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파니니 - 러블리 데이
황제 흥신소
EP . 11
"아 사장님, 왜 자꾸 웃어요. 거슬리게."
"나 안 웃었는데."
"와, 진짜 어이 없어. 방금까지도 실실 웃었으면서…."
설마 설마 하던 게 이제는 거의 확실해지는 기분이다. 나 잘 때 코를 곤 게 분명해. 그러지 않고서야 사장님이 저렇게 혼자 실실 웃을 수가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울상을 지었다. 밤새 드라마 정주행 해서 피곤해서 코를 골 수도 있는 거지. 어쩜 저렇게 좋아하니? 발끝부터 올라오는 쪽팔림의 기운에 창 밖을 향해 고개를 휙, 돌렸다. 사장님이 작게 큭큭, 웃었다.
"삐졌어?"
"안 삐졌는데요."
"돈가스 먹으러 갈래?"
"콜."
너무 단순해 보였나? 괜히 느껴지는 수치심에 볼을 긁적이며 다시 창 밖을 바라보자, 사장님이 웃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귀엽긴. 태어나서 한 번도 외간 남자에게 듣지 못 했던 말을 요새 사장님한테 계속 듣는 것 같다. 예쁘다도 그렇고, 귀엽다고 그렇고… 내 입으로도 말하기 조금 부끄러운 그런 것들 말이다. 사장님은 내가 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혼자 콧노래를 부르며 운전을 하셨다. 왜 말은 사장님이 하고, 내가 부끄러워 해야해.
"여주야, 귀가 빨갛다."
"아니거든요."
"아닌데, 빨간 거 맞는데."
"사장님이 뭐 빨간 선글라스라도 끼고 계신가 보죠."
"그게 뭐야."
그게 뭐냐며 웃는 사장님을 힐끗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왠지, 나도 유치해지는 기분이다. 물론, 싫다는 건 아니지만.
황제 흥신소
: 여기가 흥신소인지, 연애 코스인지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사장님, 저 아까 완전 웃기게 잤죠? 우리 솔직해지자구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러지 않고서야 사장님이 그렇게 자꾸 막 웃을리가 없어…."
시무룩한 내 말에 사장님이 손사래를 쳤다. 웃기게 자긴 무슨. 사장님은 아까 그 상황을 혼자 다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곧 또 혼자 샐쭉 웃어보였다. 봐봐, 진짜 알 수 없는 사람이라니까. 서빙 된 물을 들이켰다.
"콜록, 콜록, 아, 이, 거 왜 뜨거운 물, 콜록."
가 낭패 봤다. 왜 물이 아니라 시발, 차냐고. 생각하지 못한 목구멍 어택에 당황해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콜록 콜록 기침을 하다가 컵을 쳐 버려 손도 화끈화끈해졌다. 아, 아파. 사장님이 당황한 듯 옆에 있던 차가운 물을 따라 내게 건네고서 내 손에 제 물수건을 감쌌다.
"여주야."
"콜록, 콜록."
"여주야. 괜찮아?"
시원한 물을 들이키니 괜찮아진 것 같기도 하다. 눈꼬리에 매단 눈물을 훔치고서는 고개를 끄덕거리자, 사장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는 말했다. 깜짝 놀랐네, 조심해야지. 눈물 때문에 블러 효과가 있어서 그런가, 자꾸만 멋있게 보이려는 사장님의 모습에 물수건이 놓이지 않은 손으로 눈을 비비적 거리자, 눈 비비지 말라며 내 손을 조심스레 눈에서 떼어주는 사장님이다. 맞닿은 양 손에 나만 화끈 거리는 것 같다.
"주문하신 돈가스 나왔습니다."
묘한 상황이 약 30초 정도 지속 되었을까, 맞잡고 있는 손이 약간 화끈거릴 무렵에 '주문하신 돈가스 나왔습니다.' 발랄한 목소리로 돈가스를 서빙해주는 직원분이다. 그 말에 다급하게 사장님에게 잡힌 두 손을 빼내고서 어색하게 웃었다. '머, 먹어야죠.' 이럴 때만 언어 능력이 퇴화하고 난리다. 자꾸 말을 더듬게 되네. 어색하게 하하 웃자,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제 돈가스를 열심히 썰기 시작했다. 돈가스… 좋아하시나…? 고개를 갸웃하고서 내 돈가스를 자르려 나이프를 들었다.
"아, 왜 이렇게 안 잘려."
돈가스 새끼, 사람 차별하냐? 사장님 돈가스는 무슨 젤리 잘리듯이 슥슥 잘도 잘리는데 내 돈가스는 질기디 질긴 고기를 자르는 듯 안 잘린다. 손에 힘이 안 들어가서 그런가. 혀로 입술을 축이고서는 다시 열심히 자르려는데 갑자기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생긴 돈가스 접시다. 엥, 나 자른 적 없는데 왜 이건 다 잘려있지. 어깨를 으쓱하고서 고개를 들자, 사장님이 생글 생글 웃었다.
"그거 먹어."
아마 사장님이 강아지였다면 저 뒤로 꼬리가 살랑 살랑 움직였을거다. 왠지 칭찬을 받고 싶어하는 어린 강아지 같은 모습에 고개를 꾸벅하고서 돈가스를 입에 넣고 어색하게 웃었다. '사, 사장님이 잘라주시니까 더 맛있는 것 같네요.' 마치 남을 부려 먹는 데 도가 튼 것 같은 사람같아 보이지만… 왜인지 이런 리액션을 해줘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사장님은 내 어색한 말에 혼자 으쓱하며 내 돈가스를 다시 자르기 시작했다. 좀 귀엽네. 아니, 뭐래, 미친. 부정하며 돈가스를 입에 넣었다.
"사장님 좀 드세요…."
"응, 이것만 자르고."
아니, 돈가스 자르는 게 천상 직업인 사람같네. 굉장히 기계적으로 손을 움직이는 사장님을 보다 볼을 긁적거렸다. 아무리 봐도 안 먹고 자르기만 할 것 같은데. 동공을 이리 저리 움직여 주변을 스캔하고서는 포크로 돈가스를 찍어 사장님께 건네었다.
"이거 들고 드세… 뭐, 뭐하시는 거죠?"
분명 내 의도는 저 포크를 사장님이 가져가 먹고서 내게 다시 건네는 거였는데, 어째 상황이 내가 사장님에게 돈가스를 먹여준 상황이 되어버렸다. 당황해서 말을 더듬자, 사장님이 눈웃음을 살랑 살랑 치더니 말했다. '나 팔 아파서.' 되게 건강해 보이는데. 사장님이 다 먹었는지 소스가 묻은 제 입가를 혀로 닦아내더니 웃었다.
"나도 네가 먹여줘서 더 맛있는 것 같은데."
이 사람은 아마, 선수다…. 괜시리 부끄러워 진 상황에 고개를 숙이고서 사장님이 잘라 준 돈가스를 입에 욱여넣었다. 이건, 반칙이다.
황제 흥신소
아까 만화 카페에서 원래 예정 되어 있던 두 시간을 넘어서… 약간 내 입으로 말하기 쪽팔린데 약 네 시간 정도를 자고 밥을 먹었더니 생각보다 조금 어둑 어둑해진 하늘이다. 망할, 거기서 네 시간을 왜 자냐고. 사실 이거 사장님이 말 안 해줘서 모르고 있다가 카운터 계산할 때 봤다. 진짜… 쪽팔려서 죽겠네. 사장님이 대충 사무실 앞에 차를 주차 해 놓더니 내리라고 말했다. 뭐지, 일 하자는 건가. 신종 데이트야? 헉, 데이트래. 아니, 이게 데이트는 맞는데….
"일 하게요?"
"뭐래. 끔찍한 소리 하지 마."
아니, 그렇게 싫어하실 필요까지야…. 볼을 긁적이자, 사장님이 웃었다. '여기서부터 너희 집까지 걷자.' 이게 배불러서 소화 시키자는 말일까, 아니면 막 데려다주고 그런걸까? 괜히 김칫국 마시지 말자고 생각하면서도 또 작게 콩콩 뛰는 심장이다. 왜이래, 왜 요즘 이렇게 일을 잘해. 한 걸음 한 걸음 맞춰 걷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다리 긴 양반이 나한테 맞추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 것 같다. 다리가 짧아서 죄송합니다. 한참동안 아무 말 없이 걷던 사장님이 코를 킁, 한 번 훌쩍이고서는 말했다.
"나 잘하고 있는 거 맞나."
"네?"
"나도 이런 건 처음이라서."
처음이라기에는 너무 잘하던데. 사장님의 말에 어색한 몸짓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장님이 샐쭉 웃었다. 생각보다 어둡지 않은데도 고장난건지 깜빡이는 가로등 때문에 사장님의 웃음이 더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고 해야할까. 정말 그런 게 있는 것 같다. 고장난 가로등 밑에 멜랑꼴리한 사람과 함께 서 있으면 감성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고. 그러지 않고서야 지금 내가 이렇게 콩닥거릴리가 없지 않나. 약간 앞서가던 사장님이 멈추고서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맞다, 손은 괜찮아?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사장님이 예쁘게 눈웃음을 지었다. 응, 다행이네.
그래서 그랬다. 너무 비현실적이고 낭만적이며, 뭔가에 홀린듯한 기분이 들어서. 변명을 대자면, 어제 본 그 드라마의 주인공이 사장님과 닮아서 그랬다. 정말… 일걸. 아무튼 그래서, 내 손을 가져가 유심히 살피는 사장님의 볼에 짧게 쪽, 하고 입 맞추고서는 떼었다. 그리고 생각했지, 김여주 미친년. 사장님이 놀란 듯 내 손을 잡은 자세 그대로 멈췄다.
"…."
"…."
"…어…."
시발, 이런 똥 멍청이. 똥똥똥똥 멍청이! 나 조차도 저질러 놓고서 깜짝 놀랐는데 사장님은 얼마나 놀랐을까. 내가 한 짓을 자각하자, 열이 얼굴에 몰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 그게, 그, 게요…. 당황하니 딸꾹질까지 나온다. 정말 미칠 지경이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며 어색하게 웃었다. '아, 정말 죄송해요. 진짜로.' 여기서 울라고 하면 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 어떡해. 쪽팔려. 한 발자국 더 물러나자, 사장님이 큰 보폭으로 한 발자국 내게 다가왔다.
"지금 이거 내가 꿈 꾸는 거야?"
"…네?"
"지금 나 좋을대로 꿈 꾸고 있는건가."
사장님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더니 물었다. 아닌데, 꿈 아닌 것 같은데. 다 큰 성인이 꿈 타령을 하는 게 너무 웃겨서, 쪽팔림에 나오려던 눈물이 쏙 들어가 버렸다. 아직도 낭만 감성이 안 죽었는지 귀여워 보이는 모습에 푸스스 웃고서는 사장님의 손을 꼭 잡고서 말했다. 꿈, 그거 아닌데요. 분명 말 하면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후회할텐데. 머리는 그렇게 외쳤지만, 에라 모르겠다 싶었다.
"사장님."
"응?"
"사장님만 괜찮으시다면요."
거기까지 말을 하다가 말았다. 이거 더 말해도 되는 건가. 나 혼자 설레발 치고 있는 건 아닐까. 혼자 잠시 고민을 하고 있자, 사장님이 내가 잡은 손을 힘을 줘 더욱 강하게 맞잡고서는 눈웃음을 지었다.
"여주야."
"네?"
"너만 괜찮으면,"
"…."
꿀꺽. 역전 된 상황에 침을 삼키며 눈을 깜빡거리자, 사장님이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더니 말했다..
"우리도 연애할까."
ⓥ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분 오랜만입니다>_<! 진짜 핵노잼을 넘어서 세상을 부술 힘이 있을 것 같은 똥망글을 오늘도 들고 왔네요.... 하... 착잡하다...^^ 오랫동안 안 썼더니 퇴화한 기분이네요... 휴ㅠㅠㅠㅠㅠ... 진짜 글삭해버리고 싶지만 여러분들 생각나서 들고왔어요... 돌 던지기... 없깅....! 앞으로는 좀 자주 와볼게요 사랑해요! 오타 수정 둥글게 부탁드려요>_<
암호닉은 언제나 받습니다!!
♡ 암호닉 신청해주신 쿄쿄님, 황제펭귄님, 충성충성님, 0217님, 황갈량님, 봉봉님, 균킹님, 황도님, 뉴리미님, 랕둥이님, 브룩님, 임금님, 홍홍님, 아가베시럽님, 짝소부님, 빈럽님, 옹스더님, 0713님, 1232님, 털없조 알파카님, 유팜님, 슬님, 멍귤님, 황제뿡뿡이님, 무기력님, 미망님, 돌멩이님, 르래님, 강낭콩님, 수파루파님, 급식체님, 뿌님, 갓제흥신소님, 황제의신하님, 슬님, 샘봄님, 부깅이님, 순이님, 걀량님, 몬님, 줄리님, 자연스롭겡님, 정수기님, 각꿍님, 앵두님, 영광굴비님, 몬님, 09님, 푸딩님, 예에에님, 미녀님, 체리님, 밍밍♥님, 탱구님, 챠미님, 미녀나충성이야님, 인절미님, 민현아 어디야님, 애플사과님, 황제길따라님, 체리님, 일오님, 러버님, 쟈몽님, 황제민현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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