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 일 곱 마리와 나 07
W.대롱
상황파악을 몇 분이나 했는지 모른다. 멀뚱히 날 쳐다보고 있는 전정국이랑 마주보면서 한참을 뭐가 문젠지 생각했던 것 같다. 얼마나 멍을 때렸는지, 더 자자며 더 가까이 붙어오는 전정국을 보고도 계속 생각에 잠겨있었다. 내가 정신을 차린 건 조금 뒤, 문이 열리며 집으로 들어온 호석오빠랑 눈이 마주치고 나서였다.
" 이름아, 아침 ㅁ … 어우씨."
" … …."
" 옆에 귀신인 줄 알았네."
" …얘 왜 여기 있어?"
" 그러게, 전정국 니가 왜 거기 있어, 미친놈아! "
호석오빠는 뛰어와서 나오라며 정국이의 팔을 끌어당겼지만 전정국은 또 귀신 같이 침대에 달라붙어서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정국이의 등짝을 찰싹찰싹 때리며 내려오라는 호석오빠를 보면서 엄마와 아들같다는 실없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나도 전정국을 발로 열심히 밀었다. 그제서야 침대에서 떨어진 전정국은 나를 시무룩하게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 요새 너무 추워서 혼자 자면 안된단말야. 여우는 추우면 안되거든."
" …사막 여우만 그런거 아냐?"
" … …."
내 말에 잠시 대답을 생각하는 듯 하던 전정국은 갑자기 펑 하고 여우로 변하더니 '아, 몰라!' 라며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온다. 솔직히 전정국이라는 걸 알지만 이렇게 동물로 변할 때면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너무 귀엽단 말이야. 불쌍한 척 끼잉- 소리를 내며 내 품으로 파고드는 여우를 나로써는 떼어놓을 수가 없다. 윽, 아파트 뿌셔뿌셔 ….
" 이름아, 니가 그냥 나와. 너네 해장하라고 국 끓여놨어."
" 헐, 역시 호석맘. 이럴 때 보면 오빠밖에 없다니까."
저거 분명 지민이가 사뒀던 것 같은데. 어디서 났는지 해바라기씨를 오독오독 먹으며 얘기하는 호석오빠를 따라 침대에서 일어나자 그제야 전정국도 다시 사람으로 돌아와 졸린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벌써 좋은 냄새 난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김치찌개의 향을 음미하며 옆집 문을 열고 들어가자 다들 호석오빠가 깨웠는지 비몽사몽한 얼굴로 나를 반겼다.
" 잘잤어? 난 잠이 안깨…."
" 너도 어제 술 많이 먹었었지. 호석오빠가 깨웠어?"
" 으응, 자기는 술 많이 안먹으니까 안피곤한거면서. 맨날 해장하라고 깨워 …."
내 어깨에 기댄 채 칭얼대는 태형이의 등을 토닥여주며 식탁 앞에 앉자 역시 겁나 맛있게 생긴 김치찌개가 날 반겼다. 솔직히 가끔은 오빠가 술 먹은 다음날 해주는 음식 먹으려고 술 먹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해장을 톡톡히 하면서 '이 집 진짜 맛집이네' 라고 얘기하며 신나있는데 옆에서 열심히 밥을 우물우물 먹고 있던 석진오빠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 이번 주말에도 집에 있을거야?"
" 글쎄, 어디 갈 데가 있나."
" 글램핑 안갈래? 오늘 갔다가 내일 저녁 쯤 오는걸로."
" 갑자기?"
싫음 말고, 라며 다시 먹던 밥을 열심히 먹는 석진오빠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글램핑, 티비에서 보면 되게 좋아보이던데. 문제는 처음 글램핑을 티비에서 봤을 때 아, 나중에 남자친구 생기면 꼭 같이 가야지! 라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남자 일곱 명이랑 같이 글램핑이라. …다른 사람이 들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할 만한 조건이지만…. 옆에서 완전 가고 싶다며 눈을 반짝이는 태형이를 보며 생각했다. 동물 일곱 마리와 글램핑 … 괜찮으려나.
애완동물 일 곱 마리와 나
" 오빠 달!려! 놀자판이다! 훠우!"
괜찮아. 완전 괜찮아! 걱정했던 마음은 석진오빠 차에서 잠시 졸고 일어나자 다 날아가버렸다. 와, 뭔가 한동안 여행 같은 거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막상 오빠 차로 1박2일이지만 여행을 간다고 생각하니 이렇게 신이 날 수가 없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여행에서는 노래가 있어야하는데. 역시 노래 선곡은 조수석이지! 신나는 마음에 조수석에 앉은 사람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말을 걸었다.
" 헤이, 디제이! 신나는 노래 한 곡 뽑아봐!"
" … …."
" …ㅎ, 헤이. 민윤기 씨. 신나는 노래 한 곡 뽑아주시죠 …."
음악을 틀어달라는 내 말에 민윤기는 들은 둥 마는 둥 하는 것 같더니, 곧 차 안에는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차 안에서 '파이어!!!어어어!!!!'를 외치고 있었을까, 우리가 탄 차는 어느덧 글램핑 장소에 도착했다.
" 와 … 경치봐, 진짜 이뻐."
" 니가 더."
" 엥, 그거야 당연하지."
" 근데 경치 진짜 좋긴 하다."
낯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박지민 때문에 당황하지 않은 척 괜히 잘난 체를 했다. 박지민은 정말 지나가는 말로 했던 건지 곧바로 경치 얘기를 하면서 내 옆을 지나가버린다. 그런 박지민의 뒷모습을 보다가 나도 다시 경치에 눈길을 돌렸다. 진짜 겁나 예쁘다. 처음에 석진오빠가 가자했을 때는 괜히 고생하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석진오빠 나이스!
" 놀러왔으면 선글라스부터 써야지."
" 오, 집에서 가져온거야?"
" 응, 내가 제일 아끼는 선글ㄹ"
" … …."
제일 아끼는 선글라스를 망연자실하게 쳐다보며 충격에 잠겨있는 남준오빠를 뒤로 하고는 앞에 보이는 야영지로 신나게 뛰어갔다. 글램핑, 글램핑! 앞에서 빨리 오라며 손짓하는 애들을 따라 뛰어가며 내 애완동물 …? 들과 함께 하는 일박이일 첫 여행이 시작되었다.
♡
안녕하세요! ㅎㅎ
날씨가 슬슬 풀리는 것 같아요! 흑흑, 저도 여행 가고 싶네요..
요새 해야할 게 너무 많아서 맨날 말만 간다하고 잘 못가는 것 같아요(ㅠㅠ).
어쨌든 다들 재밌다고 말씀해주셔서 너무너무 기쁩니다, 저는..ㅠㅠ흑흑.
댓글은 늘 언제나 저한테 힘이 돼요! 늘 감사드려요('v') 신알신 해주시는 다른 분들도 모두 감사합니다!
그럼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