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들어주세요)
전정국과의 연애는 아찔하다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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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이글 불타오르는 전정국의 눈을 보니 내 기분은 행복감으로 넘쳤다- 그러게 왜 기어오르고 지랄이야- 지랄이, 나는 태연하게 책을 들고 읽는 척을 하면서 전정국의 반응을 살폈다. 전정국은 어이없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나중에 보니까 내가 책을 거꾸로 들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전정국도 이걸 봤을게 분명하여 창피했지만- 뭐 그러면 어떤가, 전정국 화나게 하는데 성공했는데, 일단 오늘은 이 하나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자고 있는 박지민에게 다가가 박지민을 깨웠다.
"야, 박지민 일어나봐"
"으으- 왜 깨우고 지랄이야-"
"뭐야- 이 누나가 오늘 기분이 좋거든? 기분 잡치게 하지말고 빨리 일어나지?"
"아- 싫어, 졸려"
"뭐 그럼 말고, 오랜만에 매점에서 사줄려고 했더니"
"나는 초코우유랑 초코빵 부탁해-"
"미친 초딩이냐? 초코만 먹게?"
"사랑합니다- 여주 누나"
".. 이럴때만 누나래- 간다"
잔다는 박지민을 내버려두고 반에서 나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오는 순간에 전정국이랑 눈이 마주쳤다. 전정국은 나에게 '나와'라는 입모양으로 말했지만 나는 깔끔하게 손가락을 들어 엿을 날려주고는 밖으로 나왔다. 기분이 매우 좋았다. 오늘은 발 뻗고 잘 수 있겠는걸-
혼자서 실실거리고 웃으면서 복도를 걷는데 저 멀리서 민윤기 선배가 보였다. 예전에 내가 살짝 마음에 두고 있었던 선배였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이 선배가 나한테 고백을 했었다. 다른 사람이랑 사귀는 관계가 싫었던 나였기에 그냥 거절을 했고 민윤기 선배도 장난이라고 말했지만 뭔가 만나기가 두려웠다. 하지만 어디로 도망갈 방법이 없었다. 길은 단 하나였기 때문이다. 다시 뒤돌아 가기에는 민윤기 선배도 나를 보았고,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 치마가 그게 뭐냐- 여주야"
"..선배 안녕하세요"
"와- 찬거도 모잘라서 이제 선까지 긋네, 언제부터 선배라고 부르고 존댓말 썼다고"
"...이제부터 쓸려구요"
"..근데 치마가... 너무 짧다 우리 여주"
윤기 선배는 시선을 나의 다리로 옮겼다. 윤기 선배의 귀가 빨개졌다. 이 선배가 은근 순수한 구석이 있었네- 괜히 귀여웠다. 항상 냉정하게만 보였던 선배가 저런 모습을 보이니까
"선배가 무슨 상관이라고"
"... 마음 아프다 여주야"
"칫- 선배 어차피 장난으로 고백한 거라면서요"
"말이 그렇다는거지 진심이었는데"
"...네?"
"진심이었다고- 고백한거"
"....아"
"근데 지금은 나보다 저 녀석을 상대해야할 듯 하다"
"네?"
"전정국"
민윤기 선배의 입에서 전정국이라는 이름이 나왔고 내가 뒤돌았을 때는 어느새 내 손목을 잡고 나를 어디론가 끌고 가는 전정국이었다. 아프다고 놓으라고 그래도 전정국은 그저 무표정으로 끌고 갔다. 이건 폭력이라고 말해도 전정국은 그저 지 갈 길을 갔다. 전정국은 계속 안 갈려고 바둥거리는 나를 아예 들고서 계단을 내려갔다. 기어이 도착한 곳은 한층 아래인 남자 화장실이었다. 다행히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야, 전정국 미쳤어? 여기 남자 화장실..."
"좀 닥쳐- 남자 화장실에 여자가 들어왔다고 티 내고 싶지 않으면"
많이 낮아진 전정국의 목소리였다. 전정국은 나를 가장 끝 쪽에 위치한 화장실 칸으로 끌고 들어갔다. 나를 아예 화장실 벽으로 밀어두고 자신도 들어오곤 문을 잠그는 전정국이었다. 전정국은 힘들었는지 교복 단추를 두 개 정도 풀고는 나를 내려다봤다. 아니 거의 노려봤다. 전정국의 이마에서는 땀이 흘렀다.
"나와- 나 매점.."
내가 나오라며 전정국에게 다가갔지만 전정국은 꿈쩍도 하지 않고 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묻었다. 강하게 나를 몰아붙이는 전정국의 힘에 의해 나는 무너졌고 전정국의 목에 내 팔을 감았다. 진득하게 맞물여 오는 입술과 아프지 않게 나의 아랫입술을 깨물어 오는 전정국 때문에 내 입은 쉽게 열렸고 그 찰나에 전정국의 혀가 슬며시 들어왔다. 하아- 마침내 입이 떼어졌을 때는 진한 키스였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투명한 실이 늘어졌다. 전정국은 내 입을 닦아주곤 입을 열었다.
"뭐하는건데-"
"하-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거든? 너야말로 뭐하는건데?"
"그러게 누가 이딴 치마 입고 남자새끼들한테 꼬리치고 다니래? "
"내가 니 애완동물도 아니고 무슨 꼬리타령이야- 그리고 내가 꼬리친게 아니라 그 새끼들이 쳐다본거거든?"
"이젠 하다하다 민윤기도 만나더라"
"잠깐 복도에서 만난거야- 그리고 민윤기라니 말 조심해 너보다 한 살 많으니까"
"어쭈- 이젠 편까지 들어?"
"너도 내 앞에서 이예나 편 들었잖아!"
"... 좋아, 그럼 내 고백은 왜 안 받는건데"
"..."
"네가 애초에 내 고백 받아줬으면 이런 사태도 안 일어났어"
"그러는 너는 한번 튕긴다고- 그대로 나가 떨어져서 그새 다른 년 사귀냐? 그것도 이예나를? 나랑 사이 안좋은거 알면서, 너 완전 나 엿먹일려고 그런거잖아"
"너도 나 엿먹일려고 지금 이런 치마 입고 다니는거잖아"
"..... 비켜- 너때문에 매점 갈려던것도 못가고 수업들어가게 생겼잖아"
"사귀자"
"..."
"한번 더 매달린다. 사귀자고"
"...싫어"
"..하 뭐가 문젠데"
"...나는 사귀는거 싫어. 너뿐만이 아니라 누구든지"
"그럼 키스는 왜 하는데"
"키스하면 다 사귀는거니? 그럼 원나잇은 왜 있어?"
"갑자기 원나잇이 왜 나와? 지금 그거랑 비교가 된다고 생각하냐?"
"암튼 난 싫다고 했어"
"그럼 내가 이예나랑 사귀는거에도 반응하지도 말고 응원해주던가"
"응. 알았어 그럴게. 둘이 정말 잘 어울리더라. 응원할게. 됐지? 비켜"
전정국은 나의 마지막말에 순순히 비켜줬다. 새끼가 어디서 쉽게 사귀려고 들어- 먼저 시작한 거는 자기면서 순순하게 내가 사귀어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지- 나한테 기어오른거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 나는 이런 다짐과 함께 콧노래를 부르며 화장실을 나왔다. 그리곤 매점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지민이가 좋아하는 초코우유와 초코빵을 사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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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 KOOK
김여주가 나가자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고백하기 전에 완전히 길들여놨어야 했는데 저렇게까지 요망한 고양이인 줄 몰랐다. 아직까지도 느껴지는 김여주의 향기에 미칠 거 같았다. 화장실 밖으로 나갔을 때 김여주는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씨발- 작은 욕지거리를 하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저 멀리 민윤기가 오는 게 보였다. 기분도 안 좋은데 하필 마주치는 것도 민윤기라니 정말이지 오늘 기분이 영 꽝이었다. 아까 김여주와의 키스가 없었더라며 물건 하나는 망가질 수도 있었다. 민윤기와 가까워지고 그냥 지나치려 할 때쯤 민윤기가 입을 열었다.
"뭐야- 너도 차였나보네?"
"...네?"
"너도 김여주한테 차였냐고-"
저 새끼가 나를 놀리나- 생각하면서도 '너도'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그렇다는건 민윤기도 김여주에게 고백을...
"... 선배님도 김여주한테 고백하셨나봐요?"
"..어. 물론 차였지만, 나는 당연히 네가 고백하면 받아줄 주 알았거든- 근데 그게 아닌가 보네 픽-"
나에게 답을 하면서도 묘하게 무시하는 듯한 민윤기의 행동에 기분이 나빠졌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건지-
"근데 그래서 뭐 어쩌자는거죠? "
"아, 왜 이렇게 무섭게 말하냐- 그냥 제안 하나 할려고"
"제안이요?"
"페어플레이 하자"
"하- 페어플레이요?"
"어 페어플레이"
지금 민윤기가 페어플레이란다... 근데 어쩌지, 나는 페어플레이 그딴거 모르는데, 나는 나보다 작은 민윤기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생각해도 건방졌다
"좆까세요- 선배님, 페어플레이는 무슨"
그렇게 나는 민윤기를 지나쳤다. 민윤기는 내 말에 그저 웃기만 할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저 새끼 웃는거 기분 나쁘네, 나는 그렇게 반으로 돌아갔다. 나는 김여주한테 다가가서 말했다.
"오늘 학교 끝나고 얘기 좀 하지?"
나의 말에 김여주는 핸드폰을 흔들면서 말했다.
"미안한데- 약속이 있어서"
"누구랑?"
"윤기선배, 영화보자고 그래서 알겠다고 했어"
"하- 언제?"
"너 오기전에 방금"
김여주의 말에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씨발새끼- 페어플레이 하자면서, 나는 곧장 민윤기한테 문자를 보냈다.
'선배님 페어플레이 하자면서요'
그러자 바로 답장이 왔다.
'좆까라면서요 후배님^^'
씨발- 민윤기,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만 나왔다. 이렇게 순순히 둘이서 보게 할 수는 없지. 먼저 시작한 건 민윤기야. 나는 이예나에게 다가가 말했다. 역겹게도 주변에만 가면 화장품 냄새가 진동했다. 이예나는 내가 부르자 쥐를 잡아먹은 듯이 빨간 입술을 내밀고는 대답했다.
"왜 정국아?"
"오늘 영화나 보러갈래?"
전쟁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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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가을/쿠키/꾹쿠/태또단/국이네/호두껍질/쀼쮸뜌뀨/플럼/퍄퍄/기부천사/@불가사리
♥오십꾹/요를레히/동동/보옴/만듀/태자저하/뿌얌/싱브리/해나
'망개하리'를 암호닉으로 신청하신 분이 2분이시네요ㅠㅠ 1화에서 독자 7님, 독자 15님...
다른걸로 바꿔주세요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