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Jerry
열애설이 뜨고, 핸드폰이 불티나게 울렸다. 아직 인맥도 없고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기자들도 번호를 잘 모르는데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전화기가 징하게 울리고 있었다. 처음 전화를 받았을땐 아닙니다, 아니에요를 반복했지만 이제는 전화기를 꺼놓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아무일 없던 것 마냥, 예전 처럼 쇼파에 일자로 누워 과자를 하나씩 집어넣고 있었다. 처음 마주쳤을땐 싸가지 없는 사람이었고 두번째는 가수였고 세번째는 스폰하는 아이돌이었으며 네번째는 친한 연예인이었고. 지금 마주치면, '내 가수' 라고 부를 것 같았다. 열애설도 열애설이지만 일단 기자에게 둘러쌓여 공항에서 마냥 쭈구리처럼 걸어갈 성규의 모습이 눈 앞에 훤히 드러났다. 거남이형이 어느정도 막아주긴 하겠지만 한명으로는 한계가 있을게 분명했다. 스폰을 하던, 열애설 난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던 기자들에게 혹사당할 모습에 걱정이 먼저 들었다. 우현은 그러면서도 여전히 과자를 야금야금 씹어먹었다. 알아서 잘 되겠지, 그러겠지. 안일한 착각이고 추측이었지만 그냥 그렇게 덜 신경쓰고 싶었다. 결국은 딱히 책임감에 목메이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우현은 먹던 과자를 씹다가 모르고 제 손을 깨물고 있었다.
결국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내가 무슨 행동을 해야지 김성규한테 가장 좋은 일일까. 무언가로 골치아플일이 하나도 없던 머리에 무언가 들어찼다. 별거 아닌데, 그냥 아는 남자 연예인 한명이 여자친구 생겼다는 일 하나인데. 일어났던 머리를 다시 쇼파에 묻고 흔들다가, 다시 고개를 벌떡 들어 눈을 감았다 뜨고, 정신없이 머리를 돌려봐도 해결책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다시 쇼파에 누웠다. 아 신경쓰여. 다시 한 입 과자를 입에 집어넣는데, 문 여는 소리가 아래쪽에서 들렸다. 과자를 내팽겨치고 우현은 벌떡 일어났다. 검정빛 자켓이 보이고, 신발을 벗으려고 허리를 숙일때, 앓는 소리를 냈다. 분명 성규였다. 우현은 앉아있던 몸을 재빨리 일으켜서 성규에게로 달려갔다.
" 기자들이 뭐라 안해요? 왜 멀쩡해 " " …뭔 기자요? "
성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 새끼가 갑자기 왜 이래, 하는 표정이었다. 우현은 애닳아하는 말투로 빨리 말해봐요, 어떻게 된 일이에요. 하면서 성규의 팔을 붙들고 흔들어댔다. 그에 반해 성규는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여전히 우현을 이상한 사람 취급했다. 나와요, 옷 갈아입을거에요. 손을 치우려고 얼굴을 찡그렸다. 그제야 아직 모르는구나, 하고 파악한 우현이 방으로 들어가려는 성규를 붙들은 채 다른쪽 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김성규 선정은' 을 쳤다. 여전히 검색어 1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수많은 기사가 떠도는 포털사이트 화면을 보여주며 우현이 추궁하듯 말했다.
" 이거봐요, 선정은씨랑 열애설 " " ……아, 이거… "
그제야 입을 벌리고 아- 하는 표식을 내는 성규에게 우현이 한숨을 쉬며 물었다. 이거 진짜에요? 성규는 검정색 자켓을 벗어 쇼파에 던지며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우현이 긍정적인 고갯짓을 재확인하듯 진짜요? 하고 다시 재물었다. 성규는 여전히 말 없이 고개를 한번 더 끄덕였다. 진짜요? 진짜야? 계속 묻는 우현이 귀찮았는지 성규는 결국 소리를 질렀다.
" 아 진짜라고요! " " …지금 연애해요? "
네, 연애하는데요. 성규의 말에 우현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제 마음속으로는 무언가를 확신시켰다.
##
명수가 오랜만에 스케줄이 비었다는 말에 바로 호출을 시도했다. 우현은 전화기를 놓지 않고 꼭 와야돼, 나 진짜 급하게 할 말 있어. 하면서 발을 동동 굴렸다. 그런데 일단 숙소로 옮겨서 애들 다 들어왔는지 인원파악 하고, 허락맡고 가야해. 복잡한 외출의 절차에 우현이 짜증을 부렸다. 뭔 놈의 외출이 이따구야. 아이돌은 사생활도 없다냐? 전화기에 대고 불만을 토로해봐도 돌아오는 답은 그저 허락을 맡은 후 전화를 하겠다는 말 뿐이었다. 개같은 새끼! 욕을 내뱉으며 아끼고 아끼던 최신 스마트폰을 쇼파에 던졌다. 떨어트리면 안된다고 여자친구가 욕을 하며 전화를 끊어도 습관마냥 전화기를 던지지 않았었는데, 일상이 무너져 가는 느낌이었다. 왜이래, 도대체 왜이래! 우현은 머리를 감싸쥔 채 다시 쇼파로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다시 고개를 들었다. 등에 느껴지는 마찰에 번뜩 얼굴을 든 우현이 뒤를 돌아보았다. 자요? 조심스럽게 제 등을 두드린 채 물어보는 모습에 우현이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 안 자는데요 " " 근데 왜 누워있어요? 아프나? 월급 받아서 뭐에 써요 병원 가시지? "
제 맘이죠, 제 돈 알아서 쓸건데요. 우현이 입을 비죽 내밀며 답했다. 아, 그래요? 그럼 그러시던가, 간단한 답을 내뱉고 돌아서려는 팔목을 우현이 다시 붙들었다. 그리고서는 쇼파 아래 있는 쇼핑백을 손에 쥐어주었다. 성규가 하얀 쇼핑백을 받아들자마자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 뭐에요? 연애 기념 선물인가? " " …알아서 보시던가, 저 잘거니까 저리 가요 "
뭔지는 모르겠는데 잘 쓸게요, 성규의 말에 우현이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힘 없이 다시 쇼파로 얼굴을 묻었다. 야심차게 준비한 선물도 연애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게 되는 것 같았다. 병원에서 기뻐할 모습을 잔뜩 기대하고는 발을 동동 구르며 무조건 제일 좋은걸로 포장해주세요, 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여자친구가 무슨 애인 선물 사냐? 하며 비아냥 거렸던것도 머릿속에 퍼졌다. 막상 여자친구 얼굴을 떠올리니 매치가 되지 않았다. 지금의 남우현과, 여자친구와 있는 남우현이. 같이 데이트를 하고, 몇년 째 몸을 섞고, 결혼 준비를 하려던 모습에 이질감이 들었다. 또 머리가 아파온다. 그 순간, 전화기에서 벨이 울렸다. 한 가족인 이상 성규를 밀어줘야 우리가 뜬다. 라는 원칙에 따라 성규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현은 급작스런 전화에 당연히 명수라고 생각하고는 급할때 처럼 발신자도 확인 않고 받아들었다.
" 김명수! " " …거남이 형이다 "
아 형, 우현이 멋쩍은 듯 웃었다. 아까 성규 열애설 터진거 알지? 혹시 기자들 집 앞에 왔냐? 거남의 물음에 우현이 아니요, 하고 부정의 답을 내놓았다. 거남이 일단 막아놓았는데 혹시라도 새어나가서 집 앞에 위치한 기자 있으면 전화를 하라며 신신당부를 내려놓았다. 우현이 알겠어요, 하고서는 서툴게 대답했다. 별거 없는 내용의 통화가 끊기고, 우현은 한숨을 쉬며 몸을 쭉 뻗었다. 왜 이새끼는 연락 안해. 전화기를 붙들고 막 흔들면서 연락해라, 하고 애타게 기다리는데, 곧 벨소리가 다시 울렸다. 이번엔 진짜 김명수다! 발신자를 확인한 우현이 신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아들었다.
" 여보세요! " " 야 외출 오케이래, 나와라 숙소 근처 낙지집 "
왜 낙지집이야, 불만스런 우현의 말에 명수는 제대로 된 답 하나 없이 전화를 끊었다. 요즘은 짧은 통화가 대세지.
##
만나자 마자 일상을 물었다. 뭐하고 지내냐, 성규형 한테는 계속 까이냐? 하는 말에 자존심이 깎여 내가 까거든? 하고 반박했다. 빨간 소스를 붓고, 주걱으로 낙지들을 볶는데에 여태껏 했던 생각들은 다 사라지고 그저 배고픔만이 남았다. 창문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조금은 어둑한 바깥이 드러났다. 또 늦게 들어가면 잔소리 들을텐데, 아직 덜 익은 낙지를 계속 주걱으로 흔들어대며 우현은 생각했다. 멍하니 음식만 휘젓는 모습에 쓸데없이 음식을 뒤적거리면 잘 안 익는다며 명수는 주걱을 뺏었다. 우현이 불만을 드러냈지만 이왕 쳐먹을거 맛있게 먹어야지, 하면서 주걱을 상에 내려놓았다. 그러고서는 음식점에서 주는 하얀 행주로 제 손을 닦아냈다. 누굴 닮았는지 깔끔에 유난떠는건 여전하다니까, 우현은 겉으로 내뱉으면 화를 낼까봐 속으로 생각했다. 괜히 심술에 따라해보려고 명수처럼 하얀 행주로 제 손을 닦아내리다가 젓가락을 들어 보조로 나온 반찬들을 몇개 주워먹고는 다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소주를 마시는 것 마냥 물을 들이킨 명수가 그제야 이야기의 본론을 꺼냈다.
" 야밤에 부른 이유가 뭐냐 " " 이게 무슨 야밤이야… "
어쨌든! 빨리 말이나 해, 성급하게 저를 불렀던 모습이 의외였는지, 이유가 궁금했는지. 명수는 물을 한잔 더 들이키며 우현을 재촉했다. 컵을 내려놓는 순간에도 답이 없자 명수는 제 직감으로 지레짐작하며 일부러 낮은 톤의 말투로 물었다.
" 여자친구 일이냐? " " ……관련은 있다 "
왜, 싸웠어? 명수는 놓았던 주걱으로 다시 낙지를 뒤적거리며 물었다. 항상 싸워도 금방 화해하고 가끔 조금 심하게 싸우면 헤어진다고도 말했었지만 금방 우현이 한발 고개를 숙이고 들어갔었다. 여자친구를 너무 아끼는 통에 먼저 헤어지겠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적이 없을거 같은 우현이, 심각한 표정으로 다시 제 물 한잔을 들이키는 모습에 명수가 저도 따라 긴장이 됐는지 같이 물을 한 입 들이켰다.
" 헤어지려고… 수연이랑 " " 갑자기 왜 난린데 "
잔뜩 심각해진 분위기에 명수가 다시 주걱을 들어 낙지를 뒤적거렸다. 어느정도 익었는지 명수는 말을 이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주걱으로 낙지볶음을 퍼서 그릇에 담아 우현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 우현은 앞에 놓인 낙지볶음이 보이지 않는 듯 어떻게 하냐며 명수를 마구 보챘다. 명수가 뭔 일인데, 하고서는 제 쪽 그릇에도 낙지를 퍼서 놓았다. 진짜 어떻게 하지, 미안해서. 수연이가 나한테 욕할텐데, 이유는 말하지 않고 애타게 빙빙 돌려 말하는 모습에 명수는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 아 뭔데, 여자 생겼냐?, 새끼 연예인 매니저 하더니 눈 높아졌네, 정수연 정도면 너한텐 감지덕지야 " " 아 그런거 아냐, 임마 "
그럼 뭔데, 갑자기 뭐 걸신이라도 들렸냐? 계속 물었음에도 불구하고 확답을 주지 않는 통에 답답했던 명수가 결국 소리를 질렀다.
" 아 왜 소릴질러! " " 아 답답하니까 그렇지, 임마! "
그럼 너 이거 듣고 놀라지마, 우현이 젓가락으로 낙지하나를 건져 입에 집어넣고, 우물우물 거리며 답했다. 명수가 알았어. 하고서는 고개를 끄덕이자 우현이 다시 젓가락을 이용해 낙지를 입에 집어넣었다. 아 또 뜸들여, 참을성 없는 명수가 소리를 치려는 즈음, 우현이 그 소리를 막듯이 답했다.
" 아…! " " 나 남자 생겼어 "
뭐 이 미친놈아…? 명수가 던지려고 손에 쥔 물수건이 테이블로 떨어졌다. 할말이 급격히 사라졌다. 권태기야, 키스도 못하겠어, 하는 변명이나, 혹시 다른 여자가 생겨서 사실은 미리 사귀고 있었다던가, 심지어 원나잇을 했는데 여자가 임신을 해서 그렇다더니, 그래서 여자를 책임져야 한다느니, 이런발언을 해도 진지하게 조언을 주려고 했었다. 이 자리에 나올때도, 그런 생각은 하고 있었고, 조금 급해보이는 고민상담에 무언가 일이 있을거라고 짐작도 했었다. 하지만 이 발언은 너무 상상을 뛰어넘었다. 우현과 몇년을 보면서 단 한번도 우현은 남자에게 흥미를 느낀적이 없었다. 음담패설으로도 '야 게이는 뒤로 한데' 했던 말에도 관심 조차 없던 사람이 이제 와서 남자를 좋아한다고? 이건 너무 어이가 없는 고백이었다. 명수가 멍을 때리다가 곧 웃음을 터트렸다.
" 야, 개그도 작작 쳐, 빨리 이유 말해 " " 진짠데? "
너 씨발 구라면 어쩔거야, 명수가 아직도 가시지 않은 웃음기를 드러내며 답했다. 우현이 표정변화 하나 없이 진짜야. 하고 답하자 그제야 웃음기가 점점 얼굴에서 사그라 들었다. 진짜야? 금세 위로 올라갔던 입꼬리가 잔뜩 처지면서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급작스런 심경변화였다. 이게 뭔 황당한 일이야.
" 남자가 왜? 미쳤어? 뭐, 이제껏 만났던 여자들은 다 성 정체성을 파악하기 위한… 뭐 그런거였냐? " " 미쳤냐, 그랬으면 2년 안 사귀었어 "
그럼 뭐야 이 새끼야! 도대체 니가 말하는 그 남자가 누군데! 들어나 보자! 짜증이 잔뜩 섞인 말투로 아예 포기한 듯 묻는 명수에게 우현은 다시한번 경고하듯 충격받지마, 하고 답했다. 명수는 신경질적으로 고갯짓을 했다. 우현이 젓가락으로 김치를 하나 주워먹으며, 마치 별로 심각하지 않은 일을 답하듯 질문에 답했다.
" 김성규 "
다시 한번 멍을 때렸다. 아니 지금 일 하라고 보내줬더니 남자를 사귀어? 미쳤어? 명수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테이블 위 하얀 행주를 우현에게 던지며 타박했다. 에라이 미친놈아.
" 미쳤냐? 그럼 오늘 성규형 열애설 구라야? 너랑 사귀는거야? 야 임마, 야 이 새끼야 " " 아, 차가워, 야 그게 아니라… "
내가 지금 너 일하라고 면접 보내줬지 연애하라고 보내준 줄 알아? 어디 멀쩡한 새끼를 꼬셔서 게이로 만들고 지랄이야 지랄은! 명수가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제가 깔고 앉던 방석 마자 우현에게 던졌다. 우현이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서는 변명을 이으려고 해봐도 명수의 공격에 그저 움츠린 채 있어야 했다. 야 이 새끼야! 니가 성규형을!
" 야, 잠깐만, 아 그냥 나 혼자 좋아하는거야! " " ……그래, 그럼 도대체 왜? "
성규형이 애교가 많기를 해, 이쁘기를 해, 어? 눈도 쪼만한게, 여자같지도 않고, 도대체 뭐 좋다고 성규형을 좋아하냐? 그제야 씩씩거리던 몸을 내리고 맨 바닥에 엉덩이를 붙인 명수가 숨을 몰아쉬며 우현에게 물었다. 우현은 그냥, 하고서는 베시시 웃었다. 얼 빠지는 상황이었다. 여자친구와 있어도 부끄럼을 안타던 자식이 갑자기 소녀마냥 베시시 쳐웃는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와 이 미친놈. 너 진짜 미쳤어. 중얼거리며 명수는 젓가락질을 이었다. 잔뜩 식은 낙지가 입 안을 밀고 들어왔다. 차가운 김치도, 밥도, 그래도 아직도 잘 믿기지가 않았다. 얼마전까지 성규를 욕하던 사람이 성규를 좋아한다니 당연히 믿을리가 없었다. 그냥 갑작스럽게 터진 열애설에 휩싸인 일시적인 감정일거라고 명수는 제 멋대로 치부했다. 그리고 약간의 정적이 이어졌다. 나름의 식사시간 이었다. 숟가락으로 밥을 퍼먹던 도중, 말을 잇고 싶었는지 명수가 다시 말을 꺼냈다.
" 그래서 어쩌시겠다고 " " …고백하겠다고 "
에라이 미친놈아, 이번에는 은빛 숟가락이 날아왔다.
##
이야기는 생각보다 길어졌다. 고백하겠다고 말해놓고서는 결국 명수는 소주를 시켰다. 초록빛 병들이 나오고, 마시기 싫었다며 불만을 토로하던 명수가 곧 익숙하게 병을 흔들었다. 그리고서는 뚜껑을 따고, 잔에 익숙하게 소주를 따랐다. 몇 잔 마시다 보니 정신도 없었다. 원래 낙지볶음을 시키면 마지막에 밥을 비벼먹어야 제맛인데, 그런것 쯤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취하는 알코올을 들이키고, 낙지를 몇 개 집어먹고, 그리고 들이키고, 이것이 반복되어 정신도 못 차릴 만큼 알코올을 들이키고 있었다. 병은 늘어가고, 이모 한 병 더 주세요! 하는 말만이 마지막으로 들리고, 우현은 상에 엎어졌다. 아- 나 여기서 잘래, 흐응흐응, 나 요기서 잘거야. 아까보다는 비례적으로 애교가 많아진 말투에 딱 봐도 술에 취한 상태라는 것을 가늠할 수 있었다. 초록병이 곧 4개가 되고, 그나마 정신줄을 붙들은 명수가 벌떡 일어나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계산대에 도달했다. 테이블에 쓰러져 정신도 못 차리는 우현을 한번 한심하게 내려다보고는 카드를 내밀었다. 승인이 되고, 영수증과 카드를 같이 내미는 직원에게 인사를 꾸벅 하고서는 다시 우현에게로 다가갔다.
" 얌마, 일어나- " " 으응? 성규씨? 혹시 낙지 좋아해여? 낙지? "
아니, 싫어. 단호한 대답에 우현이 풀이죽은듯 고개를 마구 휘저었다. 나쁘다, 성규씨 너무 단호해, 단호박을 백개 먹은거 같아. 명수는 곧 제정신이 아닌것을 파악하고는 우현의 팔을 들어올렸다. 으차- 소리를 내며 어깨에 매고는 가게를 빠져나갔다. 나중에 또 오세요, 하는 배웅 인사가 들리고.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짜증이 잔뜩 솟았다. 새끼 술도 못 마시면서 왜 이렇게 많이 쳐마셔서, 한숨을 내쉬며 명수는 불만을 토로했다. 그 순간, 제 옆에 있는 얼굴에서 세상 많이 사신 아저씨들이 술 취할때 부른다던 노래가 흘러나왔다. 별 지랄을 다 한다. 입을 막기에도 귀찮은 듯 마치 짐짝을 끌듯 명수를 끌고 몇 분 거리 되지 않는 숙소에 도달했다. 문을 열고, 계단 앞에 서서 우현을 업으려는데, 예전보다는 가벼워진 무게가 드러났다. 옛날에는 드러누워서 쳐먹기만 하면 그게 일상이었지만 지금은 어디도 잘 다니고, 하는 통에 살이 좀 빠진거 같았다. 그래도 무거운건 매한가지였다. 그렇게 계단을 올라, 명수는 익숙하게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러자 안에서 우현씨?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서로 말도 잘 하는것을 보니 약간은 친해진 듯 싶었다. 이래서 정들었나? 명수는 그렇게 생각하고서는 문을 열고, 업은 우현을 바닥에 내팽겨쳤다. 바닥에 눕혀진 우현이 자동으로 얼굴을 찌푸렸다.
" 형 나야, 우현이 취해서… " " …술 마셨어? "
어, 좀. 명수는 후- 하고 숨을 내쉬더니 나 갈게, 하고서는 제 특유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쭈그려 앉아 우현의 상태를 살피던 성규가 고개를 들고서는 잘가, 하며 배웅했다. 명수가 손을 흔들며 문을 닫고, 거실에는 알코올 향이 알싸하게 퍼졌다. 얼마나 쳐마신거야.
" 우현씨, 여기서 잘거에요? 딱히 말리지는 않는데 " " 어? 진짜 성규씨다, 성규씨네, 와, 김성규다 "
연예인 처음봐요? 왜 이제와서 난리야. 성규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완벽하게만 지내려고 했던 우현이 이런 모습을 보이니 약간 흥미가 생긴것도 같았다. 웃기네, 이양반. 성규가 빨갛게 달아오른 우현의 볼을 꾹꾹 찔렀다. 터지겠네요, 뭐 먹이면.
" 성규씨 연애해요? " " …왜 자꾸 물어요, 한다니까 "
그래요? 베시시 웃은 우현이 손을 올려 성규의 앞머리를 어루만졌다.
" 헤어질래요? " " 예? "
그리고 나랑 다시 연애해요. 나 서울대 나왔어요, 흐흐, 나 같은 남자 어디가서 잡기 어려울거야. 우현이 넋을 놓은채 잔뜩 알코올향을 풍기며 말했다. 말을 들은 성규는 그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사담!
일. 이제 보충 시즌이라 가끔 늦겠네요ㅠㅠ... 이럴수가 나의 LTE연재의 꿈이... 이. 스토리가 변경되서 13화에 완결이 날 수도 있을거 같아요 제송함다ㅠㅠ 삼. 그대들 암호닉 신청은 좋은데 제가 다 까먹어서 어떻게 하져?........................저도 뭐 정리 이런거 해야되나여... 담화에 정리할게요! 사. 내그대들 오늘 굿밤♥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