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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를 마치고 민현과의 약속을 위해 여주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 때까지 화장을 조금씩 고쳤다.
이정도면 됐다 하는 마음으로 문을 연 여주는 자신의 진료실을 지나쳐가는 성우와 서연의 뒷모습을 보았다.
어휴 지지배, 삐져가지고는
내일 넷이서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둘 사이의 앙금이 과연 풀어질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잠시 들었지만 둘이서 지내왔던 시간이 긴지라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엘리베이터로 발걸음을 옮기는 여주였다.
정문을 나와 경찰청 앞으로 걸음을 옮기던 여주는 갑자기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누군가에 의해 멈춰섰다.
검정색 굽이있는 구두위로 제복을 입었지만 가녀려보이는 체구.
고개를 들자 여주의 앞에는 아니꼬운 표정의 여자가 서있었다.
류채연,그 여자다.
채연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겨 피해가려는 여주의 발걸음을 따라 움직이며 여주의 앞길을 막아섰다.
두번정도 반복되는 채연의 행동에 여주는 짜증난다는 듯 말했다.
"뭐에요"
"그러게요,제가 하고싶은 말인데"
"나와요"
"나와야할건 당신이에요. 내 길 가로막고있는게 누군데"
"저기요, 류채연씨"
"어라, 내 이름까지 알고"
날카롭게 쏘아대는 채연의 말에 여주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채연을 보았다.
눈이 마주치며 두사람 사이 꽤나 긴 침묵이 흘렀다.
"이름까지 알정도면 나랑 민현이 어떤사이였는지 잘 알겠네, 우리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에요"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에요'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가 아닌 결혼을 약속한 사이다.
그녀의 현재형에서 여주는 이 관계가 쉽사리 풀리진 않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당신이 민현이랑 어떻게 만났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뭘한다고해서 우리 지난 긴 만남을 이길순 없을거에요.아마"
"민현이는 날 너무 사랑했거든"
채연의 마지막 말에 여주는 잠깐 돌리고 있던 시선을 채연에게로 돌렸다.
'내가 이겼네'
아무말 하지않았지만 채연의 표정은 이미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경찰청 맘대로 들락날락하지마요"
그리고 그제서야 여주의 앞에서 발 걸음을 옮겨 또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여주는 한참이나 그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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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안좋은 일 있었어요?"
민현은 썰어놓은 자신의 스테이크를 여주의 접시에 덜어주며 걱정스레 물었다.
"아,아니에요"
"세미나도 잘 끝났다면서요"
"네, 그렇죠"
여주의 머릿속으로 계속해 채연이 떠올랐다. 하필이면 아름다운 채연의 모습에 자꾸만 주눅이 드는것 같았다.
내가 그 사람들의 그 긴 시간을 극복할수 있을까.
'민현이는 날 너무 사랑했거든'
'민현이'
자신이 부르는 '민현씨'라는 호칭과 다르게 꽤나 친해보이는 호칭이었다.
우리는 사랑에 가까울까, 여주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여주씨"
살짝 힘이 들어간 민현의 목소리에 여주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었다.
"네?"
민현은 굳은 얼굴로 여주의 손을 가르켰고 그제서야 여주는 본인이 스테이크를 스프에 휘젓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잠깐 생각할게 있어서요"
"뭐에요, 심각한거에요?"
"아, 아니에요"
"혹시 채연이 때문이에요?"
"네?"
"그냥 어쩔수 없이 합동수사 같이하게된것 뿐이에요. 너무 걱정 안해도 돼"
"아......"
'채연이'
여주의 귀에는 자꾸만 그 빌어먹을 친근해보이는 '호칭'이 거슬렸다.
걱정하지말라며 안심시키는 민현을 보며 여주는 채연이 민현과 더 가까울것 같다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 내일 저녁에 뭐하세요?"
한동안 말이 없던 여주는 갑자기 생각난 서연과 성우와의 약속에 말문을 열었다.
여주의 말문이 터지길 기다렸다는 듯 민현은 미소지으며 말했다.
"내일 저녁은 아직 계획 없는데, 뭐 하고싶은거 있어요?"
"아, 성우쌤이 넷이 밥먹자고 해서요. 서연쌤이랑 아직 제대로 안풀려서..."
"넷이서요? "
민현은 여주의 말에 잠시 생각하다 환하게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그래도 친해지고 싶었는데 잘됐네. 내일 그럼 마치고 그쪽으로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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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이야기 없이 둘의 식사가 끝나고 민현과 여주는 집을 향했다.
도어락을 열기위해 손을 뻗은 여주의 반대편 손으로 민현의 손이 들어왔다.
갑자기 들어오는 온기에 여주는 민현을 올려다보았고 그런 여주를 보며 민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좀 걸을까요?"
몇번 잡아보지 못한 민현의 손에 여주의 얼굴이 붉어졌다.
입맞춤도 한 사이에 손하나 잡는데 왜이렇게 부끄러운지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었다.
민현의 손에 끌려 두사람은 집 주위 공원을 걸었다.
오랜만에 걸어보는 공원길이었다.
여주는 아무말 없이 걷는 민현을 올려다 보았다.
'민현인 날 너무 사랑했거든'
그때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채연의 목소리에 여주는 발걸음을 멈췄다.
하필이면 제복을 입어도 가려지지않는 아름다움을 가진 채연이었을까.
하긴 그래서 채연이었던거일수도 있지.
갑자기 멈춰선 여주에 민현은 여주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곤 한참 말없이 서있는 여주의 손을 끌어 옆에 있는 벤치로 가 앉았다.
"왜그래요. 나 답답해서 이젠 못참겠어. 뭐에요"
이때까지의 평화로웠던 표정과는 다르게 민현은 굳은 표정으로 여주를 보았다.
눈을 마주치지않는 여주의 모습을 바라보다 민현은 말했다.
"나 봐요"
민현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에 여주는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치자 여주는 느꼈다.
지난날 자신이 성우가 다른 여자 인턴과 있는 모습에 화를 내는 서연을 보며 자신은 절대 질투하지 않을거라 생각을 했던 자신이 틀렸음을.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것이 과거 유치하다고 생각했던 그 질투구나
내가 이남자를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호칭..."
"네?"
"우리 호칭 바꾸면 안돼요?"
여주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단어에 민현은 잠시 멈추었다 되물었다.
"호칭이요?"
"아니, 그게 아니라..순서가 그래서 민현씨 여주씨 부르긴 했는데 너무.. 친근감 없잖아요"
"......"
"아니 그리고 말도 편하게해요. 꼭 거리감있는 사람들 같잖아요..."
여주의 말에 민현은 새어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내려했지만 이미 입꼬리는 올라가고 말았다.
말을 끝낸 여주는 고개를 들어 민현을 보았고 마주한 민현의 눈에 부끄러운듯 웃음을 지었다.
"그거 때문이에요?"
고개를 끄덕이는 여주에 민현은 밝게 웃으며 여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뭐라고 불러야할까?"
머리를 쓰다듬으며 눈을 맞춰오는 민현에 여주는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막상 말하고보니 얼굴이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아 진짜 귀여워죽겠네, 누가 이렇게 귀여우래"
민현은 여주가 사랑스럽다는듯 여주의 머리를 껴안으며 말했다.
한참을 그렇게 안고있었을때였다.
'지이잉_'
울려오는 진동 소리에 둘은 휴대폰에 손을 뻗었다.
여주의 휴대폰이었다.
'서연쌤'
뜻밖의 인물에 여주는 어리둥절하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침묵 사이로 들려오는 흐느낌에 여주의 마음이 순간 땅으로 꺼지는 듯 했다.
"서연쌤, 울어...?"
"나 좀 도와줘"
"응? 어디야 무슨일인데"
눈물을 간신히 참은듯한 서연의 목소리에 여주는 말의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환자가 하나 들어왔는데 실수를 해버렸는데 그냥.. 너밖에 이거 못고칠거같아."
"수술실 문자로 보내 지금 바로 갈게"
여주는 일어나 가방을 챙기며 민현에게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어떡하지, 미안해요."
민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자고 기다리고 있을게"
민현의 말에 여주는 빙긋 웃으며 자신의 앞에 선 택시의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여 제닝뀨에여
제가 넘 늦었죠 또 ^^
어휴 저번에 글올렸을때 넘 놀라운 반응에 깜짝놀랐어요
제가 늦게와서 반응 없을줄 알았는데 넘나 의외인것...!
아니 이건 너무 감동이잖아....ㅠㅠ
아무튼 또 늦고 분량도 길지 않은점 죄송합니다. 성실해지려고 노력할게요^^
아 그리고 뜸하다 한꺼번에 갑자기 댓글이 달려서 독방에서 제글 추천해주시는 은혜로우신 분이 있더라구요 ㅠㅠ
흑 내가 뭐라고 재밌다고 추천까지 받나하면서 진짜 눈물흘릴뻔했습니다.
흑흑 앞으로도 많이 추천해주라줘~!!!
사랑해주시는 분 잊지않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생각한건데 좀 자주 찾아오려구여^^
당분간은 아마 뭐 한달 간격으로 온다던지 그런 나쁜 짓은 하지않겠습니다 ㅠㅠ
아무튼 제 보잘것 없는 글 사랑해주시는 여러분 너무 사랑하구여
이 다음화는 분량 많고 전개도 빨라지도록 노력할게요!
암호닉은 곧 정리해서 올릴게요
기억은 다하고 있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