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Jerry 새로운 잠자리여서 그랬는지, 밤에 무슨 일이 있어서 그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새벽 5시가 되서야 잠이 든 우현은 하품이랍시고 입을 쩍 벌리며 방에서 나왔다. 무슨 짓을 하던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그저 자신이 해야할 일은 모든걸 눈 감은 채로 성규를 보조하는 것 뿐이었다. 괜한 말을 꺼냈다간 분명히 안 좋을 부분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백수 생활 때 마냥 배를 긁적거리며 주방으로 향했다. 시계를 보니 시침이 10을 가리키고 있었다. 대략 5시간밖에 잠을 청하지 못한 우현은 한번 더 하품을 했다. 피곤해라. 아침을 챙겨 먹을까, 하다가 12시까지 해외 스케줄이 잡혀있는 것을 생각해 손을 거뒀다. 결국 우현은 일단 성규의 방으로 향했다. 어제 몇 시에 들어온지는 몰라도 새벽 5시까지 문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을 보면 분명히 새벽 5시 넘어서 들어온게 확실했다. 몇시간 자지 못했을게 분명한데 깨우기도 미안해졌다. 방 문고리를 잡을걸 망설이던 우현은 뜸을 들이다 결국 문고리를 붙들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김성규를 신경썼다고, 문을 연 우현이 방을 둘러보았다. 지저분한 방 가운데 매트리스 하나가 눈에 띄었다. 우현은 매트리스 앞으로 걸음을 향했다. 이불을 잔뜩 뒤집어 쓰고 있는 모습이 아직 어린아이 같아 엄마가 된 마음처럼 우현은 누워있는 성규를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 이봐요, 성규씨 "
고개를 아래서부터 보아 눈치를 보던 우현이 성규가 꿈쩍도 않자 귀찮아졌는지 아까 건들었던 조심스러운 손길과는 전혀 틀리게 마구 성규를 흔들어댔다.
" 이봐요, 야, 김성규! " " ……10분만… "
얼굴을 배게에 푹 묻은 성규는 몸 조차 움직이지 않고 그저 미동없이 중얼거렸다. 우현이 시간 늦는다며 그제야 성화를 부렸다. 운전을 아무리 빨리 해서 간다고 해도 비행기 시간에 맞추려는 공항에 도착하려면 1시간은 걸리는 거리였다. 짐부터 챙기려면 적어도 몇 분은 걸릴텐데 벌써 부족한 시간이 눈에 띄었다. 그제야 성규가 몸을 꼼지락거리더니 고개를 들어보였다. 머리가 다 어지러져 엉망인채로 저를 바라보는 모습이 웃겨 우현이 비웃음을 띈 채로 성규의 팔목을 붙들고 일으키려 당겨댔다. 성규가 아프다며 칭얼거려도 하나 듣지 않고 팔목을 잡아당겼다. 그제야 성규는 매트리스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 아, 알았어요… " " 빨리 일단 들어가서 씻어요 "
알았다니까, 짜증섞인 음성이 들리고, 곧 우현은 이불을 대충 정리해놓고 성규의 등을 밀었다. 앞에서 놓으라는 소리가 들렸지만 우현은 신경도 쓰지 않고 밀어 결국 화장실 앞까지 성규를 도달시켰다. 성규가 귀찮은데, 하고 투정을 부리며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고, 우현은 어제 사용했던 빨간 캐리어를 들고 와 제 짐을 챙겼다. 집에서 챙겨온 옷가지들을 캐리어 안으로 넣어놓고, 속옷도 챙긴 후 캐리어를 닫았다. 우현은 캐리어를 거실에 놓고는 화장실에 들어간 성규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 성규씨 짐 다 챙겼어요? " " 아니요… 알아서 챙길거에요… "
아직도 졸음에 취한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아 빨리 나와요, 우현의 짜증섞인 목소리에 성규 역시 알았다며 똑같이 짜증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뭐라도 먹일까, 하고 냉장고를 열어보는 순간, 문 쪽에서 소리가 들려 우현은 고개를 옆으로 꺾어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남이 손에 봉지를 가득 들고 있었다. 우현은 곧장 냉장고 문을 닫고서는 거남에게로 발걸음을 돌렸다.
" 형, 아침이에요? " " 어, 성규는? "
화장실에, 우현은 대답하며 봉지를 열어보았다. 빵이나 김밥, 즉석식품들이 가득했다. 시간이 없어 제대로 된 밥 한번 못 먹는 것은 알지만 항상 이런걸로 때울줄은 생각하지 못헀다. 돈도 많고 시간도 많았던 백수시절때 추억을 가진 우현은 이런 즉석식품만 계속 먹는 생활을 반복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매일 언제든지 먹고싶을때 시켜먹고 싶은걸 시켜먹었던 시절과는 너무 틀렸다. 우현은 일말의 불만을 품은 채로 비닐을 뒤졌다. 언뜻 비치는 음료수는 전부 알로에 음료였다. 성규가 알로에 음료를 좋아하는 듯 했다. 김밥, 주먹밥 몇개와 알로에 음료 하나를 꺼내놓고는 우현은 봉지를 묶었다. 거남이 공항의상이라고 나름 빌려온 의상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제 방으로 향했다. 벌써 10시 반이네, 우현이 시계를 보며 중얼거렸다. 우현의 말을 주워 듣고 그제야 시간개념이 바로 잡힌 거남이 제 방에서 소리를 질러댔다.
" 야, 김성규 너 빨리 안 나와?! " " 아 기달려봐! "
저게 하루종일 씻나, 거남은 중얼거리며 제 티셔츠를 벗어제꼈다. 그러고서는 제 침대 위에 놓인 옷을 하나 주워들어 목에 끼워넣었다. 옷이 머리를 눌렀는지 잔뜩 눌린 머리로 거남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성규! 하며 소리를 지르던 거남이 곧 열리는 화장실 문에 헛기침을 몇번 하고서는 제 자리에 앉았다. 형, 나 옷 가져왔어? 저 멀리서 얼핏 들리는 성규의 말에 거남이 대충 긍정의 대답을 보냈다. 우현은 거남이 준비하는 모습을 쳐다보다가 곧 자신도 무언가 준비해야 하는지 욕실에서 나와 젖은 머리를 털고 있는 성규를 밀치고서는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왜 밀치냐는 성규의 짜증도 고사하고 일단은 화장실 문을 닫았다. 뭣하러 그렇게 준비를 해요, 연예인이에요 뭐에요! 밖에서 들려오는 불만스러운 말투에 칫솔에 치약을 짠 우현이 칫솔을 입 안에 넣기전에 대답했다.
" 혹시 사진에 찍힐수도 있잖아요 " " …별게 다 걱정이야 "
우현은 그러고서는 칫솔을 입 안으로 밀어넣었다. 알싸한 치약향이 입 안을 가득 채웠다. 정신없는 출근길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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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은 사람들이 넘쳐났다. 팬들의 카메라 서텨소리와 비명소리가 안을 울려댔고, 기자들의 질문 공세는 날로 늘어만갔다. 거남은 평소처럼 성규의 어깨를 감싸고 무언가 헤쳐나가는 장군 마냥 익숙하게 성규를 이끌었다. 그에 반해 우현은 뒤에 짐들을 가득 들고 마치 짐꾼마냥 따라갔다. 땀을 뻘뻘 흘리며 따라가는 모습이 제법 안쓰러워 보였다. 제 빨간 캐리어와 성규의 검정 캐리어 두개를 한 손에 끼고 달려오는 모습이 그저 보호를 하는 매니저가 아니라 짐꾼 같아 우현은 짐을 가져오면서도 불만이 눈덩이 불어나는 것 마냥 늘어났다. 곧 입국 심사가 빠지고, 팬들 역시 들어가는 모습만이라도 찍으려고 마지막으로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눌러댔다. 우현은 짐 두개를 곧추 세워놓고 그 자리에 쓰러지듯 앉았다. 전쟁터 마냥 힘들었던 몸이 벌써 여행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피곤했다. 다리는 쭉 풀려 바닥에 늘어졌고, 손 하나 까딱 움직일 힘도 없었다. 물 한잔 먹을까, 하고 가방을 뒤지는데, 조금 떨어져서 성규와 얘기를 나누던 거남이 갑자기 우현의 곁으로 급하게 달려왔다.
" 우현아, 밴드, 밴드 있어? " " …예?, 밴드는 왜… "
성규 쇄골 긁혔어, 누가 긁었는지 그냥. 거남은 어금니를 깨문 채 우현의 물음에 답했다. 우현이 별 반응 없이 밴드를 건넸다. 거남 역시 밴드를 받자마자 말 없이 성규 옆으로 뛰어갔다. 우현이 밴드를 꺼내며 같이 꺼낸 물 한통을 들이키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거남이 성규의 티셔츠 목 부근을 내려 밴드를 붙이며 불만을 중얼거렸다. 성규는 별 상관 없어 보였지만 나름 제가 아끼는 동생이 다쳤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는 듯 했다. 우현은 반 쯤 들이킨 물통 뚜껑을 닫은 후 통을 가방에 밀어넣었다. 앞에서 밴드를 다 붙였는지 가자고 거남이 우현을 향해 손짓을 해보였다. 우현은 벌떡 일어나 가방을 챙기고서는 다시 짐꾼으로 변했다. 내가 이래서 남자새끼 매니저 하기 싫다니까…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다.
비행기 좌석표를 보니 하필 또 옆이 성규였다. 우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어제일로 조금 불편한 사이에 이렇게 딱 붙여줘야 되냐고, 좌석에 앉은 우현이 손에 들고 있던 물통을 다시 딴 후 마시면서 불만을 속으로 토로했다. 물을 한입 들이키고 앞을 쳐다보니 요리조리 고개를 돌리며 제 좌석을 찾는 성규가 보였다. 보나마나 옆이라고 난리를 치겠지. 손에 들고있던 물통을 흔들더니 남은 물을 다 입에 들이키고는 우현은 곧 물통을 제 앞 좌석 주머니에 밀어넣었다. 핸드폰이나 가지고 놀아야지, 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때 손에 쥐어지는 무언가가 느껴져 우현은 재빨리 그것을 꺼내보였다. 큼지막한 밴드였다. 표지에 '흉터가 남지않는 밴드' 라고 써져있는 것을 보아하니 우현이 피부 트러블이 날때 자주 사용하던 밴드인듯 싶었다. 이게 왜 여기있지, 사용하려고 가져왔었나? 별거 아니라고 넘긴 후, 딱 고개를 옆으로 돌렸을땐, 딱히 좋지만은 않은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성규가 서있었다.
" 우현씨 여기가 자리에요? " " 그런데요 "
아, 나 진짜 거남이형! 공공장소에서는 조용히 하라고 거남이 늘 잔소리를 했지만 결국 오늘도 성규는 소리를 쳤다. 성규의 시선의 끝에 머문 거남은 검지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며 앉으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신경질이 잔뜩 담긴 표정을 지은 성규가 결국 다시 고개를 돌려 우현을 쳐다보았다. 무어라 말을 꺼내기 전에 우현은 재빨리 성규의 입을 막았다. 성규가 여전히 신경질적인 표정을 짓자 우현은 팔을 끌고와서 겨우내 제 옆에 앉혔다. 그냥 불만 없이 앉아요, 성규는 결국 한숨을 쉬며 자리에 착석했다. 우현은 슬쩍 옆을 흘겨보며 눈치를 보더니 앉아서 핸드폰만을 건드는 성규에게 아까 제 주머니에 있던 밴드를 건넸다.
" 아까 붙여준 밴드 이걸로 바꿔 써요 " " …이게 뭔데요? "
성규가 우현이 건넨 밴드를 받아들며 물었다.
" 그냥 주면 쓰지 그래요? 뭐 그렇게 말이 많아 " " …쓸데없이 우현씨가 주는거 별로 쓰고 싶지 않은데요 "
그러면서도 밴드를 꽉 쥐고 있는 모습에 우현이 괜히 약을 올리려는지 손을 밴드 근처로 옮겼다. 뺏으려고 힘을 주자 성규도 뺏기기는 싫었는지 제가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잔뜩 주었다. 우현은 괜시리 오기에 뺏으려는 손에 안간힘을 주었다.
" 쓰고 싶지 않다며요… 내놔요 " " 내가 언제요? 쓸데없이 그런말만 잘 주워듣고… "
됐네, 그냥 가져요. 괜한 오기가 생겨 있는 힘을 다해 뺏던 우현이 손을 놓았다. 그제야 받은 성규가 밴드를 뜯더니 목을 뒷쪽으로 꺾고 뜯은 밴드를 가져다 대었다. 아 어디야, 안보여. 투덜거리는 말에 우현이 도와줄법도 한데 손 하나 까딱 하지 않았다. 그제야 제 힘으로 안된다는 것을 안 성규가 밴드를 우현에게 다시 건네며 말했다.
" 이것 좀 붙여줘요 " " 그런것도 못 붙이나? "
이거 못 붙인다고 죽나요? 참. 성규의 어이없다는 말투에 실실 웃으며 밴드를 받아든 우현이 그건 아니지만, 하고서는 성규의 발언을 묵인했다. 제 쇄골을 걷어내리던 성규가 상처부위에 있는 뽀로로 밴드를 떼어냈다. 빨리 제대로 해요. 곧 명령조의 말이 들리고 우현은 알아서 할테니 신경 끄라며 타박을 이었다. 받아든 밴드를 상처부위에 붙이려고 손을 가져다 대는데, 주위에 있는 빨간 짓눌린 상처 같은것이 눈에 띄었다. 슬쩍 옷을 내려 아래로 시선을 향하니 조금 더 상처들이 보였다. 거남이 알지 모를지는 제대로 모르지만, 상처라고 생각하고 넘길만한 흉터들이 몇군데 부위부위 보였다. 전 날 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는 우현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남 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 터라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우현은 그저 상처부위를 찾아 밴드를 붙였다. 다 됐어요.
" 제대로 붙였어요? 아니기만 해봐 "
제 목 부근을 건드리며 밴드를 확인하는 성규가 엄포를 놓듯 말했다. 알아서 잘 했다니까. 우현은 대충 대답하고선 핸드폰 화면을 키고 이어폰을 꽂았다. 조금은 큰 화면에 영화가 드러나고, 우현은 화면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하나도 신경 안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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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시차가 커 도착했을때는 어둑어둑한 하늘이 보였다. 거남은 손수 나서 내일 촬영이 진행된다며 우현에게 귀뜸을 했다. 캐리어를 받아들고, 버스에 올라 타 숙소로 이동한 후,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몸이 벌써 노곤노곤했다. 잠이 몰려왔다. 회사에서 꽤나 좋은 숙소로 예약을 해둔 덕에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진 숙소가 환호를 얻어냈다. 오자마자 짐도 풀지않고 좋아보이는 쇼파에 정착한 우현이 타지에서도 연애질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원칙으로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해외로밍이 잘 되기는 하나? 핸드폰을 몇 번 흔들던 우현이 만인의 메세지 앱 '카카X톡' 을 틀었다. 메세지가 꽤나 많이 와 있었다. 우현은 일단 여자친구한테 와 있는 메세지를 터치했다. 어디야, 요즘 바쁘다고 연락도 안 받냐. 딱히 여자애 같은 메세지라고 할 수 없는 메세지가 와 있었다.
'여보 나 해외, 성규씨가 해외 스케줄이 있다고 해서' ㅡ'아, 왜 안받나 했다. 싸인 받았어?'
당근 안 받았지. 너 나 빼면 시체인데 꼭 김성규 싸인을 받아야 겠냐? 우현은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 풀이죽인 말이 태가 나게 메세지를 보냈다. 금방 답장이 오지만 그건 딱히 풀이죽은 우현을 위로해줄만한 답장이 아니었다.
ㅡ'지랄하지말고 빨리 받아와'
알았어, 나중에 받아올게. 한국 가면 제일 먼저 만나 기달려. 우현의 마지막 메세지가 전송되고, '알았어' 라는 답을 받은 후에야 우현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곧 1층에 거남이 내려왔고, 우현은 피곤한 몸에 잠을 청하려고 계단으로 걸음을 향했다.
" 거남이 형, 2층 방 남았어요? " " 어, 남았어. 벌써 자게? "
성규씨 컨트롤 하느라 말도 아니에요, 먼저 잘게요. 우현은 손사래를 치며 계단을 올랐다. 한 두어개쯤 올랐을 때, 아래층에 있는 거남의 목소리가 무언가 울려서 들렸다. 우현은 아래쪽에서 들리는 말에 올라갔던 계단을 다시 내려갔다. 그리고 고개를 내밀어 주방에 있는 거남에게 말을 물었다.
" 뭐라고 말 했어요? " " 같이 술 마시자고 "
너 신입인데 아직 환영회도 안했잖아, 성규도 부르자. 거남의 말에 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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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이 금세 차려졌다. 몇몇 코디는 벌써 방에 들어가고, 딱 셋이서 모였다. 딱히 애주가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술을 마신다고 했던 성규가 자신만만하게 제 자리에 앉았다. 어디 술로 떠보자, 하는 마음이 표정으로 다 드러나고 있었다. 거남이 맥주 5병과 소주 7병을 상에 올려놓고, 가방에 싸서 가져온 즉석 식품인 닭볶음을 그릇에 넣고 데웠다. 즉석 떡볶이 역시 그릇에 넣고 따뜻하게 데웠다. 따스한 그릇들이 상에 마저 올라오고, 성규는 안주도 올라오기 전에 잔에 술을 따르고 있었다. 애 같은 행동을 많이 해서 입맛도 애 같아서 콜라나 먹을 줄 알았더니, 우현이 의외라는 듯 성규를 쳐다보며 웃었다.
" 뭘 웃어요 " " …그냥 의외라서 웃었어요 "
내가 술 못마실거라 생각했구나? 그런 쓸데없는 편견을 갖고 있다니. 성규는 예상했다는 듯 답하며 술을 들이켰다. 고개를 꺾어 한입에 넣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꽤나 많이 마시고 다녔던 모양이었다. 우현은 그에 또 이상한 오기가 생겨 잔에 맥주를 반쯤 채웠다. 쭉 들이키니 알싸한 향이 퍼지면서 몸이 조금은 달아올랐다. 우현이 맥주를 쭉 들이키는 모습을 보더니 성규 역시 또 오기가 생긴 듯 맥주 잔에 소주를 3/1정도 따르고, 그 위에 맥주를 덮듯이 채웠다. 좀 하는데, 김성규. 거남의 말에 의기양양해진 성규가 미소를 지으며 섞은 술을 한입에 들이켰다. 크아, 좋다. 성규가 소매로 입을 닦아내며 소리쳤다. 성규의 감탄사에 금세 기분이 좋아졌는지 거남이 제 앞에 놓인 술잔에도 마구 술을 채워냈다. 야, 오래간만에 부어라 마셔라 한번 하자, 김성규. 거남이 가득 찬 제 잔을 들이밀며 성규에게 제안했다. 성규가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 당근이지, 부어라, 마셔라! 형 빨리 내 잔 채워줘! " " 오냐, 너 이거 다 못 마시면 가수 그만 둬라 "
당근! 기분 좋게 웃어보인 성규가 다시 고개를 꺾으며 잔을 들이켰다. 앞에 놓인 기껏 준비한 안주들은 쓸모가 없어졌다. 계속 둘이서 술만 부어라 마셔라, 하는 통에 우현은 몇 잔 마시지도 못하고 그저 남은 안주를 주워 먹는 역할을 자처해야 했다. 소스가 가득 담긴 안주를 입에 집어넣으며 우현은 쓰게 웃었다. 연예인도 이러고 노는구나.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고, 계속 주구장창 부어라 마셔라, 미친듯이 마셔대던 끝에 맥주 3병과 소주 5병을 바닥낸 거남과 성규는 바닥에 쓰러졌다. 거남이 바닥에 드러눕고서는 몇 분 되지 않아 코고는 소리가 거실에 울렸고, 성규는 웅크리더니 그저 숨을 내뱉었다. 무언가 중얼거리며 잠꼬대를 하는것 같기도 하지만 우현은 그런것을 신경쓸 타이밍이 아니었다. 자기들끼리 다 마셔놓고, 이럴거면 왜 같이 마시자고 해. 불만이 가득 담긴 중얼거림이 퍼지고, 마냥 미워도 바닥에서 재우면 또 폭풍 잔소리가 시작될 것을 알기에 우현은 일단 성규부터 벌떡 일으켰다.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끼워넣고 애 다루듯이 몸을 올려보였다. 얼굴이 빨개져서는 고개가 뒤로 꺾여 헤롱헤롱, 말 하나 못 꺼내는것이 제대로 취한 듯 싶었다. 술 세다더니. 물론 약한건 아닌 것 같지만, 5병을 먹고 뻗었으니 우현의 주량은 거뜬히 넘는 듯 싶었다.
딱 세 잔 마시고 술을 그만 마신 우현은 제대로 제정신이었다. 일으킨 후 '성규씨, 성규씨' 하며 성규를 깨워봐도 그저 취해서 골골대는 모습만이 드러났다. 우현은 결국 중간에 성규를 내려놓고 우선 상부터 정리를 시작했다. 별로 비워지지도 않은 안주그릇을 설거지통에 넣고, 그에 반해 싹싹 비워진 술병들을 비닐에 담아 묶었다. 앉은뱅이 상을 접어넣고, 바닥에 드러누운 거남을 쳐다보았다. 아까 성규도 장난 아니었는데, 덩치가 성규보다는 몇배 커보이는 거남은 도저히 들 방법이 없어 결국 쇼파 위에 올려져 있던 담요를 거남 위에 덮었다. 미안해요 형.
그리고 마지막 성규, 에라 모르겠다 싶어 담요를 덮어버리고 싶지만 여전히 할 잔소리가 미워 다시 한번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넣고 몸을 일으켰다. 아이를 일으키는 것 마냥 눈을 마주치니 고개가 이번에는 앞으로 꺾여있다. 어련하시겠어요. 무릎을 세우고 몸을 덜덜 떨며 버티는 성규를 도저히 들고는 못 가겠다 싶어 결국 흔들어서 깨웠다. 이봐요, 성규씨. 좀 일어나봐요. 여전히 손을 넣은 채로 몸을 흔들자 그제야 고개가 스믈스믈 올라온다. 꺾여있던 고개가 세워지고, 풀린 눈으로 우현과 눈이 마주쳤다.
" 우현씨…? " " 깼으면 좀 일어나요, 힘드니까 "
에헤헤, 베시시 웃는 모습에 우현이 황당하다는 듯 성규를 쳐다봤다. 뭐야, 이사람.
" 아- 또 귀찮게 한다- 어? 알았어요, 싸인해주께, 해준다니까 "
미쳤네. 우현은 그렇게 단정짓고서는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이 손 뺄수도 없고 이거 어떻게 하냐, 난감한 우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베시시 웃으며 제 할말을 다 하던 성규가 갑자기 풀이죽은 얼굴상으로 우현을 쳐다보았다. 갑자기 아까까지만 해도 잘 웃다가 죽상으로 변하니 이유를 알 수 없을 노릇이었다. 우현이 왜 이래요, 하고 성규를 흔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고개를 들추더니 눈에 힘을 주고서는 우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 …그래, 임마. " " 예? " " …그래, 나 스폰한다, 어쩔래! 좋냐! 나 자존심 깎아먹어서 좋아 죽겠지? 이 나쁜새끼… "
그러더니 감정에 복받쳐 서러운 듯 우는 소리를 내었다. 우현이 황당해서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빨리 올라가서 자라고 잔소리를 내어봐도 성규는 그저 서러운 듯 우는 소리만을 내었다. 아 김성규! 짜증을 내며 몸을 흔들자 그제야 다시 고개를 들고 우현과 눈을 마주쳤다. 아직도 눈에 힘이 들어간 성규의 모습에 우현이 빨리 자요, 하고 힘없이 말하자 성규가 약간은 비아냥 거리는 어투로 뜬금없이 물었다.
" 궁금하냐? " " …또 뭐가요 " " 스폰, 어떻게 하는건지 궁금하지……알려줄까? "
제 특유의 야살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인 성규가 갑자기 우현의 얼굴을 부여잡고 제 얼굴을 들이밀었다. 놀란 우현이 뒤로 얼굴을 쭉 뺐지만 성규는 계속 얼굴을 들이밀었다. 갑작스런 성규의 행동에 우현이 당황해서 왜 이러냐고 말을 해봐도 계속 얼굴을 들이미는 행동 빼고는 성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 계속 우현이 얼굴을 뒤로 빼자 저도 짜증이 났는지 성규가 우현의 얼굴을 한번 더 강하게 붙들으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 가만히 있어!, 섹스를 하려면 키스를 먼저 해야할거 아냐! " " …뭐, 뭘한다고요?…… 아니, 잠깐만 기다려봐요, "
됐어, 임마. 당황한 우현의 말을 무시한 채 그저 우현의 얼굴을 제 손으로 붙들어 고정시켜놓고 성규는 곧 얼굴을 천천히 들이밀었다. 우현은 눈 앞에 보이는 얼굴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쳐낼 수 없었다. 남자치곤 긴 속눈썹에, 감긴 눈. 생각보다는 하얬던 피부가 눈 안에 가득 찼다. 성규의 고개가 꺾이고, 입술이 딱 맞닿으려는 아찔한 상황에 얼굴이 잔뜩 달아올라서는 눈을 꽉 감았다. 그리고 그 순간, 붙들렸던 얼굴이 해방되고, 성규는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그 시점에도 나 이번에 예능…, 아냐, 살거에요… 하는 이상한 말들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우현은 정신이 하나도 없는 탓에 듣지도 못했지만. 잔뜩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려 우현은 마른세수를 몇번 해대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아니잖아, 도대체 왜! 평소 같았으면 김성규 게이네, 하고 인터넷에 올렸을 사건이 지금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그저 쿵쿵 뛰어대는 심장을 손으로 쥐어잡다가, 생각이 복잡해지면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거나, 그것이 우현이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의 끝이었다. 왜 이렇게 쿵쿵 뛰지.
진정을 못 시키던 우현은, 억지로라도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옆에 잘 자는 두명을 내버려 두고 근처에 위치한 쇼파에 올라가 눈을 감았다. 그래도, 도저히 눈 앞에 아른거리던 모든게 없어지지 않았다. 결국 그 날, 우현은 두번째로 밤을 지샜다.
ㅅㅏ담!
일. 안녕 그대들! 내가 자주 찾아와서 질린다고여? 네 제성..... 미안해여.... 이. 요즘 아빠 어디가 너무 조으뮤ㅠ▽ㅠ 후야 내사랑을 받아죠...♥ 삼. 그래도 변함없는 무도덕후는 오늘도 무도를 보러간다고 한다........☆★ 사. 보편적인 이야기가 아직도 초반을 달리고 있네여... 보통 제소설은 5화면 거의 중반인데 스토리가 아직 초반이야 ㅡㅠ.... 이걸 3월 안에 언제 다쓰지? 그래두 여러분이 있어서 제가^3^♥ 오. 사랑해염♥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