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 프로듀서의 아내로 산다는 것. “팀장님..마케팅부에서 연락왔는데.. 내일까지 잡지에 들어갈 내용들 마무리 짓고 싶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그러면..밤샘작업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괜찮으시겠어요?” 새 제품을 개발하고 론칭하는 기간에는 밤샘도,긴회의도 통과의례이다. 그게 우리의 숙명이라 다들 생각하고 있다. 다만,나는 임신중인것이고 임신한 사원에게 회사가 베푸는 자비란. “다른 분께 넘기셔도 된다고... 전무님께서 특별지시 내리셨어요” 책임전가. 모두들 안다. 단순히 다른사람이 내 일을 대신하는게 아니라 우리가 그토록 꿈꾸고 바라던 일들을 잃는다는 의미인 것을 그리고 언제다시 이런 기회가 주어질지 모른다는 것도. “괜찮아요. 내가 할게요” 이것만큼은 더이상 놓치고싶지 않았다. 쇼장에서 내가 준비했던 프로젝트를 선보이진 못해도 내가 맡은 일, 끝까지 내 손에서 놓고싶지 않았다. 마케팅부와의 회의도 길어졌다. 짬을내서 겨우 밥을 먹으면 곧바로 회의에, 제품설명에 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깜깜해질때로 깜깜해졌다. “저녁먹고, 다시시작해요” 밥을 먹으러 가기 전, 화장실을 들렸다. “야. 팀장님 너무 무리하는거 아니야?” “그러니깐...저러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임신초기라면서 조심성이 없나?” “야..나같으면 일보다 애지. 저러다 진짜 잘못되면, 괜히 찜찜하게... “우리가 왜 찜찜해. 자기가 조심안하다가 그렇게 되는건데 하여튼..융통성 없어 일이 그렇게 좋으면 임신은 왜 했대. 어휴..괜히 우리만 신경쓰이고.” 희진씨와 미주씨의 목소리였다. 곧 두 사람이 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그럼에도 차마 문을열고 나가지 못하겠더라 혹시라도 문을 열고나갔는데 금방의 두사람이 있으면 지금 내 처지를 들켜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그저 내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팀장님 뭐드시고 싶으세요?” 희진씨가 내 팔짱을 껴오며 물었다 “아무거나 먹어요. 난 상관없어요.” “에이.. 그래도 임신하시면 입맛 예민해지시잖아요. 팀장님 드시고 싶으신거 먹으러 가요.” 이번엔 미주씨였다. “나 진짜 괜찮으니깐, 여러분 먹고 싶은거 먹으러가요.” 최대한 피해를 주고싶지않았다. 나를 그저 임신한 사회적약자가 아니라 그냥 이 팀의 팀장으로 봐주길 바랐다. “그럼...파스타 먹으러 가요. 크림 파스타 먹고 싶었거든요” “팀장님, 괜찮으세요? 안색이 안좋은데...파스타 소화 안되실텐데 저랑 그냥 다른거 드시러 가셔도 되는데....” 항상 나를 챙겨주는 유정씨였다. “괜찮아요. 유정씨도 나 신경쓰지 말고!” 웃어보이며 앞에 놓여진 파스타를 내려보았다. 허해진 속에 멀건 흰 파스타를 보고있자니, 속이 미식거리는 느낌도 받았지만 꾹 참고 입에 넣었다. 밥을 다먹고는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찬바람을 쐬며 속을 달래보려했지만 역시 크림파스타는 무리였다. 목구멍까지 파스타가 넘어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20분뒤에 바로 세미나실에 모여요.” 그 말을 끝으로 화장실에 가 먹은 것들을 다 토해냈다. 세면대로 가 입을 헹구고 나와 내 방으로 들어와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으니 전화가 왔다. 윤기였다. “응” 나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말이 나왔다. “아..바빠?” 워낙 눈치가 빠른 윤기였기에 나의 퉁명스런 목소리를 알아차린 듯 눈치를 보는 듯 했다 “조금.” “아.. 밥은 먹었어?” “파스타 먹었어.” “파스타..? 밥 챙겨먹지..” “바쁘면 대충 그렇게 먹기도 하는거지.”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임신하기 전에는 라면으로 저녁을 떼우든 파스타를 먹든 심지어 굶어도 아무런 문제되지 않던 일들이였다. “.....” 내 말에 윤기는 아무말을 하지 않았다 “왜 전화했는데. 밥먹었냐고 물으려 전화한 거 아니야? 밥 계속 챙겨먹을테니깐 신경쓰지 말고 일해” 윤기가 답을 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마음도 모르고 계속 밥먹었냐 묻는 윤기에 서운하기도 했고 그냥 이런 상황이 싫기도 했다. 난 그냥 아기를 가졌을 뿐인데 왜 다들 나를 예전처럼 대하지 않을까. 그냥 팀내 팀장으로, 임신한 와이프가 아닌 그냥 김탄소로 봐주길 원했다. “어떻게 신경을 안써. 다른 남편들처럼 매일 같이 있어주지도 못하는데.” 끊겨버린 전화기 화면을 씁쓸한 듯 쳐다보는 윤기였다. 회의는 길어졌고,중간중간 다시 연구실에 들어가 확인하는 작업도 이어졌다. 결국 동이 트고나서야 모든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다들 수고했어요. 지금 시간이 오전 8시니깐 집에서 옷갈아입고 밥먹고 10시 30분까지 다시 출근하도록 해요” 나도 대충 옷가지를 챙겨서는 집으로 향했다. 피곤이 몰려오는 기분도 들었다. 도어락을 풀고 집에 들어갔다. “어디 있다 오는거야?” 윤기였다. “어?...회사. 야근했어” 윤기가 집에 있을 줄은 몰랐다. “야근? 밤 샜단 말이야?” 표정을 굳히는 윤기였다. “ 흔한 일이잖아. 나도 알고 시작한 일이였고. 왜 화를 내는데” 나도 화가 났다. “몰라 시작한 일이 아니라서 화내는 게 아니잖아. 너 지금 홀몸 아ㄴ” “그만 좀 해.진짜 임신했으면 뭐.임신하면 일하면 안돼? 내가 알아서 한다잖아. 난 그냥..내가 맡은 내 일을..” 내 일을 하고싶은거 뿐이라고.. 눈물이 차올랐다. 목이 메여서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소리내어 우는게 쪽팔리고 비참해서 울음소리를 꾹 참으며 삼키려 노력했다. “...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만” 우는 나를 다독이는 윤기였다. “예민한 시기인거 아는데, 다른집남편들처럼 매일 같이 있어주지도 못하고. 기껏해야 걱정하는게 다인데 새벽에 들어왔는데 니가 없는거야 야근하고 이제서야 들어왔다는 말에 걱정하는 나는 너에게 아무 의미가 없는건가..순간 화가나서.” “알..아..근데 나도 혼..끕..란 스러워서.. 항사항..흡.내가 해오던 끄읍 컨데...임신해타는 이유로.. 다 뺏기고..욕하고.흐윽.나도 불흐안 해서어 그래서허..” “알아. 다 알아..미안해” “이제 말해봐. 누가 욕했어” 내가 울음을 그치고, 눈물을 다 닦아내니 옆에서 물어오는 윤기였다. “으응..?” “욕했다며. 누가 욕했어” “아..그냥 팀원이..나 없는줄 알고 화장실에서 얘기하는거 들었는데 그냥 임신했는데 무리한다구,융통성 없다구 일이 좋으면 임신은 왜 했냐고 애 잘못되면 괜히 눈치보일것같다고” “아..빡치네. 그걸 그냥 듣고만 있었어? 잘못되긴 뭐가 잘못 돼.뚫린 입이라고 와..” “팀원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지. 아무래도,야근이나 밥 이런 것도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으니깐.” “그래서 어제 파스타 먹은거야? 또 먹고싶은거 말하면 피해준다고 생각해서?” “아니..꼭 그런건 아니구...” “니가 받아도 되는 배려야. 피해가 아니라” “또 말해봐. 나 없는동안 속은 괜찮았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먹은것도 다 토해내고... 잠도 깊게 안들고 힘들었어” “고생했네..” “미아ㄴ..” “미안하다는 말 하지마ㅋㅋㅋㅋㅋ” “알겠어” 나의 머리를 헝클이며 답하는 윤기였다. “나 10시30분까지 다시 출근해야 하는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10시 30분..?” 시간을 보는 윤기였다. 벌써 9시30분이였다. “그럼, 같이 아침먹고 데려다 줄게. 나도 회사 바로 들어가봐야해” “더 맛있는거 먹지.” 내 숟가락에 김치를 올려주며 말하는 윤기였다. “이게 젤 먹고싶었어. 신기하게 애기가지니깐 평소에는 안먹던게 먹고싶더라고” 내 회사 근처 돼지국밥집에서 아침을 먹고있는 중이다. “흘리지 좀 말고. 천천히 먹어” 건네는 휴지를 받으며 옷에 흘려진 국물을 닦았다. “와..진짜 맛있었어. 신기하다. 하나도 안울렁거리고” 나를 데려다 주는 차안에서도 국밥얘기를 했다. “그게 그렇게 맛있었어?” “응! 진짜 여태들어 먹은 것중에 제일 맛있었어” 입 맛을 다시며 말하는 나를 못말린다는 듯 웃어보이는 윤기였다. “또 먹고싶은거 생기면 뭐든 말해. 다 사다줄께” “진짜? 그럼 복숭아 사와” “ㅡㅡ 이 겨울에 복숭아를 어디서 구해” “왜왜 다 사다준다며” “제철빼고. 구할 수 있는거” “아~그럼 나 소주사줘 소주먹을래” “ㅡㅡ죽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느새 회사앞에 다왔다. “갈게.조심히 가” “너무 무리하면 안돼.” 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도담이도, 엄마 괴롭히지 말고.” 잠그지 않은 코트 안으로 손을 넣어 나의 배를 한번 쓰다듬는 윤기다. 따뜻한 윤기의 손길에 마음이 훨씬 편해짐도 느꼈다. “나이제 진짜 들어갈게” 하고 손잡이를 열라는 내 손목을 잡고선 “뽀뽀” 자신의 볼을 두드리는 윤기에 내가 “아뭐야..”하면서도 쪽 하고 빠르게 볼에 입을 맞춘 후 떨어지니 예쁘게 웃어주었다. “집에 들어갈 수 있음 들어갈게” “빨리들어가. 춥다” 고개를 끄덕이곤 차에서 내려 나는 회사로 윤기도 자신의 작업실로 향했다. 독자님들!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요..!!ㅠㅠㅠㅠㅠㅠㅠ (염치 없....) 할 일들 다 끝내고 오늘은 휴식의 날이라서 급하게 부랴부랴 썼어욯ㅎ 오늘 가능하면 고등학생글도 데려올게요..! 제가 음..임신을 하게되었을때의 사회적 힘든점들을 제가 감히..조금 다뤘는데 괜찮은가요..? 시작할때도 임신을 했을때 사회적으로 받는 힘든 그런 점들을 조금 다뤄보고 싶어서 시작한 글이예요 혹시 불편하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임신에 포커스가 맞추어 지다보니 그런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으실 수도 있다는 걱정도 돼요!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조금씩 써보려 합니다 매번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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