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requiem(안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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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해, 잭.”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보스?!”
“못할 건 또 뭐야.”
“보스,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브루클린으로 달려가고 싶은걸 가까스로 참아내고 있는 스스로가 대견할 정도라고요!”
“잭, 달려가는건 무리야.”
“말이 그렇다는거죠!”
잭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입꼬리를 끌어당겨 쯥, 하는 소리를 내며 거칠게 넥타이를 끌렀다. 다리를 꼬며 잭은 마른세수를 했다. 케이티가 보았다면 기겁하며 다리를 찰싹 때렸을텐대. 너무나도 태평하게 커피를 홀짝이며 덤덤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헛소리를 내뱉는 택운을 바라 본 잭은, 차라리 케이티와의 전쟁 같았던 언쟁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잭이 이야기를 하는 줄곧 허공으로 과자를 던져 받아먹기를 하던 학연이, 심각한 표정을 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잭과 택운의 시선이 동시에 학연에게로 향했다.
“체스 두고싶어!”
“…Oh, God.”
“체-스!”
“두러 가요!”
“그렇지만 퀸을 잃어버렸는걸.”
세상에, 정말이지. 학연의 말에 잭은 두 눈을 감으며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백금발의 부드러운 머리칼이 나풀거렸다.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학연은 자연스럽게 택운의 커피잔을 낚아채갔다. 커피잔에 박고 있었던 고개를 든 택운이 얼굴을 구겼다. 뭐하는거야. 눈썹을 까딱이며 학연은 커피 한 모금을 머금었다. 잭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헤집어놓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커피를 마신 학연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학연은 웩, 하고 토하는 시늉을 했다. 택운의 얼굴이 짜증으로 물들어갔다.
“뭐야! 레오, 아메리카노 산 거 아니였어?!”
“맞는데.”
“근데 왜 이렇게 달아! 엄청 달잖아!”
“슈가랑 시럽을 조금…보다는 많이 넣었네.”
“대체 그럴거면 왜 아메리카노를 시킨건데, 애초에?!”
“별빛이가 잘 어울린대.”
“레오, 너 또라이야?”
“그래서, 리벨리어스 짓이라는거지?”
레오! 택운이 학연을 가뿐히 무시하며 다시 커피잔을 집어들었다. 잭이 진한 쌍커풀이 진 깊은 눈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날 밤, 잭은 케이티와의 만족스러운 섹스를 즐긴 후에 깊은 숙면을 취했었다. 그 덕분에 기분 좋게 집을 나섰던 잭은, 그 기분을 일분도 채 유지하지 못하였지만. 이런 씨발. 잭은 자신의 행복한 보금자리의 문 앞에 떡하니 엎어져 있는 시체를 바라보며 거칠게 욕을 내뱉어야만 했었다. 목덜미의 악마 날개의 문양 위로 칼로 그은듯한 R이라는 글자를 발견하고는 신경질적으로 문을 걷어 차 구두의 앞코에 흠집이 나기도 했다. 건방진 리벨리어스 새끼들. 명백한 조롱이었다. 잭은 이를 바득 갈며 그대로 택운의 펜트하우스로 온 것이였다.
“내가 아무리 사람을 죽이는게 일이라지만… 아침부터 본의 아니게 시체를 보는겐 별로 달갑지 않은 일이라고요, 보스.”
“좀 끔찍했나보네.”
“많이요.”
“으흠,”
“음…, 그러니까 마치 엠마가 2014 S/S 밀라노 패션위크에 나온 베르사체의 옷이라며 들고왔던 별 무늬가 그려진 그 괴상했던 셔츠만큼이나요.”
“어우, 저런.”
학연이 질겁하며 다시금 과자를 집어들었다. 택운 또한 몸서리를 치며 표정을 구겼다. 끔찍해라. 택운이 뻐근한 목을 뒤로 젖혔다. 새하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멀끔한 천장을 바라보며 택운은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보아도 이건 그저 단순한 도발 행위이며, 잭이 화를 내며 말한 그대로 명백한 조롱이었다. 택운은 일주일 전에 자신을 찾아왔던 푸근한 인상의 백인 남자를 떠올렸다. 손목에 R 문양을 달고서는 자신에게 거래를 들먹였던. 마지막 한 모금을 들이킨 택운이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런 택운과 상반되게 학연은 몸을 스르르 쇼파 위로 묻었다.
“레오, 이대로 가만히 있을거야?”
“…글쎄, 갚아주려면 똑같이보다는 조금 더 재미있게 해주는게 낫겠지?”
“……….”
“잭, 저번에 나를 찾아 온 새끼가 하나 있거든.”
“예, 보스.”
“얼마였더라…. 리벨리어스의 정보를 팔겠다면서 말이야. 아, 백만달러였나?”
“……….”
“만나. 그 새끼 죽여서 보내지, 뭐. 이마에다가 예쁘고 곱게 배신자라고 써 가지고 말이야.”
“……….”
“좀 큼지막하게.”
약 좀 오를걸. 담담하고 조용하게 읊조리는 택운의 말에 잭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띄웠다. 학연도 동그란 눈을 접으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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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흰색의 솜베개를 끌어안고는 작게 하품을 했다. 택운의 취향에 맞게 모노톤으로 단조롭게 꾸며진 침실은 드넓었지만, 최소한의 가구만이 배치 돼 있어 휑한 느낌이 들었다. 별빛은 바니스 뉴욕, 수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쇼핑센터에서의 달달했던 택운의 버드키스가 떠올라 베개에 붉어진 얼굴을 숨겼다. 라운지에서도 다 보았다며 택운에게 낄낄대다 걷어채인 학연 덕에 화끈거리는 얼굴을 식히느라 애를 먹었었다.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던 별빛이 베시시 웃었다. 솔직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나쁘지는 않았었다. 아직 가끔 움찔하기는 하지만, 별빛은 자신에게만 한정 된 택운의 모습이 좋았다. 사실 택운의 기준으로 생각해본다면 택운은 처음부터 별빛에게 매우 친절한 편이었다. 그러한 택운의 모습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연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어갔던 경우는 일상다반사 였었다. 2년이 지난 지금에도 일관적인 반응을 보이는 중이기는 하지만. 별빛은 학연은 참 한결 같은 사람이라는 시덥지도 않은 생각을 하며 여전히 웃고 있었다.
엠마는 라운지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고는 조지의 마중을 나갔다. 택운은 펜트하우스로 들어오자마자 학연과 함께, 문을 거세게 열어젖히고 들어 온 잭에게 이끌려 침실과 가장 먼 방으로 끌려들어갔다. 침실과 가장 먼 방. 별빛은 그 의미를 알기에 딱히 혼자 남게 된 것에 대하여 투덜대지 않았다. 택운은 별빛이 조직과 관련 된 사무적인 이야기들을 듣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바로 옆 방이라고 할지라도 뛰어난 방음 시설 덕에 들리지는 않았겠지만, 택운은 항상 만약을 생각하는 편이었다. 총을 쥘때마다 앞이 예측불허인 일을 하며 생긴 나름대로 일종의 직업병이었다.
별빛이 침대 위를 엉금엉금 기어갔다. 그리고는 침대 옆 작은 유리로 된 협탁 위의 빨간 통을 집어들었다. 초콜릿이나 사탕 등을 담아두는 통이였다. 뚜껑을 열자 통 안은 바닥을 보이는 상태였다. 별빛의 표정이 잔뜩 시무룩해졌다. 단 것이 먹고싶었다. 생크림케이크를 먹으며 연신 방긋대는 메리를 보며 별빛은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연스럽게 쿠키를 입으로 가져가는 학연처럼 어린아이의 것을 뺏어 먹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 애써 꾹 참아내었었다.
“흠…….”
별빛이 침대에서 조심스레 내려왔다. 함께 끌러내려온 시트를 정리하며 별빛은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어차피 저들의 대화는 길어질 듯 했다. 잭은 다혈질이 심했고, 그는 이야기를 하면 할 수록 더욱 화가 치밀어오르는 스타일이였다. 펜트하우스로 성큼성큼 걸어들어오던 잭의 표정이 떠올랐다. 별빛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손바닥으로 구겨져 주름 진 시트를 팡팡 내리쳤다. 케이크 하나쯤 몰래 사오는 시간이야 충분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논리적인 계산이라 생각하며 별빛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레이 색상의 보카시 코트를 걸친 별빛이 조심스럽게 방 문을 열었다. 굳게 닫힌 끝 방의 문을 확인한 별빛이 펜트하우스를 나섰다. 엘레베이터의 버튼을 누르곤 금색 엘레베이터의 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별빛은 76층이라는 어마어마한 높이는 참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고 느긋하게 해준다는 택운의 말이 점점 이해가 가는 중이었다. 붉은 색의 숫자가 하나씩 높아지고 있었다.
택운이 거주하고 있는, 비크먼 타워라고도 불리는 스프루스 스트리트는 맨해튼의 새로운 랜드마크라 불리우는 곳이었다. 맨해튼의 세개 다리를 보두 조망 할 수 있으며, 브루클린과 퀸스 지역까지도 모두 바라 볼 수 있었다. 한 눈에 들어오는 뉴욕을 택운은 무척이나 좋아했다. 언뜻 보이는 울워스빌딩의 지붕을 바라보며 별빛은 스스로가 고소공포증이 없음을 진심으로 다행스럽게 여겼었다.
띵-. 도착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엘레베이터에 탑승한 별빛이 1층을 눌렀다. 수 많은 회색의 버튼들 중 유일하게 혼자 빨간 색인 1이라는 숫자를 곁눈질로 바라보다가 피곤한 듯 눈가를 손으로 부볐다. 한참을 내려가는 엘레베이터를 별빛은 처음에는 무서워했었다. 끝도 없이 내려가 그대로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만 같다는 말도 안되는 상상이 간혹 들고는 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며 별빛은 손가락으로 웨이브 진 긴 머리카락을 베베 꼬았다.
엘레베이터의 문이 반으로 갈라졌다. 골드 계열의 색상으로 깔끔하게 꾸며져 있는 로비의 한 가운데에서는 사자상이 금방이라도 누군가를 집어 삼킬듯이 입을 벌리곤 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로비를 지나자 길게 이어진 정원이 보였다. 천연 잔디와 조각 예술품, 분수 등으로 이루어진 스프루스 스트리트의 넓다란 정원은 별빛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었다. 별빛이 높게 드리워진 나무를 바라보며 생글댔다. 정원까지 지나쳐 완전하게 스프루스 스트리트에서 벗어 난 별빛이 거리로 나서자마자 불어오는 칼바람에 옷깃을 여몄다.
프로방스(Provence). 집 앞의 거리에 바로 위치한 베이커리 가게였다. 빛바랜 노란색의 간판을 바라보며 별빛이 벌써 행복한 웃음을 띄웠다. 프로방스의 딸기 쇼트케이크는 별빛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였다. 딸랑ㅡ. 맑은 종소리와 함께 별빛이 가게로 들어섰다. 따뜻한 실내에, 찬 바람을 맞았던 얼굴에 열기가 확 몰려왔다.
“앨버트 아저씨!”
“오, 별빛! 오랜만이네요.”
“헤, 요즘에 딱히 집에서 나오지를 않아서-.”
“그래도, 이 늙은이를 봐서라도 가끔은 들려줘요.”
“죄송해요…, 앞으로는 그럴게요.”
울상을 짓는 척 하다가 천연덕스럽게 웃어보이는 별빛에 앨버트가 못 이기겠다는듯 설레설레 고개를 내저었다. 항상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이는 앨버트는 예순 살의 나이보다 동안인 편이었다. 무테안경을 쓴 편안한 인상의 앨버트는 별빛이 굳이 맛 좋은 케이크가 아니더라도 프로방스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앨버트는 별빛이 유독 프로방스를 좋아하는 또다른 이유인 엔틱한 디자인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딸랑ㅡ. 한번 더 문이 열리며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브라운 색상의 코트를 입은 남자가 안으로 들어섰다. 별빛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정확히는 케이크 진열장 앞에서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느라 다른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저기요.”
“……….”
“저기요, 아가씨.”
별빛이 자신의 어깨에 닿는 손길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방금 실내로 들어 온건지 귓가가 새빨간 잘생긴 남자였다. 저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별빛의 앞으로 남자가 레드 색상의 샤넬 장지갑을 들이밀었다.
“아….”
“밑에 떨어져 있길래. 조심해요.”
“감사합니다.”
별빛이 쑥스러운 듯 목가를 만지작거리며 지갑을 받아들었다. 가볍게 목례를 한 별빛이 다시 진열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별빛에게 젠틀한 미소를 지어보이던 남자의 얼굴이 한순간에 굳었다. 버릇처럼 입가를 엄지손가락으로 닦아 낸 남자의 코트 깃 사이로 남자의 뒷목에 얼핏 R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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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 늦었죠? 뭐 딱히 기다리시는 분은 없으셨겠지만.
사실 지금 피시방이랍니다. 개학을 해서 바빠서 늦은게 아니라, 컴퓨터가 고장이 났어요. 노트북은 아직 주문을 안했구요 '^' 힝.. 급하게 자필로 쓴 글을 피시방에 와서 옮겨 적었어요. 자필로 적으면 굉장히 횡설수설하는 편인데..
사실 개학을 하더라도 시험기간만 아니면 딱히 큰 영향은 없어서.. 아직 공부를 빡세게 하지 않아도 괜찮은 나이라고 (저만) 생각중입니다.
나름 긴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드려여. 물론 짧은 글이라도 매우 감사드린답니다 ⊙▽⊙! 그냥 이딴 글 봐주시는게 어딘가요(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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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편이었었나? 회원전용 풀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