉬었다. 성규의 입장에서는 죽어도 눈치없는 거남이 미웠다. 저 혼자 몇번 생각을 하는거 같더니 곧 성규는 방으로 힘 없는 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거남이 팝콘을 입에 집어넣으며 방으로 걸음을 향하며 물었다.
" 야, 너 영화본다며 어디가 " " 아 몰라…! 나 잘래 "
쪽팔려 미치겠지? 우현은 속으로 꼬시다는 생각을 했다. 그에 반해 거남은 뭔 상황인지 모르는지 그저 과자만을 손에 담아 입에 집어넣기를 반복했다. 그러더니 우울해 보이는 성규를 눈치 챈건지 왜 저런데? 하고 팝콘을 다시 입에 집어넣으며 우현에게 물었다. 우현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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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어둑어둑한 밤이 되고, 결국 성규랑 보기 시작한 영화는 거남과 함께 끝을 맺었다. 우현은 피곤한 기색으로 기지개를 펴며 일어섰고, 거남은 먼저 자러 들어간다며 제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현은 안녕히 주무세요, 하고서는 인사를 건넸다. 상에 있는 쓰레기들을 근처 쓰레기통에 버리고, 컵을 설거지통에 가져다 놓고 우현도 제 방에 들어가려는데, 반대쪽에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성규가 잔뜩 차려입고 나온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마치 스케줄을 가는 거 같아 우현이 먼저 성규에게 물었다.
" 어디가요? 오늘 밤 스케줄 없는데 " " 그건 쓸데없이 우현씨가 알 필요 없는데요 "
성규는 다녀올게요, 하고서는 곧바로 집을 나섰다. 우현은 약간의 의구심이 들어 방에 들어가려던 걸음을 멈추고 신발을 신고 밖을 나서는 성규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혹시 요즘 밤에 비밀연애 많이 한다는데 그거 아냐? 무언가의 특종이라도 얻었듯 우현은 거실에 있는 창문을 통해 밖을 쳐다보았다. 집 앞에는 큰 차 하나와 중년의 남성 한명이 성규를 맞고 있었다. 의외의 인물에 우현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여자랑 데이트 할 줄 알았더니… 아는 사람인가? 하고서는 조금 더 시선을 떼지 못하고 이어갔다. 중년 남성은 성규의 어깨에 어깨동무를 하더니 점점 손을 내려 성규의 엉덩이 근처로 손을 옮겼다. 우현은 마치 충격적인 스캔들을 포착한 기자마냥 긴장을 늦추지 않고 그 둘을 쳐다보았다.
그때, 차에 오르려던 성규가 뒷주머니를 뒤지더니 곧 다시 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우현은 무언가 보면 안될것을 포착한 사람 마냥 재빨리 창문에서 고개를 떼어냈다. 곧 문이 여는 소리가 돌리고, 성규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까 아이마냥 화를 내던 사람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뿜어내고 있었다. 시선이 틀려진 걸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그랬다. 성규는 쇼파에 앉아있는 우현을 보더니 의아한 듯 말을 먼저 건넸다.
" 뭐해요? 안 자고 " " …아, 잘려구요 "
그래요? 그러세요. 쓸데없이 시간낭비 하는것 보다야 체력보충이 낫죠. 습관인 마냥 '쓸데없이' 를 붙이며 대답한 성규가 쇼파 끄트머리에 놓인 지갑을 줍더니 곧 다시 신발장으로 향했다. 그런 성규를 지옥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천사 처럼, 현실에 들어가려는 초등학생을 막는 사람 처럼, 우현은 불렀다.
" 성규씨…! "
그제야 신발을 신으려던 성규가 고개를 돌리고 우현을 쳐다보았다. 왜요? 묻는 표정이 평소 같아서 더 무서웠다.
" …제가…어쩌다, 지금 상황을 다 봤거든요… " " ………. "
우현의 말에 성규의 풀어졌던 표정이 급격히 굳어갔다. 눈 마저 굳어있는 모습에 우현이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더듬거렸다. 성규는 재촉도 하지 않았고 그저 가만히 그 상황을 수긍하듯 우현을 쳐다보았다. 그제야 우현이 말을 이었다.
" 전 성규씨 뭣도 아니고, 제가 남 인생에 끼어드는걸 별로 안 좋아해서, 가지 말라고도 안 하고, 하지 말라고도 안 할건데 " " …그런데요? "
우현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거리며 성규의 물음에 답했다.
" 하고나서, 후회하지는 마세요 "
성규는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신발에 발을 구겨넣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우현은 다시 창문으로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 볼 자신이 없는 것이 아니라 보고싶지가 않았다. 아무 감정 들지 않았다. 연민, 혹은 분노 둘 중 아무것도 마음에서는 일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아이돌이 몸을 대준다더라… 남자 아이돌, 여자 아이돌 상관 없이 스폰이 유행이라더라…' 하던 말들이 떠올랐다. 그게 사실일 줄은 몰랐는데. 그게 이런 싸가지없는 가수가 할 줄은 몰랐는데.
우현은 곧 기지개를 한번 펴더니, 방으로 향했다.
사담!
일. 컴퓨터 2차 포맷! 덕분에 다 날리고........ㅁ7ㅁ8......... 헐ㅠ▽ㅠ 내 파일들...... 또르르... 아이팟 유저는 아이튠즈부터 끝까지 전부 다 깔아여... 진짜 살기 힘드네... 흑...................................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혹시 단편 소재좀 주실분? 세부적으로 설정만 몇몇 해주신다면 암호닉 두분께 드릴게요 ㅠㅠ! 쓰는 이유는 단편방이 너무 썰ㅋ렁ㅋ해............댓글에 소재 몇개 써주시면 바루 씀돠ㅠ0ㅠ!!!!!!!! 대신 2개!!!!!!! 삼. 지금까지 안자다니 뗵!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잠돠 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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