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순간까지도 아름다운, 그런 별이 되세요. 당신.
두번째 이야기 : 누가 울새를 죽였나
누가 울새를 죽였나?
제비가
'내가 활과 화살로
울새를 죽였네'라고 말했네.
누가 그가 죽는 것을 보았지?
파리가
'내 작은 눈으로
그가 죽는 것을 보았네'라고 말했네.
누가 그의 피를 받았지?
고기가
'내 작은 접시로
그의 피를 받았지'라고 말했네.
누가 그의 수의를 만들지?
딱정벌레가
'실과 바늘로
수의를 만들지'라고 말했네.
누가 그의 무덤을 파지?
올빼미가
'내가 곡괭이와 삽으로
그의 무덤을 파지'라고 말했네.
누가 목사가 되지?
떼까마귀가
'작은 책을 들고서 내가
목사 노릇을 하지' 라고 말했네.
누가 교회 서기가 되지?
종달새가
' 어둡지만 않다면내가
서기 노릇을 하지'라고 말헸네.
누가 횃불을 들고 가지?
방울새가
'내가 금방 가지고 가지.
내가 횃불을 들고 갈거야'라고 말했네.
누가 상주가 되지?
비둘기가
' 사랑때문에 우는
내가 상주가 되지'라고 말했네.
누가 관을 운반하지?
연이
' 장례식이 밤을 새지만 않는다면
내가 운반하지'라고 말했네.
누가 관 덮개를 가지고 가지?
굴뚝새가
'수탉과 암탉과 함께
우리가 덮개를 가지고 가지' 말했네.
누가 찬송가를 불러주지?
지빠귀가
수풀에 앉으면서
'내가 찬송가를 부르지'라고 말했네.
누가 종을 치지?
피리새가
'내가 줄을 당길 수 있으니
내가 치지'라고 말했네.
모든 새들은
불쌍한 울새를 기리는
종소리를 듣자
탄식을 하면서 울었다네.
W.Avalon
장갑을 낀 손가락들이 렌즈를 닦았다. 건물 안에는 물론이거니와, 바깥 또한 머리며 어깨 들에 눈송이들을 꾸역꾸역 쌓아가며 파파라치들은 그득하게 진을 치고 서 있었다. 이리저리 치이며 카메라를 더 위로, 더 앞으로 드미는 사진사들 뒤로는 위성 접시가 꼭대기에 달린 밴들이 즐비했다. 숨이 넘어 갈 듯이 울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아무도 장례식장이라 생각하지 못할, 그런 모습이었다. 학연의 장례식은.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는 기자들의 목소리 사이로 오열하는 소리가 섞여 보도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아는, 아니 정확히는 그저 어딘가에서 들었을 뿐인 자극적인 이야기들만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쏟아내었다. 검증이 되지 않은 추정에 불과한 말들과 논평. 학연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그 굴레에서 벗어 날 수 없었다. 택운은 쓰게 웃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학연의 영정사진을 끌어 안고 우는 유가족들을 향하여 들이 밀어지는 카메라. 도를 넘는 행위를, 말을, 그들은 너무나도 당연한 듯 해냈다.
거짓임이 너무나도 분명한 꾸며 낸 이야기들을 언론은 누가 먼저 랄 것도 없이 빠르게 실어 퍼다 날랐다. 학연의 죽음은 몇십분 만에 몇백만명에게 전해졌고, 온갖 예측들이 쏟아져나왔다. 학연은 생전에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는 다들 감기처럼 흔히들 앓는 병이었다. 대중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젋은 슈퍼스타를 안타까워하며 애도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람들은 아무런 표정 없이 손가락을 놀려대었다.
학연의 장례식은 마치 영화제처럼 온갖 유명인사들이 넘쳐났다. 학연과 절친한 사이로 유명했던 홍빈은 한시간이 넘도록 여즉 울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홍빈의 모습을 찍어대는 기자들을 바라보며 택운은 움직이는 마네킹 같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감정이 없는. 눈물이 날 정도로 담배연기가 매캐했다.
술 한잔 할래? 뜬금 없는 학연의 전화에 택운은 곧바로 차키를 집어들었다. 문을 열어주는 학연은 2주만에 보는 모습이었다. 살, 더 빠졌네. 택운이 덤덤하게 뱉은 말에 학연은 습관처럼 웃어보였다. 앙상한 학연의 모습에 입을 열려던 택운이, 숨만 들이키곤 다시 입을 다물었다.
언더락 잔에 담긴 얼음과 술이 파르르 떨리는 학연의 손에 의해 요동쳤다. 학연과 마주 앉은 택운이 자신의 앞에 놓여진 잔에 술을 따랐다. 학연은 술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을 뿐더러, 잘 마시지도 못하였다. 한번에 비워 낸 잔을 내려 놓으며 학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택운은 학연을 힐끗대며 애꿎은 훈제 연어를 포크로 쿡 쿡 찔러댔다.
…연어 좋아해? 자주 먹네.
아니, 나 회 잘 못 먹잖아.
…….
칼로리가 낮거든. 살 안 쪄, 이건.
학연이 살포시 웃으며 연어를 집어먹었다. 택운이 고개를 들어 학연을 빤히 바라보았다. 은은한 조명 아래의 학연은,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보았던 학연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오늘따라 왜인지 왜소해보이는 학연의 모습에 택운은 눈을 내리깔았다. 보고싶지않아, 초라한 모습. 앞니로 짓이긴 입술이 아릿했다.
운아, 기억 나?
…….
나, 처음 데뷔 했을 때….
…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사장님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거야. 그치?
…….
그나저나 정택운 씨. 정매니저에서, 이제는 정사장님이네?
…….
우리 둘 다, 많이도 올라왔다.
학연은 섭외 1순위로 꼽히는 배우였다. 찍는 영화와 드라마들을 족족 흥행에 성공 시켰고, 공백기를 가지더라도 대중들은 그의 빈자리를 수 많은 CF들로 인하여 전혀 느끼지 못하였었다. 제 또래들 중 단연 탑을 달리는 톱스타 차학연은, 처음부터 마냥 빛 났던 것은 아니었다. 학연은 저에게 서류들을 흩뿌렸던, 택운에게 탁상 위의 조그마한 액자를 집어 던졌던, 자신의 재능을 안타깝다고 이야기하며 저녁식사일 뿐이라며 자신을 나락으로 이끌었던, 박 사장을 스스로 입 밖으로 끄집어내었다. 취기가 오른 얼굴이 붉었다.
처음에는, 굉장히 좋은 분이셨어.
응, 좋은 분이셨어.
…아버지 같은 분이셨어.
…….
대체 뭐가…,
…….
무엇이 그 분을 그렇게 몰아갔던걸까.
차학연,
괜찮아. 어차피 나도 뜨고 싶었어.
…….
지긋지긋했지. 나는, 나는 만족해, 택운아.
할게요. 박 사장에게 무덤덤하게 답하던 학연이 떠올랐다. 차 안에서 엉엉 울며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것이냐며 울었던 학연도, 떠올랐다. 울음을 억지로 삼켜내는 목소리에, 택운은 아무런 말 없이 술잔을 비웠다.
택운아.
응, 학연아.
정 사장님.
…응.
나, 나 쉴래.
…….
나 좀만 쉴래….
…응, 쉬어.
미안해, 사장님. 택운은 학연의 사과가 활동을 쉬어서 미안하다는 것인지, 다른 의미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쉼 없이 달려 온 학연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다.
학연이 죽었다. 사인은 자살이었다. 기한 없는 휴식. 편히 쉬어, 학연아. 학연의 누나의 말에, 택운은 손에 얼굴을 묻었다. 가여운 아이야. 울음이 터졌다.
차학연은, 죽어서도 편히 쉴 수 없었다. 택운의 숨소리가 가늘게 떨려왔다. 셔터 소리가 시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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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역시 저는 단편이 좋습니다. 생각 해서 써내기보다는 대부분 앉아서 생각나는 그대로 끄적이다보니 한두시간이면 간단히 써내는 글이 저는 좋아요. 물론 보는 건 아닌게 더 좋지만 @_@!
오늘 글이 맨 위의 문장과 어떻게 보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제 꿈이 꿈이다보니 이번 글은 조금 생각이 많아지네요. 쓰다가 제가 울컥해서 ㅠㄴㅠ.. 오늘 글은 짤막하니, 좋네요. 진짜 순식간에 써낸 것 같아여 @,@
나중에는 단어 하나하나 섬세하게 신경 써서 쓰는 글을 써보고 싶어요. 나-중에, 헤
+) 소리꾼님, 정말 사랑해요ㅠ,ㅠ(하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